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을 하다 85년 동안 행복한 결혼 생활을 유지한 한 서양의 노부부를 봤다. 할아버지104세, 할머니 100세이다. 할머니의 아빠가 20살이나 많은 아저씨에게 딸을 시집보내려 하자 동네 오빠인 할아버지와 함께 야반도주한 아주 낭만적인 이력도 가진 노부부이다. 이들은 고령에도 불구하고 트위터를 통해 행복한 결혼생활에 대해 세계인들에게 답을 주고 있다. 기사에서 나온 두 분의 대답 예시에서 칼릴 지브란의 ‘보여줄 수 있는 사랑은 아주 작습니다’를 읽고 있던 내 눈을 끌어당기는 문구가 있었다. ‘부부가 서로 헌신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라는 말이었다.

 

결혼을 일찍 하는 사람들을 보면 이해가 가지 않기도 하고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 혼자 몸도 밥하고 청소하고 빨래하는 것이 얼마나 귀찮은가. 다른 사람까지 챙겨야 하다니 도저히 못할 것만 같다. 나 혼자 살면 얼마나 편한가. 집에 들어오면 조용하고, 피곤하면 옷도 대강 걸쳐 놓고 청소도 좀 안해도 괜찮다. 학원을 등록해서 늦게 들어와도 누군가의 끼니라든가 스케쥴을 걱정할 필요도 없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을 일찌감치 포기한다고? 도대체 얼마나 좋아야 결혼을 할 수 있는거냐??

 

칼릴 지브란의 시는 사랑에는 불편함이 당연하게 따르는 것이라고 말한다. 푸른 하늘을 보면 천둥번개를 감수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얼마나 당연한 말인가. 칼릴 지브란의 시와 비교하면 내가 당연하다고 생각한 위의 내용은 이기심이 하늘을 찌르는 외계인의 것이다. 만일 집에 들어오면 항상 혼자이고, 성공을 해도 같이 기뻐해줄 사람이 없다면 사는 것에 어떤 의미가 있을 것인가. 칼릴 지브란의 연인이 쓴 시 중 ‘더 큰 자유를 주는 구속’이라는 어구가 생각난다.(토씨는 조금 다를 수도 있으나 대략 저런 의미였다.) 내가 자취를 즐길 수 있는 것도 다 가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같이 있지 않더라도 가족이라는 품이 있으니 멀리 혼자 떨어져도 외로움을 느끼지 않는 것이다. 사랑은 삶의 의미이다. 항상 좋은 것은 있을 수 없듯이, 사랑에는 약간 불편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사랑이 주는 큰 무엇에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작은 불편이다.

 

이 책은 꼭 남녀간의 사랑만을 말하는 책은 아니다. 삶의 아름다움, 고뇌, 깨어있고 자유로운 정신 등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는 이 생명, 이 삶의 아름다움과 진실을 일깨워 주는 내용도 들어있다. 이러한 내용은 이 책의 주제라고 할 수 있는 사랑과 동떨어진 것이 아니다. 칼릴 지브란이 말하는 사랑은 남녀 간의 애정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존재와 우주의 차원까지 나아간다. 사랑은 둘이 한다. 이 이원성은 궁극적으로 서로를 위한 존재다. 이원성의 합일의 지점에서 사랑이 생겨나고 인생이 생겨나고 아름다움이 생겨난다. 이것이 인간이 존재하는 이유이다. 이 책이 다루는 사랑은 우주적인 사랑, 세상의 진리를 포괄하는 넓은 개념으로서, 독자의 감성과 시각을 아름다운 곳으로 한없이 넓혀준다.

우리의 눈에 보이는 것은 아주 작습니다. 제가 결혼에 대해 가졌던 생각이 그렇습니다. 자신에 대해서 더 많이 알고 싶습니까? 세상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싶습니까? 행복하고 싶습니까? 이 책에 있습니다.

목표를 향해 나가는 길은 너무나도 어렵다. 노력은 계속되는데 결과는 너무도 까마득하다. 어느 날은 결과의 존재조차도 의심스럽다. 노력을 내던져버리면 인생이 텅 비어버린 느낌이 든다. 이 공허감에 노력의 삽자루를 다시 들어올리면 기분은 찜찜하다. 노력을 추동하는 것이 공허감이라니?? 이건 무언가 잘못 되었다. 다시 생각을 고쳐먹는다. 꿈에 정신을 잘 집중한다. 다시 올바르게 가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런데 이번에는 목표가 현실과 너무 먼 느낌이 들며 중압감이 몰려온다. 어느 날 저녁 집으로 가는 길에 한 가지 생각이 들었다. ‘지금 내가 하는 것은 내가 아닌 무언가가 되는 것이 아니라, 내 속에 있는 다른 모습을 밖으로 나오도록 도와주는 것이다’라고. 그래서 여전히 약간은 다운된 기분으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두려움이 인생을 결정하게 하지마라’는 성공적인 삶을 위해 달려나가는 사람이 맞딱뜨리게 되는 장애물에 대한 책이다. 그 장애물은 ‘두려움’이다. 평범한 사람들 속에서 내가 있는 삶에서 벗어나는 것에 대한 어색함, 두려움, 의심을 총체하는 단어이다. 두려움은 실제하는 무엇이 아니다. 인간의 마음 속에 자리잡고 있는 허상이다. 이 두려움은 원시시대의 생명을 위협하는 환경에 대한 자기 보호 차원에서 인간의 마음 속에 자라났다고 한다. 그런데 신변에 대한 위협이 현저히 낮아진 현대에 이 두려움은 성공을 향한 도전을 회피하는데에 남용되고 있다. 이런 두려움은 현실에 대한 집중도를 떨어뜨리고, 우리가 누리고 있는 세상에 대한 감사와 즐거움을 잊어버리게 만든다. 그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권태와 두려움, 퇴보와 같은 반갑지 않은 단어들이다. 따라서 두려움을 잘 조절하는 것이 성공과 행복의 키이다. 한국어 제목은 위와 같은 책의 부분에서 지어진 것이다. 성공의 발목을 잡고 인생을 권태롭게 만드는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이라는 것을 잘 나타내준다. 자신의 삶이 외부에 의해 방해받고 있다는 하나도 도움이 되지 않고 기운만 빼는 사고 방식을 잘 저격하는 책이다.

