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나오기전까지 인터넷상에서 화제만발의 연재작이라고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1박2일의 신입PD의 책이라는 소문탓에 보게 된 책이다. 조회수가 50만이 넘었다고 하는데 아쉬움은 없다. 이제라도 알게 된게 중요하니 말이다. 더군다나 연재작의 경우는 이야기가 나오기를 매번 기다려야것은 물론이고 재미 좀 붙였다 싶으면 출간삭제라는 문구와 함께 몇달동안 자취를 감춰버리는탓에 꺼리는 편이다. 그렇기에 1,2부 완결이 나온 지금에서야 책을 접했다는 사실이 나쁘지많은 않다.

플레이어는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던 회사원 윤기준이 어느 날 친구에게서 온 소포안의 mp3를 통해 변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고 이 후 여러가지 사건과 만남을 통해서 음악을 둘러싼 비밀을 풀어나간다는 이야기가 주가 되는 소설이다. 만파식적이라는 설화속의 기물을 등장시킴으로써 묘한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고 현대적인 mp3에 접목시켰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바이러스나 세균처럼 사람들에게 쉽게 퍼뜨릴 수 있는 전염성을 음악에서 찾았다는점 또한 기발했다. 특히나 이를 통해 인간의 내면속에 억압된 마이너스 감정을 겉으로 표출해내어 신체의 잠재능력마저 끌어올리고 끝내는 행동마저 통제한다는 설정은 섬찟할 정도였다. 그렇다고해서 플레이어가 단순히 음악의 비밀을 둘러싼 사건해결만이 담긴 책은 아니다. 빈부격차, 인맥,혈연중심등 우리 사회의 부조리한 현상은 물론이고 인간의 내면심리까지 적절하게 담아낸 책이다.

개인적으로 특별하지 않은 평범한 회사원인 주인공의 설정이 참 마음에 들었는데 출생의 비밀이 있는것도 아니고 무언가 대단한 능력을 지닌 인물도 아니다. 그저 아침 출근길에 지하철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수많은 사람들중의 하나일뿐이다. 아마 덕분에 플레이어가 강한 흡입력을 지닌게 아닌가 싶다. 특히 표지나 책 속에서 묘사된 mp3의 모습은 평소 내가 사용하는 것과 흡사했고 윤기준의 성격이나 주변상황이 나와 비슷했기에 감정이입에 있어서 더 쉬웠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처음 윤기준이 mp3의 음악을 듣게 되고 초샐러리맨으로 변신하여 불량배들을 두들길때 짜릿한 쾌감마저 느꼈을까..마치 영화나 드라마속의 주인공이 된 것마냥 나도 모르게 들떠버렸고 나이도 어린데다 늘상 깐죽거리며 지 잘난맛에 사는 낙하산 팀장을 내팽겨칠때의 통쾌함이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오죽하면 안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윤기준의 mp3가 탐이 날 정도였다.

요즈음 젊은세대는 물론이고 중년층들도 음악기기 하나쯤은 가지고 다니는 만큼 음악을 접하기가 쉬워졌다고 볼 수 있다. 더군다나 음악을 통한 치료법도 개발되고 동물과의 교감도 가능할정도니 책 속에서의 일이 왠지 상상만으로 끝날 것 같지도 않다. 왠지 있을법한 일 같다. 음악을 들으면서 누구나 슬픔, 기쁨, 분노와 같은 감정변화를 일으켜 보았을 것이다. 마약, 담배, 인터넷, 쇼핑 중독들이 문제가 되고 있는 마당에 이제는 음악 없이는 못사는 사람들까지 나오는 현실이니 사람들에게 있어서 음악이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지,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를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2008년 내가 읽은 국내작가의 장르문학중에서는 단연 열손가락안에 꼽을 수 있는 작품이다. 소재도 기발했고 사건 전개나 상황묘사에 있어서 긴장감있게 볼 수 있었다. 물론 책이 출간되는 시기에 방송을 탔던 작가의 유명세도 한몫했다. 장르문학의 불모지라 불리던 국내 출판계도 조금씩 영역을 넓혀가는 것 같고 사람들의 시선 또한 예전처럼 냉랭하지만은 않은 것 같다. PD의 길로 들어선지라 이후의 작품을 가까운 시일 내에 보기는 힘들 것 같지만 앞으로 기라성 같은 작가분들이 많이 나와서 좋은 작품을 내줬으면 좋겠다.

