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일생을 네글자로 요약한 ‘생로병사’라는 단어가 있다. 생은 태어남, 삶을 의미하고, 로는 노화, 병은 병듦, 사는 죽음을 의미한다. 생을 제외하고는 모두 사람들이 무서워하고 거려하는 것들이다. 노화와 질병, 죽음은 사람들의 마음 속에 상실과 고통을 떠올리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태어남과 삶인 생도 쉬운 것만은 아니다. 당장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가족, 친구, 직장만 해도 상실과 고통 투성이이기 때문이다.

 

‘늙어갈 용기’는 미움받을 용기의 저자인 기시미 이치로가 일본 사회의 부조리, 조부모, 부모, 동생의 죽음과 심장병으로 죽을 고비를 넘긴 경험을 바탕으로 아들러 심리학을 풀어놓은 책이다. 아들러는 트라우마라는 유명한 단어를 만들어낸 프로이트 심리학과 대비되는 이론을 이야기 했다. 어떠한 외부 조건이 사람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외부 조건에 대한 그의 상황인식과 목적이 스스로를 결정한다는 용기와 희망의 심리학을 제창하였다. 사람들이 나타내는 문제 행동은 과거의 트라우마가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무엇을 하기 싫어서 목적적으로 나타내는 것이라고 했다. 내 스스로의 마음도 꼭꼭 찌르는 이론이다. 사람들이 이를 깨닫지 못하는 것은 자신과 현실을 직시할 용기가 없어서라고 했다. 하지만 알아도 실천은 어려운 법. 아들러 심리학 공부를 한 저자가 죽음, 질병, 노화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궁금했다. 부모님의 죽음, 죽을 고비 등 어려운 상황에서 정말 아들러의 용기를 실천할 수 있을까? 여기서는 내 개인적인 경험과 함께 죽음, 노화에 대해 글을 써보겠다.

 

죽음이 주는 괴로움을 주로 타인의 죽음에서 비롯된다. 책에 인용된 그리스 철학자의 말처럼 죽음이 있으면 내가 없고, 내가 있으면 죽음이 있기 때문이다. 타인의 죽음이 슬픈 것은 죽은 이가 영영 사라져 버렸다는 상실감, 허무함, 충격 때문이다. 저자 역시 부모님의 죽음 앞에서 이러한 감정을 느꼈다. 그는 누군가가 죽었더라도 그 존재는 그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 속에 살아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죽어서 사라졌더라도, 나의 기억과 그 사람과의 관계는 내가 살아있는 한 영원한 것이라고. 내가 좋아하는 개가 죽었을 때가 정말 충격적이고 슬펐다. 그 날 다른 일로 동네 인근 논이 펼쳐져 있고 멀리 산이 보이는 곳을 걷게 되었다. 개의 몸은 땅에 묻혔지만, 개의 영혼은 이 넓은 대지 속 어딘가에 있을 것(은하계를 벗어날 것 같진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이다. 내가 변함없이 개를 기억하고 사랑하고, 사진도 가지고 있다. 개는 떠났지만, 내 마음 일부에서는 여전히 존재하는 것이다. 계속 슬펐지만 개의 죽음이 개와 나에게 무조건적인 상실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좀 진정되었다.

 

노화는 많은 20세 이후의 사람들에게는 퇴보와 상실을 의미하는 듯하다. 많은 노인들이 노화에 따른 상실감과 한탄을 당연한 듯 입에 올린다. 늙어서 외롭다. 젊을 때가 재미있다. 아프면 죽어야 한다. 늙으면 뒷방으로 밀려난다 등. 비교적 젊은 사람들도 몸이 예전과 다르다, 머리가 예전과 다르다는 등 나이 듦을 한탄한다. 하지만 나이가 많아도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존재한다. 현업에서 물러나 좋아하는 일을 하며, 나이 듦으로 인한 마음과 생각의 여유로 오히려 젊은 사람들보다 더 자유로워 보인다. 노화도 받아들이기 나름인 것이다.

 

저자는 키네시스적인 삶과 에네르기아적인 삶에 대해 이야기 한다. 키네시스는 목적론적 삶이다. 특정 목적이 의미를 가지고, 나머지 삶은 목적을 이루기 위해 그저 빨리 지나버렸으면 하는 시간이다. 에네르기아적 삶은 매순간이 목적이다. 매 순간에 주어진 것을 누리며 의미를 부여한다. 키네시스 적인 삶에서는 나의 행복보다는 목적이 우선 순위가 된다. 이러한 삶에서는 행복이란 그 목적을 달성하는 잠깐의 순간에서만 느낄 수 있다. 에네르기아적인 삶에서는 행복과 만족이 우선시된다. 이러한 여유 속에서 삶을 들여다보고 진정한 의미를 찾는 통찰력이 자라난다. 가진 것에 감사하고 불필요한 것을 바라지 않는다. 주어진 것을 누리며 그 속에서 의미를 찾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남들이 젊었을 때 만큼 관심을 가져주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젊었을 때 누리던 오락은 다 해본 것이고 부러워할 이유도 없다. 자신의 삶에서 의미있는 일을 하며 행복을 누리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젊은이들은 건실하고 자신감이 있다. 노인들은 어른의 여유가 있고 현명하다. 이런 사람들은 자신을 비참하게 만들지 않는다.

