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게 제일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편안한 몸과 마음이 아닐까 한다. 많은 돈, 좋은 옷, 맛있는 음식, 좋은 직업, 사랑하는 가족이 있어도 정신이나 몸이 온전치 못하다면 행복을 누릴 수 없다. 우리는 몸과 마음을 잘 돌보고 있을까? 인생이라는 큰 그림에 대어보았을 때 아무것도 아닌 일을 중요한 일, 바쁜 일로 부르며 우리 스스로를 방치하고나 있지 않을까?

 

건강을 돌보는 일은 꼭 거창하고 어려운 일이 아니다. 나쁜 생활 습관을 하나하나 고쳐가고, 그 자리를 좋은 습관으로 채워나가면 된다. 나쁜 생각, 음식, 생활습관을 좋은 것으로 바꾸면 된다. 이 때 나쁘고 좋은 것을 구분하는데 도움이 필요할 때가 있다. ‘습 없애고 열 내려야 병이 없다’라는 책이 이럴 때 좋은 조언을 해주는 책이라 할 수 있다.

 

워낙에 책과 정보가 범람한 시대인지라 한의사도 양의사도 무엇도 아닌 자칭 ‘전문가’들 까지 나와 엉터리 의학 지식을 떠들어대며 사람들의 주머니를 노리는 시대이다. 이 책의 저자는 중의학 내과 전문의이자 30여 년간 의술을 펼치며 많은 사람을 구한 분이라고 한다. 이 정도면 신뢰할 수 있는 조언을 하는 분이라고 믿기로 하고 책을 읽었다.

 

이 분은 많은 병의 원인을 ‘습열’에서 찾았다. 몸에서 잘 배출이 되어야 할 습열이라는 것이 남아 각 장기에 손상을 입히고, 병을 일으킨다는 이론이었다. 이 습열은 몸 구석구석 오장육부 들어가지 않는 곳이 없다. 심지어 ‘삼초’라고 불리우는 한의학의 무형의 장부도 해치는 녀석이다. 이 습열에 대하여 자세한 이론을 전개하지 않는다. 위와 같이 ‘나가야하는 것이 못나가는 것’ 정도로 이해해도 읽는 데는 큰 무리가 없다.

 

저자는 일반인이 이 습열을 쫓기 위해 할 수 있는 간단한 음식/체조법/안마법을 주로 소개한다. 계절에 따라 먹기 좋은 차나 죽은 만드는 법도 간단하여 한 번 만들어서 먹어볼 만한 것이 많았다. 음을 말하는 기공법, 장에 좋은 전통 체조 등도 흥미로웠다. 위와 같은 간단한 방법을 처방하여 좋아진 환자의 예도 있었다. 실제 한의원에 갔을 때 처방뿐만 아니라 자신에게 맞는 간단한 음식과 체조를 처방하여 건강을 도모할 수 있다면 참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창하고 비싼 식품이나 치법이 아닌 오랜 세월 전해진 간단한 방법으로 질병을 치료하는 방식도 자연적이라 마음에 들었다. 습열성 발기부전에 밤+호두+검실(+설탕) 이렇게 끓여서 먹으면 효과가 있다고 한다!! 꽤 심각한 문제인데, 위와 같은 간단한 방법으로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한다. 부지런을 조금 떨면 이 책을 통해 내게 잘 맞는 음식이나 차를 두어개는 찾아낼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모든 병이 설마 습열 하나로 오겠는가. 이 책을 읽는 일반 독자들이 자신의 병을 습열로 착각하고 자신에게 맞지 않는 시도를 하면 어떡하나?? 습열이 일으키지 않는 증상이 없어 거의 모든 사람이 자신과 증상과 비슷한 례를 이 책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한약재를 이용한 차나 음식이 많아 전문가의 진단없이 자가 진단과 처방을 유도하는 느낌이 약간 있는 것은 거부감이 들었다. 물론 경험이 많은 분이라 후유증이 큰 방법은 책에 싣지 않았을 것이라 믿는다. 이런 책을 낼 때는 이 책 속에 좋은 배변 습관 기르기, 계절별 좋은 습관처럼 자가 진단이 아닌 좋은 생활습관 교정 정도로 더욱 보편적인 내용을 중심으로 다뤄야 하지 않을까 한다.

