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보통 책의 주제를 본 후 저자를 보고 책을 고른다. 몇 줄의 이력에서 그가 특출난 사람이라면, 그의 책에는 반드시 특출난 것이 있다. 천문학자, 과학사학자, 성학자, 번역가 그리고 어마어마한 애서인. 이보다 더 특출난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게다가 책의 제목은 ‘고양이의 서재’로, 표지에는 커피를 든 고양이가 자기가 좋아하는 생선이 그려진 책을 보는 그림이 있다. 느긋하게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즐기는 느낌이다. 또한 표지의 색은 대나무를 떠올리게 하는 녹색이다. 저자의 동양 고문학 애호가의 면모가 떠오른다. 보기 전부터 참 이모저모 기대가 되는 책이다.

 

이 책은 저자의 자유로운 ‘책 유람기’이다. 그는 일생을 책과 함께 살아온 사람이다. 그의 성장, 취향, 전공과 직업의 선택, 가족들과 소중한 지인들과의 교류 모두 책이 있었다. 그에게 책과 함께 성장한 과거의 추억은 곧 유년 시절의 추억이다. 그가 연구하는 과학역사학도로의 길을 열어준 것도 독서이다. 딸과 함께한 추억에도 독서가 있었다. 그가 읽은 책에 대한 감상, 독서와 함께 성장해온 정신을 나열하면 곧 그의 인생 여정이 된다. 책에 책 없는 그는 그가 아니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이다. 좋아하는 분야에 대한 그의 열정과 집중은 참 대단하고, 독특한 기인의 느낌을 받았다. 또한 책에 대한 추억이나 감상을 읽을 때는 공감되는 부분도 있고, 그 즐거운 기분을 함께 느낄 수 있어 뿌듯한 느낌이 들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으며 그의 독서 유람기에서 감탄과 즐거움을 함께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그는 내가 경외에 가까운 감정을 느끼게 만드는 ‘문화 혁명기에 성장하여 학자가 된 사람’이다. 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못하고, 변변한 책도 금지 당하고, 공장에서 일하면서도 지적인 탐색의 끈을 꼭 쥐고 놓지 않았던 사람들 말이다. 학교를 다녀도 똑똑한 사람이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다. 또 문화혁명기에 성장하여 훌륭한 학자가 된 사람이 있다. 그렇다면 인간의 지성의 샘을 찝어 본다면 지적 욕구가 아닐까 한다. 관심이 있으니까 자신이 가신 수단을 사용하여 없는 책도 만들어 내고, 관심이 없기 때문에 있는 책도 보지 않는 것이다. 개인의 지성의 성장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관심과 열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전공은 ‘과학의 역사 연구’이다. 지금도 생소한 전공인데, 저자가 이 전공을 선택했을 때는 거의 상아탑의 미개척 분야였다고 한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이 전공을 선택하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 자신의 관심분야와 은사들의 조언을 따라 정하게 된 것이다. 그는 그의 전공에 비상한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전공을 살려서 살고 있다. 독특한 전공을 선택한 과정은 물 흐르듯 너무나 자연스러웠다. 그는 이것을 문화혁명기의 혜택이라고 말한다. 취향, 열정, 전공, 직업이 물 흐르듯 죽 이어지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많은 사람들이 위 네 가지가 분열된 상태로 일상의 고뇌와 괴로움을 안고 살며 어찌할 바를 모른다. 그 중 실제 누가 보더라도 어찌할 수 없는 경우도 많다. 자신의 길을 잘 찾고 좋은 스승을 만난 그의 인생은 그의 능력이자 또한 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양이의 서재’는 누군가의 특별한 삶을 독자에게 선사한다. 독자는 그의 삶을 통해 하나의 춤을 보게 된다. 자신이 사랑하는 것에 둘러싸여 사랑하며 함께 하는 삶은 인생이 펼치는 하자의 예술이라 할 수 있다. 읽는 사람마저 지적인 행복감에 빠져 들게 된다. 나른한 오후 펼쳐 놓고 함께 쉬고 싶은 책이다.

 

 

 

불과 100여 년 전 까지만 해도 인간은 식량 부족으로 고통 받았다. 현대는 기술과 유통의 발달에 힘입어 많은 나라에서 음식이 넘쳐난다. 이에 따라 많이 먹어서 생기는 병이 늘었다. 음식으로 인한 병은 현대인이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이다.

