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에선 계속해서 세계화가 되어야 한다고 떠든다. 더불어 개방이다 뭐다 하며 세계화되고 FTA도 되면 일자리 창출되고 국민 복지도 증진되며 마치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될 수 있는양 선전하고 있다. 그러나 과연 세계화라는 것이 말처럼 그토록 좋기만 한 것일까. 결과부터 말하자면 좋기만 한 점을 찾기가 힘들다. 아, 자기가 어느 계층에 속하느냐에 따라 다를 수 있겠다. 하지만 일반적인 서민 기준으로 본다면 좋아질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세계화가 되면 일자리가 창출된다고? 아마도 그럴거다. 정규직이 없어지는 대량해고 사태 속에서 비정규직 일자리가 수백만개가 새로 생길거다. 국민 복지가 증진된다고? 극상위권에 속하는 상류층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일테지. 돈주고 살 수 있는 서비스가 늘어나니까.. 

 지금 경영합리화해야된다, 선진국 대열에 합류해야된다 하며 무한경쟁체제를 강요하고 있다. 언뜻보면 이런 것이 좋아는 보인다. 소비자는 싼 가격에 다양한 제품을 빠르게 구입할 수 있으며 내가 투자하는 펀드는 은행저축보다 더 많은 수익을 보장해 주니까. 그러나 잘 생각해보자. 노조 활동을 통해 노동자의 정당한 임금이 보장되어 물건 값이 비싸다고 한다면 그만큼 높은 임금을 받아 구매력 있는 소비자가 두터워지기 때문에 생산과 소비가 균형을 이룰 수 있다. 그러나 구조조정을 통해 대량해고하고 노동자를 비정규직으로 전환하면 생산력은 올라갈지 모르나 구매력이 떨어진다. 그렇다면 남아도는 물건은 어떻게 할 것인가? 결국 1920년대 세계대공황은 구매력이 생산력을 뒤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에 생긴 것으로 자유주의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그리고 이럴 때 가장 간단한 수단은 전쟁이다. 대규모의 수요를 창출하며 남아도는 생산력을 투입할 수 있는 데에 전쟁만큼 간단하고 효과적인 수단은 없다. 

 무엇이 이렇게 극단적인 경쟁과 경영합리화를 강요하게 만드는가. 근본적인 원인은 인간의 욕망 때문이겠지(더 많은 돈을 갖고 싶은 인간의 욕망.. 그러나 사회에 대한 책임이 없는 이윤추구활동은 결국에는 사람에게 부메랑이 되어 날아온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선진국 기업들이 세계화를 갈망하는 것은 저개발국가의 값싼 노동력과 자원을 활용하기 위해서다. 간단한 이치다. 선진국에서는 노동자 1명을 쓰기 위해 드는 비용이면 후진국에서는 몇명을 고용할 수 있다. 따라서 세계화되고 개발되어야 기업 입장에선 좋은거다. 자기들의 이윤을 최대화할 수 있는 곳으로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으니까.

 여기서 착각해선 안되는 것은 그럼 그 기업의 이윤이 본국으로 돌아오느냐 하는 것이다. 이에 대한 대답은 '아니오'이다. 기업의 이윤을 자국으로 들여오면 그에 대한 세금을 뗄텐데(그래야 그 조세수입으로 국민복지든 실업자구제든 할게 아닌가) 기업 입장에선 국가에 세금을 많이 내는 것은 원하는 바가 아니다. 따라서 세계 각국의 지사가 있다면 이윤을 조정하여 세율이 가장 낮은 곳에서 이윤을 많이 획득한 것으로 돌리기에 세율이 높은 곳에서는 표면적으로 기업의 이윤은 그다지 많지 않은 것으로 된다. 결국 국민을 볼모로 잡힌 국가는 해외로 나가려는 기업을 묶어두기 위해 기업에 대한 엄청난 지원을 해줄 수 밖에 없는 것이고 국민복지는 뒷전으로 밀려나는 악순환이 되풀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기업은 주주들에 의해 움직이는 바, 이미 세계적 기업의 대부분은 자국민으로만 움직일 수 없게 된 마당에 쇼비니즘만 아니라면 이미 어느나라 기업도 단지 본사가 그 지역에 있을 뿐 국가에 속한 기업이 될 수는 없다. 그들은 언제든지 이윤을 극대화할 수 있는 곳으로 이동할 준비가 되어 있는 것이다(그러니 더더욱 국가는 기업을 잡아두기 위해 지원을 하고 기업은 국가의 지원이 짭잘하다면 남아 있으면서 경제 어렵다고 정리해고하여 또다시 이윤 추구하고..)

 이러한 폐단을 끊기 위해 필요한 것은 과도한 성장의 중지다. 우리 사회는 옛날보다 많이 편해졌다. 하지만 단순한 편리함으로 사람의 생존이 위협받고 있는 마당에 그런 성장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TV를 고치는데 며칠 정도 기다려주면 어떻고, 택배를 하루 만에 못받는다고 그게 생존과 관련이 있나(배를 하루만에 받으면 내가 편할 뿐이지만 덕분에 택배업종 종사자들은 죽어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나도 많은 사람들이 자신들의 편리함을 추구하면서 자충수를 두고 있다.  그러나 적어도 더불어 함께사는 세상을 위해서는 누군가의 생존을 위해 내 편리함 정도는 얼마든지 희생될 수 있다. 퇴보하자는 것이 아니다. 인간의 생존을 위해 이웃을 도태시키는 비인간적인 경쟁을 그만두자는 것이다. 그리고 이미 지구의 부는 제대로 분배되기만 하면 거의 모든 사람들이 함께 누리고 살 수 있을만큼 축적되어 있다. 

