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독서를 좋아한다. 지식과 지혜를 효율적으로 키워나가기 위한 독서법이나 사고하는 방법에 대한 책도 잘 본다. 그것이 일본에서 다방면 지식인이라는 한 교수의 ‘내가 공부하는 이유’라는 책을 읽게 된 이유이다.

 

우리가 흔히 하는 ‘공부’는 저자가 말하는 공부가 아니다. 현대는 신분제가 없어지고 경제적으로 풍요로워 현대 사람들은 역사상 가장 공부를 많이 하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현대인들이 과거보다 지적으로, 감성적으로 좀 더 풍요로운 삶을 누리고 있나? 그렇지 않다. 현대인들이 흔히 하는 공부는 좋은 학교, 좋은 직장을 위한 단순노동에 가깝다. 공부 경쟁에 떠밀리는 과정에서 ‘이 공부는 왜 하는 것인가? 이 공부를 통해 좋은 직장에 입사하는 것이 내가 원하는 것인가?’와 같은 근본적이고 중요한 질문은 사라진다. 현대인들의 공부는 삶에서 스스로에 대한 성찰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활동이나 인적 교류를 할 여유를 빼앗아 버린다. 단지 공부경쟁에서 이긴 사람만이 승자인양 줄을 세우는 사회 분위기는 다수의 패배감을 불러일으킨다.

 

이 책에서 말하는 공부는 삶의 방향성과 의미를 가져다주는 공부이다. 공부의 주제는 자신이 원하는 어떤 것이든 상관없다. 자신이 원하는 공부를 함으로써 일상의 긴장을 완화시키고, 삶에 활력소를 가져다준다. 공부를 통해 일상이라는 타성에 젖어 하지 않던 생각이라는 것을 하게 되고, 지루함이 채우던 공간을 삶의 참 의미와 행복감이 채우게 된다.

 

저자는 삶의 방향성과 의미를 가져다주는 공부법으로 공자와 소크라테스의 방법을 제시한다. 공자는 골방 샌님이 아닌, 활동하는 공부하는 사람이었다. 인이라는 기치를 내세워 나만 잘 사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도 변화시켜 세상을 변화시키려는 뜻을 품고 실천했다. 자기보다 못한 사람이라도 배울 것이 있다며 권위나 체면보다 배움을 우선시 했다. 자신이 가르치는 제자도 의문점을 스승에게 자유롭게 물을 수 있게 하였다. 같은 질문이라도 사람마다 적절한 다른 대답을 주었다. 공자의 가르침은 경쟁으로 나만 잘 살려는 속 좁은 공부가 아니라, 나 스스로 훌륭한 사람이 되고 이를 통해 세상을 변화시키려는 적극적이고 통 큰 공부였다. 이런 큰 뜻을 품은 가슴에서 질문과 고생을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의 뜻을 밀고나가는 삶이 탄생한다. 소크라테스에게는 무지가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무지를 인정하지 않고 알려고 하지 않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었다. 그의 책은 진행되는 토론의 결론이 명확하게 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정답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논리적으로 사고하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배움에 과정에는 경쟁에 따른 초조함과 시기심, 패배감은 없다. 자신도 발전하고, 서로 발전할 수 있게 독려하는 활발한 배움의 장이 있을 뿐이다.

 

이 책을 통해 발전적인 공부도 경쟁적인 마음 없이 할 수 있다는 개념을 배웠다.

 

‘프로이트와 함께하는 세계문학일주’는 그 제목만큼 매력적인 책이다. 저자가 정신과 의사라서 문학 작품들의 줄거리+프로이트적 분석으로 문학이라는 틀에서 정신과적 내용이 주를 이루는 내용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책은 정신과 이야기뿐만 아니라 문학작품에 대한 이야기도 비중있고 풍부하게 다루고 있다. 신경정신이나 심리학과 관련된 책 중 제일 재미있게 읽었다.

 

문학을 다루는 부분의 내용이 참 좋아서 저자인 정신과 분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용이 튼실하여 정말 책 뒤 쪽이 작품 해설을 읽는 것 같았다. 또한 어려운 작품은 작품 해설도 나에게는 너무 어렵게 씌인 것이 있는데, 이 책은 충실한 내용에도 그렇게 어려운 부분이 없었다. 또한 문학을 다루는 부분에서 제일 좋았던 점이 작가의 가정적, 사회적 배경과 함께 다룬 것이다. 정신분석을 다루는 책인 만큼 작품을 다루며 필수적으로 이야기해야 하는 부분이지만, 정신분석이 아니더라도 작품에 대해서 더 많이 이해할 수 있었다. 작가의 사고 방식에 영향을 미친 정신과적 분석을 통해 작가와 작품을 들여다보니, 유명한 작가와 빛나는 명작이 한 명의 사람같이 느껴졌다. 작품들이 생생하게 느껴지며, 예전에 읽었던 책도 다시읽고 싶어지고, 읽지 않았던 책도 읽어보고 싶어졌다.

