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책 읽는 밤> 선정 도서로 읽게 된 <소현>
드라마 <추노>를 보지 않았지만 <추노>에 소현세자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고 하는데
드라마의 영향력이 대단하긴 한 모양이다
<추노> 방송 이후 소현세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출판계에도 소현세자를 주목하고 있는 듯하다
소현세자에 대한 관심이 한껏 높아진 이 때 김인숙의 첫 장편역사소설 <소현>이 발간되었다
소현세자는 광해군을 몰아내고 반정을 일으켜 왕위에 등극한 인조의 장자이다
헌데 인조는 조선왕조 역사상 가장 굴욕적인 왕으로, 청나라와 군신 관계를 맺고 아들들을 볼모로 청에 보내야 했다
이 때문에 장자인 소현세자를 비롯해 봉림, 인평대군은 청으로 끌려갔다
소현세자는 그 후 9년 동안 청에 볼모로 잡혀 있으면서 우리나라와 청나라 사이의 외교관 역할을 했다
역사 기록을 살펴보면 소현세자는 볼모로 잡혀갔지만 청나라로부터 충분한 대우를 받았고, 비교적 자유로운 생활을 영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현>은 소현세자가 조선으로 환국하기 2년 전에서 조선으로 돌아와 갑작스럽게 죽기까지 2달 동안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소현>의 시작은 소현세자가 중심이 아니라 청나라의 이야기이다
구왕 도르곤의 캐릭터뿐만 아니라 당시 청나라 정세가 세세하게 기록되어 있다
상세한 설명이 그 때의 역사적인 배경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지만 이 점 때문에 초반에 내용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느꼈다
물론 소현세자의 이야기를 하기 위해선 청나라의 이야기가 빠질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야기의 큰 축이 왠지 청나라 중심으로 돌아간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던 것 같다
그리고 <소현>의 또 다른 축은 만상과 막금, 석경과 흔의 이야기이다
소현세자와 청나라의 이야기는 사실이지만 만상과 막금, 흔이라는 가상의 인물을 내세움으로써 소설의 맛을 살렸다
특히 만상의 캐릭터는 소현세자와 봉림대군, 도르곤의 캐릭터에 비해 생생하고 사실감 있게 그려내어 공감이 많이 갔다
만상이야말로 현대 시대에서 가장 친숙하고 흔한 인물로 비춰질 수 있기에 미워할 수 없는 것 같다
다소 경직되고 딱딱한 분위기로 흘러갈 수 있는 책의 분위기를 만상과 막금, 흔이 생명력을 불어넣어 준 게 아닐까 싶다
하지만 소현세자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왕 다음으로 조선에서 가장 큰 권력을 가진 자리가 바로 세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현세자는 절대적 권력자의 자리에 앉아있으면서도 다른 나라의 볼모자로 살아가야 했고, 아버지로부터 끝없는 견제를 받아야 했다.
조선에 돌아온 지 두 달만에 죽음을 맞이하며 비극적인 생을 마감한 소현세자인데, 그의 캐릭터는 잘 살지 못한 것 같다
이보다 더 복합적이고 다채로운 캐릭터로 그려낼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책에서 나온 소현세자는 고독과 외로움, 슬픔을 가득 담아 애처롭기만 하다
한 나라의 세자로 우리나라와 청나라 사이의 외교관 역할을 했다는 능동적인 모습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작가는 세자보다는 한 인간이 느끼는 고독에 초점을 맞췄을런지도 모르겠다
그렇다 해도 소현세자의 능동적인 모습을 조금만 보여줬더라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소현세자는 아팠을 것이다
몸이 아니라 늘 마음이 아팠을 것이다
그런데 왜 우리는 그동안 그의 아픔을 못본 체 했던 것일까
왜 이제서야 그를 돌아보고 있는 것인가
<소현>의 내용이나 전개방식, 문체 어느 하나 마음에 쏙 드는 구석은 없었다
하지만 <소현>은 우리의 기억속에도 자리잡지 못한 슬프고 기막힌 역사의 증인이었던 소현세자를 깨닫게 한 것만으로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소현>을 읽으며 진짜 소현세자를 찾게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