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아의 즐거운 인생

소개글만 보고는 요리에 관해서(생각만으로는 요리의 비중이 90% 이상)만 다룰 줄 알고 있었는데, 그녀의 전반적인 인생에 관해 묘사와 함께  제목처럼 주인공 줄리아의 인생을 다루고 있다. '우연'으로 시작된, 아니 어쩌면 예정 되어 있었을지도 모르는 줄리아와 프랑스와의 만남(그 이전에 폴과의 만남)은 그녀의 인생을 완전히 바꾸어 버렸다. 그녀를 요리의 세계로 이끌었다.요리라는 것에 흥미도, 관심도 없었던 줄리아가 우연히 맛 보게 된 프랑스 요리 덕분에 전혀 다른 인생을 살게 되 버린 것 이다. 7년의 걸친 요리책의 집필, 그리고 그 이후 약 11년이 지난 2번째 책의 출간으로 볼 때 그녀는 열정적이고, 꼼꼼하다 못 해 철두철미한 사람 인 것 같다. 아마 이런 기질 덕분에 취미로 시작했던 요리였지만 그 분야에서 최고로 만들어 주지 않았을까 싶다.  

하지만 읽어가는 내내, 프랑스 요리의 향연은 언제쯤.. 나올까? 했다. 확 이끌리는 내용도, 갈등도 없었다. 요리에 관한 내용도 내용이지만 전개가 너무 지지부진하다고 할까, 생각했던 내용이 아니라서 그런가 처음의 흥미를 잃은 채 설렁설렁 책장을 넘겼다. 솔직히 말하자면 내 타입의 소설은 아니었다. 간간히 들어가 있는 사진들이 있어서 흩으러진 집중력을 한번씩 잡을 수 있었지만 쉽게 말하면 진도가 안 나가는 책이였다. 영화도 나온다고 하는데.. 진정한 프랑스 요리의 향연을 맛 볼 수 있다면 볼 의향은 있지만, 책과 같은 전개라면 글쎄.. 보지 않을 듯 하다.

현재의 나에게 '가장' 필요한 책이었다. 정~말 쓸데 없는 일에도 긴장과 고민으로 인해 스트레스가 쌓이고 있는(오히려 스스로가 스트레스를 만드는게 아닌가 할 정도로..) 내가 하루에 30분도 아닌 '30초'만으로도 바뀔 수 있다니..! 내가 이렇게 서평을 쓰면서 어떤 말을 써야 할까 고민하는 짧은 시간.. 순간에도 내가 변화를 할 수 있다는게 믿기지가 않았다.

내용도 어렵지 않고 분량도 얼마 되지 않아 편하게 읽을수 있는 책으로, 무겁지 않기에 가방에 들고 다니면서 읽어도 무리가 없었다. 새로운 나로 변화하기 위해서 허황되고 실천 불가능한 일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언제 어디서나 행할수 있는 변화법, 코핑기술을 알려주고  있다.

감정에 잘 휘둘리는 나에게 다나카 우루베 미야코가 제시한 코핑 기술은 읽는 순간부터 도움이 되었다. 몇 가지의 파트로 나뉘어 그림들과 함께  그에 따른 감정조절법을 제시해주는데 읽어내려가면서 내 상황에 다 들어 맞아서 정말 술술 읽어내려갔다.

처음 읽기 전, 소개글만을 보고는 반신반의 했었다. 단지 30초 만으로도 '새로운 나'로 거듭날 수 있다니.. 믿겨지지가 않았다.  30초가 쌓이다 보면 10분이, 1시간이, 1년이 되어 어느 순간 많이 바뀌어 있는 나를 볼 수 있을 것 만 같아 기쁘게 코핑 기술을 마음에 새기고 실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렇게 생각하는 것 부터가 변화의 시작이 아닐까..?

솔직히 실독증, 실서증에 관한 얘기는 처음 접했었고, 세상에 이런 질환이 있는지도 몰랐다.
책의 주인공-글을 쓰고 읽는 것이 업인 작가의 마음이 어떠했는지 짐작하지도 못 할 것 같았다. 자신이 가장 좋아했고 평생의 낙일지도 모르는 이 작업을 하지 못 하게 된다...?
그에게 선택의 길은 몇 갈래나 있었을까..?
포기와 극복, 단 두가지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가 모든 것을 포기 하지 않았기에 이 책이 나왔겠지.. 이 질환이 그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어떤 심정으로 그에게 닥친 재앙(또는 행운이 될 수 있는 일)을 해쳐나갔는지 상상해본다. 자신이 스스로 포기해서가 아닌 강제적(질환)으로 포기 당하겠금 된 상황... 그는 어떻게 극복해내었을까.. [2009.08.01]

책, 못 읽는 남자를 접하기 전에는 작가 하워드 엥겔이 자신에게 닥친 이 불행을 어떻게 극복했는지가 궁금했던 부분이었다. 아니, 생각해 보면 그의 심정의 변화와 '실서증 없는 실독증'이라는 이 병이 어떤 느낌일지가 가장 궁금했었다. 의외로 작가는 글을 읽지 못 하게 되었는데도 나의 예상과는 다르게 차분하게 극복 해 나갔다. 내가 생각하기엔 자신이 가장 좋아했던 일을 하지 '못' 하게 되었을 때는 이런 잔잔한 반응이 아니라 미치는 것 까지는 아니지만 약간의 흥분이라던가 혼란스러움을 보여줬을 것 같은데.. 하워드 엥겔은 생각보다 '잘' 극복해낸 것 같이 보인다(... 진행중이겠지만).  

실은, 나는 그가 병에 걸리기 전에서 부터 병에 걸리고 극복하는 과정보다도 그가 현재 상황을 비유하거나 책 안에서 나열했던 여러 책들에 관심이 쏠렸다. 그의 비유(실서증 없는 이라는 말에 대한 그의 기분) 중 가장 기억에 남는 한 문장이 있는데,
[오른쪽 다리를 절단해야 하지만 신발과 양말은 간직해도 좋다-78p]
어떻게 이런 비유를...! 웃음이 나면서도 뭐랄까.. 굉장히 미묘해졌다.

실서증 없는 실독증 - 글을 쓸 수는 있으나 읽을 수는 없다.
예를들어 전에 배웠던 일어로 뭔가 글을 썼는데 공부에서 손을 놓고 난 지 몇 년이 흐른 후 보니 한자는 어떻게 읽을 지도 모르겠고 도무지 무슨 내용을 썼는지 모르겠더라.... 이런 느낌일까? 책을 읽으면서 '내가 만약...' 이라는 생각을 수도 없이 했었다. 어떤 기분일지 추측도 안 된다. 나는 이 일을 감당 할 수 없겠구나.. 하는 생각만 들었다.

어떻게든 글을 써내야겠다는 일념 하나로 여기까지 천천히, 포기하지 않고 온 그에게 박수를 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