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람들 사이에 늘 핫한 관심사가 있다. 사랑과 싸움이 그것이다. 거의 모든 소설, 연극, 노래, 드라마, 만화 등이 이 두 가지를 다루고 있다. 주위에서 흔히 보는 것인데도 너무 관심있고 재미있다. 이 두 가지는 결코 쉽지 않다. 이 두 가지가 능수능란한 사람이 있다면, (나쁜 짓만 안 하고 다니면) 힘든 일이 거의 없을 것 이다. 다른 사람의 호감을 얻고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어렵지 않고, 좋지 않은 일을 당했을 때 마구 돌파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고생스러운 일이 있어도 잘 헤쳐나가는 것은 물론, 출세길이 열렸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이런 사람은 거의 없다. 대부분이 저 두 가지 주제를 놓고 고통스러워 한다. 사랑과 싸움이 왜 수 많은 작품 속에 등장하는지 이해가 간다. 인간 세상에 희극+비극+코미디를 연출하는 주제이기 때문이다.

 

기시마 이치로의 ‘아들러에게 사랑을 묻다/인생을 묻다’라는 두 책의 제목을 보자 이 책들도 사랑과 싸움이라는 두 가지 주제를 직접이나 간접적으로 다루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인생을 물 흐르듯 헤험쳐 유연하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다룬 책이란 뜻이다. 우선 두 책 중 ➊을 달고 있는 아들러에게 사랑을 묻다를 펴들었다.

 

기시마 이치로는 아들러 심리학의 ‘공동체 감각’을 사랑에 접목한다. 책을 펴지 않고 내가 공동체 감각에 대해 이해한 바를 말해보면, ‘나’에서 타인과 사회를 생각하는 것이다. 사람은 혼자 존재할 수 없다. 나라는 것도 다른 사람 사이에서 의미를 가진다. 따라서 나는 다른 사람과 사회에 기여를 해야 한다. 나의 행동, 목표는 타인과 사회에 선을 가져다주는 것이어야 옳은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래야 나의 행동과 목표에서 스스로 행복감을 느끼고, 주위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며 자신의 가치를 느낄 수 있다. 나의 행복은 타인에의 기여를 통해 이루어진다.

 

사람들이 사랑에 어려움을 느끼는 것은 두 사람의 일인데 공동체 감각이 결여된 나만의 주장을 벌이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상대를 사랑하는 동시에 존중하는 것을 어려워한다. 자신이 사람을 존중하는 능력이 결여되어 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도 많다. 세상에 둘도 없는 대상을 위해 배려하고 자유롭게 해주고 행복하게 해줘야 하는 것을 모른다. 상대를 자신의 소유물로 생각하고 마음대로 하려고 한다. 상대는 무의식적으로든 의식적으로든 부당한 대우를 깨닫고 저항한다. 상대에 대한 존경과 배려와 같은 공동체 감각이 부족한 사람에게 자신의 욕심을 넘은 타협은 너무나도 어렵다.

 

이 책에서는 아들러 심리학과 애정 관계에서 실제 흔히 벌어지는 상황을 함께 보여주며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무엇이 좋은 방향인지 말해준다. 기시마 이치로가 말하는 공동체 감각이 결여된 행동들에서 온전히 자유로운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꼭 애정 문제가 아니더라도, 내가 몰랐던 나의 공동체 감각 부족을 꼬집어 말해주는 것만으로도 가슴깊이 뿌리내릴 아집이 줄어드는 기분이다.

 

연인이든, 가족이든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에 대해 걸맞은 마음가짐을 가지고 걸맞은 대우를 해왔던가? 우리에게 주는 사랑을 이용해 함부로 대하거나 이용한 적은 없었나? 사랑에 사람들이 고생을 하는 이유는 자명하다. 대부분의 사람이 사랑하는 방법을 잘 모르기 때문이다. 어찌보면 가정과 학교에서 제일 먼저 배워야 할 부분인데 다른 가치에 너무 밀린 느낌도 있다. 잘 모르면 배우면 된다. 사랑이 힘든 사람, 인간관계가 힘든 사람뿐만 아니라 누구라도 한 번 읽으면 인생에 도움이 될 책이다.

 

요즘 기시마 이치로가 쓴 아들러 심리학이 큰 유행이다. 내게 기시마 이치로가 말하는 아들러 심리학은 한 문장 한 문장이 삶의 진실이요, 감동으로 다가왔다. 여태껏 본 어떤 심리학에서도 아들러의 심리학과 같이 사람들의 심리를 예리하게 파헤치고, 동시에 사람을 사랑으로 바라 본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없었다. 기시마 이치로가 말하는 아들러 심리학이 너무 좋아서, 아들러가 쓴 심리학 책을 직접 읽고 싶다는 생각이 굴뚝 같았다. 그러던 도중 ‘행복해지는 관심’ 만났다.

