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어릴 때, 그러니까 적어도 55년은 더 오래된 이야기다.
겨울이면 따뜻한 방이 식지 않도록  큰 이불 덮어놓은 아랫목에서 

이불속에 발 쏙 넣고 뜨개질 하는 엄마를 보며 자란탓에 어릴때부터 뜨개바늘과 친숙했다.
그땐 비닐우산이 대나무로 만들어 구멍난 비닐우산 대로 바늘을 만들어 사용했다.

 

코바늘은 중학교에 입학하고 같은 반 친구가 하얀 실로 뜨는 걸 처음봤다.

그땐 레이스뜨개라고 했다.
면실의 종류가 그리 많지 않았고 40수는 가장 얇은 실, 그 다음엔 30번, 18번의 실이 있었다.

 

내가 레이스뜨개를 한 것은 결혼 후 퇴근하는 남편을 기다리며

시어머니 방에서 티비 보면서 뜨기 시작했다.
우리 방에 있으면 참 좋겠는데 버릇없는 며느리가 되지 못해

(그때 나는 혼자 건너오는 건 버릇없다고 생각했다)

 

멍청이 앉아 티비 보고 그냥 앉아 있어야 하는게 너무 싫어 뜨개를 했다.

레이스뜨개를 처음으로 시작할 때 뜬 도일리
아버님의 사갑(돌아가신 분의 환갑을 기억하며

가족이 모여 고인을 추억하며 함께 하는 잔치)때

아버님을 생각하며 모티브를 연결하여 식탁보를 떴다.
작은 모티브를 연결하여 큰 작품을 만든 건 이 식탁보가 처음이었다.

 

그런데....

 실을 끊지않는 연속모티브 패턴집이라고? 
너무 궁금하고 신기했다.

이 책은 일본 보그사 지음, 강수현님 옮김으로 한스미디어에서 출판되었다.

55가지 무늬와 88가지 잇는 법이 소개되어 있으며

연속뜨기의 포인트에 대해서,

모티브 뜨기와 코바늘뜨기의 기초 레슨도 있는 참 고마운 책이다.

사슬코의 하늘거림이 시원한 모티브. 

모티브가 커 공간도 큼직하니 활용도가 높은 아이템.

어떤 실로 떠도 예쁜 작은 모티브.

삼각모티브로 보자마자 뜨고 싶은 느낌이 드는 작품.

벚꽃이 흩날리는 모습이 연상되는 버전의 작품.
모헤어로 떠서 봄 가을에 살짝 걸치는 스카프로 이용하면

 정말 멋스러울 것 같은 작품등이

자세한 설명과 함께 실려있다.

 

 

 

또한 책에 소개된 모티브의 기호설명, 모티브별로 포인트 해설과 함께

기본 모티브뜨는 법에 대한 설명,

기본 모티브 뜨는 방법과 잇는 방법 소개,

코바늘뜨기의 기초에 대한 설명도 있었다.

 

 

 

뜨개 잘하는 분들의 작품을 보면 초보라고 소개하는데도

 어쩌면 다들 잘 뜨시는지 놀랍기만 하다.
동영상이나 도안등을 검색하면 다 가르쳐준다는 게 나는 신기하기만하다.
나도 몇 개의 동영상을 즐겨찾기 해놓고 배우며 참 좋은 세상이란걸 실감한다.
점점 특이한 작품, 그러나 쉽게 설명되어있는 정보를 보면

더더욱 참 좋은 세상이란걸 실감하곤 한다.

하지만  나는 책을 통하여, 종이에 인쇄된 도안이 보기가 더 익숙하고 좋다.

 

 

 

책을 펴고 열심히 연습을 하여 작품을 하나하나 완성할 생각에

이 더운 여름, 더위도 한 방에 날려 버릴 수 있다.

 

 
좋은 책으로 코바늘뜨기에 관심도 더 커지고 뜨고싶은 생각도 더 들어 감사하다

 

바람뜰뜨개질코바늘송영애의바늘이야기

어느 친구에게 이 나이에도 지독한 편식쟁이라고 놀림받은 적이 있다. 그말은 맞는 말이다. 듣는 라디오프로그램도, 만나는 친구도, 내가 좋아하는 책의 저자도 가리는 편이다. 그것은 나의 심한 부적응증때문이지만 친구의 눈엔 내가 까칠하게 보였나보다.

 

멋지게 아니드는 법 46가지

 차가운 겨울바람을 피해 얼른 올라 탄 전철안의 따뜻한 온기가 좋았다,

‘아~~참 좋다~~’입가에 살짝 미소를 지으며 주위를 둘러보는데 왠지 싸한 공기가 돌고 있는 것이 아닌가? '내가 너무 좋아했나?‘ 하며 우물쭈물하는데 정적을 깨며 크고 앙팡진 할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렸다.

