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신경정신과 의사 빅터 프랭클이 나치의 수용소에 끌려간 3년간의 경험을 근간으로 씌인 책이다. 초판의 본래 원고로 수용소에 들어갈 때부터 나올 때까지의 경험을 기록한 1부, 후에 덧붙인 ‘로고테라피’라는 자신의 이론에 대해 간략히 설명한 2부, 다시 이론적인 부분을 보충하기 위해 덧붙인 실질적인 적용에 대한 3부로 세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다.

이 중 제일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1부이다. 수용소의 잔혹상도 잔혹상이지만 이것은 많이 알려져 있는 부분이기도 하고, 슬픈 이야기지만 남한사람이라서 북한 수용소에 대한 이야기도 익히 듣는 터라 크게 놀랍지는 않았다. 내가 주목하게 됐던 부분은 수용소가 인간에 미치는 영향과 그 모습에 대한 것이다. 미래의 한의사로 사람들의 신체뿐만 아니라 정신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수용소에 들어가는 사람의 심리 단계는 세 단계로 나뉜다고 한다. 처음에는 수용소에 들어갈 때로 열악한 환경 속에서 근거없이 괜찮아질 것이라는 망상을 하게 된다고 한다. 이것은 곧 깨지게 된다. 다음은 수용소에 있을 때이다. 사람들은 사람이 죽거나 다치는 것에 매우 무감각해진다. 음식과 수면이 부족한 이유도 있지만 살기 위한 방어기제라고 한다. 또한 이때 극도의 배고픔에 시달려 대화의 상당부분이 먹는 것 이야기로 채워진다고 한다. 아침에 받은 작은 빵을 아침에 다 먹는 것이 좋을까, 저녁까지 나눠먹는 것이 좋을까에 대해 길고 많은 토론이 이뤄졌다고 한다. 좋아하는 음식, 수용소에서 나가면 뭘 먹을 건지, 맛있게 요리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 하고 레시피를 교환한다고 한다. 마지막 세 번째 단계는 수용소에서 해방이 된 단계이다. 오랫동안 억압에 시달린 것으로 자신이 폭력을 휘두르는 것을 정당하게 생각하게 되는 사람이 있다고 한다. 고생 끝에 돌아왔으나 이웃들은 일상적인 그저그런 태도를 보이고, 사랑하는 사람이 이제 없기도 하다. 이 때문에 큰 비통함과 환멸에 빠진다고 한다. 수용소에 대한 이야기를 듣기는 했지만 수감자들의 정신적인 상태에 대해서는 처음 접하게 되었다. 이를 통해 사람들이 인내하기 힘든 정신적 고통에 직면할 때 대응하는 여러 가지 모습에 대해 알게 되었다.

그렇다면 고통의 해법은 무엇인가? 나치 수용소는 인간이 가진 모든 것을 빼앗는다. 과거 사회적 지위, 사랑하는 가족, 옷, 온 몸의 모든 털까지 밀게하는 것 뿐만 아니라 정상적인 사고와 감정 상태까지 빼앗는다. 하지만 저자는 이 때도 인간은 한 가지 자유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내 행동을 선택할 권리’이다. 이것이 인간이 마주한 고통의 해법이 된다. 똑같이 열악한 상황이지만 최종적으로 어떤 사람이 되는가는 개인의 선택에 달려있다. 어떤 사람은 고통을 견뎌내어 내적 성취를 이루고 고통을 통해 인생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이때 고통은 괴로움뿐만이 아니라 당사자가 더 강해지고, 정신적으로 더 높은 수준에 이르게 해주는 발판이 된다. 이 때 고통을 견뎌내기 위해 중요한 것은 고통을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에 연결시켜 끝없는 우울감에 빠지지 말고, 미래에 대한 기대와 자신의 존재 의미에 집중하여 고통에 초연해지고 자신의 모습을 찾는 것이다.

