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당신의 남자다’는 역술가가 지은 반려자를 선택하는 방법에 대한 책이다. 더 나은 반려자에 대한 이야기인데 왜 제목에 당신의 남자만 언급했을까? 역술인을 찾아오는 사람이 대부분 여자이고, 반려자를 통해 더 나은 삶을 꿈꾸는 경향도 여자가 더 강하기 때문에 그렇게 지었나보다. 더 좋은 사람을 만날까하는 기대에 이 책을 읽은 나도 여자이긴 하다.

 

저자 역술가 박성준 씨는 드라마에서 이상한 눈빛을 띄고 손님을 반말로 마구 혼내끼거나 도사같은 모습으로 아리송한 이야기를 하는 신비주의 컨셉을 가진 사람이 아니다. 역술을 배운 한 사람으로서 다른 사람을 위한 상담을 해주고, 도와주고, 공감해주는 상담가의 이미지다. 책 중간중간 자신의 여동생이나 자식이 이런 사람을 만난다면~이라는 서술이나 다른 사람의 아픈 상황에 안타까워하는 등 인간적인 모습이 많다. 많은 역술가들이 남 모르는 진리를 터득한 양 사람의 머리 꼭대기에 서있는 태도를 취한다. 역술을 배우면 다 그렇게 되거나, 그런 사람들이 역술을 배우는 줄 알았다. 이 분은 신세대 역술가라 그런지 인간적인 느낌이다. 역술가들이 꼭 무언가 이상한 모습을 띈다는 법은 없나보다.

 

이 책에는 어렵고 신기한 역술 이야기는 별로 없다. 내가 신기한 이야기를 기대해서 이건 좀 아쉽다. 상담을 하며 봐왔던 많은 사람과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예로 들어 설명하기 때문에 사주나 관상 이야기도 이해하기가 쉽다. 좋은 사람, 좋은 만남과 나쁜 사람, 나쁜 만남을 설명해주는데 많은 독자들이 자신의 상황을 맞딱뜨리지 않을까 한다. 황당하고 기가 막힌 상황도 역술가인 저자는 일반인처럼 흥분하고 들뜬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인간적으로 좋지 않게는 생각하지만 일반 사람들이 억울해하고 분노하는 것이 아니라 차분하게 역술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며 그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 한다. 혹시 자신에게 해당되는 상황이 있는 사람이라면 역술의 관점에서 객관적으로 이해하여 좀 더 나은 방향으로 갈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책을 읽으며 애정사의 트러블 메이커들을 보며 몇 가지 의문이 떠올랐다. 저자에게 상담을 받으러 오는 사람들은 아무래도 좋지 못한 상황일 경우가 많을 것이다. 그를 토대로 저자는 다양한 종류의 나쁜 남자, 나쁜 여자들을 나열한다. 왜 그 사람들은 그런 사주를 타고나서 하필 다른 사람에게 상처주는 짓을 인생의 행복인양 착각하고 사는 걸까. 바뀔 수는 없을까? 그런 사람들의 존재나 행동 방식은 몇 천 년전에 역술같은 학문과 역술이 아니더라도 일반 생활사에서 밝혀졌는데도 불구하고 당하는 사람은 늘 나타나는 건 인간 역사의 코미디 같다. 역사란 역시 돌고 도나보다.

 

어렵지는 않고 읽기 쉬운 내용이다. 애정 문제를 가진 사람, 특히 반복되는 같은 패턴을 가진 사람은 한 번쯤 읽어도 좋은 책이다.

 

‘죽창수필’은 명대의 운서주굉이라는 고승이 쓰신 책이다. 출가하신지 50여 년, 80세에 이르러 쓰신 글이라고 한다. 죽창아래에서 보고 느끼신 것을 적은 글이라고 하셨다. 50여 년을 수도에 정진한 고승께서 세상에 남길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신 이야기는 어떤 이야기일까? 이런 궁금증에 책을 보았다.

 

‘죽창수필’은 스님이 겪으신 일, 보고 들으신 일, 옛 고사를 통해 스님의 생각을 드러낸 글이다. 짧은 단편 형식으로 되어 있다. 요즘 나오는 스님들의 에세이집과는 다르다. 최근에 나오는 책은 구매자이며 독자인 일반인의 눈높이에 맞춰 나온다. 일반인들이 흔히 겪는 문제를 주제로 놓고 쉬운 말로 조언해준다. 하지만 죽창수필은 저자 서문에도 나오듯 수행과 심지를 다스리는 일에 대해 쓰신 책이다. 수행이 아닌 세속의 일에만 관심이 있는 사람을 굳이 보지 않아도 된다고 나와 있다. 불교에 대한 이야기가 많아 읽어도 무슨 이야기인지 잘 이해가 안 되는 단편도 조금 있다. 읽다보면 일반인보다 스님들이 보시기에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럼 일반인에게는 쓸모가 없는가? 전혀 그렇지 않다.

