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 보여’는 27세에 세계적인 성공을 거둔 계한희라는 디자이너가 쓴 책이다. 어떻게 27세에 성공을 할 수 있을까? 하는 호기심에 책장을 넘겼다.

 

저자는 이 책을 패션계에 입문하는 사람들을 위해 쓴 책이라고 한다. 그래서 저자가 어렸을 때부터 성장기는 길게 나오지 않는다. 국제 학교에 다니며 예술에 관심을 가졌던 일, 셑트럴 세인트 마틴스라는 세계 3대 패션스쿨에 입학했던 일 정도가 저자의 성장기이다. 저자가 패션스쿨에서 고군분투했던 일, 패션을 위해 공부했던 과정, 패션계의 상황, 패션쇼, 브랜드 론칭과 운영 저자가 패션을 해온 역사가 주된 내용이다.

 

저자는 영국에 있는 세계 3대 패션스쿨에 17세의 나이에 최연소 합격을 한다. 그리고 현재는 27세의 나이에 세계적인 디자이너이다. 마치 어렸을 때부터 축복을 받아 날개를 달고 훨훨 날아 자신에게 지정된 높은 자리에 착 앉은 것 같았다. 하지만 이것은 외부에서의 피상적인 생각이었다. 세상에 공짜는 없었다. 27세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들이 20~30년간 했던 노력과 고생을 10년에 몰아서 한꺼번에 하는 것이 필요한 것 같았다. 이것도 다른 사람보다 뛰어난 재능과 자신이 원하는 길을 주저없이 가리킬 수 있는 능력에 더해서이다. 재능+자신이 원하는 길을 착오없이 선택하는 능력+엄청난 노력=이것이 빠른 성공의 요인인 것 같았다.

 

디자이너가 되는 과정은 재능에 더해 엄청난 인내와 노력을 필요로 하는 일이었다. 저자가 다닌 패션 스쿨은 입학도 어렵고, 날고 긴다는 사람들이 들어온다. 입학한 인원 몇 백명 중에서 남는 인원은 60명뿐이다. 중도 탈락자가 되지 않으려면 열심히 공부하고 많은 스트레스에 시달려야 한다. 패션스쿨의 분위기는 치열했다. 상대방의 옷을 뜯거나 아이디어를 훔치는 것은 드라마에만 나오는 것인 줄 알았다. 작품은 교수와 다른 학생들의 가감없는 직설을 통해 평가받게 된다. 그 과정에서 노여움과 좌절을 이기지 못해서 그만 두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저자는 이곳을 졸업하고, 다시 같은 학교의 대학원을 간다. 이 대학원에서 입학 인원의 1/3만 졸업 패션쇼를 한다. 졸업생은 이 패션쇼를 한 자와 하지 못한 자로 다시 나뉜다. 저자는 다른 사람보다 어린 나이에 쟁쟁한 실력자들을 제치고 이 패션쇼를 하게 된다. 이 어려운 과정을 거치고 디자이너가 되도 일을 그만 두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저자는 디자이너로서 세계적인 인정을 받고 자신의 브랜드를 론칭해 운영하고 있다. 이 정도면 다른 많은 사람이 일생을 걸쳐 이뤄낸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이뤘다. 하지만 현실은 결혼한 신데렐라나 백설공주와 같이 간단하지 않다. 디자인에 더불어 기업 운영까지 더욱 바빠진다. 각종 인터뷰나 홍보 요청도 시간이 없어 어쩔 수 없이 거절할 만큼 바쁘고, 경영을 위한 지식도 쌓아야 한다. 해외로 판매를 할 때 법적인 문제나 환율도 고려해야 한다. 아무리 바빠도 디자이너니까 디자인을 위한 영감을 얻을 시간도 찾아야 한다. 숨 쉴 시간도 없이 바쁜 마음으로 달려야 한다.

 

이 바쁜 시간을 저자는 행복한 마음을 안고 달린다. 저자가 좋아하고 원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글로만 읽어도 힘든 일들을 이겨내고 자기가 좋아하는 분야에서 성공을 이뤘으니, 저자 스스로 얼마나 뿌듯할까. 그래서 제목이 ‘좋아 보여’인가보다.

 

공짜 성공은 없다. 성공하고 싶으면 자기가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분야에 죽기살기로 매달려라. 그게 내가 이 책에서 읽은 성공법이다.