저자는 후일 극한의 상황을 겪으며 깨달은 인간의 모습과 고통을 극복하는 방법을 통해 자신의 ‘로고테라피’라는 이론을 세우게 된다. 정신질환을 치료할 때 환자의 미래에 초점을 맞추어, 환자가 삶의 의미를 대면하고 스스로 깨우치게 하여 정신적인 어려움을 극복하게 도와주는 방법이다. 이 이론에서 참 마음에 드는 점은 환자가 정신적인 고통을 ‘병’보다는 생의 의미와 연관지어 ‘실존적 고민’으로 본다. 정신적인 문제를 ‘정신병’이 아니라 ‘인간이 가지는 일반적인 갈등이 조금 과대해진 것’으로 본다는 것이다. 나는 심리학에 관심이 있어 평소 관련된 책을 보고, 신경정신과 수업을 듣고 있다. 심리학 서적과 신경정신과 교과서를 보면 나에게 관련된 증상을 여러 가지 찾게 된다. (이것은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이다.) 그리고는 내 정서적, 인격적 문제를 느끼고 자괴감이나 열등감을 느낀다.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정신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이 더욱 심할 것이다. 이러한 시점으로 정신적인 문제에 접근하는 것이 옳은 것일까하는 고민을 해왔다. 이에 대해 긍정적이고 발전적인 해답을 로고테라피라는 귀에 익지 않은 이론에서 만나게 되어 반가웠다.

‘죽음의 수용소에서’라는 제목에서 ‘죽음’의 의미는 사람에 따라 두 가지일 것이다. 당면한 고통에 꺾여버리거나 더 낮은 수준으로 추락하는, 퇴보를 의미하는 죽음. 고통을 극복하여 인생의 의미를 다지고 발전적인 모습으로 변하는, 과거와 달라진다는 의미의 죽음. 고통이 그 사람의 가치를 정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고통의 가치를 선택할 수 있다. 로고테라피에 대해 앞으로 더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치 수용소에 대한 책인줄 알았는데, 뜻하지 않게 좋은 이론을 알게 되었다.

 

내가 책을 읽으며 얻게 되는 것은 세 가지이다. 첫 번째는 새로운 것을 아는 것. 두 번째는 평소에 품었던 의문에 해답 얻는 것. 세 번째는 감정의 정화. 첫 번째와 두 번째는 내가 책을 읽는 주된 이유로, 읽을 책을 고르며 시작된다. 책 속에 들어 있는 내용은 내가 모르는 새로운 내용이라도 책을 고르는 시점에 어느 정도 짐작이 가능하기 때문에 첫 번째와 두 번째는 비교적 내가 의도한 대로 얻게 된다. 하지만 세 번째는 정말 우연히 온다. 나는 주로 역사, 철학, 심리학, 정신 수양에 대한 책을 읽는다. 한의사로서 환자의 정신적인 상태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런 책을 읽을 때 나는 사람들이 느끼고 생각하는 바를 관찰하게 된다. 내가 감정적으로 공명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소설은 감정적으로 사람을 동요시키는 경우가 많아 피곤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에세이는 잘 살자는 류의 비슷한 이야기가 지루하여 잘 읽지 않는다. 이런 독서 태도를 지향하기 때문에 세 번째를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적다. 그렇기 때문에 얻게 되는 것은, 길에서 보석을 발견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어느 날 나는 이 세 번째를 얻게 된다. 도서관을 지나는데 장영희 교수님의 에세이 집이 눈에 띈 것이다. 장영희 교수님이 암으로 돌아가시기 전, 조선일보에 많은 칼럼을 연재했다. 일상에 대한 에세이도 있었고, 교수님의 전공에 따라 영문학에 관련된 것도 있었다. 다른 사람의 칼럼은 지나쳐도 이 분의 칼럼은 꼭 읽었던 것이 기억에 났다. 내용이 너무 어렵지도 않고, 진솔하고 통찰력있는 글이 좋았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암투병을 위해 정기 칼럼을 쉬시더니, 돌아오셨다가, 다시 암투병을 위해 쉬시다가, 돌아가셨다. 그런 생각을 하며 아는 사람을 오랜만에 만난 것과 비슷한 기분으로 이 에세이 집에 손을 뻗었다.