 

고칼로리, 비만, 성인병의 주요 타겟으로 지목되는 과도한 지방과 더불어 과도한 당도 큰 문제가 되고 있다. 혈관 내의 콜레스테롤은 자체로는 아무런 해를 끼치지는 않는다. 이것이 과도한 당과 결합해 당화 반응을 일으킨 산물이 혈관을 긁어댄다. 신체의 혈관을 해치고 전신의 기아 상태를 유발하는 당뇨 또한 과다한 당이 원인이다. 게다가 당은 우리 주변에 너무도 흔히 널려 있다. 과자, 탄산음료수의 형태로 간단히 먹을 수 있고 맛있어 지방보다 더 제어가 어려운 대상이 아닌가 한다.

 

부모님도 당뇨라서 나도 건강을 위하여 당 섭취를 제한해볼까 하는 생각을 했지만 무엇을 해야 할지 잘 알 수가 없었다. 먹는 것은 생명과 삶의 질을 좌우하는 중요한 대상이니까. 그러다가 만난 책이 ‘설탕 디톡스’이다. 이 책 안에는 당을 효과적으로 섭취하고, 안 좋은 당을 피하는 방법이 들어 있겠거니 했다.

 

책의 제목은 설탕+디톡스이다. 디톡스는 해독이란 뜻으로, 자연히 이 책의 설탕은 독이라는 뜻이다. 책을 읽어보면 설탕을 독이라고 부르는 것이 어떤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전혀 어색하지 않다. 현대인들 중에는 만성 피로를 유발하는 삶을 살며 피로를 설탕을 사용해 그때 그때 때우는 사람이 많다. 대충 쉽게 때울 수 있는 식사도 널려 있다. 신경이 예민해지면 설탕으로 기분을 좋게 할 수 있다. 당장 눈에 보이는 큰 일이 없으니 엄마들이 싫어하시는 이런 건강하지 못한 태도 몸에 얼마나 큰 상처를 남기는지에 대해 생각하며 사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이런 생활로 영양가 없는 당 섭취로 몸은 약해지고 쉽게 지친다. 몸의 스트레스와 당을 조절하는 부신이 망가지고, 장내에는 효모균이 파티를 한다. 당과 함께 널뛰기하던 호르몬 체계가 교란되어 우울증이 생긴다. 이 정도 설명만 해도 설탕이 장기적으로 얼마나 몸을 망칠 수 있는지 알 수 있다. 설탕의 남용은 우리의 몸 곳곳을 망가뜨릴 수 있습니다!

 

이 책이 제시하는 디톡스는 일종의 생활 습관의 재활이라고 할 수 있다. 무분별한 설탕 흡수의 뿌리는 무분별한 생활 습관이다. 이 책에서 제시하는 많은 설탕 디톡스 방법은 대부분 SHINE=Sleep, Hormonal support, Infections, Nutritional support, Exercise 다섯 가지로 귀결된다. (호르몬 투여와 같이 너무 과하지 않나 하는 방법도 있었지만)대부분 생활 습관을 교정하고 몸을 건강하게 만드는 방법들이다. 설탕에 중독된 신체에서 설탕을 몰아내기 위한 식품이 이렇게 많았나 놀라울 정도의 많은 식품들이 있다. 혹시 중독이 너무 심한 사람들을 위해 비타민이나 호르몬제도 많다. 잠을 잘 자는 다양한 방법도 접할 수 있다. 설탕 중독이 아니더라도 평소 생활이 힘들 정도의 만성 피로를 느끼는 사람도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당 섭취를 조절해 볼까 하고 읽은 책에서 과도한 당이 얼마나 위험한지 잘 알 수 있었다. 그 뒤를 따르는 자세한 생활 관리법에 대해서도 많이 알게 되었다.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든 생각은 이런 복잡한 이론 뒤에는 ‘엄마들이 권장하는 생활 방식’의 부재가 있다는 것이다. 엄마들이 말하는 밥 잘 먹고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것이 건강에 얼마나 큰 보배인지를 알게 되었다. 나는 생활과 음식이 규칙적이다. 건강 관리한다고 책을 읽었더니 어쩌다가 내 건강에 대한 걱정이 한결 덜어졌다. 발병 후 치료는 너무 복잡하니 앞으로도 규칙적으로 살아서 건강하게 살아야겠다.