국내에 번역되어 출간되는 외국의 작품들 대다수가 그렇듯이 밀레니엄 또한 수백만부 판매는 기본이고 신예 작가의 첫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높은 인세로 계약이 된 경우에 속한다. 매번 광고와 홍보로 장식된 책들을 가능하면 멀리하려고 할때가 많았는데 이 책은 지금까지의 책과는 그 정도에 있어서 차이를 달리하기에 관심을 갖게 되었던 듯 싶다. 스웨덴 인구의 3분의 1이상이 이 책을 구입하고 짧은시간내 1000만부를 돌파한것만 보더라도 이 책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다. 특히 시리즈마다 독특한 제목을 달고 나오는것도 밀레니엄만이 주는 재미가 아닐까 싶다.

매편마다 각각의 사건을 다루지만 미카엘과 리스베트와 같은 인물들이 주축이 되기에 차례대로 보는게 좋을 듯 싶다. 특히 이번 밀레니엄2에서는 책속에서의 히로인이자 가장 매력적인 인물인 리스베트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하기에 더욱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물론 1부에서와 마찬가지로 인물이나 시대성과 같은 이야기에서는 가끔씩 지루하게 느껴지는 부분도 없지 않지만 그게 오히려 후에가서는 작품의 퀄리티를 높여주는 효과를 가져다 준 듯 하다. 이제 1,2부를 읽었지만 밀레니엄이 준 흥분감과 기대감은 쉽사리 가시질 않는 것 같다.

작가가 기자 출신이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전반적인 작품에 있어서 리얼리티가 살아있다고나 할까..냉철한 시선으로 상황을 분석하고 전개해나가는 부분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전세계적으로 히트를 친 해리포터의 어른판이라 불릴 정도라 하는데 어디하나 나무랄 데가 없는 것 같다. 한가지 아쉬운점이라면 애초에 작가가 10권으로 계획했다고 하는 밀레니엄은 정말 안타깝게도 작가의 사망으로 인해 3부작에서 끝을 맺었다는 것이다. 앞으로 나올 밀레니엄 3부가 무척 기대되지만 그 뒤의 이야기는 영원히 알 수 없다는 사실이 못내 아쉬울 따름이다. 어쩌면 정말 세기의 대작이라 불릴만한 작품이 되었을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계획의 절반도 달성하지 못한채 눈을 감아야 했으니 작가의 기분이 어떠했을지 상상이 간다. 오죽하면 마지막 했던말이 '난 일해야 한다고!' 였겠는가..작가에게 있어서 막대한 부와 명성을 갖다줄 밀레니엄이었지만 작가는 이러한 사실을 알지도 못한채 눈을 감고 말았으니 제대로 눈을 감을 수나 있었을지..거기에 그와 같이 30여년을 같이 산 부인에게는 혼인신고가 안되었다는 이유탓에 한 푼의 유산도 돌아가지 않는다고 하니 얼마나 통탄해 하고 있을지 모르겠다. 곧 영화화되서 나온다고 하던데 꼭 챙겨봐야 할 듯 하다. 책이 아닌 마약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는 스릴러 대작. 밀레니엄! 정말이지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 아닐 수 없다.

한가지 불만이었던점은 작품이 아닌 국내의 출판사였는데..해리포터의 경우도 그랬지만 1권의 책으로 내지 않고 분권을 시킨다는 점이 눈에 거슬렸다. 해리포터의 경우도 이탓에 꽤 많은 원성을 사야만 했는데 왜 항상 국내에 들여오는 작품들은 분권을 시키려는것인지 모르겠다. 책을 읽는데 있어서 편리를 제공하는 방편이 아닌 단순히 책의 권수를 늘려서 이익 창출이 목적이 대부분의 이유이기에 씁쓸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