‘우리나라가 이만큼이나 살게 된 것은 바로 …….대통령의 덕분이여~~내가 예전에 독립운동을 했을 때는 그렇지 않았어. 잘 알지도 못하면서…….’ 한 눈에도 술에 취하신 것을 알 수 있었다. 독립운동 하셨을 연세는 아니고 아. 한국전쟁 참전용사쯤 되시겠다. 아빠와 비슷한 연세 같으니…….하며 귀를 기울였지만 할아버지의 노한 음성은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그새 잠이 드신 모양이다.

어쩌다 전철 안에서 시끄럽게 다투시는 분들은 대부분 할아버지들이시다. 

누군가가 연구과목으로 삼아도 될 듯싶은 과제라고 생각해본 적이 있다. 나이가 들수록  가정에서나 사회에서 남자는 여자보다 할 일이나 마음을 나눌 친구도 줄어드는 것 같다. 그동안 가정과 사회에 자신을 희생하며 일하였지만 퇴임 후 이제 가정에서 가족과 함께 하려고 해도 대꾸해주는 가족도 없고 대화 나눌 소재도 없어 허망함과 후회가 밀려오지만 가족이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은 생각보다 그리 많지가 않음을 그제야 알게 된다. 아이들은 이제 다 커서 더 이상 아버지의 관심과 사랑을 기대하지 않으며 아내는 그동안 아이들 뒤치다꺼리를 혼자 해내며 겪었던 고통과 아픔의 시간들을 돌이키고 싶지 않을 것이다. 남자들은 그제야 무엇이 중요한지, 가정을 이끄는데 우선순위가 무엇인지를 깨닫지만 이미 때는 늦어 회사 퇴임과 마찬가지로 가정에서도 퇴임을 당할 지경이 되어버린다. 전철에서 큰소리를 내시는 할아버지들은 아마도 이런 과정을 거친 분들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격앙되고 분을 참지 못하고 불만으로 가득한 그 호통을 보면……. ‘나는 저렇게 나이 들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을 하며 할아버지 속에 있는 또 다른 할아버지께 인사를 하곤 한다.

 이 책을 펴기 전 나는 생각했다. ‘<멋지게 나이 드는 법>이라고? 이크. 책 선택을 잘못했구나. <철들며 나이 드는 법>이라면 모를까…….’나는 매우 호기심과 흥미가 많아 하루에 열두 채 집 짓는 일을 거의 날마다 하며 솔직하고 발칙하기까지 해  내가 싫은 건은 분명히 싫다고 말하고 다른 사람의 입장을 헤아리지를 못한다. 그런 나를 순수하다거나, 어릴 때의말투나 행동이 똑같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좋게 말하면 순수한 것이지만 아직도 철이 없다거나 바보 같다는 뜻이란 것을 나는 안다. 처음엔 ‘나이가 들면 자연스럽게 철이 들겠지……. ‘ 라고 자신을 타이르며 나름 열심히 책도 읽고 사람들의 말이나 행동을 내 방식대로 해석하지 않고 속뜻을 헤아려보았지만 여전히 나는 철이 들지 않았다. ’정말 난 바보일까?‘ 란 고민도 진지하게 했다. 학교 다닐 때 뛰어나게 앞 선 성적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중상위권이었으니 멍청한 건 아닌데……. 나이가 든다고 자연스레 철이 드는 건 아니란 걸 알았다. 그리고 아이들과 함께 하는 일은 하나님이 내게 주신 특별한 은혜라고 생각해 철이 없는 것에 가졌던 콤플렉스를 극복하며 감사했다,

이 책의 저자 도티 빌링턴은 50세에 대학원에 진학하여 나이와 상관없이 끝없이 성장하고 배우며 멋진 삶을 사는 것을 연구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수여하였으며 자신의 연구와 성장 및 변화 트레이너로서의 경험을 통해 이 책을 저술하였다. 어렸을 대 나는 쉰 살이 되면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다 큰 자식들의 하숙주인댁이나 되어 있을 거라 생각했다. 쉰 살이 지나서도 여전히 철이 없다는 말과 나이에 맞지 않게  순진하단 말을 듣고 있으며 여전히 긍정적인 태도, 반짝이는 호기심, 시샘, 욕심이 많다. 그리고 여전히 집안에서는 콧소리 한방으로 남편과 아이들을 웃기며 내 요구를 들어주도록 만들며 내가 좋아하는 아이들과 매일매일 기싸움을 한다. 부끄러운 나의 콤플렉스이지만 이 책을 읽으며 내가 참 멋진 삶을 살 수 있는 좋은 태도를 가지고 있음을 알았다.

그래. 이제는 좀 더 인격적이고 너그러운 배려심, 인내심을 가지면 나도 충분히 멋지게 나이 들어 나의 상상을 뛰어넘는 잠재력을 통해 인생의 또 다른 기쁨을 누려보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