 

 

‘그리스 로마 신화 그림으로 읽기’ 그리스 로마 신화의 등장인물과 함께 트로이전쟁과 오디세이아의 등장인물, 기타 유명한 학자, 영웅, 예술가들에 대한 간략한 이야기 소개와 관련 명화로 이루어진 구성을 가지고 있다. 그리스 로마 신화는 많은 명작의 소재가 되었으며, 그 중에 몇몇은 대중매체를 통해 우리에게 매우 친숙하다. 하지만 익숙한 소재인 그리스 로마 신화를 다루지만 그림에서 이 신들을 알아보기가 쉽지 않고, 복잡하게 느껴지는 여러 가지 상징과 함께 등장하는 경우가 많아 별도의 사전 지식 없이는 제대로 그림을 알아보기 어렵다. 이 책은 신이나 인물들을 그림에서 어떤 상징으로 통해 알아볼 수 있는지, 또 그들이 어떤 알레고리를 띄고 있는지 그림과 함께 설명해준다. 이런 설명을 시도하는 책은 일반 독자보다는 전공자를 고려하는 것인지 도상학적, 종교적, 역사적 의미를 나열하며 독자를 지치게 만드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은 들어가는 글에 나와 있듯 일반 독자의 감상에 무게를 두고 설명하여 초보 그림 감상자가 명화를 흥미있게 감상할 수 있는 내용에 대해 설명해 준다. 사랑의 신 아르테미스와 전쟁의 신 아레스가 같이 있는 그림은 사랑이 폭력성과 전쟁을 이긴다는 뜻을 담고 있다고 한다. 또한 에로스가 책이나 갑옷을 밟고 있는 것은 열정이 지성이나 세속적 권력을 이긴 것을 표현한 것이라고 한다. 그리스 로마 신화를 다룬 그림이란 아름다운 나체화 정도로 알고 있었는데 한 폭의 교훈이나 전달 사항을 담고 있는 것은 처음 알았다. 앞으로 그림을 좀 더 풍부하게 감상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림에 대한 설명을 위해 그림 옆에 신화나 이야기를 짧게 써 놓은 부분도 기존에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어 본 사람에게 관련된 신화나 이야기를 간략한 내용으로 되살려주면서 그림 감상에 방해되지 않아 작가의 역량에 감탄하게 만드는 부분이다. 또한 작은 사이즈의 책임에도 비중이 크지 않은 신이나 인물까지 꼼꼼히 실어두었다. 예전에 그리스, 로마 신화에 대한 어떤 이야기도 놓치고 싶지 않아 여러 출판사의 책을 읽었지만 이 책에서 꽤 많은 인물을 새로 알게 되었다. 잠자는 목동 앤디미온이나 디오니소스의 스승 술 취하고 배 나온 현인 실레노스 등이다. 어렸을 때 그리스 로마 신화를 재미있게 읽었던 사람이라면 이 책을 통해 어렸을 때 읽었던 책을 뒤적이지 않아도 옛 기억을 되살리는 동시에 새로운 이야기를 읽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성인기에 그리스 로마 신화를 다시 접하게 되며 그 당시의 시대상을 보며 현대인의 눈으로 다시 감상하는 것도 참 재미있었다. 대등한 관계로 연애하는 신화도 많은 동시에 납치를 통해 결혼하는 신화도 다수 존재하는 것이 그 중 하나이다. 아폴론이 다프네를 따라간 일, 하데스가 페르세포네를 강제로 끌고 간 일을 필두로 많은 남자들이 마음에 드는 여자를 강제로 끌고 가는 일이 신화에서 벌어진다. 남자가 여자가 마음에 들면 의사를 존중하지 않고 강제로 끌고가거나 추격하는데 (주로 신분이 높은 경우는 몰래 납치, 신분이 낮은 경우는 구애해 본 후 실패 시 끌고가는 형태이다.), 결과는 두 가지로 나뉜다. 결혼하거나, 여자가 식물로 변하는 것이다. 여자가 싫어하는 사람을 피하는 유일한 길은 사람이 아닌 존재로 변하는 것인데, 이 해법은 신화에서는 식물이 되지만 실제 세계에서는 죽음뿐이 아닌가. 심지어 식물로 변하기까지 하며 피하려한 상대는 미안함도 느끼지 않고 그 식물을 꺾어 월계관을 만들거나 피리를 만들어 자신의 상징물이라고 주장하는 경우도 많다. 고대의 연애는 현대와는 조금 개념이 달랐던 것인지 현대에서는 범죄에 가까운 것에 고대인들은 거부감을 크게 느끼지 않았던 것 같다. 현대에 비해서 거칠고 힘의 논리가 더 중요하게 작용했던 고대 사회에서 완력이 더 센 남자가 때때로 여자에 강제하는 경우가 있었으며, 여권이 낮았던 시대상에 맞물려 크게 문제되지 않은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또한 고대의 관념이 아직도 투영된 것인지 누군가 번역하며 무심코 쓴 표현이 고착화된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이 책을 비롯한 많은 책에서 제우스 불륜에 대한 헤라의 감정을 ‘질투심이 많다’, ‘질투’라고 표현한다. 남편이 다른 여자를 만나는 것에 화를 내는 건 ‘질투’가 아니다. 이 표현의 기원을 밝혀내서 현대적으로 ‘분노’나 ‘화’로 바꾸었으면 좋겠다. ‘그리스 로마 신화 그림으로 읽기’를 통해 즐겁게 신화와 관련된 명화를 감상할 수 있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간의 궁극적 목표는 진정한 자신을 찾는 것에 있지 않을까 한다. 주인공 에밀 싱클레어가 소설에서 하는 일이 바로 자신을 찾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자신을 왜 찾는가? 진정한 자유를 위해서이다. 많은 사람들이 눈에 보이는 감금과 같은 억압상태가 없는 것을 자유라고 생각한다. 인생 전반에 있어 타인의 시선, 가족들의 의견, 매스 미디어, 사회적 통념에 휘둘리며 말이다. 하지만 이는 소극적 자유이다. 적극적 자유는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머리로, 가슴으로 느끼며 내가 원하는 방향을 따라 사는 것이다. 이것을 삶에서 느꼈는데, 놀랍게도 이에 대한 담론을 여러 책에서 발견하여 내가 원하는 답을 찾아가고 있다. 내 삶의 주도권을 잃었을 때, 내 자유를 누리지 못할 때는 굴종만이 있을 뿐, 진정한 행복은 없다.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 어떤 사람인가, 이것을 정확하게 아는 것이 적극적 자유를 자신의 삶에 관철하는 첫걸음이다.

