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이십대 청년이 세계의 아이들을 돕기 위해 설립한 ‘약속의 연필’. 어려운 이웃을 도와야지 하는 생각을 하더라도 대부분 기부 정도에 그친다. 게다가 전도유망하고 고액을 약속 받은 커리어를 뒤로 하고 이십대의 나이에 직접 재단을 설립하고 운영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애덤 브라운이라는 청년은 어떤 생각, 어떤 과정으로 이런 일을 하게 된 것일까?

 

글을 읽으며 그는 참으로 잘 자란 건실한 청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이 넘치면서도 엄격한 좋은 가정에서 자라나 정서적으로도 건강하고 현명하며, 건강하다. 홀로코스트를 비롯해 다른 나라로 밀항을 하는 등 어려운 과정으로 통해 훌륭한 삶을 부여받은 자신의 사명을 생각하고 실천에 옮기려는 속 깊은 청년이다. 끊임없는 도전 정신으로 많은 여행, 많은 경험을 추구하는 청년이기도 하다.

 

훌륭하게 자란 청년은 좋은 주위 환경을 기반으로 뉴욕의 사업가로 금전적으로 성공적인 삶을 살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내면의 목소리를 따라 자신의 삶을 살아간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자신이 좋은 나라, 좋은 가정, 건강한 신체를 타고 난 것에 대해 자신이 이런 행운을 누릴 자격이 있는가란 의문에 괴로워 했다고 한다. 또한 증권가에서 고액의 연봉이 보장된 직장 생활에서는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의미없고 재미없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이런 생각 중 영적인 행로를 위해 인도에 간다. 세상에서 제일 가지고 싶은 것이 연필이라는 한 아이. 저자는 그간의 여행 경험과 함께 여기에서 세계의 어린이들을 위할 수 있는 사업을 하나 떠올린다.

 

그가 세운 재단은 ‘약속의 연필’. 경제적으로 뒤처진 나라의 아이들에게 학교를 세워주고 연필을 쥐어주는 단체이다. 이 단체를 설립하고 운영하는 일에는 우여곡절도 많았다. 처음 다른 사람들과 함께 모두 본 직업은 따로 두고 파트 타임으로 이 단체를 설립한 것부터 조정이 필요했다. 일생 근면하고 성공적으로 살아온 저자에게 단체에 기부를 받는 것은 마치 구걸을 하는 것 같아 부끄러웠다. 스스로 이 기분을 극복하고 자신감을 되찾으려는 노력도 있었다. 대학 강연을 나갔는데

 

그는 스티브 잡스 같은 독단적이고 카리스마 넘치는 리더가 아니다. 사랑으로 가득 찬 마음으로 다른 사람들을 위하는 리더이다. 약속의 연필의 수혜자는 아이들 뿐만이 아니다. 이 단체를 운영하는 사람들 스스로 젊은 리더로 커간다. 젊은 리더인 저자도 이 사람들 속에서 함께 커 간다.

 

‘연필 하나로 가슴 뛰는 세계를 만나다’를 읽으면서 감동도 많이 받았다. 제목처럼 읽는 사람의 가슴을 뛰게 하는 내용이다. 넘치는 열정과 타인을 향한 선의가 이 책에 들어있다.

 

 

 

‘바람에 날리어’는 중학교 1학년 때까지 식민지인 한국에 살다가 패전 후 일본으로 건너간 이츠키 히로유키라는 일본 문인의 에세이 집이다. 표지는 다소 차가워 보이지만 별이 빛나는 야경 그림이다. 띠지는 제목과 맞춰 바람에 머리를 날리며 약간 쓸쓸한 표정으로 정면이 아닌 저 쪽을 바라보는 작가의 사진이 실려 있다.

 

우리나라를 식민지 해버리고 착취하여 산 일본인들. 그들 중 조선을 착취하겠다는 나쁜 의도를 품고 온 것이 아니라 타국에서 좋은 기회를 준다는 국가의 선전을 듣고 따라 들어온 사람들도 있다. 어린 나이에 조선에서 산 작가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들은 그 사실에 대해 어떤 생각, 어떤 느낌을 가지고 있을까? 나처럼 이런 호기심에 이 책을 집은 분들도 있을 것이다.

 

이 에세이 집은 작가가 생각하고 느낀 것을 기록한 짧은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다. 식민지에 대해 그는 나중에 어른이 되어 정당한 일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그는 이런 결론을 크게 다루지는 않는다. 식민지 조선에서의 생활이 그에게 좀 더 큰 영향을 미친 것은 고향의 상실이다. 일본인으로서 일본에서 살아가지만 그의 유년 시절은 조선에서 이루어졌다. 방학 때마다 방문한 일본은 되려 불편했다. 그는 이북에 고향을 두고 온 실향민처럼 애달프게 조선을 그리워하지는 않는다. 어디까지나 남의 땅, 내 나라가 아니라는 생각이 있기 때문이다. 엄연한 고향이면서 이국인 조선, 이는 그의 글 전반에서 묻어나는 상실감의 기저를 이루는 경험 중 하나일 것이다.

