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뜨개질로 인형을 만드는 것을 좋아한다. 인형을 만들면서 신기한 것이 어떠한 부분은 내가 의도해서 예쁘게 나오는 것이 아니라 내 손에서 스스로 예쁘게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인형을 만들 때는 뜨는 것은 간단하다. 팔다리를 붙이는 게 조금 더 어렵고, 얼굴을 예쁘게 만드는 것이 가장 어렵고 인형의 미추를 좌우한다. 팔다리를 붙이고 얼굴을 만들 때 항상 손에서 자연스럽게 균형있게 인형이 만들어지는 것을 느꼈다. 내가 만드는 것이지만 예쁘게 연출이 되는 것은 자연스럽게 되는 무언가가 있다. 이 점을 항상 신기하게 여겼다. 그런데 그에 대한 답이 소크라테스의 책 안에 있었을 줄이야.

 

이온은 소크라테스와 이온이라는 음유시인의 대담을 기록한 것이다. 이온은 호메로스에 대해서는 대해서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지만, 다른 시에 대해서는 문외한이나 마찬가지이다. 이온은 호메로스의 서사시가 다른 시인들의 시보다 더 훌륭하다고 말한다. 호메로스와 다른 시인의 시 중 비슷한 내용도 있음을 인정한다. 그렇다면 다른 시인들의 시보다 더 훌륭한 시, 때로는 다른 시인들의 시와 비슷한 부분도 있는 시는 능통한데 유독 호메로스의 시만 능통한 이유는 무엇일까? 여기까지는 읽으면서 무슨 소리인가 했다.

 

이에 대한 소크라테스의 대답은 이온의 능력이 전문기술이 아니라 신들에게서 받은 능력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전문기술은 연습과 학습으로 습득하는 것이다. 그가 시를 이런 식으로 배웠다면 호메로스만큼은 아니더라도 다른 시도 잘 알았을 것이다. 호메로스에 대한 그의 능력은 신에게서 받은 것이다. 소크라테스는 이를 자석과 금속에 대한 비유로 설명한다. 자석이 있는 바위에 반지가 하나 붙으면 그 반지에도 자성이 생긴다. 그 반지에 또 반지가 붙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신은 자성이 있는 바위, 자성은 호메로스 시에 관한 능력이다. 호메로스는 그에 붙은 반지, 그 다음 반지가 이온이라는 설명이다.

 

내가 뜨개질을 하며 내 손에서 자연스레 인형이 만들어지는 것에 대해 궁금해 하던 답을 여기서 얻었다. 신에게서 얻었던 것이다.(우리 할머니가 동네에서 길쌈을 제일 잘하는 분이셨다. 신이 꼭 소크라테스가 말하는 무사의 여신이 아니라 유전자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너무도 논리적이고 사실적이면서 너무도 미신적인 대담. 소크라테스는 논리니 미신이니 하는 편견이 없었다. 대신 사실을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다른 것과 구별하여 관찰하는 능력, 그것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논리적으로 파헤치는 능력이 있었다. 이것이 범인과 철인을 가르는 능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크라테스의 책은 읽으면서 논리성에 감탄을 하는 동시에 이런 부분에서 신기하고 재미있는 생각이 든다. 사변철학이 아닌 초기 철학이 삶 속에서 생생하게 움직이는 느낌도 든다.)

 

그렇다면 개인에게 이런 능력이 부여되는 이유는 뭘까? 이 책 속에서 스쳐지나간 것 같기는 한데 잘 이해를 못했다. 한 번에 다 이해를 할 수는 없다. 기간을 두고 다시 읽으며, 살면서 이에 대한 해답을 얻어야 겠다.

행복이란 무엇인가? 행복의 정의는 사람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겠지만, 일상에서 즐거운 감정를 느끼는 것이 최소 필요 요건이라고 생각한다. 행복은 얻기가 쉽지 않다. 많은 사람들이 일상이 지루하고 무의미하다고 호소한다. 이런 지루함과 무의미함은 무엇을 하든 항상 따라다닌다. 왜일까??