 

말로만 듣던 그래픽 노블을 드디어 접하게 되었다. 어렸을 때 일본 만화를 참 좋아했다. 그런데 중학교를 넘어 고등학생이 되자 유치한 것이었다. 물론 만화가 재미는 있다. 그러나 유치하고 빈 곳이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그러다 알게 된 것이 그래픽 노블이다. 내 머릿속의 그래픽 노블이란 ‘수준있는 유럽 만화’ 정도이다. 그런데 이 그래픽 노블은 책이나 일본 만화처럼 흔한 것이 아니다. 인터넷 검색으로 찾아낸 책은 이미 국내 품절인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근 10년이 흘러 ‘수중 용접공’이라는 그래픽 노블을 읽게 되었다. 그래픽 노블이란 어떤 존재일까? 왜 ‘수중 용접공’일까?(스포 주의)

 

수중 용접공은 문자 그대로 수중에서 용접을 하는 내용이다. 수중 용접공은 주인공인 잭의 직업이다. 그는 자신의 직업에 비상한 집착과 두려움을 동시에 느낀다. 설상가상으로 그는 곧 태어날 자신의 아이에게서도 불안함을 느낀다. 그의 아내는 그런 그가 불안하기만 하다. 실은 그는 물 속에서 자신의 큰 슬픔을 간직하고 있다. 그는 너무도 두려워 그 사실을 무의식적으로 잊으려고 하면서도, 항상 그 과거에 매여있다. 그는 물 속에서 자신의 청산되지 못한 과거의 슬픔을 만나게 된다. 만남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항상 부여잡고 있는 문제를 해결한 남자는 순식간에 수면 위로 떠올라 자신의 아이와 현실의 아내에게 돌아온다.

 

이 책에서는 ‘수중’에서 ‘용접’하는 남자가 물 속에 들어가 자신의 과거와 현재, 자기 자신과 아버지를 만나는 과정이 묘하게 교차된다. 그에게 물 속은 두렵고 피하고 싶은 공간이자, 꼭 가야 하는 공간이다. 이런 애증의 감정, 자신의 어린 과거와 젊은 현재, 늙은 자신과 아버지, 어린 자신과 아버지 두 가지 요소가 물 속에서 교차된다. 깊은 물은 대부분의 사람에게 두려움과 신비함을 불러일으킨다. 독자의 이런 감상과 다소 우울한 그림이 겹쳐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감상을 자아낸다.

 

그래픽 노블에서 그림이란 문자와는 또 다른 별개의 주요 표현 수단이다. 수중같은 느낌을 주는 흔들리는 그림체는 물 위와 물 속을 오가며 때로는 물 위에서도 물 안의 삶을 사는 것 같은 주인공의 삶을 표현한다. 수중 같은 그림체는 그가 늘상 느끼는 불안감과 슬픔을 표현한다. 때로는 검은 잉크가 주는 충격적인 느낌이 내 눈과 머리, 마음 속을 뒤흔드는 느낌도 받았다. 독서는 글을 통해 영상이 펼쳐지는 영화보다 더 큰 상상과 감상을 불러일으킨다고 한다. 그래픽 노블에서 그림은 이 문장에서 글의 속성 70%, 영화의 속성 30% 정도를 갖춘 느낌이 든다. 그렇다고 그래픽 노블의 그림이 그들의 아류라는 말은 아니다. 글보다는 더욱 감정을 잘 표현할 수 있고, 영화보다는 더 비현실적이고 주관적인 표현을 할 수 있는 매체이다. 그래픽 노블이 별개의 이름을 단 예술 분야가 된 이유가 아닌가 한다.

 

‘수중 용접공’은 내가 읽은 첫 그래픽 노블이다. 이 책의 약간 기괴한 느낌 속에 떠다니며 ‘이것이 이 장르의 특징이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픽 노블을 처음 봐서 생소한 느낌에 더 기괴함을 느끼기도 했다. 그 속에서도 해피엔딩이어서 좋은 마음으로 끝을 본 것도 마음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