 

죽창수필은 일생을 학문에(출가 전), 그 다음에는 수행에 정진하신 분이 쓴 책이다. 읽다보면 마음이 고요해지고, 경계하는 마음이 생기며, 내 목표에 용맹하게 정진해야겠다는 마음이 불끈 불끈 솟는다. 나는 공부를 많이 해야 하고, 개인적인 성취가 무척 중요한 직군에 속해있다. 나 뿐만 아니라 성취할 것이 많고, 용기를 잃지 말고 집중하고 또 집중하여 계속 앞으로 나아가야 할 사람이 많을 것이다. 이 때 쓸데없는 걱정, 망상, 집착을 끊고 차분하게 본연의 목표에 정진할 수 있는 힘이 절실히 필요하다. 이 책이 그 힘을 준다. 학문과 수행을 통해 일가를 이루신 노승이 몇 백년 후의 후학을 중도탈락하지 않고 목표를 이룰 수 있게 도와주는 것 같다. 중간중간 마음에 드는 구절은 옛 사람들처럼 필사해서 필요할 때마다 꺼내볼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스님이 죽창 아래에서 쓰신 글이라서 지하철을 타며 보기에는 걸맞지 않다. 조용히 책상에 앉아서 봐야 이 책이 정신에 끼치는 영향을 십분 느낄 수 있다. 자기가 원하는 목표에 용기있게 매진하고 싶은 분들께 추천한다. 단, 시험 준비를 하시는 분은 죄책감과 부담감이 더 생길 수도 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더 좋은 독서법에 대해 고민한다. 한 권의 책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지만, 어떻게 독서해야 지성과 감성을 함양하여 내 인생의 자양분으로 삼을 수 있을까? 이런 호기심의 일환으로 ‘조선왕의 독서법’을 읽게 되었다. 조선왕의 독서법이야 말로 왕실 교육으로 한 나라를 이끌어가는 사람을 키우는 독서법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조선왕의 독서법을 소개하며 각 왕들의 통치 스타일, 업적을 이어 풀어서 설명한다. 좋은 시도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여러 왕을 한정된 지면으로 다루어 깊게 다루지 못한 것이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나는 읽으면서 어느 부분이 역사적 사실을 서술한 것이고 어느 부분이 저자의 의견인지 구분이 잘 가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다양한 왕을 다루어 조선이 역사의 흐름을 따라가는 것도 좋지만, 다루는 왕의 수를 줄이고 좀 더 자세히 다룬 것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조선왕의 독서를 이끌어간 것은 성리학과 주자였다. 조선은 유교를 통치 이념으로 삼았다. 이에 따라 왕은 유교에서 권장하는 제왕학 코스를 밟게 된다. 유교 경전을 먼저 읽어 통치자로서 갖추어야 할 마음가짐과 이해력을 갖춘다. 그 다음 역사책, 과학책 등 다른 책을 읽는다. 이 순서가 바뀌면 사물과 사건을 대함에 있어 올바르게 파악을 할 수 없다. 주자를 필두로 여러 유학자가 권하는 독서법은 100번 이상 반복해서 읽기이다. 좋은 책은 100번 이상 읽어야 그 내용이 제대로 깨달아지고. 내 것이 된다는 것이다.

 

저자도 조선왕의 독서법을 바탕으로 올바른 독서법을 이야기 한다. 독서의 동기부여는 스스로 해야 한다. 억지로 하는 공부에서 창의적인 무엇이 나오기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또한 독서에 목적이 있어야 한다. 잡다하게 많이 읽는 것보다 목적을 가지고 좋은 책을 집중하여 제대로 읽는 것이 낮다. 읽은 다음에는 사색하고 생각해야 내 것이 된다. 여기에서 많이 읽었으나 중심을 꿰뚫지 못하는 사람과 독서를 바탕으로 실제적인 무엇을 만들어 내는 사람의 차이가 생긴다.

 

난 독서를 할 때 개인적인 목적과 관심사는 충분히 투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책을 읽고 생각을 하는 부분이 부족하다. 어디서 어떻게 생각을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전공이 아닌 이상 이렇게 읽고 글을 쓰는 것으로 충분하고, 전공은 정말 100번 이상 읽어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생각하고 읽으려면 잡다한 독서를 쳐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독서는 왕들이 한 나라를 다스리는 주요한 에너지원이었다. 그만큼 큰 일을 해낼 수 있다는 바탕이 된다는 것이다. 나도 당장 눈 앞에 큰 변화는 없어도 독서가 내가 하는 일에 큰 기반이 되지 않을까 한다. 독서가 내 인생에 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면 나도 앞으로 독서를 좀 더 열심히 해야겠다. 전공 서적을 100번 이상 읽고 생각하고, 쓸데없는 독서 쳐내기. 이 책을 통해 내가 얻은 조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