 

샤하르 교수의 ‘행복이란 무엇인가’라는 책을 보면 행복을 얻는 것이 왜 어려운지 알게 되었다. 우리는 행복을 물건과 소유의 개념과 유사하게 생각한다. 행복이란 준비되고 정해지고 포장된 어떠한 대상으로, 내 손 안에 들어오면 그대로 누리면 되는 물건으로 생각했다. 샤하르 교수가 말하는 행복은 습관으로 만들어가는 것이다. 한 번 얻었다고 끝나는 것도 아니고 평생 노력을 통해 만들어가는 것이다. 괴로움도 마찬가지이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지루하고 무의미한 삶에 괴로워하는 것은 행복이 없어서가 아니었다. 자신도 모르게 지루함과 괴로움을 만들어가기 때문이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익숙한 새로움을 느꼈다. 당연한 것이지만 무심하게 지나쳐 무지했던 일에 새로운 눈을 뜬 것 같은 기분이다.

 

샤하르 교수는 행복해지는 방법으로 ‘긍정 심리학’을 제시한다. ‘괴로움을 해결하는 심리학’이 아니라 ‘행복을 불러오는 심리학’을 제시한다. 행복은 외부 환경에서도 오고, 내 마음 속에서도 나온다. 여기서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내 마음이다. 내 마음을 행복한 마음으로 만들면 나의 삶도 행복한 삶으로 바뀌게 된다. 행복한 마음가짐은 감사함으로 시작된다. 사물의 긍정적인 면에 집중하고, 감사일기를 쓰고(이 책에서 감사일기를 또 만났다. 효과가 참 좋은 모양이다. 정말 오늘부터 해볼 생각이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유머를 날리자. 이런 습관이 들면 분명 어려운 상황도 더 평하게 넘어갈 수 있을 것이다. 생각해보면 극단적인 상황만 아니면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도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치는 일은 별로 없다. 그런데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작은 일에도 화닥거리며 괴로움을 말한다. 괴로움을 불러일으키는 경솔한 마음을 감사함을 통해 행복한 마음으로 바꾸는 것이 샤하르 교수가 말하는 긍정심리학이다.

 

샤하르 교수가 맹렬한 성과주의 속에서 행복을 찾는 부분은 설득력 있고 감동적이었다. 마우런 스트레스 없이 축 늘어져 오락만 즐기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을뿐더러 바람직한 행복이 아니다. 목표 설정을 통한 자아실현이야 말로 나와 이 사회의 행복을 만들 수 있는 주요 원동력이다. 완벽한 인간, 완벽한 프로젝트 수행은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것이 완벽해야 하는 완벽주의자가 아니라 적당한 완급을 즐길 줄 ‘최적주의자’라는 개념을 설정한다. 마지막 인간관계부분에서 좋은 부부사이를 유지해나가는 방법에서는 감동을 느꼈다. 그는 상대의 좋은 점을 찾아보려고 항상 노력하고, 갈등은 피하지 않되 증폭시키지 말라고 했다. 인내와 노력이 아름다운 사랑과 행복한 삶을 만드는 일상이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다워 보이는 순간이었다. 일상을 지옥으로 만드는 몇몇 대표적인 문제를 행복한 마음으로 대하면 어떤 천국이 펼쳐지는지 보여준 것 같았다. 환상이 쫙 빠지고 실제 가능한 이야기라는 것이 더 마음에 들었다.

 

나는 샤하르 교수를 직접 만나본 적이 없고, 이 책은 그가 직접 쓴 것도 아니고 엮은이가 강의를 듣고 엮은 것이다. 그렇지만 책을 읽는 동안 그는 따뜻하고 여유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의 진실된 내용, 학생들에게 귀여운 아기 사진을 계속 보여주어 강의실의 학생들을 전부 웃게 한 일, 샤햐르 교수가 불쾌함을 느낀다면 교수의 수업이 엉터리라고 말한 한 학생에게 한 대답 등에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강의를 엮은 책도 매우 훌륭하다고 생각했지만, 다른 하버드의 강의인 ‘정의란 무엇인가’처럼 강의록에 가깝게 출판했다면 샤하르 교수가 전하는 따뜻함과 감동을 더 잘 느낄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도 들었다.