뉴에이지의 스승, 오쇼의 설명을 통해 데미안을 자신을 찾아가는 일에 대한 소설화로 이해해 보았다. 데미안에서 대다수의 사람들을 ‘아벨’, 자신에 대해 직감하고 그것을 찾아나서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은 실존적 자유를 누리는 자를 ‘카인’이라고 한다. ‘이해의 서’에서 저자 오쇼는 사람의 발달 단계를 세 가지로 이야기 했다. 아이-낙타-사자가 그것이다. ‘아이’일 때 사람은 순진무구하며, 자신의 욕구에 충실하며 항상 순수하고 기쁜 상태이다. 하지만 이 순수와 기쁨은 무지에서 오는 것으로 발전해야 할 필요가 있다. ‘낙타’는 대부분의 성인이 속한 상태로, 순수함도 잃고, 자신에 대해서도 무지하며, 외부에 끌려다니고 순응하는 존재로, 욕심과 불안에 시달린다. 하지만 낙타는 그저 부정적인 존재가 아니라, 사자로 가려고 하는 단계이기도 하다. ‘사자’는 마침내 자신을 깨달은 상태로, 순수하며 행복한 상태이다. 이는 아이와는 다르게, 완전한 각성한 자만이 누리는 높은 상태의 평화이다. 낙타는 사자를 두려워하며, 배척하기 쉽다. 자신의 굴종적인 상태를 깨닫게 하는 훌륭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아벨은 자신의 상태를 자각하지 못하는 낙타, 카인은 사자와 사자의 길을 가려는 낙타로 낙타들이 두려움의 작인을 찍은 자라고 생각해 볼 수 있다.

