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과 한의학, 치료로 만나다.’ 한의학을 인문학과 연결시키고, 이를 치료에 이용하는 내용의 책이라는 생각이 드는 제목이다. 평소 한의학은 철학과 생체 공학이 접목된 흥미로운 학문이라고 생각한다. 저자가 요즘 유행하는 인문학을 어떻게 한의학과 접목시켜 흥미롭게 풀어낼지 기대하며 책장을 넘겼다.

 

저자의 약력이 특이하다. 20대에 법학을 공부하여 사시를 준비했다. 30대에는 신학을 공부했다. 40대에는 수능을 다시 쳐서 한의대에 들어가 한의사가 되었다. 보통 20대에 사시에 실패하면 30대에 들어서 취직을 하는데, 이 분은 수능을 친 40대, 현재 한의사로 살고 있는 50대까지 학문을 추구한였다. 머리가 참 좋고 공부를 좋아하는 분이며, 자신이 추구하는 바를 끝까지 밀고 나가는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현대의 자본주의 패러다임, 그에 맞춰 춤을 추는 인문학, 심리치료, 종교, 의료시장을 비판한다. 돈이 최고라는 이름 아래 진정한 치료, 진정한 인문학, 진정한 진리를 추구하는 어려운 길은 뒷전으로 나앉는다. 대신 사람들의 아픈 마음, 아픈 몸, 공포를 이용하여 눈가리기 식 상담, 멘토, 치료로 돈을 불려나간다는 것이다. (직접적으로 이름이 거론되는 유명인사도 있다. 이런 내용을 출판해도 괜찮은 건지는 모르겠다.)

 

저자의 의견이 맞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저자가 말했듯이 ‘본인의 선입견을 먼저 적용하여 본질을 보지 못하는’ 부분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일방적으로 매도하는 것 같아 읽으면서 불편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스스로 가치 없다고 여기는 내용에 지면을 이렇게 할애할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다면 저자가 한의학적 치료에 연결시키는 인문학은? 원효사상을 필두로 빅터 프랭클의 로고테라피, 예수와 붓다의 사상이다. 빅터 프랭클은 정신과적 치료를 크게 두 가지로 나눈다. 약물을 투여해야 되는 병, 약물이 아닌 로고 테라피를 동원하여 심리적으로 접근해야 하는 병.(물론 두 가지가 병용되는 경우도 있다.) 저자는 심리적으로 접근하여 환자를 치료하는 방법을 추구하는 듯했다. 이 심리학적 접근에 이용되는 것이 예수와 붓다의 사상을 한반도 식으로 풀어낸 원효의 화쟁 사상이다. 세상은 두 가지 측면이 공존하는 곳이다. 이 측면을 충돌없이 인정하고 이끌어갈 수 있는 인문학적 이론 구조를 제공하는 것이 화쟁 사상이다.

 

저자는 자신있게 책을 내어 자신의 생각을 풀어내고, 자신의 상담법에 이름을 지어놓기도 했다. 실제 치료에 성과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나 개인적으로는 그리 감명깊은 책은 아니었다.

여자라면 누구나 미인이 되고 싶다. 그래서 비싼 옷, 특이한 옷, 화장법에 시간을 들이기도 하고, 전신마취를 하고 의사들이 내 몸에 칼을 대는 무서운 일을 감행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어디서나 본 얼굴이라 던가 된장녀라는 비난이 쏟아지기 십상이다. 그리고 아무리 노력을 한다 해도 원판불변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다. 그래서 미인은 타고 나는 것이고, 개인의 노력은 본인이 타고 난 수준에서 오가는 것이라고 생각을 했다. 그러다가 본 책이 ‘미인 수업’이다. 미인이 되는 수업이라니, 기대된다.

 

미인 수업의 저자는 모델로 실제 미인이 되는 수업을 운영 중인 사람이다. 그가 말하는 미인의 개념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생각하는 미인의 개념과는 조금 다르다. 우리가 생각하는 미인은 말 그대로 전지현과 같이 예쁘고 늘씬한 사람이다. 저자가 말하는 미인은 아름다운 사람이다. 외모를 소중히 여길 뿐 아니라, 긍정적인 사고와 스스로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생활태도로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경탄을 느끼게 하는 사람이 그녀가 말하는 미인이다.

