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술사 최현우씨의 책 ‘당신도 멘탈리스트가 될 수 있다’를 받아든 순간 최현우씨가 참 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검은 표지에 모락모락 피어나오는 칼라 연기를 보며 직업 정신과 재치에 찬사를 보낸다. 물론 표지에서 뭐가 나온다는 의미는 아니다. 받아보신 분들은 안다.

 

이 책에서 저자는 ‘멘탈리즘’을 소개한다. 나는 스타킹과 몇몇 방송에서만 저자를 봐서 멘탈리즘을 들어는 봤는데 무엇인지는 잘 몰라 그냥 마술쇼를 위한 트릭인데 심리를 활용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책에서 본 멘탈리즘은 그 반대이다. 이 책에서는 멘탈리즘을 ‘사람의 마음을 연구하는 심리학과 최면, 독심술, 말하기 트릭 등을 이용하여 사람의 마음을 읽는 것’이라고 말한다. 멘탈리즘은 심리학에 기초하여 그 일부가 마법에 사용된다. 그런 마법을 멘탈매직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책을 읽는 ‘당신’=나를 비롯한 독자들은 왜 멘탈리스트가 되고 싶은가? 심리학 책 좀 읽는다고 독심술이라도 알아지나? 어느 정도 그렇다. 지금 무슨 색이 떠오르는가? 에 대한 질문에 시간을 좀 주면 파란색, 즉시 물어보면 빨간색이라는 대답이 65%의 확률로 돌아온다고 한다. 사람들은 자신의 정신작용은 복잡하고 알기 어려운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은 매우 단순하게 움직이며, 암시를 통해 원하는대로 끌려올 수도 있다고 한다. 나는 심리학책을 좋아하는데, 읽고 나서 실생활에서 쉽게 바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이 이와 같은 행동 심리학이다.

 

나는 이 책을 센스 넘치고 흥미로운 행동 심리학 책으로 읽었다. 다른 책에서 본 것도 있었지만 이 책에서 처음 보는 재미있는 것도 많았다. 저자가 멘탈 매직을 하는 마술사이고, 일상에서도 항상 ‘어떻게 잘 속이지?’ 고민을 하는 사람이다 보니 학자나 경찰이 쓴 것보다 훨씬 더 재미있고 일상(위 분들은 연구나 범죄에 보다 더 연결 지으심)에 근접해서 쓰여진 느낌이 든다. 거짓말을 할 때 사람들이 하는 반응,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때 하는 반응, 화가 나거나 부정의 반응을 보일 때 사람이 하는 행동과, 이를 역이용하는 방법 등을 우리가 일상적으로 가지고 있는 내용과 맞물려가며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사람의 시선방향으로 어떠한 심상을 떠올리느냐도 유추할 수 있고, 동공으로 흥미여부를 알 수 있는 방법도 있다. 당장 늘 실행할 수 있다는 생각에 더 재미있다.

 

이 책에 최현우씨가 마술에 임할 때 드는 생각을 보며 재미있는 마법도 참 힘든 일이라는 것을 알았다. TV에 나오는 유명 마술사라도 어떤 마술을 올릴지 고민하고 연구하는 과정은 끊임없는 숙제다. 무대 위에서 공연하다가 정전이 되거나 무대 위 관객이 장난으로 거짓말을 하는 것처럼 예기치 못하는 상황을 당황한 기색없이 넘겨야 하는 능력도 필요하다. 노력도 많이 필요하지만 재능도 타고 나야 할 수 있는 일인 것 같다.

 

‘당신도 멘탈리스트가 될 수 있다’는 재미있고 내용도 알찬 행동심리학 책이다. 심리학을 좋아하는 사람, 일상에서 다른 사람의 마음을 더 잘 알고 싶은 사람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천둥꽃’은 19세기에 최소 36명을 죽인 엘렌 제가도라는 연쇄 살인마를 주제로 한 소설이다. 실존했던 여 살인마와 그로테스크한 프랑스 브루타뉴 지방의 미신이 만난 이 소설이다! 여름맞이 납량특집을 맞이하는 기분으로 읽기로 했다.

