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국과 거대 기업의 이윤의 독식, 열심히 일해도 빈곤함을 벗어나지 못하는 3세계의 원자재를 생산하는 사람들, 불안한 정치 상황 속에서 부당하게 비명횡사를 하는 사람들, 이윤의 극대화를 위해 비인간적인 환경에서 사육되는 동물들, 호르몬과 항생제가 범벅된 식자재들... 21c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 이상 들어본 문제점이다. 그 심각성을 알게 되더라도, 일상에 치여 직접 행동하는 것은 남의 나라 일인 것 같다. 그런데 위의 모든 문제를 위해 활동하는 한 여성이 있다. 그 여성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 ‘뷰티풀 비즈니스’이다.

 

저자 주디 윅스는 어렸을 때부터 도전적인 사람인 동시에, 자연, 개, 사람, 자유처럼 자신이 사랑하는 대상을 열렬히 추구하는 여성이었다. 저자는 도전적인 점을 남성적 특성, 사랑하는 능력은 여성적 특성이라고 불렀다. 성장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내재화된 이 특성은 그녀의 여정, 그녀가 하는 일의 근간이 되는 철학이라고 할 수있다.

 

주디 윅스는 샌섬가의 라 테라스라는 레스토랑에서 일하며 지역사회를 살리려는 활동에 열심히 참가해 왔다. 그녀는 어렸을 때부터 거대기업과 자본주의가 손을 잡고 지역의 특색있는 건물과 상권, 커뮤니티를 파괴하는 것을 목도했다. 개발의 마수는 그녀가 살고 있는 샌섬가의 특색있는 거리에도 뻗쳐왔다. 불도저 앞에 드러눕는 것을 시작으로, 법적투쟁을 거쳐 개발을 막는다. 그곳은 현재 특색있는 건물과 문화로 인기가 높다고 한다. 이 때를 기점으로 그녀는 지역 커뮤니티를 위해 적극적으로 활동하기 시작한다.

 

주디 윅스는 십여년 간의 가게와 레스토랑 경험을 바탕으로 ‘화이트 독’이라는 카페를 연다. 이 카페가 이런 이름을 가진 연유는 독특한 인연을 통한 것인데, 책에도 말미에 나오는 만큼 여기서는 생략한다. 그녀는 가게에서 유기농으로 키운 싱싱한 제철 과일과 채소, 건강한 방식으로 사육된 고기, 브랜드가 아닌 지역에서 만든 맥주를 판다. 신선함과 운송에서 나오는 탄소 배출 문제로 지역에서 납품을 받게 된다. 이는 좋은 음식뿐만 아니라 지역 경제를 활성화 하고 지역의 커뮤니티를 돈독하게 한다. 대량 생산 체제가 아닌 소규모 가족 기업 형태로 환경 오염도 훨씬 덜 하다. 현대는 각종 상품이 국경을 넘나든다. 획기적인 일 같지만, 수 많은 같은 품목이 두 나라 간에 서로 수입하고 수출되는 비효율적인 상황도 동시에 벌어진다. 이 때 운송비용과 환경오염 배출, 식자재의 경우 풍미가 떨어지는 일이 발생한다. 이러한 거대한 세계적 낭비에 대한 해결책에 대해 주디 윅스가 내놓은 답안은 거대 기업이 아닌 지역에서 생산하고 쓰는 시스템을 좀 더 활성화 시키는 것이다.

 

주디 윅스의 환경에 대한 관심은 지역을 넘어 세계로 뻗어나간다. 미국이 다른 나라에서 하는 일에 대한 진실을 알기 위해서, 자신이 누리는 것을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의 현실을 알기 위해 그녀는 베트남, 쿠바, 리투아니아 등지로 나아간다. 그곳의 좋은 식당과 자매결연을 하며 그곳 사람들이 처한 불합리한 현실에 함께 저항하고, 외부 사람들에게 알리는 역할을 한다. 책으로 읽으면서도 한 사람이 이렇게 많은 일을 동시에, 그것도 이윤을 추구해야 하는 사업체(화이트 독) 운영과 함께 해나갔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이런 일이 가능하다니! 좋은 방향으로 일을 해도 이윤을 남길 수 있다는 훌륭한 증거이다. 풀리지 않을 것 같았던 거대 기업과 자본주의의 독주를 막기 위한 방법이 존재하며, 많은 사람들이 그를 위해 힘쓰고 있다는 사실에 안도가 되었다. 이것이 이윤만을 추구하며 자연과 인간성을 파괴하는 자분주의에서 이타성과 공존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세계가 변하는 한 흐름이었으면 한다.

‘기업의 시대’에 따르면 기업은 인류가 이루어낸 최고의 성과라는 평가를 받는 대상이다. 현대 대부분의 부와 대부분의 일자리가 기업에서 창출된다. 우리가 누리는 수 많은 물건, 건물, 제도 또한 기업의 산물이다. 공기처럼 당연한 사실이기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기업’이 새삼몇 백년의 거친 세월을 통과한 단단한 사람, 그러면서 여러 가지 얼굴을 가지고 어떤 방향으로든 변화할 수 있는 사람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이 책은 기업의 역사에 대해 생동감 있게 다룬다. 고등학교 시절 역사를 배울 때 답답했던 점이 맥락과 스토리를 보여주지 않고 단어와 정해진 의의만 암기하는 것이었다. 사람이 살아왔던 시대를 배우며 움직임이나 생동감을 느낄 수 없었다. 그 때 중상주의, 인클로져 운동 같이 단어로만 배웠던 사실을 이 책에서 적절한 맥락과 이야기로 만날 수 있다. 다큐멘터리 원작인 책이라서 다큐멘터리를 책으로 보는 느낌이다. 사진 자료가 풍부하다. 책이 다소 두껍지만 넘기기에 어렵지 않다.

