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 카네기의 책은 자기계발서의 원조다. 그는 성공한 사람들에 대해 조사하고, 사람들의 행동을 많이 관찰하고 연구했다고 한다. 그는 인간의 행동 원칙에 대한 뛰어난 이해를 가지고 있다. 그의 책에서는 그가 찾아낸 인간의 행동의 원리를 바탕으로 실제로 써 본 많은 실례가 실려있다. 또한 성공한 사람들에 대한 객관적으로 서술하되 성공에 이르게 된 경위에 대해 명료하게 전달해준다. 여기까지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동의할 수 있는 일반적인 평가라고 생각한다.

 

내가 데일 카네기의 책을 좋아하는 이유는 실제적이고, 인간적이라서이다. 나는 보통 영문을 번역한 책보다는 한국인이 한글로 쓴 책이 더 사람을 대하는 듯 생생하게 느껴지고, 옛날 사람들보다 현대의 사람들의 글이 더 생생하게 느껴진다. 그런데 데일 카네기의 책은 옛날 사람의 영문 번역 글임에도 차분하게 사람을 관찰하는 사색가가 자신이 얻은 지식을 전달해주는 ‘인간적인’ 느낌이 든다. 또한 일부 진상을 배척하는 심리학책처럼 적대적이지도 않고, 종교서적처럼 실행이 어려울 것 같은 자비를 이야기하지도 않는다. 그저 ‘사람은 본래 이런 존재이니 이렇게 하라’라는 현명한 조언에서 일종의 인간에 대한 사랑이나 감동도 느낀다. 그의 조언은 소크라테스의 철학처럼 현실과 인간에 관한 이야기이다.

 

데일 카네기의 전집 중 일부는 처음 읽는 책이고, 일부는 이미 읽어본 책이었다. 읽어본 책은 읽어본 대로, 읽어보지 않은 책은 읽어보지 않은 만큼 새로운 감동과 깨달음이 있었다.

 

<인간관계론>

이 책은 읽어보지 못했던 책이다. 인간관계론에서 기억에 남는 구절은 책의 앞쪽에 ‘인간은 자만과 허영에 빠진 감정적인 동물’이라는 구절이었다. 데일 카네기는 모든 인간의 최대의 관심은 자기자신이라고 말한다. 사람들은 자기 이야기를 하는 것을 좋아한다. 심지어 다른 사람을 움직이고 싶을 때도 말이다. 다른 사람을 움직이고 싶으면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상대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스스로 하게 만드는 사람이 최고수다. 이 원칙을 실행할 수 있는 사람은 많은 것을 얻고, 인생을 바꿀 수 있다. 이것이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에서 내가 내내 읽은 내용이었다. 참 좋은 내용이다. 그리고 얼마나 실제적인가. 자, 이것을 실행해보자! 쉽지 않지만, 그래서 노력이나 성과라는 단어가 존재하는 것이겠지.

 

<자기관리론>

이 책은 읽어보았던 책이다. 이 책이 전반적으로 다루는 내용은 ‘걱정’이다. 모두들 걱정을 해본 경험이 있다. 아무것도 아닌 것을 알면서도 피를 말리면서 걱정을 하고, 결국은 아무것도 아닌 걸로 끝난 경험은 흔히 가지고 있을 것이다. 걱정은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무형의 해충이다. 이 책에서는 걱정을 논리적으로 조절하고, 걱정 때문에 하게 되는 섣부른 판단과 행동을 미연에 방지하는 방법에 대해 말한다. 이 방법으로 습관적인 걱정을 떨쳐버리거나, 절체절명의 순간을 현명하게 대처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렇지 않아도 최근에 또 대단치 않은 걱정으로 많은 에너지를 소모했다. 읽는 것은 쉬워도 습관화하는 것은 정말 어렵다.

 

<성공대화론>

처음 만나는 책이다. 제목을 보고 일상적으로 나누는 대화에 관한 책인 줄 알았는데, 연설에 관한 책이었다. 작은 발표는 해봤지만 내가 다른 사람들 앞에서 연설하는 것에 대해서는 상상도 해본 적이 없다. 그래서 이 책의 내용이 흥미없었을까? 전혀 아니다. 책에서는 모든 것을 갖춘 사람이라 할지라도 많은 청중들의 갈채와 환호가 주는 뿌듯함에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했다. 연설은 연설 그 자체뿐이 아니라 용기와 자신감을 연마하는 과정이다. 역사상의 유명한 연사들도 처음부터 말을 잘한 것은 아니었다. 그들도 끊임없이 연습하고, 연설을 실제 해보며 말문이 막혀도 보며 훌륭한 연사가 된 것이었다. 이 책에서 만난 연설이란 인간승리, 연사와 대중이 만들어내는 거대한 감동같은 느낌이 들었다. 언젠가는 내가 연설을 연습하는 날이 올까?

