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vs권력’이라는 제목을 보았을 때는 정치와 상업의 대립각을 중점적으로 다룬 역사를 서술한 책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그런 내용도 있지만, 나는 중국의 해양상업역사를 다룬 책이라고 말하고 싶다.

 

중국의 상업의 역사를 다룬 내용은 매우 흥미진진하다. 기존의 중국 역사책은 정치사를 위주로 치열한 전쟁과 정쟁을 주로 다룬다. 그 외 경제적, 문화적 서술도 있긴 하지만, 정치사보다 비중도 작고 재미없게 느껴졌다. 이 책은 상인이 천대를 받고, 관리들이 박해하는 근원을 하은주 시대부터 찾아 서술한다. 중국의 과거 정치 상황에서 중국인들이 상업거래에서 나타내는 특징의 근원을 찾아 서술한다. 나라로부터 버림받은 중국인들은 외국에서 자신들의 단체를 만들어 스스로를 보호하며 열심히 돈을 모은다. 이들은 오늘날 화교가 된다.

 

책의 주인공은 주로 남부 지방 해안가에서 긴긴 세월동안 자신들만의 왕국을 구축했던 중국의 상인들이다. 해안 지방은 험한 지형과 대대로 내려오는 반감으로 내륙지방과 동떨어져 자신들의 독립된 세력, 언어, 문화를 가진 상업 집단들이 많았다고 한다. 대체로 반상인, 반해적의 모습으로 역사와 국가에 좋은 영향을 끼치기도 하고, 나쁜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국가에서 해금 정책을 시행 할 때도 이들 독립 세력권들은 각자 비밀리에 내려오는 무역항로를 보유하여 비싼 수입품을 들여오기도 한다. 동남아, 인도, 네덜란드, 중국 등 세계와 굉장히 넓은 네트워크

를 구축하고 있었다.

 

이 책이 전해준 새로운 지식은 많은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책을 보면 고대 중국의 무역이 매우 광범위하게 이루어졌으며, 당시 중국의 문물 및 기술, 특히 해양 산업이 매우 발달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에 비하면 한국은 조선정권이 들어선 이후로 착실하게 땅만 밟고 산 느낌이 든다. 고려의 무역상들은 중국의 해적같은 상인들에 비해 독자 세력이 약해서였을까? 아니면 신라시대 이후 축소된 무역이 또다시 타격을 받아서였을까? 세계가 활발하게 무역을 하는 가운데 조선은 무슨 생각으로 해로를 차단했는지 궁금해진다. 또한 청이 조선에 비해 열강에 상대적으로 약하게 유린을 당한 것을 나라의 크기 때문인 줄로 알았는데, 저렇게 외국과 교류가 있었기 때문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돈vs권력’은 중국의 해상무역의 역사를 다룬 책으로, 색다른 재미와 지식을 주는 책이다.

 

역사는 지난 과거에 대한 기록물이다. 평범한 일상을 지내다 보면 역사를 케케묵은 옛 물건을 대하듯 하게 된다. 이미 예전에 다 쓰던 것이라 다 알고 있고, 더 이상 관심없고, 다 알고 있는 것처럼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이는 오산이다. 길고 큰 흐름에 대한 기록 속에서 삶이 보인다. 과거, 현재, 미래가 죽 나열되고 정리되며, 일상 속에 늘어져 있던 삶에 전기 충격을 준다. 송복 교수의 ‘류성룡, 나라를 다시 만들 때가 되었나이다.’도 마찬가지였다.

 

이 책은 임진왜란에 대한 내용을 다룬다. 임진왜란에 대해 내가 기존에 알고 있던 사실과 너무 달라서 충격이었고, 또 나도 임진왜란에 대해 잘 모르고 있었던 것에 놀랐다. 임진왜란은 대치 세력의 통합을 이룬 일본이 한반도를 침략한 전쟁이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이 책에 따르면 그 싸움은 조선과 왜의 싸움이 아니었다. 조선 땅에서 이루어진 명과 왜의 싸움이었다. 그나마 조선이 군대라고 할 수 있는 것을 가지고 있지 못했기 때문에 자구책으로 류성룡이라는 인재가 힘들게 이루어낸 것이었다.