 

그렇다면 그녀가 말하는 미인은 어떻게 될 수 있을까? 그녀가 말하는 방법은 외모와 몸매 뿐 만 아니라 라이프 스타일을 포괄한다. 그 여러 가지를 하나로 묶어서 말한다면 ‘미인의 마인드를 가지고 행동하라’이다. 스트레스는 외모 뿐만 아니라 태도와 이미지를 망치는 적이다. 스트레스를 초래하는 사람, 사고방식을 지양하고 나에게 힘을 주는 사람들과 만나며 편견없고 긍정적인 마인드를 유지한다. 이를 통해 외모의 상태가 좋아질 뿐만 아니라, 항상 신선한 분위기를 풍기는 사람이 될 수 있다. 몸매 관리도 중요하지만, 평소의 자세도 참 중요하다. 새우등을 한 자세에서 긍정적인 자신감은 느낄 수 없다. 항상 바른 자세를 유지하면 좋은 몸매, 건강, 정신을 유지할 수 있다. 가방의 무게가 가벼워질수록 아름다워 진다는 이야기도 있다. 쓸데없는 물건을 넣은 무겁고 큰 가방은 쓸데없이 붙은 지방처럼 스타일을 살리는데 방해가 된다. 가방을 잘 정리해 스타일을 살린다면, 스스로 정리가 잘 된 사람이 된다. 설득력이 있는 이야기이다. 명품 매장에서 명품을 많이 입어보거나, 비싼 호텔에서 차를 즐기라는 이야기도 있다. 고급스러운 취향을 키우고, 이를 내면화하여 아름다워지는 방법이다.

 

‘미인 수업’에서 말하는 미인이 되는 방법은 억지스럽거나 과도하지 않다. 자신이 가진 내면과 외면의 아름다움을 끌어올릴 수 있게 도와주는 방법에 대해 쓰여 있다. 여자라면 한 번 쯤 읽어보면 좋은 책이다.

 

대중들에게 많이 알려진 정신병 중 하나가 정신분열증이다. 강박증, 조울증, 거식증, 공황장애 같은 병에 걸린 환자는 정상에 가까운데 병적인 괴벽이 하나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반면, 정신분열증은 말 그대로 정신이 분열되어 버려 온전한 정신을 가진 사람이 아닌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 부분 중에도 정상인과 같은 부분이 있을 것이고, 산산이 조각난 부분도 있을 것이다. 정신분열증이라는 병의 이름만 들어보았을 뿐이라 짐작이 안 간다. 그러다 알게 된 ‘난 너에게 장미정원을 약속하지 않았어’라는 책. 이 책은 정신분열증에 걸린 작가의 자전 소설이다. 새로운 세계의 문을 열고 들여다 보는 기분으로 책을 보았다.

 

주인공인 16세 소녀 데버러는 정신분열증 환자다. 자신의 머릿속에서 만들어낸 ‘이르’라는 세계와 현실 사이를 오간다. 그 경계는 분명하지 않다. 이르 세계 속에 푹 빠져 있기도 하고, 현실 세계에 돌아와 있기도 하고, 그물 같은 막을 통해 중간에 있을 때도 있다. 이런 이르 세계에 대한 묘사들은 얼핏 내 상상으로 따라잡기 어려운 부분도 많았다. 그 세계에는 여러 신들과 고유의 언어가 존재한다. 그 신들이 데버러에게 말을 걸고 감시하기도 한다. 이 신들의 대사도 내 머리로는 ‘이게 무슨 말이야?’란 생각이 드는 부분이 많았다. 그 세계에서 데버러는 왕족이었지만, 이제는 나쁜 곳으로 내 쳐졌고 감시당한다. 본래 머리가 좋고 그림을 잘 그리는 데버러는 정신분열증이란 상황에서도 정교하고 환상적인 망상을 일으킨다.

 

데버러의 병의 근본은 출신과 성장과정에서 비롯되었다. 데버러는 어렸을 때 요도 종양을 제거하며 여자아이로서 수치심, 모욕감, 끔찍한 고통을 겪었다. 여기에 덧붙여 외할아버지와 어머니의 왜곡된 기대, 그로 인한 아버지의 비참함, 유대인으로서의 모욕은 데버러의 어리고 예민한 정신이 감당할 수 없었다. 그로 인해 상상력이 풍부한 데버러는 상상의 세계를 만들고 그 속에서 여왕이 되어 현실을 도피한 것이다. 발단과 결과를 보니 정신분열증 역시 정상인에게서 크게 동떨어진 괴물 같은 병은 아니었다. 강한 외부 충격에 따른 파괴와 방어 과정의 극단적인 모습일 뿐이었다.

 

현실과 이르 세계를 오가던 데버러는 결국 현실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며 병을 이겨낸다. 데버러의 의식을 따라가다보면 정신분열증 환자라 해서 정신이 정말 복귀 불능할 정도로 파괴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른 환자, 보호사, 자신에 대해 느끼고 생각하는 바를 보면 되려 정상인보다 예민하고 성숙하다. 이런 힘은 결국 프라이드 박사의 도움을 받아 자신을 일으켜 세우는 힘이 되었다. 정신분열증도 내면의 힘을 도돠준다면 나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난 너에게 장미정원을 약속하지 않았어‘. 정신분열증과 한 소녀의 성공기를 동시에 들여다 볼 수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