평소 말이 빨라 듣는 사람들이 불편하게 여기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말을 보통 빠르기로 하기에, 말을 보통 빠르기로 하는 것이 어려운 일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습관이라는 것은 몸에 배어있는 것이라 고치기 매우 힘들다. 그래서 고쳐야지 하는 생각과 짧은 시도를 반복하다가 ‘임유정의 목소리 트레이닝 북’을 만났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말하는 습관을 바꿔보기로 했다.

 

이 책에 따르면 말이 빠른 것은 단순히 ‘천천히 하라’가 정답이 아니었다. 그래서 천천히 하려는 시도가 잘 먹혀들지 않았었나보다. 말이 빠른 사람은 입을 제대로 열지 않고 발음을 대강한다고 한다. 발음이 괜찮다는 생각은 자신의 생각이며, 정말 발음을 제대로 한다면 속도가 빠르지 않다고 한다. 그래서 책에 나온 발음 연습을 해 보았다. 실제 발음을 적당히 넘어가고 있었다. 특히 발음의 말미를 제대로 하지 않고 다음 글자에 이어 붙이듯이 발음했다. 나를 비롯하여 주위 사람들은 ‘말은 빠른데 발음은 또릿또릿하다’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귀로 들리고 혀와 입으로 느껴지는 명백한 사실을 몰랐다니 신기한 기분이 들었다.

 

또한 말이 빠른 것은 말을 가슴에서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목소리가 배에서 출발하면 뿌리깊은 나무와 같아서 경박하게 말을 빨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한다. 실제로 그렇다. 나는 말이 목과 입천장에서 어색하게 나온다. 그래서 어떤 때는 말하기가 힘들었다. 배에서 목소리를 내면 말을 천천히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목소리의 울림이 좋고 말을 많이 해도 훨씬 수월하다고 한다.

 

이 책은 1부 여러 가지 발음, 발성, 목소리를 위한 트레이닝 모음, 2부 실전 예문 연습, 3부 특정 케이스( ex) 말이 빠르다, 말소리가 작다, 사투리가 심하다 등)에 적합한 트레이닝(1부에 나온 트레이닝 법이 케이스에 따라 다시 배열되어 있다.)이 나와 있다.

 

나는 목차만 보고 3부의 말이 빠른 사람을 위한 트레이닝만 할까 하다가 1부 부터 순서대로 착착 밟는 것이 좋은 것 같아 오늘이 트레이닝 3일 째로 접어들었다. 실제로 효과가 좋다. 이 책의 저자 분이 하신 마지막 인터뷰에서 ‘이 책이 내용을 처음부터 끝까지 3번 만 반복하면 목소리는 반드시 변화한다.’가 눈에 와서 박히는 느낌이다. 천천히하기 뿐만 아니라 좋은 목소리까지 욕심이 난다.

‘당뇨에 대한 거의 모든 것’은 당뇨에 대해 아주 넓게 다루는 책이다. 당뇨는 매우 많은 사람들이 앓고 있는 질환이며, 원인이 불명확하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리고 당뇨가 발생하는 원인은 매우 다양하고 발병하는 시기도 길며(2형은 그렇다) 이를 예방하고 치료하는 방법까지 따라서 매우 넓고 다양해야 한다는 생각까지는 않는다.

 

이 책은 처음 당뇨가 일으킬 수 있는 합병증으로 서두를 열며 당뇨가 아주 무서운 병이라는 사실을 주지시킨다. 당뇨는 어떤 형태건 혈관 내에 많은 당이 둥둥 떠다닌다. 2형의 경우 과다한 인슐린까지 같이 둥둥 떠다닌다. 이는 혈관에 손상을 입히고, 혈액흐름을 좋지 않게 한다. 또한 다른 생체 내 물질과 결합하여 인체 내 유해성분을 만들어내 혈액 속에 띄운다. 혈액은 온 몸을 돌아다니므로 이로 인한 유해성은 온 몸에서 다양한 질환을 유발하고, 기존의 질환의 예후를 나쁘게 한다. 그래서 당뇨에 걸리면 수명이 4~8년은 준다고 보면 된다고 한다. 부모님이 당뇨라 겁이 났다. 병원에서 약을 타서 혈당만 조절하면 괜찮은 병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정말 무서운 병이었다. 젊은 나도 이 병은 꼭 걸리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뇨 때문에 겁이 났다면, 이번에는 당뇨를 어떻게 관리해야 하며, 어떻게 하면 당뇨에 걸리지 않을까 하는 궁금증이 든다. 의료 현장에서 당뇨를 다루는 많은 사람들의 의견이 실려 있다. 각 개인이 중점으로 생각하는 다양한 포인트를 볼 수 있다. 저자는 책의 서두의 철학자 존 듀이의 전체적, 통합적 관점을 지지한다고 했다. 당뇨의 원인과 관리법의 다양성을 제공하겠다는 저자의 철학이 담긴 자료들이다. 당뇨를 췌장뿐만 아니라 갑상선, 간, 신장에서 원인을 찾는 사람도 있고, 심리적, 문화적 관점에서 유효한 연구와 임상결과를 낸 사람도 있었다. 특히 이런 다양한 요인을 고려하여 같은 당뇨라도 개인별 맞춤 치료를 하는 사람이 인상적이었다. 당뇨에 좋은 음식도 나와 있는데, 같은 빵이라도 재료에 따라 당뇨에 좋은 빵, 나쁜 빵이 있고, 같은 과일이라도 과당이 높고 낮은 것이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위에 나온 의사들에게 다양한 진료를 받지는 못하더라도, 이런 음식은 인터넷 검색해서 표로 만들어 일상에 응용해보고 싶어졌다. 또한 하루 10~20분 걷는 것만으로도 혈당은 분명히 차이가 난다고 하니, 이것은 간단하기도 하니 부모님의 당뇨 관리와 나의 예방을 위해 생활화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의 마지막에는 심각한 당뇨합병증을 극복한 치험례가 나온다. 얼굴이 일그러지고, 이른 노화가 진행되고, 폐로 공기를 집어넣어줘야 하는 등 심각한 합병증을 앓다가 다시 새살이 돋아나오고 건강을 되찾는 등 기적같이 보이는 예들이 많다. 저자가 독자에게 책의 처음에서 당뇨에 대한 경각심을 확 불러일으켰다가 안심시키고 희망을 주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당뇨는 정말 무서운 병이다. 관리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이 예방이다. 애초에 안 걸리는 것이 속 편하다. 당뇨의 관리와 예방에 중요한 것은 건강한 생활습관이다. 이것이 말은 쉽지만 현대에는 어려운 일이 되었다. 우리 집은 당뇨 음식 표와 매일 운동으로 시작해야겠다.