 

일본의 침략은 예견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조선은 유교주의, 문치주의, 사대주의 국가였다. 제 나라의 철학, 역사는 등한시 하고 중국의 유교, 철학, 역사만을 숭상했다. 외교와 왕위 계승도 명의 허락 하에 이루어졌다. 학문에 지우친 유교적 문치주의로 국가를 운영하여 관리들은 실리적인 능력이 떨어지고, 군은 약화되었다. 명에 대한 의존적인 사고, 학문에만 지우친 태도는 조선의 정치, 경제를 ‘썪어 빠진 백칸짜리 집으로, 이 쪽을 고치면 저 쪽이 기울고, 저 쪽을 고치면 이 쪽이 기우는’ 상황으로 만들어 버렸다. 그 당시 세계는 영토를 빼앗기 위한 각축전이 한창이었다. 저런 약체인 나라에 한창 부강한 왜가 침략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현상이다. 조선이 무너지지 않은 것이 오히려 이상할 지경이었다.

 

송복 교수는 임진왜란과 일제침략을 연결시킨다. 외세에 의존적이고, 스스로 변화하여 부강한 나라를 만들려는 생각과 능력이 없는 정부가 임진왜란을 불러일으켰다. 임진왜란을 겪고도 이 풍토는 변하지 않았다. 류성룡은 정계로 돌아오지 않고, 후손을 위해 징비록을 편찬한다. 하지만 조선은 류성룡의 미래를 내다보는 식견과 경고를 귀담아듣지 않았다. 결국 이러한 나태한 나라는 300년 후, 왜에게 완전히 정복당한다. 구한말의 한반도는 또다시 러시아, 중국, 일본과 같은 외세의 각축장이 된다. 일제는 한국인이 아닌 연합군의 승리로 우리나라에서 물러갔었다.

 

내 역사적 지식이 짧아 이 책의 내용이 다 맞는지 아닌지, 과장이 된건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임진왜란을 초래한 조선의 충격적인 상황, 300년 후 반복된 일제의 침략은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한편 류성룡과 이순신의 활약을 보며, 한 개인의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 저렇게 부패하고 나태했던 나라가 명이나 왜에 흡수 병합되지 않았고 세계 열강 시대까지 유지되다가 무너졌다는 점, 다들 바보인데 말도 안되게 현명한 두 사람이 온 전쟁을 이겨낸 것으로 묘사된 점 등이 이 책에 대한 의구심을 남긴다.

 

이 책의 내용은 충격적이다. 그래서 의구심을 남긴다. 이 책에 대한 감상은 내가 임진왜란에 대한 조사를 더 하고 책을 더 읽은 뒤로 남겨둔다.

 

‘의사를 믿지 마라’는 한의사가 쓴 책이다. 대증요법에 그치는 양방적 치료에만 자신의 건강을 기탁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건강을 챙기기를 권하는 책이다.

 

감기, 고혈압, 당뇨, 만성피로를 겪을 때 우리가 가장 먼저 떠올리는 해법은 병원이다. 많은 사람들이 의사에게 진료를 받고, 알약을 먹는 것으로 건강관리를 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 약들이 병을 유발시킨 원인을 찾아 제거하여 신체를 정상화시키는 것은 아니다. 단지 건강에 치명적 위협을 일으킬 수 있는 증상(혈당, 혈압, 부종 등)을 완화시키는 것뿐이다. 만성 질환에 복용하는 약은 한알 한알 늘어나고, 때로는 약이 몸에 나쁜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해법은 양약에만 의존하겠다는 건강관리법에서 벗어나, 건강한 생활로 돌아가는 것이다. 건강한 생활은 쉬우면서도 어렵다. 고칼로리, 야식에서 벗어나 규칙적인 식사, 채식, 때때로의 단식이 몸에 좋다. 늦은 수면, 불규칙한 수면, 지나치게 적은 수면을 지양한다.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줄이고 즐거운 마음을 가지도록 노력한다. 규칙적인 운동도 좋으나 과도한 운동은 몸을 해친다. 누구나 아는 상식이나 실천하기는 어렵다. 이는 병이 생기기 전에는 질병을 에방하는 방법이며, 병이 걸린 후에는 초기에는 몸을 본래의 상태로 돌릴 수 있고, 그렇지 않더라도 병세를 약화시킬 수 있는 방법이다.

 

좋은 이야기, 쉬운 건강 상식을 담고 있는 이 책에는 아쉬운 점이 있다. 한의학적, 양의학적 내용이 좀 더 전문적이고 풍부했어도 재미있었을 것 같다. 또한 저자가 권하는 건강법이 평이한 면이 있었다. 전반적으로 좋은 내용이나 독자의 눈을 끄는 이 책만의 강점이 없는 허전한 느낌이었다.

‘

의사를 믿지 마라’는 내 건강을 의학에 전적으로 맡기는 것이 아니라, 평소 생활로 관리하는 것에 중요함을 말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