 

<링컨 이야기>

데일 카네기 전집에서 네 번째인 이 책은 내가 전집 중에 제일 먼저 집은 책이다. 데일 카네기가 누군가의 전기를 썻다는 사실은 전혀 몰랐기 때문이다. 그리고 링컨 대통령의 이름만 많이 들었을 뿐 어떤 사람인지는 잘 몰랐기에 다른 책보다 더 호기심이 갔다. 이 책에서 본 링컨 대통령은 정말 고생을 많이 한 사람이었다. 어린 시절 이야기에서는 살아남은 것이 놀라웠고, 그가 위대한 대통령으로 불리기까지 걸어왔던 정치 행보도 고난과 비난의 연속이었다는 사실도 놀라웠다. 그가 결혼한 여자와 그가 아내에게 보여준 인내는 더욱 놀랍다. 또한 이 책의 링컨 대통령은 갖은 불행과 그를 평생 따라다니는 우울함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재치와 유머를 잃지 않는 매우 선한 사람이었다. 가난한 변호사로 살면서도 어려운 사람이 주는 수임료를 받지 않고 차비까지 줄 정도였다. 그는 남북전쟁을 승리로 이끈 대통령이다. 연방을 지키기 위한 남북전쟁의 의의는 솔직히 이 책만으로 잘 이해를 못했다. 독립을 하겠다는데 왜 못해야 하는 걸까. 하지만 그의 인격, 인생행보는 후대에 길이 칭송될만 하다고 생각한다.

 

<성공습관>

이 책은 몇 년 전에 읽은 책이다. 몇 년전과 이번의 감상평이 완전히 달라졌다. 이 책은 여러 성공한 사람들이 걸어온 길을 짧게 여러 편 실어 놓았다. 몇 년 전에 읽었을 때는 성공한 사람들의 삶 다이제스트라고 생각했다. 기행을 한 사람들을 보면 이런 이야기가 왜 성공이야기에 실려있는지 의아스러웠다. 이번에는 이런 구성은 데일 카네기가 그들의 삶을 조사하고, 그들의 삶과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며 그들의 삶을 이해했기 때문에 쓸 수 있었던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변호사, 사업가, 조련사, 남극탐험대 등 성공한 사람들의 직업은 다양하다. 불의에 대한 분노, 원하던 결과가 없어도 보여준 고귀한 죽음, 우연한 기회 등 그들을 성공으로 이끈 요인은 다양했다. 식도락가에 사치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었고, 지독한 구두쇠도 있었다. 데일 카네기는 성공한 사람에게서 공통적인 요인을 찾아내는 평이한 접근을 하지 않았다. 각자 다른 길을 간 사람들이 자신의 개성에 따라 어떠한 모습으로 어떠한 성공을 이루었는지에 대해 보여주었다. 이러한 구성 속에서 각각의 사람들의 대략적이 개성을 나타내어 읽을 때 생생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 즐겁게 다시 읽은 책이었다.

 

데일 카네기의 책은 몇 년 후에 다시 보았을 때 새로운 감흥을 느낄 수 있었다. 역시 고전이며, 명불허전이다.

지방을 많이 섭취하는 것은 각종 성인병으로 달려가는 지름길이다. 수렵을 위한 운동없이 고기를 마음껏 먹으면 몸에 지방이 쌓이고 혈관 건강이 나빠진다. 이것이 일반적인 건강상식이다. 그런데 이 사실에 대한 근거를 우리는 제대로 알고 있을까? 많은 사람들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과학자와 의사들이 지지를 하는 것이 이 사실에 대한 든든한 근거가 될 수 있을까?

 

‘콜레스테롤 수치에 속지마라’는 여기에 대한 의문에서 출발한 영양학자와 심장 전문의가 쓴 책이다. 콜레스테롤 수치를 비만과 심혈관 질환의 척도로 보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이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에 직업에 종사하며 이런 상식이 유의성 있게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지방 섭취를 늘이고 당 섭취를 줄여서 살을 뺀 사람, 콜레스테롤이 높아도 심혈관 질환이 없는 다수의 사람이 여기에 해당한다. 대부분의 의사들도 지나치는 이 상황에 대해 두 사람은 의기투합해 진실을 향한 연구를 시작한다.