 

‘행복이란 무엇인가’는 행복이란 무엇인지, 행복한 삶을 어떻게 만들어가는지에 대한 실질적인 교본이다. 세상에 어떤 대학 수업을 학생에다 그 부모까지 와서 듣겠는가. 절대 허명이 아니다. 역시 하버드 인기 강의는 독서 시간이 아깝지 않은 보물들이다. 누구에게나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가슴 이야기’는 유방을 다룬 인문/과학 교양서이다. 저자가 말했듯이 우리는 젖가슴을 섹시한 부분, 부끄러운 부분으로 대해왔다. 나도 여자이지만 유방에 대해 일반적인 인식 이상으로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신체 부위 중 유일하게 전문의가 없는 분야이기도 하다. 이런 유방에 대해 저자는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기에 책 한 권을 냈을까? 그런 궁금증에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저자는 가슴에 대해 입혀진 야한 옷을 벗겨내고 중립적인 시선에서 가슴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여성의 유방의 크기가 성적인 성숙과 유혹을 나타낸다는 것이 일반적인 이론이다. 나도 여기에 별다른 의심을 가지지 않았다. 저자는 그렇다면 왜 유방이 남성을 유혹하기 제일 합당치 않은 임신과 수유기에 유방이 제일 커지는지, 젊거나 늙었거나 유방의 크기와 탄력성이 제각각이겠느냐고 한다. 성적인 유방론에 대한 너무나 당연한 반론이자 증거이다. 저자는 유방의 역할은 유혹이 아니라 수유라고 말한다. 유방의 일반론을 넘은 이런 인식은 여성이기에 할 수 있는 발상이 아니었나 싶었다. 실제 여성 과학자들이 늘어가며 가슴의 역할과 의미에 대해 새로운 정립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다.

 

인간은 성별을 막론하고 어머니에게서 출발하는 존재이다. 유방의 발달로 인간은 두개골과 치아 구조의 변화로 용이하게 지능 발달을 이룰 수 있었다. 수유로 영양을 받는 인간의 아기는 먹을 것을 별도로 찾지 않아도 된다. 먹이를 찾을 시간을 엄마와의 시간과 놀이를 통해 학습에 쓸 수 있었다. 젖가슴은 야하고 부끄러운 존재가 아니다. 인류를 키워낸 소중하고 숭고한 기관이다.

 

인류를 키워낸 유방은 현대인이 직면한 위기에 함께 하고 있다. 현대는 외모지상주의라는 황당한 단어가 생겨난 시대이다. 좀 더 나아보이기 위해 마취를 하고 몸을 잘라내고 새로운 조각을 끼워넣는 시대이다. 가슴도 예외는 아니다. 나는 유방확대술이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보형물과 높은 부작용 발생률을 감수하고 하는 수술이라는 것을 이 책에서 처음 알았다. 우리는 도처에 환경호르몬이 넘치는 세상에서 살고 있다. 이 호르몬들은 유방에 잘 축적이 된다. 잘 축적이 된 화합물들은 수유를 통해 아기의 몸 속으로 쏟아져 들어간다. 오염에도 불구하고 모유를 먹이는 것이 이점일까 하는 논쟁도 지구촌 어느 곳에서는 활발히 벌어지고 있는 쟁점이다. 유방은 인류가 겪고 있는 사회와 환경의 문제를 함께 겪고 있었다.

 

유방에 대한 연구가 아직 부족하다는 것도 나에게는 생경한 내용이었다. 모유의 내용물의 상당 부분은 아직도 규명되지 않았다. 수많은 포유류 중 인간만이 비수유기에도 부푼 유방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직 완벽하게 설명되지 않았다. 젖샘조직에 대한 연구는 조직 습득의 어려움으로 빅토리아 시대보다 연구하기 더 어려운 부분이 있다. 현대에 들어 치솟고 있는 유방암 발병률에 대한 설명이나 해법도 아직 어렵다. 이런 부분에서 많은 전문가와 비전문가들이 분투하고 있다. 지구촌 어디에 존재하는 새로운 세계를 마주한 느낌이었다.

 

‘가슴 이야기’는 젖가슴과 인류에 대한 고찰이다. 인류가 지구상에서 살아남고 발달한 과정, 현대에 마주하고 있는 문제를 젖가슴이 나타내고 있다. 지적인 호기심이 풍부한 사람이라면 즐겁게 읽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