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 나와는 동 떨어진 이야기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장사라는 의미를 크게 보면 우리는 모두 장사를 하고 있다. 나의 능력을 거래해 돈을 받는 것이 직업이기 때문이다. 일본에 우노 다카시라는 장사의 신이 있다. 구석진 곳에 은둔해 있는 작은 가게를 키워내고, 자신의 점원들 수 백명을 독립시켜 가게 주인으로 만들었다. 장사의 신이 말하는 장사의 비결은 무엇일까? 나도 좀 더 장사를 잘 하고 싶다.

 

장사의 신은 현실에 근거한 기발한 긍정의 대가다. 가게가 작고 후미지면 가게만의 특색을 키우려고 노력하게 되고, 손님도 그 가게만의 독특한 매력을 느낄 수 있다. 맞은편에 큰 체인점 음식점이 생기면 그 쪽으로 사람들이 몰리며 내 가게 쪽으로 오니 좋은 일이다. 불량한 점원은 사람들이 불량한 것에 매력을 느끼니 좋다. 이런 점원이 바르게 되어 후배 점원들에게 자신의 사례를 이야기 해주면 더 좋은 교육이 된다. 고급스러운 음식을 절대 만들 수 없는 점원만 있으니 조금 어설퍼도 매력적인 음식을 만들게 연구할 수 있다. 말이 그렇지 이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가게가 후미지면 당장 손님이 적고, 거기에 큰 가게가 생기면 매출이 떨어질 수도 있다. 저자는 이런 불리한 상황을 긍정적으로 보고, 실제 긍정적인 결과를 도출해내는 놀라운 능력을 가졌다. 안될 것 같은 것을 되게 하는 것, 이것이 바로 사람들이 보통 할 줄 모르는 일로 신의 능력이라 할만하다.

 

그가 장사의 신이 된 다른 방법은 사람의 마음을 즐겁게 하는 것이었다. 그는 장사를 잘 하는데 목 좋은 가게나 맛있는 음식보다 가게 주인으로서의 마음가짐, 손님을 즐겁게 해주는 법에 주목한다. 가게 주인 스스로 업장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즐거운 마음으로 좋은 가게, 즐거운 가게를 위해 궁리해야 한다. 손님의 입장에서 손님을 즐겁게 해준다. 가게 주인이 즐거운 마음을 가지고, 손님을 즐겁게 만드는 것, 이것이 장사의 신이 제시하는 장사의 방법이다. 옛부터 사람의 마음을 얻으면 천하를 얻는다더니, 그의 장사 철학도 이런 진리에 통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장사란 사람을 상대하는 일이다. 손님의 마음을 잡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데 이런 본질보다 목 좋은 자리나 좋은 인테리어 같은 외양에 눈을 빼앗기기 쉬운 것이 사람이다. 우리가 자신이 가진 능력을 쓰는 것도 사람의 마음에 초점을 맞추면 성공하기 쉬울 것이다. 외양이나 스펙보다 중요한 것이 상대의 마음이다. 아직 경험이나 연식이 짧아 장사의 신이 말하는 교훈을 다 소화 시키지는 못했다. 마음속에 잘 새기고 살아야겠다.

 

그리스 비극의 주인공은 고위한 신분을 가지고 여러 나라를 좌지우지 하는 영웅, 왕족, 귀족, 신의 자식들이다. 실존 인물이었던 아니던 이야기 속에서 한 시대를 풍미하였던 이들도 운명지워진 비극을 피해가지는 못한다. 비극은 개연성있게 찾아오지 않는다. 비극적인 운명에 빠질만한 나쁜 사람이라서 그런 절망적인 일을 겪는 것이 아니다. 그저 한 신이 변덕을 부려 운명 앞에 쿵하고 떨어지는 것이 비극이다.

 

그리스 비극 뿐만 아니라 현실에서도 사나운 자연재해나 무서운 인재가 예기치도 못하게 사람목숨을 쉽게 앗아가는 광경은 내 마음속에 두려움을 만들었다. ‘사람이 아무리 과학을 발전시키고 똑똑해지고 날고 긴다 해도 어쩔 수 없이 쓰러지게 만드는 운명이 있구나.’

 

‘쿵쿵’이라는 책은 도저히 살아나올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던 고통의 시간을 보낸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책에 실린 분들이 겪었던 병마의 고통은 정말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것 같다. 의사 선생님이 생존이 어렵다고 말하는 암 진단, 병으로 인한 고통스러운 통증, 무시무시한 항암치료와 수술로 인한 통증. 병으로 인한 고통도 무서웠지만 정신적인 타격도 어마어마 했다. 내가 왜 이런 병에 걸렸을까라는 생각에 드는 억울함, 분노, 괴로움, 슬픔. 병에 걸린 자신의 모습을 다른 사람에게 보이기 싫고 스스로에게 드는 혐오감. ‘예기치 못한 비극’. 내가 그리스 비극이나 뉴스에서 봐왔던 비극의 순간들이었다.