 

프로이트적 분석도 흥미진진하다. 최근 프로이트의 정신분석 강의도 같이 읽고 있는데, 프로이트는 여태껏 인간 심리에서 다른 사람이 주목하지 못했던 점에 의미를 부여하고 관찰하여 정신의학의 새 장을 연 매우 똑똑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문학 작품을 통하여 프로이트적 분석을 접하니, 정말 재미있었다. 문학작품에 대한 독서도 폭넓게 했을 것이 분명하고, 프로이트 전문가인 이 책의 저자가 문학과 작가에게 가하는 정신분석은 억지스럽지도 않고, 깊이있었다. 단지 성에 대한 프로이트의 방법이 어떤 때는 너무 억지스러운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뿐이다.

 

문학, 프로이트에 더하여 같이 나오는 역사를 공부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이 책에서 아일랜드 문학을 소개하는 부분에서 아일랜드가 받았던 차별과 갈등의 역사에 대해 알게 되었다. 또한 20C 초반의 서구 사회를 휩쓴 프로이트, 마르크스의 이론, 유대인에 대한 공공연한 혐오, 세계대전으로 인한 불안감으로 불안한 사회상도 읽을 수 있었다. 이를 통해 문학작품과 작가를 분석하는 과정 또한 매우 재미있다.

 

‘프로이트와 함께하는 세계문학일주’는 문학+프로이트의 정신분석+역사의 환상의 조합이다. 문학을 싫어한다든가, 프로이트의 이론에 동의할 수 없는 분 등을 제외하면 독서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이 아닌가 한다.

 

‘섹스 앤더 시티’를 보면서 재미있기도 했지만 참 이상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35세의 성공한 커리어우먼들이 날마다 파티를 즐기고 놀러만 다니는 것 같았다. 또한 사람보는 눈이 제법 날카로울법한 나이와 스펙을 가진 여자들이 그 도시에 이상한 남자들은 골라 만났다. 드라마라 과장된 것이라 생각했다. 무엇보다 결혼에 대해 회의적인 느낌을 받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결혼을 한다. 인간이 만드는 대부분의 문학, 글, 사상도 결혼을 찬성하는 입장이다. 그래서 결혼에 부정적이고 이상한 남자들과의 만남을 반복하는 주인공들을 보며 ‘저걸 쓴 사람은 왜 저런 이상한 드라마를 만들었을까?’하고 궁금했었다. ‘섹스 앤더 웨딩’을 보며 그 궁금증을 풀게 되었다.

 

‘섹스 앤더 웨딩’의 저자는 ‘섹스 앤더 시티’를 쓴 작가이다. 작가도 섹스 앤더 시티 못지 않은, 한국인으로는 상상하기 힘든 삶을 살았다. 섹스 앤더 시티는 과장된 상상이 아니라 뉴욕에 사는 미국인 여성의 실제 삶과 가까운 이야기였다. 저자의 직업은 극작가, 영화감독, 섹스칼럼니스트이다. 섹스 앤더 시티에는 작가의 첫 남편이 결혼 2년 만에 커밍아웃을 한 경험도 함께 녹아있다고 한다. 수많은 남자와 같이 잤지만 ‘사랑한다’는 말은 40세에 결혼한 두 번째 남편에서 처음 들었다고 한다. 두 번째 남편은 파티에서 만난 멋진 선수같은 남자였고, 나쁜 남자 타입으로 ‘난 결혼할 생각없다’라고 말하며 만났다. 섹스 앤더 시티에서 내가 이상하다고 여겼던 점이 한꺼번에 이해가 되었다. 섹스 앤더 시티와 같은 세계가 실제 있었던 것이다.

 

작가는 책에서 자신의 삶의 명암을 선명하게 드러낸다. 작가의 결혼 생활을 읽으며 든 생각이 ‘이 세상에 무조건 좋은 것, 무조건 나쁜 것은 없다’이다. 남편과 결혼 생활에 대한 진솔한 고백, 두 번의 유산과 아이를 가지기 위한 고군분투, 애완견, 이사, 가구, 부부 각자의 수입, 입양까지 작가가 겪은 크고 작은 이야기를 들으면서 든 생각이다. 살면서 남편이 더할나위 없이 좋을 때도 있지만, 얼굴도 보기 싫을 때도 있다. 애완견을 키우고 싶은 남편과 의견 차이가 있었지만, 결국 이 개도 가족의 일원이 된다. 두 번의 유산으로 작가와 남편은 큰 상처를 입지만, 귀여운 아이를 입양해 다시 행복한 생활을 보낸다. 행복한 생활이라도 작가 부부는 이것이 그들의 고정된 삶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언젠간 싱글로 돌아갈 가능성을 염두에 둔다. 삶이란 이렇게 좋은 것, 나쁜 것의 명암이 겹치고, 앞을 내다 볼 수 없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섹스 앤더 시티를 쓴 작가도 결국 결혼에서 행복과 삶의 의미를 찾게 된다. 결혼과 입양한 딸을 키우는 것은 작가의 삶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고, 다른 곳에서 찾을 수 없는 행복을 가져다준다. 결혼할 생각이 없다던 나쁜 남자 타입의 작가의 남편도 결혼을 하고, 아이를 정말 원했다. 역시 유흥이 아무리 즐거워도 가정과 자식이 주는 기쁨에 비할 바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섹스 앤더 웨딩’은 드라마 ‘섹스 앤더 시티’가 나온 배경을 엿볼 수 있는 책이다. 또한 한 사람의 결혼 생활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