 

이 책을 보면서 전쟁을 보는 느낌이었다. 주식에 투자를 하거나, 회사를 설립하거나, 직장을 다니면서 다치면 직장에서 보상해 주는 것처럼 현재에는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하나하나 모두 투쟁을 통한 쟁취였다. 처음엔 전제 정치와 근대 산업과의 충돌, 다음엔 정부의 지원을 받은 거대 기업과 노동자의 충돌, 현재까지 계속 되고 있는 기업의 횡포에 대한 충돌. 총칼로 하는 전쟁이 아니라지만 실제 사람이 죽는 경우도 있었다.

 

기업이 사회에서 많은 일을 한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기업은 단순히 장사만 하는 단체가아니다. 이윤추구를 목표로 새로운 물건을 만들고, 철도와 통신으로 세계를 연결하고, 새로운 제도를 만들어 세상을 변화시키는 존재이다. 이윤을 위해 열정적으로 뛰어다니며 자신의 부를 창출하고, 궁극적으로 사회를 발전시켜가는 사람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물론 이윤추구를 앞세우며 좋지 않은 일을 하는 경우도 있다. 과거 산업혁명 시절에는 노동자의 임금이 적고 근무시간이 길수록 기업체가 이익을 본다는 이론이 횡행했다. 기업들은 최저임금과 근무시간에 대한 법률 통과에 반대했다. 현재에도 기업의 비리, 분식회계 등 불법적인 일은 끊이지 않고 있다.

 

이 책을 통해 기업의 역사와 의의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볼 수 있다.

남극이나 북극을 탐험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많이 들어보았다. 하지만 내가 아는 거라곤 목숨을 담보로 극지대를 뚫고 나오는 용감한 탐험가들이 있다는 정도였다. 극지대 탐험가들이 원정 전후, 원정 도중 인간으로서 어떤 마음으로 극한 상황을 겪어내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했다. 이번에 펠리시티 에스턴의 ‘세상의 끝에 혼자 서다’라는 책을 통해 그 마음을 일견 들여다 볼 수 있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여성 홀로 남극 대륙을 횡단했다. 남극 대륙을 횡단한 사람은 세 명인데, 이 중 여자로는 처음이다. 남극은 ‘화이트아웃’을 심심찮게 경험할 수 있는 곳이다. 온통 흰 것만 보이는 얼음천국에 눈까지 휘날리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공간감각, 거리감각이 상실된다. 아무도 없는 극한 기후에서 이런 상태에 빠지면 공황상태에 빠지고, 의식에 문제가 생겨 생명에 위협이 되기도 한다. 남극에서 혼자 있으면 위험은 배가된다. 혼자 장시간 남극에 있는 것만으로도 공황상태가 초래될 수 있고, 각종 위험에서 도와줄 사람도 없기 때문이다. 저자는 남극을 홀로 횡단하려는 목표를 세우려고 이런 위험 속에 뛰어든다.

 

탐험가들도 공포를 느낀다는 사실이 매우 새로웠다. 탐험가들은 극지대에 가도록 강제된 사람들이 아니다. 목숨이 위험하더라도 너무나 가고 싶어서 가는 것이다. 자신이 미치도록 좋아하는 일을 하기 때문에 원정을 매우 즐거워하면서 가지 무서워하는 줄을 몰랐다. 심지어 원정을 가기 전부터 무서워한다. 저자는 원정 전까지 극지방에 대한 두려움에 빠진다. 비행기가 자신을 출발 지점에 데려다 놓고 떠날 때는 눈물도 흘린다. 여행 도중 상황이 좋지 않을 때도 극심한 공포에 사로잡힌다. 이 원정을 마칠 수 없을 것같고, 절망감이 몸을 휘감는 상황에 빠지기도 한다.

 

저자가 극심한 공포를 느끼는 부분을 보면 ‘(이런 무시무시한 곳에 엄청난 고생을 하며)왜 간걸까?’하는 의문이 들었다. 결국 이것은 ‘삶’이라는 답을 얻었다. 저자는 남극을 횡단하고 싶기 때문에 갔다. 이것이 저자가 가장 하고 싶은 일이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은 나쁜 짓이 아닌 이상 당연한 일이다. 단지 저자의 경우는 드물고 위험한 일이라는 차이가 있다. 목표를 정해놓고 앞으로 계속 나아간다. 도중에 기쁜 일도 있었고, 너무나도 괴로운 경우도 있었다. 오늘 하루는 흐렸다가, 내일 하루는 다시 밝기도 했다. 원정이 불가능해 보여 포기하려고 마음먹었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가족과 친구들, 때로는 원수들을 생각하며 다시 마음을 다잡기도 했다. 원정이 성공하고 뒤돌아보니 그 때는 왜 그랬을까하는 생각이 드는 일도 있었다. 원정을 마치고 나니 새로운 확신이 가득 생기고 단호한 평정심을 가진 사람이 되어 있었다. 무엇을 이루어내려고 분투했던 한 사람의 여정이 고스란히 담긴 이야기였다.

 

배경이 남극이라는 점은 이 책을 읽을 때 독특한 느낌을 불러 일으키기도 한다. 온통 하얗고 극도로 조용한 환경을 묘사하는 부분이 많다보니 나도 스윽 빨려들어가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그리고 저자가 혼자 여행하며 겪는 일에 대한 독백과 묘사가 많고, 대화나 사건은 비교적 적다.

 

‘세상의 끝에 혼자 서다’라는 책을 통해 남극을 배경으로 하는 공포와 기쁨, 삶에 대한 이야기 한 편을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