 

‘늙어갈 용기’를 통해 죽음과 노화를 받아들이는 성숙한 사고를 접하였다. 하지만 내 가슴은 죽음을 앞두고 두려움없이 ‘내가 바라던 바이다’라고 말하는 소크라테스가 되기는 멀었다. 아들러 심리학을 읽다보면 보통 사람들 심리 기저에 두려움과 주저함이 꽤 많이 깔려있음을 알 수 있다. 이 두려움을 버리는 것이 진정한 자유와 행복이 아닌가 싶다. 말미에서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모든 사람들의 괴로움은 두려움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괴로움과 두려움에서 한 발짝씩 떨어질 수 있는 방법, 아들러 심리학에 있다.

아미구루미를 만드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냥 귀여운 인형을 만드는 것도 재밌지만, 기존의 캐릭터를 만드는 것도 참 좋아요. 해당 캐릭터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선물하는 할 때도 기쁨이 배가 됩니다. 캐릭터 아미구루미 도안도 책이나 유료, 무료 도안으로 많이 나와 있어서 책이나 인터넷상의 도안을 모으는 것도 아미구루미 만들기의 즐거움 중 하나입니다. 최근 눈여겨 보던 리라쿠마 아미구루미 일본 도안 책이 한글로 번역되어 ‘귀여운 리라쿠마 자수 & 니트 소품’으로 나왔다기에 얼른 펴보았습니다.

 

이 책의 제목처럼 책에 실린 20여개의 작품 중 10여개는 자수를 이용한 소품, 10여개는 뜨개질을 이용한 리라쿠마 소품입니다. 자수 작품은 필통, 쿠션, 손가방, 앞치마, 티매트 등 일상에서 흔히 쓰는 천으로 만든 물건들입니다. 여기에 갈색의 리라쿠마, 코리라쿠마와 병아리가 등장하는 자수를 놓여 있습니다. 앞 쪽에 자수를 놓는 방법이 간단하게 나와 있고, 각 물건들을 만드는 법이 나와 있습니다. 리라쿠마는 실사이즈 도안이 나와 있습니다.(책에 있는 그림을 얇은 종이를 대고 그려서 그 종이를 천에 붙이고 자수를 놓던가, 초크 페이퍼를 사용하여 옮기네요^^) 대부분 갈색 실을 이용하여 표면의 선을 이용하여 리라쿠마를 수놓는 방법을 사용합니다. 이 책을 보고 물건을 그대로 따라 만들어도 되고, 책에 나와 있는 리라쿠마 실사이즈 도안을 이용해 기존의 소품의 원하는 곳에 수를 놓아도 될 것 같습니다. 쉬는 곰이라는 뜻이 리라쿠마라는 뜻의 이름과 어울리게 뒹굴면서 책보고, 놀고, 먹는 리라쿠마의 도안들이 많이 나와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필통의 베개에 볼 대고 누워있는 리라쿠마랑 티매트의 간식 도안이 제일 귀여워요. 티매트는 별로 쓰지 않는데도 도안보면 괜히 만들고 싶어져요.

 

뜨개 부분에는 뜨개를 이용한 소품이 나와 있습니다. 작은 핸드폰 케이스나 손지갑, 목도리, 머리방울, 모빌, 아기 신발 등이 나와 있습니다. 이 모빌이 다른 책과는 달리 좀 특이합니다. 폼폼으로 방울을 만들어 리라쿠마를 구성하고, 주위에 색색깔의 폼폼을 붙여 만드는 모빌입니다. 리라쿠마의 얼굴, 귀, 꼬리, 팔, 다리를 각각의 폼폼으로 만들어 리라쿠마를 만드는 겁니다(!!). 작품 완성도는 보장 못해도 이런 방식으로 인형을 만들어본 적이 없어 한 번쯤 시도해보고 싶어져요. 책을 받고 표지에도 등장하는 리라쿠마 지갑은 한 번 만들어봤어요. 제 손바닥 보다 약간 작은 사이즈라 유치원 아이들은 옆에 매는 가방처럼 만들어 줘도 좋을 것 같아요. 빨리 지퍼 달아서 선물하고 싶네요(전 만들어서 거의 선물하거든요). 미니 파우치나 머리 방울도 만들어 놓으면 특별하면서도 실용적인 소품이 될 것 같아요. 저처럼 인형 좋아하시는 분들은 아쉽지만 머리방울, 열쇠고리용 두 쿠마의 머리랑 병아리의 작은 전체 인형말고는 인형이 없어요. 나머지는 전부 장식용 납작한 쿠마 머리 도안이예요. 이 책은 인형 책이 아니라 소품책이니까요.