 

두 사람이 밝히는 사실은 놀랍다. 실제 콜레스테롤이 심혈관 질환을 촉발하는 최대의 적이라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것은 객관적인 연구가 아니다. 자신의 믿음을 입증하거나 이름을 날리고 싶은 과학자, 자신의 자리를 보전하기 위해 과학을 이용하는 정치인, 곡물 판매로 이익을 보는 사람 등이 이루어낸 합작품이었다. 실제 그들이 제시한 근거와 연구는 매우 부실한 경우가 많았으며, 많은 과학자와 의사들이 당시에도 이견을 제시했다. 그러나 현재에도 거대 제약 업계가 개입된 이 신화는 더욱 과장되고 부풀려지고 있다. 어떻게 이런 국제적인 날조가 가능한지 놀라웠다. 국제적인 일, 과학적인 일, 의학적인 일도 모두 사람이 하는 일이다. 사람이 하는 일에는 흔히 실수, 거짓, 욕망이 따라다니나, 사람들은 이를 밝혀내는 일에는 게으른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이런 놀라운 일이 벌어질 수 있었나보다.

 

콜레스테롤의 위험성이 과장되었다는 사실과 함께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진정한 위험이 무엇인지도 알게 되었다. 바로 당이다. 혈관 내 콜레스테롤은 둥둥 떠다닐 때에는 우리 몸에서 자신이 맡은 역할을 수행할 뿐 그 자체로는 무관하다. 이 콜레스테롤이 당과 붙어 당화작용과 산화작용을 할 때 혈관에 부착되어 우리가 우려하는 모든 심혈관계 질환을 일으킨다. 어차피 혈관 내 콜레스테롤은 지방을 많이 섭취하나 적게 섭취하나 그 변동 폭은 크지 않다고 한다.(!!!) 심혈관 질환에 미치는 콜레스테롤의 영향은 단순한 양이 아닌 종류에 따른 구성비가 중요하다. 당을 지나치게 많이 섭취하면 이 구성비가 인체에 불리한 방향으로 바뀐다. 문제는 지방보다 당의 섭취에 있었다. 또한 우리가 일상적으로 섭취하는 고과당 옥수수 시럽, 설탕에는 인체에 유해한 과당이 너무도 많다. 우리에게 진정한 위협은 지방이 아닌 탄수화물이었던 것이다!!

 

이 책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건강 상식을 뒤집는다. 이 책을 읽는 동안에도 뉴스나 아침마당에는 좋은 콜레스테롤, 나쁜 콜레스테롤이니 콜레스테롤을 줄이는 음식이라 심혈관 질환에 좋은 음식이라니 하는 말이 끊임없이 나온다. 이 책이 말하는 연구 결과는 너무도 신뢰가 가는데, 많은 사람들은 그 반대로 떠드니 혼란스럽다. 큰 집단이 자신의 목적에 따라 잘못된 사실을 유포해 사람들을 해칠 수도 있는 세상이라니,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고민도 된다. 실제 고기를 많이 먹으면 몸이 무겁지만, 소화가 더 안 되는 것은 밀가루다. 이런 것 생각 안 해도 살아가는데 지장이 없으니 신경끄고 골고루 먹고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것이 능사일까? 좋은 과학적, 의학적 지식과 함께 여러 의문도 함께 전달해주는 책이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성인이 되어서 다시 읽었다. 다시 읽은 앨리스는 정말 이상한 나라에 간 것이 맞았다. 이상한 동물들이 나와서 전부 난데없는 행동을 한다. 문제를 맞이하여 이상한 구상, 제안들을 한다. 학교에 가서 미움받는 법, 우는 법을 배운 바다 거북, 백성을 괴롭히기만 하는 목자르기 대마왕, 하릴없이 시간을 보내며 이상한 대화만 하는 모자 장수와 삼월토끼, 웃으면서 날아다니는 웃는 고양이. 귀여운 캐릭터 상품으로 인기 많은 시계를 보는 토끼는 다소 신경질 적이다. 정말 이상한 나라이다.

 

그런데 더 이상한 것은, 이 이야기가 불쾌하거나 난데없는 기분을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묘한 매력이 있다. 신기하고 재미있고 귀엽다. 카드 병정이나 홍학 크로켓, 시계보는 토끼 등 영원히 반복될 것 같은 재미있는 캐릭터 그 이상의 무언가가 있는 것 같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20세기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친 정신적 지도자인 라즈니쉬가 내가 사랑하는 책이라고 꼽은 목록에 올라있는 책이기도 하다. 그가 보기에는 이상한 나라가 인간이 사는 곳과 마찬가지기라도 했던걸까 하는 생각도 든다.(그러고 보니 비슷하기도 한 것 같다. 지상에서 이상한 짓, 쓸데없는 짓을 가장 많이 하는 동물이 인간이니까.)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다시 한 번 읽으며 의미를 생각해 보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