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오르는 아시아에서 더럽게 부자되는 법.’ 무엇보다 길고 다소 자극적인 제목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저자인 모신 하메드에 대한 평가로 보건대 가벼운 내용은 아닐 것이다. 제목과 목차만을 봐서는 무슨 내용인지도 짐작이 되지 않는다. 아랍권의 다른 유명 작가인 살만 루시디의 책처럼 문장이 뭔가 노래처럼 운율이 있는 느낌이 든다. 이런저런 호기심에 책을 읽게 되었다.
‘떠오르는 아시아.’ 여기서 말하는 아시아는 이 글을 읽는 분들과 내가 사는 동아시아가 아니라 아랍쪽을 의미한다. 아시아가 떠오른다. 주인공이 사는 아랍권의 나라는 경제적으로 조금씩 발전을 하고 있다. 도시가 팽창이 되고, 사람들의 교육 수준이 상승이 된다. 이렇게 외견상 발전적으로 보이는 이면에는 어두운 모습이 자리하고 있다. 이러한 발전을 누리는 것은 국민 중의 일부로, 많은 사람들에게 그 혜택은 그림의 떡일 뿐이다. 주인공만 보더라도 많은 친척들은 주인공이 살던 가난한 시골에서 힘들게 살아간다. 도시로 간다고 해서 사정이 크게 변하는 건 아니다. 같은 형제인 누나는 학교도 다니지 못하고 시골로 돌아가 출산과 노동에 시달리다가 일생을 마치고, 형은 학교를 다니다 말고 도시 노동자가 된다.
‘더럽게.’ 주인공은 운 좋게도 막내 아들로 태어나 더 발전적인 삶을 위한 교육의 기회가 있었고, 더욱 운이 좋게도 매우 건강한 신체와 카리스마, 뛰어난 두뇌를 가지고 태어났다. 하지만 이런 행운아인 주인공도 성공을 하려면 더러운 길을 걸어야 한다.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을 불법으로 팔고, 수돗물을 받아 생수인 척 속여야 한다. 그는 즐기는 것은 아니지만, 어쩔 수 없이 사기와 폭력을 그의 인생에 들이게 된다. 그의 일생의 사랑은 아주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아가씨이다. 거기다가 부모의 무절제함과 달리 성실하고 미래를 제대로 계획할 줄 알고, 자신의 삶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갈 현명함을 갖춘 여자이다. 하지만 그녀도 비참한 현실에서 벗어날 길은 매춘과 가출 밖에 없었다. 이것이 가난하지만 성실하고 재능있는 젊은이들이 떠오르기 위해 선택해야 했던 길이었다. 떠올랐다지만, 아시아의 뒤 편의 어두운 모습이다.
‘부자.’ 가난한 그들이 원하는 것은 부자가 되어 비참한 현실에서 탈출하는 것이었다. 부자가 위해 ‘더러운’ 일들을 마다하지 않고 해낸다. 성공은 했지만 꿈을 펼치기 보다는 탈출구를 향해 달려가는 모습에 가깝다. 그 과정에서 진실된 마음으로 자신을 돌아보는 과정은 부족했다. 주인공과 여자는 진실로 사랑하며 몇 십년에 한 번 씩 스쳐가는 위성과 같이 지냈다. 너무 바빠 서로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인식할 겨를이 없었다. 주인공은 아내에게 진실된 마음과 존경을 보내는 것을 잊었다. 아들을 사랑하는 것도 잊어버린다.
말년이 된 그들에게 재산은 더 이상 인생의 목표가 아니다. 쓸쓸함과 함께 살아가던 그들에게 우주가 자비를 베풀어 서로 함께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그리고 두 사람은 생의 마지막을 맞이 한다. 그들은 많은 것을 이루었다. 죽으며 가족과 약간의 재산을 뒤에 남겼다.
아무리 성공을 하여도 함께 기뻐해줄 사람이 없다면 어떨까? 인간의 삶의 행복과 의미는 사람에게서 나온다. 자기 자신과 주위의 가족과 친구 말이다. 돈으로 살 수 있는 물건이 주는 것은 행복보다는 한 단계 낮은 즐거움이나 재미에 가깝다. 주인공과 여자에게 마지막에 남은 것은 서로이다. 애초부터 서로 함께였으면 어땠을까? 각자의 성공을 위한 길을 걸으며 세상 무엇보다 소중한 서로와 함께 하며 사랑을 기반으로 가정으로 가지고 더 행복할 수 있지 않았을까? 만약 둘이 서로 만나지 못하고 혼자 살았다면 얼마나 쓸쓸했을까? 둘의 말년을 보니 성공이나 돈이 아무것도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누구나 성공과 부를 향해 열심히 달려간다. 어린아이부터 어른에 이르기까지 이 경주에 적극적으로 참가하기를 부추기는 것은 이 시대의 유행이다. 하지만 위 책의 두 주인공같이 지나치게 가난한 상태가 아니라면, 자신의 내면을 돌아보고 진실된 자신을 마주하기, 사랑하는 사람들 챙기기가 더 행복한 삶을 만드는 것 같다. 죽는 것을 보니 참 별 것 없다. 사람에게는 사람이 가장 소중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