 

이 책에는 성공을 위한 키 9가지를 제공해준다. 이 가운데 가장 반성이 들게 하는 것이 ‘인품’과 ‘사랑’이다. 인품이 부족한 사람은 성공을 제로섬 게임처럼 인식한다. 상대가 잃어야 내가 얻는다. 인간성이 결여된 거만, 경멸, 딱딱하게 굳은 태도는 성공을 약육강식으로 인식하는 공포와 열등감에서 비롯된 것이다. 사랑은 인간에게 산소만큼이나 필요한 것이다. 아무리 성공을 해도 같이 기뻐해줄 사람이 없다면 의미가 없다. 사랑은 산소와 같아 주위에 넘쳐난다. 이것을 거절의 두려움으로 차단해온 것은 우리이다. 우리의 성공의 길은 타인에게 매정하게 구는 것이 아니다. 타인을 존중하고 사랑하고, 서로 성공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것이다. 타인에 대한 관심과 배려가 전제된 밝은 미소와 따뜻한 태도, 적극적인 인간관계를 말하는 것이다. 이 책은 묻는다. 당신의 태도가 정말 당신이 원하는 모습이냐고. 이 부분을 읽는 동안 머릿 속이 따끔따끔했다.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고, 그 저변에는 세상을 제로섬으로 보는 겁쟁이와 타인에 대한 무관심이 깔려 있었으니까. 이것이 살면서 답답함을 느끼게 하는 원인이었으니까.

 

‘두려움이 인생을 결정하게 하지마라’는 사람들이 알고 있지만 놓치기 쉬운 무언가를 잘 보여준다. 그 무언가는 우리가 의도적으로, 혹은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리고 있는 성공과 행복이다. 인생을 살며 한 번은 만나야 하는 스승과도 같은 책이다.

몇 년 전 ‘파인만의 물리 이야기’를 읽었다. 읽으면서 이해가 되는 부분은 재미있었지만,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은 너무나도 어려웠다. 노벨상을 딴 천재 물리학자로 실험실에서만 사는 사람이 아니라 인생을 아는 분이라는 생각이 드는 구절도 있었다. 학교 다닐 때 물리가 너무 어려웠다. 내가 할 것이 아니고, 다른 과목을 하는 것이 더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해보고 싶어서 열심히 공부해서 내가 원하는 점수대에 도달하였다. 파인만의 물리 이야기는 어려웠다. 그래도 이해가 되는 부분은 재미있었다. 나도 내가 사는 세상에 대해서 더 알고 싶다. 천재 과학자가 안내해주는 과학이라면 더욱 경건한 마음으로 범백성이 외국의 대학자로부터 물리학을 배울 기회를 주는 21세기를 찬양하며 배우고 싶었다.

 

그러던 차에 내 마음을 끄는 파인만의 저서를 하나 만나게 된다. ‘물리법칙의 특성. 파인만의, 일반인을 위한 최초이자 마지막 물리학 강의.’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강의라면 나도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기대감에 파인만의 물리 강의에 다시 도전하게 되었다.

 

‘물리법칙의 특성’은 제목은 교과서처럼 딱딱하나 그렇게 매정한 책이 아니다. 파인만의 물리 이야기보다는 쉬웠다. 책을 읽으며 파인만이 설명해 주는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비유들을 ‘와 이해가 된다’라고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헐레벌떡 빨리 걷고 있고, 그러다보면 길을 잃고 두리번거리는 과정은 물론 반복되었다. 개인적으로 앞부분 세 챕터가 더 어려웠고, 뒤 네 챕터는 재미있게 읽었다.

 

이번 기회를 이용하여 가깝고도 먼 당신인 물리학에 몇 발자국 더 가깝게 다가갔다. 양자역학이라는 단어는 물질을 쪼갠 작은 단위가 움직이는 법칙에 대한 학문이라는 나름의 정의도 마음 속에 만들었다. (틀렸다면 죄송) 세상의 에너지와 물은 더 이상 생기는 것도 아니고, 줄어드는 것도 아니라는 법칙도 새삼 다시 깨달았다. 전자가 구멍을 통과하는 것이나 ‘바리온’ 같은 용어들은 나름의 정의는 세우지 못했으나 눈 도장은 찍었다.

 

‘물리법칙의 특성’은 어렵고도 재미난 길이었다. 평소 문과 계열 책을 많이 읽는다. 어쩌다 한 번씩 과학 관련 책을 집으면 몸이 배배 꼬이지 않은 적이 없었다. 하지만 그 사이사이 비치는 지식의 매력을 잊을 수가 없다. 이 책을 한 번 더 읽을 생각이다. 과학적 책읽기 능력이 조금씩 조금씩 쌓아 과학적인 소양을 기를 수 있게 말이다. 이번 기회에 과학적 소양을 위한 제대로 된 첫걸음을 뗀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