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년, 사실 지금의 네 엄마는 할머니고,,,' , '77년, 엄마는 지금의 내 나이에 결혼도 하지않고,,,'

- 본문 중 -

어수선 하면서도 굉장히 재미있게 읽은 책,,,

처음 간지처럼 67, 77, 87년 으로 시간구성대가 이어지는 것을 보고 어,,, 했는데, 한단락씩 끊어지고 표지처럼 나오는 중간 제목 장에서 위와 같은 문구를 읽을수 있었다.

분명 67년엔 '네 엄마는,,,' 이라고 화자가 말하고 있고, 77년엔 '엄마는,,,' 이라고 시작되는 화자의 말을 볼 수 있을때까지 의아스런 맘과 함께 글을 읽어내려갔다.

그렇다. 이 책은 화자가 단락마다 틀려짐을 볼 수 있다. 처음엔 옆집에 사는 외국 소년 마틸이, 77년엔 그 외국 소년을 사랑했던 소녀가,,,

10년씩 구성이 끊어지는 것도 신기했는데 이렇게 책 속에서 화자를 여러명으로 달리하여 글을 쓸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정말이지 책을 바로 단숨에 읽어버렸다.

낯선 구성이 또한 재미있었으리라,,,

한 가족이 나오고 그 가족 구성원을 중심으로 화자와 그 배경이 바뀌는 형식이다. 그것도 10년 단위로, 어머니와 딸의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그것 역시 10년 단위로 어머니와 딸, 그 딸이 어머니가 되어 또 그의 딸과 이야기,,, 삼세대의 어머니와 딸의 이야기, 아, 그 전의 할머니까지 치자면 4세대의 어머니와 딸의 이야기가 되겠다.

데마리와 그의 어머니, 또 데마리의 딸, 주로 이 3명이 화자가 되고 청자가 되고 이 글을 이끌어 나가고 있다. 데마리의 일생이 주축이 되어 데마리의 어머니 이야기, 데마리 딸의 이야기가 진행되는 것이다.

사람은, 거의 대개가 누군가의 자식, 누군가의 남편/아내, 누군가의 딸/아들 등으로 그 관계가 성립이 되고 또 그에 따라 책임과 의무가 따라다니게 마련인데, 책에서 나오는 데마리와 그의 어머니는 누군가의 어머니라는 책임과 의무를 행하기 보다는, 자신의 행복을 위해 떠난다.

어찌보면 이기주의일 수 있겠다.

데마리 어머니는 너무 어렸을때 데마리를 원치 않게 낳게 되는데 책임질 수 없다면 낳지 말았어야 했다고 말하고 싶다. 책에서 보다시피 원치 않은 결과는 또한 불행을 가져오게 마련이듯, 데마리 역시 불행한 유년기 시절을 보냈어야 햇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부모를 선택할 수 가 없다. 물론 생긴 자식인데 낳아야지 라고 할수 있겟으나 그것은 무책임한 발언이다. 내가 준비되지 않았다면 자식의 인생까지 불행해 질수 있기에 책임질수 없었다면 낳지 말았어야 했다는 것이다.

책의 본질에서 조금 어긋나고 있기에 여기까지 하겟다.

데마리 어머니는 어린시절 책임감 없이 데마리를 낳은것 처럼 또한 데마리와 남편을 버리고 또다시 자기 인생을 찾아 나가버린다. 데마리는 양부와 자신의 남편, 이복동생, 자신의 딸과 얽혀있는 그 가정을 책임감 있게 꾸려나간다. 하지만 데마리의 그 관계에서의 책임감이라 보여진다. 양딸, 아내, 이복 누나, 어머니라는 그 관계의 틀 속에서 책임감을 다하는 것이지. 그 가운데 데마리는 없다.

그런 가운데 어린시절 첫사랑이었던 마틸이 나타나고 데마리는 자신의 어머니처럼 다른 모든 관계를 버리고 자신을 찾아 떠난다.

'벌을 받은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한 순간, 뱃속에서 한동안 멈췄던 호흡이 뿜어나왔다. 나는 길게 숨을 토해냈다. 지금까지 내 멋대로 살아온 이상, 그 벌을 감수해야 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니 왠지 마음이 편해졌다.' - 본문 중 -

데마리는 자신의 관계를 버리고 자신을 찾은 것에 대해 일말의 죄책감이라도 있었을까. 잊어버리고 싶었던 것인지 데마리는 치매로 인하여 그 마음의 죄책감을 잊어버린다.

데마리의 치매로 인하여 그 책임감 없는 모녀는 다시 만나게 되고 또한 데마리가 버렸던 그의 딸도 다시 찾아오게 된다. 벌을 받으면서도 가족을 보고 싶었을까. 가족은 기이하다. 자신을 버리고 갔을때 이미 나의 어머니가 아니다 라고 생각한 그 모든것을 무참하게 깨버리고 찾아오게 하니 말이다. 그것이 비록 의무라 할 지라도,,,

이 책은 너무나 재미있게 술술술 넘어가게 구성이 되어있다. 하지만 아쉽다.

우리 옛말에 '여자팔자는 그 어머니를 닮는다' 라는 말이 있는데 정말이지 이 책은 우리 나라 옛말을 알고 있는지 너무나 그 말에 맞게 스토리가 굴러간다.

내가 여자라서 일까. 그것이 왜 이토록 싫은 것인지,,,

한참 잘 읽은 책 말머리에 안타까워지는 것은 내가 어머니 역사를 걷고 싶지 않음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