 

소설의 전개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같이 엉뚱하고 뜬금없는 기분이 든다. 단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동물과 카드가 나오는 밝고 즐거운 느낌이고, 이 소설은 살인과 무지가 판을 치는 음울한 느낌이다. 주인공 엘렌 제가도는 계속 사람을 죽인다. 뚜렷한 이유는 없고 계속 죽이는 것이 목적이다. 딱히 살인의 취향은 없어서 남녀노소 누구든지 손아귀가 닿는 대로 무조건 죽인다. 이 대단한 범죄인은 글도 읽지 못하는 무식한 시골 여자다. 그런데 신부, 의사, 박사 등 지식인 가정에서 범죄를 저지르고도 쫓기지도 않고 태연히 빠져나간다. 현대에 이런 범죄를 저질렀다면 부검을 실시하여 범행 방법을 알아내고, 범인 검거까지 일사천리로 이루어지는 이성적인 전개를 맞았을 것이다. 시대 탓인지, 소설의 설정 탓인지, 소설 속 19세기 사람들의 행동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동물들이 하는 것만큼 황당하다. 피해자를 보러온 의사들은 넘겨짚기 식 엉뚱한 진단과 황당한 처방을 내릴 뿐 독살근처에도 가지 못한다. 저 요리사가 살인마라는 말을 식탁 앞에서 들은 박사님, 요리를 먹고 장모님이 돌아가셨는데도 요리사를 그냥 떠나게 내버려 둔다. 자기 부인을 죽이고 자신을 좋아하는 양 기망한 살인마를, 몇 십년이 지나도 사랑한다는 황당한 남자도 나온다. 주인공의 절친인 노르망디 가발장수들의 등장은 더 말할 것도 없이 황당하다. 이런 황당함에 소용돌이 속에 사람들이 계속 죽어간다. 코미디인지, 참혹한 살인극인지, 주인공의 이동경로에 따라 살인은 계속 된다. 이따금씩 하는 실수가 인간적이다.

 

이 소설을 읽는 독자는 왜라는 질문이 필요없는 걸까? 그럴지도 모른다. 실제했던 저 살인마는 오래전에 죽고 없어 물어볼 수도 없다. 마지막 신부 앞에서는 자신을 보호했어야 했던 부모님이 미신으로 인한 공포에 둘러싸여 있어 자신은 그 공포 속에서 지냈고, 보호받을 수 없다는 느낌을 느껴 스스로 공포가 되기로 했다고 말했다. 나는 이 말에 공감은 가지 않는다. 주인공은 자신에게 잘 대해준 가족, 친척, 남자, 신부님, 주인집 가족을 죽였다. 보통은 자신과 함께 지내는 가족이라고 할 만한 가까운 사람이 사라지는 것이 진정한 공포 아닌가? 실제 엘렌 제가드는 소설 ‘테스’에 나오는 테스처럼 무식하고 허세있는 부모 및 인생에 도움이 안 되는 주위 사람들에게 피해를 받고 살았던 여성이었을까? 생각할수록 대답을 찾을 수 없는 질문만 하나씩 생겨간다. 그저 소설 속 그로테스크하고 이유없는 느낌을 즐겨야 하는 걸까?

 

‘천둥꽃’은 나에게는 황당한 느낌을 주는 소설이었다. 이유가 중요치 않은 전개와 음울한 느낌을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좋은 소설이 될 수 있을까?

 

한 나라가 쇠락하는 것은 절대 순간이 아니다. 짧게는 몇 십년, 길게는 백 년이상 그 시초가 배태되기 시작한다. 로마제국쇠망사에서는 로마가 쇠망한 이유를 로마가 가장 흥할 때부터 찾기 시작한다. 다른 사람이 정리해준 역사책을 보면 나도 한 나라의 흥망을 살피는 것이 어느 정도 가능할 것이라는 착각에 빠진다. 하지만 ‘한국의 신국부론, 중국에 있다’를 보며 나 자신이 내가 살고 있는 세계에 얼마나 무지한지를 깨닫게 되었다.