‘내가 미친 8주간의 기록’은 흔치 않은 제목과 함께 우울한 듯 웅크린 여자의 뒷모습이 표지에 그려져 있다. 주인공이 우울증 여자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만 한 편 어떻게 내용이 전개 될지 짐작이 잘 되지 않아 궁금증을 자아낸다. 왜 8주일까? 기록이라니, 과거형인 것 같은데, 지금은 다 나았나? 저자는 실제 정신과 정신병원에 입원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이 소설을 썼다고 한다. 그곳에서 지내며 자신과 다른 환자들의 내면, 정신병원의 세계를 관찰한 내용이라고 한다.

 

이 책의 주인공은 28살의 여성이다. 몇 달간 무기력감에 시달리다가 우울증 판정을 받고 ‘정신과 전문병원’에 입원했다. 난 이런 병원의 존재도 몰랐다. 소설의 배경은 독일인데 우리나라에는 이런 병원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정신과 전문병원’은 우울증이나 거식증, 강박증과 같이 환자 스스로 생활이 가능하나 부분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 일시적인 도움을 받기 위해 잠시 머무르는 곳이다. 등장인물들은 대략 5~8주 있다가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 같다. 상담, 운동 치료, 그룹 치료 시간을 제외한 낮 자유시간에는 외출도 가능하고, 주말은 외박도 가능하다. 환자복이 아닌 평복을 입는다. ‘정신병원’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압박복과 남자간호사가 있는 곳으로 정신과 전문병원에서 상태가 심하면 가게 된다.

 

병원의 모습은 입원한 환자들처럼 평범하나 약간 괴이한 모습이다. 이곳 환자들도 가십을 즐기고 서로 어울리고 생활하는 모습은 일반 사회와 같다. 단지 가십의 대상에 정신병이 추가되고, 이따금씩 이상한 행동을 한다. 환자들은 서로 관찰하고, 정신병이 생긴 내력을 궁금해 한다.

 

주인공의 입원 기간은 8주다. 이 8주간 주인공은 상담을 통해 우울증의 근원을 찾아내고, 그로 인한 우울증 증상을 해소하고 퇴원한다. 그 과정에서 자신도 인식하지 못했던 약물중독이라는 진단도 받았다. 물론 완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향후 통원하며 꾸준히 상담을 할 계획이다. 주인공의 우울증의 근원은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큰 줄기는 어린 시절 부모님의 이혼으로 버림받았다는 느낌에서 출발한다. 사랑받으려면 부모님이 원하는 착한 아이, 성공한 딸이 되어야만 했다. 그래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되야만 하는 모습이 되기 위해 자신을 맞춰가야 했다. 주인공은 다년간의 압박감에 수시로 약을 먹어왔다. 결국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의무감과 압박감에 짓눌리다 못해 무력감에 빠져버린 것이다. 이를 깨달은 주인공은 가족 상담의 도움을 받아 압박감을 해소하고, 자신의 삶을 살아나갈 힘을 얻고 병원을 떠난다.

 

최근 한 자서전을 통해 접한 핑푸라는 중국계 미국 사업가는 이 책의 등장인물들보다 외견상 더 힘든 삶을 살았다. 8세 때 부모와 격리, 썩은 음식과 갖은 학대, 10세 때 강간 사건, 후일 십대 후반까지 학교도 못가고 공장과 농장을 전전하는 삶을 살았다. 하지만 핑푸는 정신병에 시달린 것이 아니라 미국으로 이주하여 뛰어난 과학자이자 사업가가 된다. 왜 어려운 상황을 겪어도 어떤 사람은 정신병에 걸리지만 어떤 사람은 걸리지 않을까?

 

핑푸의 경우는 고생할 때 아픈 부분보다 도와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감사하는 마음과 자신을 괴롭히는 사람을 도와주어 그 양심을 일깨우는 등 삶의 긍정적인 부분에 더 집중했다. 또한 뛰어난 두뇌로 이루고 싶은 목표를 향해 성실히 살아가며 과거나 현재의 불만스러운 부분은 거의 안중에 두지 않는 듯했다. 그 결과 자신이 원하는 삶을 이루었고, 삶의 어려운 국면이 닥쳐와도 잘 헤쳐나갈 수 있었다.

 

두 여성의 삶을 대조해보며 어려운 일에 닥쳐도 정신병으로 발전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가 무얼까 생각해보았다. 삶의 긍정적인 측면에 집중하고 자신이 하고 싶은 바를 향해 나간 것과 그렇지 못한 것의 차이일까? 아직은 잘 모르겠다. ‘내가 미친 8주간의 기록’은 인간의 정신에 대해 아직 내가 풀지 못한 의문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