주인공은 유년기 때부터 자신의 행복하고 안온한 생활이외의 것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언제까지나 ‘아이’의 상태로 있을 수 없다는 것, 이 세상은 ‘낙타’의 세계라는 것을 직감하게 된 것이다. 이것이 카인의 증표를 가진 싱클레어의 재능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충격은 나도 미세하게 겪은 경험이 있다. 집에서 행복하게 보살펴지며 세상의 나쁜 것은 모두 저 멀리에 있는 줄 알고만 있었던 어린 시절을 지나 학교를 다니며 비열한 친구나 선생님을 맞딱뜨렸을 때이다. 이들이 나에게 있어서 프란츠 크로머였다. 그에 대한 싱클레어의 대응은 무력하다. 공포와 자기혐오에 빠진 채 굴복하는 것이다. 이것은 카인의 증표를 가진 사람이 준비없이 아이에서 낙타의 세계로 들어가며 맛보는 당혹감과 굴욕이다. 내가 알고 있던 기존의 세계관의 무력함과 함께 다른 세계관을 창조해야 함을 느끼게 되는 때이다. 이때 데미안이라는 소년이 나타나 그를 구해준다. 그는 어른스럽고, 어딘가 초월한 듯한 느낌을 주는 사람으로 어린나이에 이미 사자로 주인공의 영도자가 된다. 카인의 표시를 가진 싱클레어가 자신의 길, 사자의 세계에 대한 눈을 뜨는 순간이다.

하지만 사자가 되는 길은 쉽지 않으며, 심리적 방황과 고통으로 가득 차게 된다. 낙타 무리 속에서 낙타의 율법을 권유받으며 홀로 사자가 되는 것은 쉽지 않은 법이다. 이 과정이 소설을 읽으며 주목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싱클레어는 주인공으로서 사자가 되는 것에 성공할 것이며, 그 때 어려운 과정을 극복하는 법을 그린 것이 이 부분이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이미 아이일 수는 없고, 그렇다고 사자는 아닌, 낙타의 상태에서 괴로워한다. 그가 가진 카인의 표식이 낙타라는 것이 얼마나 불쾌한 일인지 마음 속에 끊임없이 일깨워주었기 때문이다. 가질 수 없는 것에 대한 반동으로 그는 방탕하게 사는 동시에 매우 괴로워한다. 이 생활은 사자이기를 갈망하는 싱클레어의 내적 욕구와 데미안의 영향으로 끝이 나고, 그는 자아를 찾아가는 일을 다시 시작한다. 데미안으로 인한 두 번째 구원. 이 부분에서 난 데미안을 싱클레어 내면의 진실한 본성의 대변인이라고 생각했다. 현실의 우리에게는 자신을 찾아가는 도중 어려운 일이 있을 때 데미안과 같은 신비한 조력자가 없어도, 내면의 진실한 본성을 통해 극복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에는 이상적인 영도자가 아니더라도 보조자는 존재한다. 피스토리우스, 크나우어 같은 사람이다. 하지만 이들은 결국 내 자신이 아닌 외부자이다. 반갑든 반갑지 않든 언제나 떠나보내야 한다. 싱클레어는 피스토리우스의 도움으로 성장하였으나, 그의 한계를 깨닫고 잠시 스승을 잃은 괴로움에 휩싸였으나 곧 자신을 스스로 들여다보며 성장하게 된다. 자기자신을 만들어가는 방편에 집착하지 않아야 하는 것이다. 마지막에는 외부자로서의 데미안도 죽음으로 떠나간다. 하지만 싱클레어는 데미안이 죽기 전에 말했듯이 자신의 내면에서 데미안과 같은 자신을 찾는다. 싱클레어는 사자가 된 것이다.

우리들 대부분이 자신을 알지 못하여 내면은 돌아보지 않고 외부에 눈을 돌리며 살아간다. 자신이 평생 할 일을 정하는 대학 진로를 부모님이 정한다. 그런데 부모님도 현재 인기 직종을 골랐을 뿐이다. 결정 과정에 당사자는 없다. 중요한 가치 기준인 ‘자신’이 상실된 모습, 심각한 일인데도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로 받아지는 경우가 현실에서 비일비재하다. 자신을 향한 내적인 시선이 상실되자 사람들은 외부로 눈을 돌려 그것만이 진실인 양 매달린다. 돈, 명예, 권력에 매달리는 것은 물론 여러 가지 오락과 친구로 분주하게 하며 외부에 의존적인 존재가 되어버린다. 이것은 외부에 내 삶에 대한 주도권을 내주는 결과를 초래한다. 나 스스로의 이러한 모습을 보고 심한 굴욕감과 분개함을 느끼기도 했다. 데미안을 통해 자신을 찾아가는 방법에 대한 실마리를 얻었다. 이를 통해 나 스스로 사자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