 

하지만 이 책이 그리스 비극과 대형참사와 다른 점은 이 책에 나오는 분들은 그 병을 이겨냈다는 사실이다. 저승사자 같은 병을 떨쳐내고 살아낸 분들이 이렇게 많고, 건강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자체도 감동적이었다. 병을 이겨낸 분들의 의지와 노력도 강했지만, 내 눈에 들어온 것은 환자들의 주위 사람들 이었다. 어렵게 병마를 이겨낸 분들 옆에는 항상 가족과 가족이 아님에도 진정으로 위해주는 주위 사람들의 사랑이 있었다. 그 분들은 병에 걸린 분들이 얼마나 보기 싫은 모습을 보이느냐에 괘념치 않았다. 가족이니까, 혹은 신앙인으로서 다른 사람을 돕겠다는 마음으로 병에 든 분들을 돌보았다. 그런 대목들을 보며 우리 모두는 참으로 값진 선물을 많이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를 사랑해주는 가족, 나를 위해주는 친구들이 있으니까 말이다.

 

어려운 병을 이겨낸 분들은 이제 그 어려운 병을 인생에 잠시잠깐 다녀가는 손님이라고 말한다. 인생에 어려운 일이 한 번 지나가 자신의 인생을 다시 한 번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고. 그 분들이 겪었던 고통을 생각해보면 평범한 일상과는 너무도 어울리지 않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이 책에 나오는 분들은 어려운 일을 의지와 사랑으로 이겨내며 비극을 인생경험의 한 토막으로 만든 힘을 보여준다. 모두 건강관리를 잘 하셔서 오래오래 행복하게 사셨으면 좋겠다.

 

비극. 인생에서 예고도 없이 불쑥 찾아오는 대재앙. 하지만 이를 이겨낸다면 무시무시한 대재앙이 아니라 인생에 다녀간 손님이 된다. 비극을 이겨내는 힘은 의지와 사랑이다. ‘쿵쿵’이라는 책으로 큰 감동을 느꼈다.

 

‘왜 사는가?’. 현재 전세계적으로 사람들이 추구하는 것은 끊임없는 소비이다. 더 좋은 것, 새로운 것을 사는 데서 기쁨을 느끼고 우월감을 느낀다. 심지어 자신의 의미마저도 좋은 물건을 사는데서 찾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이러한 삶은 욕구불만과 폭력을 내재하고 있어 행복과 편안함이 아닌 긴장과 불편함을 초래한다.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을 폭력적인 경쟁을 통해서라도 얻어야 잠시나마의 만족이 얻어지는 삶, 결코 행복할 수 없다.

 

저자는 이러한 삶의 궁극적인 해법을 고대의 세 현자에게 찾는다. 제목과 같은 소크라테스, 예수, 붓다가 세 현자이다. 그들은 모두 글로된 기록을 남기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가르침은 천 년이 넘도록 전해 내려오고, 출판된다. 현자들의 가르침이 시대를 넘어서는 진리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크게 두 파트로 구성된다. 처음 파트는 세 현자의 삶에서 읽을 수 있는 그들의 삶의 방식, 태도, 철학, 다음 파트는 세 현자의 철학이다. 세 현자의 삶은 앞에서 짧게 다루어지고 철학 부분이 길 줄 알았는데, 삶을 다루는 부분이 이 책의 2/3 정도 된다. 세 현자가 어떤 삶을 살고 어떤 생각을 하는 사람이었는지 깊숙이 다가들고 직접 탐구해보고 싶은 저자의 의도가 있지 않은가 한다.

 

세 현자는 물질적인 것에 구애받지 않았다. 소크라테스는 귀족자제를 가르치면서도 수업을 대가로 돈을 받지 않았다. 반대파들은 그를 거지같은 몰골이라고 조롱했다. 하지만 즐거운 식사초대는 마다하지 않았다. 예수는 남루한 행색으로 다녔다. 붓다는 지지자들로부터 거처와 수발을 받으며 연꽃 향이 나는 방에서 머물고 화려한 식사도 했다. 그들은 원한다면 한 곳에 머무르며 높은 자리에 올라 호화롭게 살 수도 있었다. 하지만 고생을 하며 떠돌아다녔다. 좋은 음식, 좋은 거처, 화려함을 즐길 줄도 알고, 이것들을 미련 없이 버리고 떠돌아 다닐 수도 있는 사람들 이었다. 그렇다면 이들이 추구한 것은 무엇일까?

 

저자는 세 현자들은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궁극적으로 공통지점이 있다고 말한다. 그들이 추구하는 것은 정신적인 자유로움, 해탈이었다. 자신이 이루어내고, 다른 사람들도 깨우쳐 주기 위해 떠 돌아다녔다. 또한 세 현자가 추구한 것은 타인에 대한 사랑과 자비였다. 자신의 뛰어남을 가지고 으스대거나 다른 사람을 혼내지도 않았다. 전해 내려오는 일화들을 보면 놀라울 정도의 사랑과 자비로 다른 사람을 대하고 교화시켰다.

 

정신적인 자유, 소유에 얽매이지 않음. 타인에 대한 사랑과 자비. 생각 만해도 마음이 부드러워지고 몸이 편해진다. 하지만 이런 편안함이 어렵고, 경쟁과 소비가 오히려 편하고 쉬운 것이 참 이상하게 느껴진다. 이런 책을 읽으면 삶에서 추구해야 하는 길이 보이는 듯한데, 평소 습관이 쉬이 버려지지 않는다. 어떤 심리학자가 인간의 뇌는 계속 잊어버리니 자신의 인생의 목표도 계속 상기시켜줘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당장은 큰 변화가 없더라도 이런 좋은 책을 계속 읽으면 내 뇌도 서서히 변화할 것이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