 

글을 읽으면 그가 외국을 나가거나 취직을 하거나, 대학에서 퇴학을 당하는 등 그가 인생을 살며 겪었던 일에 대한 회고가 나온다. 나는 어떤 글이든지 쓸쓸한 느낌이 들었다. 심지어 기쁨 마저도 쓸쓸함을 잠깐 스쳐가거나 쓸쓸함과 교차되는 느낌이다. 자신의 허영심이나 유럽과 백인의 우월의식 앞에 자신이 느끼는 부끄러움 등은 다른 사람들도 많이 겪어봤을 일이다. 예민한 감수성과 지성 때문이기도 있겠지만, 도대체 이 사람은 왜 이렇게 쓸쓸한 감정을 많이 느낄까.

 

패전 후 크지는 않아도 재산을 뒤로 하고 힘들게 탈출했던 것, 전후 일본의 인플레이션으로 돈이 휴지 조각이 되었던 것, 너무 가난해 항상 궁핍했던 기억과 같이 상실, 부족이 작가의 내면에 깊이 자리 잡은 것 같다. 돈이 손에 있으면 언제 가치가 떨어질지 모르니 얼른 물건을 사러 나가고, 돈의 가치를 믿을 수 없어 차라리 작업화나 천으로 지불해주었으면 하는 부분은 우스우면서도 ‘인플레이션이 이렇게 사람한테 큰 영향을 미치나?’하는 생각도 든다.

 

‘바람에 날리어’란 제목은 작가가 느끼는 삶을 옮겨 놓은 것 같다. 세상이 흐르는 대로 밀리며 약간 추운 바람을 맞으며 사는 것. 식민지 조선에 대한 이야기는 기대보다 많지 않다. 하지만 그 속에는 이국의 풍경, 흥미로운 관찰, 일반적인 감정에 대한 고찰, 예민한 감수성 등 삶에서 간간이 뒤돌아볼 만한 이야기들이 들어있다.

‘인류학자처럼 여행하기’란 책의 제목에는 인류학과 여행이라는 단어가 모두 들어있다. 재미있을 것 같고, 어떤 내용인지 궁금해진다. 그래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이 책의 내용은 1부는 인류학자로서, 한 사람의 개인으로서 인류학과 여행에 대한 의견을 다루고, 2부에서는 더 좋은 여행, 혹은 인류학자로서 현지조사를 위한 지식이 담겨 있다.

 

최근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해외 여행과 수많은 여행객들에 대한 저자의 시선은 약간은 삐딱하다. 대부분의 사람이 가는 여행의 동기마저 어디서 나오는지 출처가 불분명하다. 유행하니까, 여유있는 삶을 사는 사람이라는 표시로서 라는 불분명한 이유로 수 많은 사람들이 비교적 많은 돈을 투자하며 해외로 나가고 있다. 새로운 경험으로 많은 것을 배우고 다시 태어났다는 주장에 대한 저자의 답변은 글쎄이다. 이렇게 주장하는 글이나 사람을 보면 되려 타지의 외국인들 속에서 자신에게만 집중하여 피상적인 감상만 얻어가지고 오는 경우도 다수다.

 

저자 스스로 인류학자의 중요한 연구 방법 중 하나가 현지 조사라고 했다. 서로 다른 문화적 차이를 깨닫고 그 너머 나와 같은 그들의 모습을 보는 것에 현지에 가서 직접 살아보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 해외에서 어설프게 이방인이라고 티를 내는 것이나, 현지인인양 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생각없이 갔다가 생각없이 오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그렇다면 저자가 제안하는 좋은 여행방법은 무엇일까?

 

2부에서는 여행을 위한 지식과 팁들이 등장한다. 저자가 인류학자라는 특성상 관광 여행이 아닌 모든 것이 불편하고 때로는 위험하기 까지 한 오지를 다녀본 경험도 묻어나서 일반적인 여행기보다 많은 팁과 소소한 이야기가 있다. 여행 중 용변을 어떻게 처리하는지는 브로슈어에 나오지 않는다. 여성들은 현지의 여성들의 풍습을 좀 더 주의하는 것이 좋다. 열 살짜리 여자아이들이 자기들 끼리 다니는 곳은 치안이 비교적 안전하다. 침대 시트에 피가 있으면 그 침대에는 빈대가 있을 것이다. 여행의 의의를 제대로 살리려면 철두철미한 노트가 필요하다. 등 독특하고 유용한 정보가 많다. 인류학자가 아니더라도 남들이 많이 가보지 않은 곳, 관광지가 아닌 곳을 가고 싶은 분들은 2부에서 도움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이 책을 읽으며 저자도 다른 사람들의 여행뿐만 아니라 자신의 현지조사에서 자신이 얻을 수 있는 연구결과나 의의를 고민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현지조사에 대한 고민으로 다른 사람들의 여행을 관찰하고, 의견을 내며, 자신의 현지조사에 대한 노하우를 만들지 않았을까 한다.

 

‘인류학자처럼 여행하기’는 세계를 여행하는 인류학자가 말하는 여행의 의의, 좋은 여행법에 대한 노하우 모음집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