 

‘습 없애고 열 내려야 병이 없다’는 꽤 재미있게 읽은 책이다. 그런데 건강과 관련된 서적이라 여기 나온 음식이나 체조를 실제로 체험해보아야 그 진가를 제대로 알 수 있을 것 같다. 시간이 나면 체험기를 한 두 편 포스팅하고 싶다.

 

좋은 고전을 읽고 감동을 받아도, 그 글귀가 필요한 상황에서는 잘 떠오르지 않을 때가 많다. 그 책이 어떤 책이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거나, 지금 내 옆에 없을 수도 있다. 옛 사람들처럼 맘에 드는 구절을 따서 엮어서 책으로 만들어볼까도 했는데, 너무 귀찮다. 이런 때 필요한 것이 명언집이다. 마음을 울리고 용기를 주는 문구들을 집대성해 놓은 책이다. 요즘은 유명한 명언집이 찾아보기 쉽게 주제에 따라 묶어놓은 것도 많아서 참 좋다.

 

그러던 중 ‘라루스 세계 명언 대사전’을 만나게 되었다. 딱딱한 이름만큼 오래되어 19세기에 나온 책이다. ‘라루스 대백과’라는 세계 3대 백과사전의 여러 시리즈 중 하나이다. 명언집은 많이 보았지만 명언 대사전은 처음이다. 비주얼도 대사전의 비주얼이다. 큰 사전과 같은 크기라고 생각하면 된다. 목차의 순서는 ㄱ의 가부터 시작하여 ㅎ의 힘으로 끝난다. 번역을 하면서 재배치를 하였나보다. 첫인상은 독특한 책이었다.

 

이 대사전의 목차의 제일 처음에 오는 단어는 ‘가격’이다. 맨 마지막 단어는 ‘힘’이다. 모든 사람들의 관심사 top 10에 드는 말이다. 그렇다. 이 대사전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는 모든 것, 인간 세계를 구성하는 거의 모든 것에 대한 지혜로운 짧은 논평을 담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이 고전에 반열에 오른 것이다. 이 너그러운 책은 뱃사람, 오쟁이진 남편, 성차별, 딸, 아들, 여주인, 스코틀랜드, 사랑에 빠진 노인 등 있을 거라고 생각지도 못한 항목들도 많다.

 

이 책은 내가 처음 생각했던 것처럼 성인공자나 그리스 현자들처럼 준엄하고 우러르지만 가까이는 못할 것만 같은 준엄한 책이 아니다. ‘왕좌의 게임’에 나오는 ‘다면신(多面神)’과 같은 이미지이다. ‘다면신’은 여러 얼굴을 가진 신이다. 시장에서 굴을 파는 소녀일 수도 있고, 몰락한 귀족의 딸 일수도 있고, 남자 사제일 수도 있고, 세상의 모든 사람의 모습을 한 신이다. 이 책에는 우리가 이름을 익히 알고 있는 고대의 현자들의 명언들도 많지만, 일상생활에서 쓰는 속담같은 일반인들의 지혜도 많이 보인다. ‘염가상품이 주머닛돈을 빼 간다’, ‘개에게서 원하는 것을 얻을 때까지 쓰다듬어라’ 등이 그것이다. 비교적 과거에 나온 고전의 반열에 드는 책임에도 영웅이나 현자가 아닌 일반 민중들의 목소리가 많이 들려서 생생한 생동감이 느껴지는 책이다.