 

‘귀여운 리라쿠마 자수 & 니트 소품’운 제목처럼 리라쿠마 캐릭터를 이용한 자수와 뜨개 소품 모음집입니다. 일상에서 쓰는 천과 니트 소품에 리라쿠마 장식이 하나식 달린 작품들이 등장합니다. 리라쿠마와 손으로 만드는 것을 좋아하시는 분, 자수나 뜨개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고 싶으신 분이 보시면 좋아요.

 

과거 <오래된 비밀>이라는 책을 읽었을 때의 기억이 떠오른다. 오래된 비밀은 주어진 운명의 틀 안에서 최대의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쓴 책이다. 제목처럼 인과응보, 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데 팥 나고, 노력한 자에게 결실이 있다는 오래된 이야기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가치를 간과하고 제대로 실천하지 못하는 이야기였다.

 

오래된 비밀은 진리와 성공하는 방법에 대해 전달하는 책이지만 그 책만의 특별한 부분이 있었다. 우선 ‘운 컨설턴트’라는 저자의 직업이다. 사주, 기문둔갑 등 과거부터 내려오는 운명학을 배워 운명을 예측하지만 동, 서양의 7가지 운명학과 경제학을 결합하는 매우 새로운 방식이었다. 저자의 전공도 경영학이다. 여러 가지 방법을 통해 운을 예측하는 정확도를 높이고, 경영과 투자에 대해 구체적인 조언을 해준다. 책 내용 또한 ‘부와 성공’이라는 21세기 최대의 관심사에 맞추어 진리를 매우 현대적으로 전달하였다. 그래서 저자가 <운, 준비하는 미래>라는 새로운 책을 출판하였다는 소식을 듣고 꼭 읽고 싶어졌다.

 

‘오래된 비밀’이 운의 흐름과 성공에 대한 이야기라면, ‘운, 준비하는 미래’는 저자가 상담을 하며 사람들이 제일 궁금해 하는 내용에 대해 전달하는 책이라 할 수 있다. 첫째는 자신의 운세를 살피고 이끌어가는 법에 대한 내용이 나온다. ‘토성 리턴’, 운세가 트이기 시작할 때의 신변의 변화, 무의식과 운세의 강한 연관성, 흥미와 직업 선택, 부자의 인간관계 등 흥미로운 이야기가 많았다. (마침 내가 토성 리턴의 시기라 이 부분이 참 재미있었다. 구체적인 언급으로 스포는 하지 않겠다)

 

둘째는 다른 사람과 나의 운세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 부분이 ‘오래된 비밀’보다 ‘운, 준비하는 미래’에서 더 본격적으로 다뤄졌다. 철학자 아들러는 모든 문제는 인간관계에서 비롯된다고 하였다. 타인을 제외한 나는 있을 수 없다. 인생에서 타인은 무척 중요한 대상이다. 부모와 자식, 직장 동료, 연인 등 귀인, 악연을 대하는 법에 대해 나온다. 자신이 조우하는 인연이 어떤 인연인지 보여주는 ‘인연 일지’, 악연이 처음 모습을 드러내는 법, 착한 사람이 악연의 구렁텅이에 빠져들기 쉽다는 것, 귀인을 만날 때도 본인이 준비가 잘 되어 있어야 한다는 내용이 나와 있다.

 

이 책을 읽으며 운명학이 주는 조언은 결국 ‘현명하고 바른 사람이 되어라’라는 생각이 들었다. 운명학을 배워 스스로 운세를 점쳐서 인생을 좋은 방향으로 이끌 수도 있겠지만 현실적으로 쉽지가 않다. 운명학을 배우지 않은 사람이 항상 따를 수 있는 것은 운명학에서 말하는 올바른 삶의 방식이다. 이 책에서 운명에 있어 자신을 돌아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읽으며 결국 본인의 인생은 본인이 만들어 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자신의 마음 속을 끊임없이 들여다보아야 자신의 인생에서 무엇이 옳고 그른지에 대한 정답이 나온다. 이러한 자기 성찰은 사람을 바르고 현명하게 만들 것이다. 사람이 현명해야 바보짓을 덜 하게 된다. 현명한 동시에 바른 사람이어야 나쁜 짓을 하지 않는다. 바른 사람인데 현명하지 못하다면 이용만 당할 것이다. 이런 좋은 책도 읽고, 성찰하는 인생을 살아가며 좀 더 현명하고 바르게 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좋은 운명을 이끌어내는 방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운, 준비하는 미래’는 자신을 알고 타인을 알아서 운명을 좀 더 좋게 만드는 법에 대해 이야기 해주는 책이다. 일반 상식이 권장하는 ‘제대로 사는 방법’도 훌륭한 것이 많다. 하지만 운명학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일반 상식보다 한 차원 더 위에서 사람의 눈을 틔워준다. 이 책을 통해 새로이 자신의 운명의 방향에 대한 성찰을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