 

‘행복해지는 관심’은 아들러가 쓴 ‘삶의 과학’을 번역한 책이다. 표지에 여자가 들고 있는 하트 모양의 구름 겸 풍선에 원제가 영어로 씌여있다. 삶의 과학이라는 제목이 다소 딱딱하여 제목과 표지를 젊은 여성들이 좋아하는 형식으로 한 것 같다(한국 최대의 도서 구매자는 20대 여성으로 이들의 취향을 반영해야 한다는 말이 생각났다). 개인적으로 원제 그대로 번역한 것이 책의 분위기에 맞지 않나 싶다.

 

다른 심리학 이론들은 인간의 심리를 제한적으로 다루고 있는 경우가 많다. 복잡한 인간의 심리를 이해하기 위해 단순화된 모델을 제시하는 것도 유용하다. 하지만 이런 심리학은 아들러 심리학에 비해 인간을 단순화하여 바라보고, 이 속에서 되려 인간성이 상실되는 느낌도 든다. 한쪽에 지우친 이론들의 경우는 각자의 말은 맞지만, 부분적이어서 흩어져 있는 여러 작은 조각들을 보는 느낌이다.

 

내가 생각하는 아들러 심리학의 특징은 인간의 중심적인 욕구에 주목하여 한 인간을 온전한 모습으로 보는 것이다. 아들러는 사람들은 모두 열등감과 우월성의 추구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열등감은 인간 발전에 주요한 영향을 끼친다. 이 열등감을 떨쳐버리려는 행동이 곧 인간의 삶의 목표와 태도를 결정짓는다. 이는 4~5세 시절에 결정되는 것이다. 어떤 사람도 이 목표를 포기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 성공한 사람이 되거나, 부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 알콜 중독자나 정신병자가 되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아들러는 어린 시절, 기억, 태도와 감정, 일상 생활의 포즈, 꿈, 성욕 등 모든 것이 한 인간이 향하는 방향을 나타내준다고 본다. 어린 시절과 현재의 경향성이 다르지 않고, 이 경향성으로 태도, 감정, 기억이 달라지고, 여기에서 꿈과 욕망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위의 모든 것은 해당 인물이 어떤 열등감과 우월성의 추구를 하고 있나 알려주는 지표이고, 그가 어떤 목표를 향해 살고 있는지 알려준다. 조각조각 나뉜 느낌이 들던 타 심리학과는 달리 구슬이 처음부터 끝까지 줄줄이 꿰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여기에서 ‘그런데 목표가 살다보면 바뀔 수 있잖아??’ 라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이는 현실의 인간을 보면 풀 수 있는 문제 같다. 대부분의 사람이 세 살 버릇을 여든까지 그대로 가지고 간다. 어렸을 때 똑똑하면 지금도 똑똑하고, 어렸을 때 나태하면 지금도 나태한 사람이 대부분이다. 물론 크게 바뀌는 사람이 간간이 있기는 하다. 극단적인 사건 사고를 겪은 경우이다. 정말 사람이란 잘 바뀌지 않는다.

 

아들러가 말하는 심리학은 놀랍다. 한 사람의 마음이 향하는 방향과 그 이유를 알 수 있는 심리학이다. 아들러의 책을 읽고 생각하다보면 나도 나에 대해 몰랐던 사실을 많이 알게 되고, 주위 사람들의 행동도 새로이 이해하게 된다. 정말 제대로 공부해보고 싶은 심리학이다. 아들러 심리학 내용을 통째로 씹어먹어서 온 몸에 흡수시키고 싶다. (아들러 심리학을 이해하여 자신의 인생에 녹여낸 글을 쓴 기시마 이치로씨가 대단하게 느껴진다.)

 

소크라테스가 말한 ‘너 자신을 알라’가 요즘 내게 새로이 다가오는 말이다. 사람들은 대부분 자기가 어떤지 잘 모른다. 주위를 둘러보라. 지루하고 불쾌한 사람은 자신의 모습을 놀랍게도 전혀 모른다. 주위 사람들은 다 아는데 말이다. 그렇다면 나 자신은 어떤가?? 정말 놀랍게도 내가 어떤 인간인지 내가 가지고 있는 인상은 흐릿한 안개 넘어 어렴풋이 짐작이 드는 정도이다. 이 생각이 들자 나 자신을 너무나도 알고 싶어졌다. 앞으로 몇 십년을 더 살아 근 100년 가까이는 살 텐데, 모르고 죽는 것은 너무도 섭섭하다. (나를 아는 것이 소크라테스 같은 사람과 다른 사람의 차이를 구분 짓는 진리의 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런 의미에서 아들러 심리학을 내 인생 공부 리스트에 올려놓기로 했다. 한 번 살고 가는 인생, 보석같은 진리는 알고 가고 싶다. 몇 년을 잡고 열심히 한 번 해봐야 겠다.

 

뉴에이지의 거두였던 오쇼 라즈니쉬의 책을 접한 후, 그를 비롯한 영적 스승에 대한 책을 찾아읽기 시작했다. 내가 모르던 새로운 세계에 눈을 뜬 것 같았다. 쉬운 말로 삶의 진실을 햇빛을 비추듯이 전달해주는 세계였다. 이 세계를 알기 전과 후의 내 인생이 다르다는 생각도 들었다.