이 책은 아침 햇살과도 같은 책이다. 아침 햇살은 매일 마주하는 하루 중의 일부이지만, 그 밝고 싱그러운 느낌은 언제나 특별한 느낌을 주며 우리를 신선하게 일깨워 준다. 책의 내용은 일상에서 교수님이 느끼신 생각, 마음이다. 자신의 게으름에 관해 느끼는 약간의 죄책감과 그래도 다시 게을러지기, 안타까운 일을 당한 지인에 대한 마음 등 누구나 겪었기 때문에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 많이 담겨있다. 내가 읽어왔던 역사서사에 비하면 대단히 특별한 것은 없다. 하지만 이 책을 읽는 동안 개인적인 사정으로 지쳤던 내 마음은 다시 밝아지고, 온 몸이 밝은 빛으로 차오르며 둔했던 머리와 무거웠던 몸이 다시 깨어나는 기분이 들었다.

그 이유는 인생을 바라보는 교수님의 시선에 담긴 사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교수님은 어렸을 때 소아마비를 앓아서 다리 한 쪽이 불편했다. 하지만 이 에세이나 그 동안 읽은 칼럼에서 다른 사람보다 몸이 불편하여 불이익을 받거나 상처를 받으며 산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은 적이 없다. 그래서 교수님이 자신의 장애를 언급할 때마다 되려 생소한 느낌이 들었다. 이 책에서도 자신의 암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도 차분하고 감동적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 읽는 사람이 불편하지도 않고, 크게 동정적으로 기울지도 않으며 교수님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게 글을 쓰셨다. 장애 때문에 일상에서 불편하거나 억울했던 일조차도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담담하고 감동적인 결론으로 끝을 맺었다. 보통 장애를 가진 사람이 쓴 글은 저자나 독자나 ‘나 같은 사람도 해냈으니 당신도 해낼 수 있다.’라는 메시지를 주고 받는다. 하지만 이 책은 다르다. 교수님은 ‘나 같은 사람’으로 글을 쓰지 않는다. 그저 따뜻한 사랑의 시선을 담아 일상을 아름답게 바라보는 법을 우리에게 알려준다.

또한 교수님이 독자에게 보여주는 태도에서 느껴지는 진솔함도 에세이의 감동을 더해주는 요소라고 생각한다. 교수님은 에세이를 연재하며 스스로 위로를 받았다고 한다. 특별한 글감이 없는 경우 자신의 마음을 진솔하게 풀어내며 다른 사람들이 교수님의 모난 곳까지 있는 그대로 받아주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물론 교수라는 자리의 권위 자신을 드러내는 것에 어색함도 느끼셨다고 한다. 많은 펜레터에 답신을 하기도 하며 자신의 글을 사랑해주는데 고마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교수이기도 하시고 글을 쓰는 지식인으로서 일반 독자보다 조금 높은 자리에 있다는 생각도 들기 쉬울 것 같은데 독자에 대한 인간적인 교감을 하셨다는 데서 그 진솔함에 감동을 받았다.