 

이 책에 따르면 팍스 아메리카나의 주인공, 미국은 속빈 강정이 되어가며 세계 패권을 서서히 잃어갈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나라를 실질적으로 부유하게 하는 것은 실질적인 가치를 생산하는 생산업이다. 현재 미국의 생산업은 해외로 떠나가고, 국가의 부채만 늘고 있다. 미국은 달러를 석유의 지불통화로 하는 방법으로 석유를 인질로 자국의 부를 유지한다. 중동의 전쟁에 개입하여 자국의 무기를 팔고, 세계에 자신이 국제의 평화를 유지한 대가를 요구한다. 미국이 정한 국제 규범을 어기는 경우는 가차없는 응징이 들어간다. 미국하면 떠오르는 부유한 백인의 나라(흑인이 대통령이지만)의 이면에는 대책없는 빚잔치와 이를 메꾸기 위해 다른 나라를 쥐어짜는 모습이 존재하고 있었다. 마치 로마가 한창 흥할 때 속으로는 내실을 점점 잃어가는 장면을 보는 듯했다.

 

이 책에 묘사되는 중국은 미국과 정반대라고 보면 된다. 외국에서는 공산주의, 위생불량, 엽기적인 범죄의 온상, 외국의 물품을 생산해주는 공장 정도로 낮게 보는 시선이 많다. 하지만 속은 다르다. 이 책에서 국력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정치력이라고 한다. 나도 동의한다. 체력이 좋고 지능이 높고 외모가 빼어나고 집안이 좋아도 결국 그 사람을 정의하는 것은 어떠한 정신 상태를 가졌냐 이다. 몸체를 이끌어나가는 것은 머리, 나라를 이끌어나가는 것은 정치이다. 중국의 정치 지도자는 5년간 지도자의 보좌, 실질적인 10년간의 통치를 한다. 나라의 목표를 설정하고, 무엇을 추진하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또한 현재 하청을 받은 제조업을 넘어 제품의 창의적인 설계와 개발의 단계로 들어서고 있다. 외주를 통한 외국의 기술을 흡수한 것이 주요 동력이 되었다. G1이 되기에 꼭 필요한 것 중 하나가 문화이다. 중국은 몇 천년을 전해 내려온 공맹과 노장, 주역, 손자병법이라는 우수한 문화를 가지고 있다. 여기에 세계 인구의 20%에 달하는 13.6억명의 인구, 미국과 유럽과 일본을 다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인구가 성장의 동력이 된다. 저자가 말하는 중국은 미국을 맹렬히 따라잡으며 일어서는 나라이다. 로마가 망하고 나서 그 자리를 차지하고 현재 유럽의 전신을 만들었던 것은 로마가 그토록 무시했던 야만인들이었다. 영원한 패권은 없다. 중국이 세계를 재패하여 중국의 정치, 문화, 경제력이 세상을 움직이는 새로운 세계 질서가 올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정세에서 한국이 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저자는 나는 용꼬리를 잡고 함께 나는 것이라고 말 한다. 역사적으로 중국이 강해지면 주위 나라를 침략했다. 현대는 군사력이 아닌 경제력이 될 것이라고 한다. 그와 동시에 13.6억명의 지갑이라는 기회도 생겼다. 저자가 주장하는 것은 중국 전문가이다. 중국에 살아보고, 중국을 잘 아는 한국 전문가가 있어야 한다. 가정의 실세인 여자와 아이들을 공략해야 한다. 중국에서 국가적으로 추진하는 도시화와 환경 산업에 발을 들여야 한다. 한국은 문화적, 지리적으로 밀접하여 중국인과 통하는 촉을 지녔다. 중국이 세계 패권을 잡는 것은 한국에게 중요한 기회이다. 이 시대적 흐름을 잘 타면 나라가 흥하는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망하는 것이다.

 

뉴스나 TV를 보며 안이하게 세계에 대해 어느 정도 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러한 시대적인 큰 흐름에 대해서는 생각도 해보질 않았다. 나의 무지가 느껴진다. 역사책 다시 읽어야 겠다. 사실 지금도 이 책의 내용을 잘 이해하지는 못한다. 이래서 100명 중의 1명이 세계를 움직이나보다. 이 책의 내용이 어려웠지만, 잘 읽었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