 

‘마음에 대해 무닌드라에게 물어보라’는 무딘드라라는 내가 모르는 한 영적 스승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의 제자 중 한 사람이 다른 많은 제자들의 도움을 받아 쓴 책이다. 처음에는 제목을 보고 무닌드라와 제자들의 대담집인 줄 알았다. 이 책은 그가 직접적으로 설파하는 형식이 아니다. 그의 제자들이 그를 직접 대하고 겪었던 일, 가르침을 받았던 일에 대해서 말하고, 이를 그의 가르침(마음챙김, 나눔, 진실됨, 정진과 노력 등)에 따라 소단원을 나누고 정리한 형식이다.

 

책을 읽으며 무닌드라에 대해 든 이미지는 잔잔하고 고요한 강위를 따라가는 작은 배 같았다. 그는 강렬한 카리스마를 보여주는 사람이 아니었고, 그를 위한 교단을 만들지 않았다. 그는 사실 수행을 통한 초능력이 있었고, 학교에서 1등을 하던 머리 좋은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는 평범한 모습을 한 자상한 사람이었다고 한다. 그는 타인에 대한 무한한 애정과 연민을 나타내며 대하는 사람을 편하게 해주는 사람이었다. 제자들을 이끌 때에도 자상하고 부드러운 방법을 사용했다고 한다. 깨달음의 방편이나 스승에 제한을 두지 않아 제자들에게 다른 스승의 깨달음의 방법을 권하기까지 했다. 그럼에도 그의 곁에는 많은 제자들이 있었으며, 많은 깨달음을 얻었다. 중간에 지치거나 좌절하지 않도록 부드럽게 이끌어 깨달음을 얻고, 영적인 스승이 되게 이끌어 주었다. 자신의 사욕을 전혀 나타내지 않았으며, 다른 사람의 필요에 열정적으로 대해주었다.

 

그는 자연스럽고 사랑이 넘치는 사람이었다. 그것이 바로 그가 설파하는 진리였고, 붓다의 말이었다. 붓다와 같은 깨달음의 길은 현대에는 불가능한 전설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그가 몸소 보여주었다. 아주 잔잔하고 평범한 모습으로 말이다. 그는 다른 사람에게 아낌없이 필요한 것을 주고 도와주었다. 진리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아무런 사욕없이 진리를 마구 다른 사람들에게 베풀었다. 어렵게 하는 방법은 없었다. 아무리 빈천한 자라도 그에게 쉽게 다가가 깨달음을 구할 수 있었고, 그가 열심히 다가가기도 했다. 그가 오라면 가지 않아도 상관이 없었고, 대부분은 그를 자연스레 따랐다. 타인들이 생각도 못한 길을 맑은 날의 순풍을 받은 배처럼 아름답고 조용한 모습으로 앞서가며,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도 할 수 있다고 모범을 보여 따라오게 했다. ‘내가 할 수 있을까?’. ‘진리라는 것이 있을까?’, ‘무조건 잘해주는 것이 옳을까?’ 등 수행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가지는 의문을 풀어주고 열정적으로 강의했다.

 

그는 내가 책에서 읽거나 TV나 실제로 본 사람들 중 가장 자연스럽고 편안한 사람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시선에 신경을 많이 쓴다. 타인의 시선을 끌거나 타인을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유도하려면 거짓 미소나 그 사람의 흥미에 맞춘 무언가가 필요하다. 다른 영적 스승들도 물론 깨달은 사람이라 위와 같은 모습은 없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을 가르치는 입장으로 한 번 씩 엄한 모습을 보였다. 오쇼는 인간에 대해서 통렬한 비판을 가한다. 성철 스님은 수행에 게으른 스님을 때리거나 물에 넣기도 하셨다고 한다. 무닌드라는 이런 모습이 없었다. 그는 그저 진리를 구하는 인간의 가슴에 진리를, 물자가 필요한 사람에게 물자를 가져다 주었다. 부드러움과 배려가 가득한 모습으로 말이다. 그는 엄한 무엇이 필요없는 사람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는 내가 본 새로운 유형의 스승이다. 그와 다른 스승과 왜 이런 차이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난 말할 수 있다. 그는 내가 듣고 본 사람들 중 가장 자연스러운 사람이다. 무딘드라의 삶과 가르침을 보면 절대 자유는 이런 사람에게 있는 것 같다. 이런 사람이 될 수 있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을 것 같다. 이런 기분이 그의 가르침에 사람들이 자석처럼 따르던 이유가 아닐까 한다.

 

‘마음에 대해 무닌드라에게 물어보라’를 보면 세상에서 가장 자연스럽게 살았던 한 사람을 만날 수 있다. 그의 삶을 통해 뿜어져 나오는 진리와 사랑, 솔직함을 볼 수 있다. 그를 보고 있으면 나도 그처럼 자유로워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