 

여러 항목의 이런 저런 문장들을 읽다보면 여러 가지 감상이 교차한다. 훌륭한 현인의 말을 듣고 감동을 받기도 하고, 의외의 항목을 보고 웃기도 하고, 명언집에서 하는 말치고는 너무도 실용적인 말이라 놀라기도 한다. 같은 항목을 다루는 여러 문장이 상반된 주장을 펼치는 경우도 많은데, 이러한 저술이 오히려 다양한 의견을 통해 더욱 세상에 가까운 진실을 다루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21세기 한국인의 입장에서는 문화적 배경 차이가 나서 금방 와닿지 않은 명언이 많은 것이 조금 흠이다. 내가 좋아하는 동양 명언이 너무 적은 것도 개인적으로는 아쉬웠다.

 

‘라루스 세계 명언 대사전’의 이름과 크기만 보고 딱딱한 책이라고 생각해서는 곤란하다. 이 책은 라루스 출판사에서 나왔다. 우리가 사는 인간 세계의 거의 모든 것에 대한 사전이다. 이 과정에서 세계의 여러 계층의 사람들로부터 나온 많은 경구, 금언, 교훈, 속담, 글귀를 이용하였다. 그래서 이름이 그대로 ‘라루스 세계 명언 대사전’이 되었다. 솔직하고, 편견없고, 거리끼는 것 없는 매우 시원시원하고 박학다식한 친구같은 책이다.

평생교육. 초중고를 졸업하면 12년 간 공부를 한 셈이 된다. 12년의 세월이 짧은 것이 아니거늘, 나는 무얼 배워서 나왔는가? 알아야 할 것에 비해 모르는 것이 너무 많다. 심지어 자기 자신이나 평생을 살아온 인간 사회에 대해서도 말이다. 읽어보지 못한 너무도 좋은 책과 글들이 정말 많다. 이래서 평생 교육을 해야 한다는 말이 나왔나보다.

 

평생 교육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게 해준 책을 만났다. 버트런드 러셀의 ‘결혼과 도덕’이라는 책이다. 버트런드 러셀은 20세기를 대표하는 사상가, 철학자, 수학자이다. 아흔의 고령에 2차 세계 대전을 반대하는 운동을 벌인 지식인이다. 어떻게 이런 사람의 저작을 이제사 접하게 되었는지 나의 무지에 대해 놀란다.

 

1929년 우리나라로 치면 일제시대에 집필된 이 저작은 인간 사회와 성, 결혼, 가정에 대해 놀랄만한 통찰을 보여주는 책이다. 그는 인간 사회를 관통하는 성에 대한 억압의 기원을 밝히고, 이것이 인간 사회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에 대해 서술한다. 성에 대해 뒤틀린 억압은 종교와 부계혈통에 대한 집착에서 출발하였다. 자연스러운 본능을 죄악시 하는 태도는 개인에게 성에 대한 죄의식과 혐오를 심어주었고, 이는 인간 사회에 많은 강박과 폭력이라는 태도로 분출되었다. 이에 대한 러셀은 성에 대한 금기를 벗기고 자연스러운 태도로 대하자고 말한다. 오래된 인습에서 유래된 정절과 이혼에 대한 강박에서 벗어나 사랑을 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상태를 만드는 것이 해법이라는 것이다.

 

버트런드 러셀은 인간의 사회와 본능을 매우 세심하게 관찰한 통찰력을 바탕으로 이 책을 저술하였다. 100여 년 전의 책이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을 정도로 인간과 성에 대해 서술하고 있다. (슬프게도 대부분의 인류는 그와 같은 통찰을 하지 못하므로 아직도 100년 전의 사고를 많이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당시에는 파격적인 서술로 문제가 되었다고 한다. 이 책을 통해 나와 내가 사는 세상에 대해 잘 알지 못하던 사실을 새로이 알게 되었다.

 

이 책을 읽었다고 해서 그가 말하는 성을 은밀히 대하고 죄악시 하는 습성에 대해 금방 벗어나지는(아마도 평생) 못할 것 같다. 그래도 내 자식은 나보다는 좀 더 나은 사람으로 키우고, 사회에 인습에 대해 좀 더 통찰력 있는 시선을 가질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