이런 교수님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니 내가 일상을 마주하며 신경쓰고 화냈던 일들을 웃으며 볼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생겨났다. 아무 일도 아니었거나, 돌이켜 보면 나쁘기만 한 것이 아니라 나름의 교훈을 가지고 나를 찾아왔던 일들도 있었다. 그렇게 생각하다보니 마음이 참 뿌듯하고 행복해진다. 같은 일인데 그 때는 화가 났지만 지금은 좋게도 생각할 수 있다니 신기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책의 제목처럼 이런 소소한 깨달음이 주는 즐거움이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내 옆에는 왜 이상한 사람이 많을까?’ 살면서 당연히 가지게 되는 의문점이다. 또한 친분을 공고히 하고 즐거운 시간을 가지게 해주었던 숱한 가쉽의 시간들이 떠오르기도 하는 제목이다. 책 첫 부분에서 제목에 대한 대답이 나온다. ‘이상한 사람 질량 보존의 법칙.’ 어느 정도의 사람이 모인 인간 그룹에는 이상한 사람이 반드시 존재한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이 불가피한 자연 법칙에 대응해 이상한 사람들을 어떻게 보고, 어떻게 대처해 나갈 것인가이다. 그것이 이 책이 다루는 내용이다.

 

이 책에는 12가지 이상한 사람들을 다루는 짧은 챕터가 나온다. 이 챕터를 읽어가며 내가 느낀 것은 소위 이상한 사람들은 외계인이 아니라는 것이다. 부처님이나 예수님처럼 신의 영역에 들어간 사람들이 아닌 이상은 모든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크든 작든 약하고 부정적인 부분이 존재한다. 시기, 질투, 나약한 자아, 공포, 불안감, 과도한 욕심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들을 적당히 제어하는 양심과 함께 태어난다. 여기에 더해 우리가 속한 인간 집단은 같이 살기 위해 예의와 상식이라는 공동체 도덕을 함양해준다. 이상한 사람은 정말 안드로메다에서 온 사람들이 아니다. 단지 누구나 가지고 있는 부정적인 부분이 과장되어 양심과 상식이 눌린 사람들일 뿐이다.

 

이상한 사람들의 모습은 내 안에서도 비슷한 것을 찾을 수 있기 때문에, 우리는 이들을 이해하고 대처해나갈 수 있다. 이들은 부정적인 부분이 과장된 사람들이다. 책에서 볼 수 있는 이들에 대한 무기는 대체로 ‘상식’으로 통한다. 이들은 충족되지 않은 자기 불만족이나 시기, 불안감 등은 다른 사람들에게 투사하고, 다른 사람들을 불편하게 함으로써 공허한 가슴 한 쪽을 채우려는 사람들이다. 피를 나눈 가족이라면 고쳐보려는 시도를 해도 좋다. 그렇지 않으면 멀찌감치 안전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상책이다. 그것도 아닌 자꾸 마주쳐야 하는 직장 동료나 동호회 회원이라면 대응을 해야 한다. 그들이 자신의 목적을 위해 만들어내는 규칙에 휩쓸리지 않고 내 머릿속에서 옳다고 외치는 의견을 따라간다. 그들의 취약한 감정을 자극하지 않고 사태를 유연하게 해결하는 얼르고 달래기, 주도권을 잡지 못하게 막는 정면 돌파의 수법, 다른 사람과 함께 대처하는 등 내 의견을 수행하는 방법은 때에 따라 다양하다. 많은 사람들이 실제 생활에서 쓰고 있는 방법들이다.

 

이 책을 읽으며 누구나 뜨끔한 기분이 들지 않을까 한다. 이상한 사람들을 묘사하는 부분에서 내 모습을 몇 번이나 찾았기 때문이다. 다행히 이 책에서는 말한다. 이상한 사람들의 공통점은 자신이 이상하다는 것을 모른다는 것이다. 만약 책을 읽는 동안 그런 생각이 들었다면, 그것은 독자가 그렇게 이상한 사람이 아니라는 증거라고. 그래도 경각심이 든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자연히 떠오르는 누군가가 되고 싶지 않다. 좀 더 정상적이고 상식적인 사람이 되고 싶다.

 

이 책은 사회에서 이상한 사람이 많은 이유, 이상한 사람이 생기는 이유, 이상한 사람들에게 대처하기 등 이상한 사람에 대한 전반적인 연구를 잘 전달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