 이 책은 이미 10년 전의 상황을 근거로 했지만 현재 사회의 모습에 적용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의 탁월한 분석을 하고 있다. 그리고 10년 전의 상황에서 예견되었던 일이 지금 현실이 되고 있으니 일면 예언서(?) 같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아쉬운 것은 제3세계에 대한 대안이 없다는 것이다. 선진국에서 지나친 성장을 멈추고 복지증진을 위해 노력하자는 것은 좋은데 이는 부가 넘치는 선진국에서는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함께 누릴 부가 비교적 적은 후진국에 대해서는 어떻게 해야 한다는 논의는 많이 부족하다. 후진국 입장에선 자신들이 가진 값싼 노동력과 각종 혜택을 통해 선진국의 기업을 끌어들이려고 할 것이다. 누군가가 죽음의 질주를 멈추지 않는 이상 해결되지 않는 문제이기에 이에 대한 언급이 적은 것은 좀 아쉬웠다. 그러나 분명 무분별한 세계화 앞에서 우리가 읽어두어야 할 필독서임에는 변함없을 것이다.

사실 나는 클래식 매니아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로 클래식에 조예가 깊진 않다. 뭐 듣기만 하고서도 이게 누구의 무슨 작품인지는 기본이며 누가 몇년도에 어느 오케스트라를 지휘한(혹은 누가 몇년도에 연주했는지) 곡인지까지 알아내는 것을 보면 대단하기는 하지만서도.. 그저 클래식이 그냥 좋아서 들을 뿐이라 종종 음반 사서 듣는 정도.. 그리고 입문서 몇개 찾아본 것뿐인데 우연찮게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사실 풍월당 주인인 저자의 명성이야 어느 정도 들어 알고 있었다. 의사인데 클래식 좋다고 클래식 전문 음반점 차린.. 좀 괴짜스럽다고 해야되려나? 클래식 시장이 불황인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닌데 그럼에도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려는 열정은 참 부러운 일이었다.
흔히 클래식 입문서라 하면 교향곡, 협주곡, 소나타 등등의 각종 형식 및 특징, 그리고 주요 작곡가들의 생몰연도와 핵심 작품을 줄줄이 소개한 다음 주요 명반 소개, 그리고 클래식 공연장에서의 에티켓 정도로 내용이 구성되는 것이 보통이다.
반면 ’내가 사랑하는 클래식’에는 클래식의 종류도, 곡의 악보적 특성은 별로 언급되어 있지 않다. 그냥 저자인 박종호씨가 오래전부터 함께 해오며 들어온 클래식에 대한 수필이라고나할까. 따라서 이 책을 처음 클래식을 접하는 사람들이 클래식의 전체적인 모양을 알기 위해 읽는다면 그다지 큰 도움은 받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그런 종류의 입문서와는 다른 또다른 강점이 있으니 바로 클래식의 모양은 아니지만 클래식의 느낌을 알려준다는 것이다. 저자가 소개하는 각각의 곡에는 작가의 삶이 녹아들어 있다. 까까머리 중학생 시절 문화행사에 갈증을 느껴 무조건 쫓아가서 듣다가 감동을 받았다는 백건우의 쇼팽 피아노 협주곡, 스메타나의 자취를 따라간 프라하에서 들은 스메타나의 나의 조국, 짧은 인생을 불태운 명지휘자 귀도 칸텔리가 남긴 브람스 교향곡, 감성이 넘치던 사춘기시절 여름밤을 나면서 들었다는 브루흐 바이올린 협주곡 등등.
여기에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저자가 수집하고 들어온 수많은 컬렉션 중 명반을 소개하고 있다. 물론 어디까지나 저자 자신이 듣고 느낀바에 의한, 지극히 주관적인 견해이기 때문에 여기에 대해 좋다 안좋다 딴지를 걸 필요는 없으리라 본다. 음악을 사랑하고 음악과 함께해 온 사람이 자신이 좋아하는 애인들을 하나씩 소개해주는 것이리라.
이 책의 곳곳에는 그냥 교과서에서처럼 전기를 소개하는데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처럼 저자 자신이 살아오면서 겪은 클래식을, 추억 주머니 속에서 하나하나 꺼내 보여주고 있다. 어쩌면 음악의 느낌을 전해주고 사람냄새가 나는 음악 이야기라는 점에서 일반 입문서보다 어쩌면 클래식을 감상하는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시절을 통해 배워온 역사는 단순한 암기과목일 뿐이었다.
뭔가를 더 안다는 것이 즐겁기도 했지만 거기에는 상식으로서의 지식이 있었을 뿐 역사를 바라보는 진정한 ’눈’이란 있을 수 없었다. 게다가 학교 공부란 시험과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지라 결국 시험에 나올만한 내용을 외울 뿐이었으며 원인, 경과, 결과에 대한 기계적인 나열은 더더욱 역사에 대한 ’눈’을 감게 만들 뿐이었다. 
 그런 역사를 공부하며 처음에는 그냥 지식의 폭이 넓어지는 것이 재미있었다. 이는 마치 어린아이가 자신이 재미있어서 세계국가들의 국기와 이름을 외우는 취미활동 같은 학습일 뿐이었다. 그러던 중 과연 이런 식으로 공부하는 역사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생각하게 되었다. 나 혼자 재미있다고 공부하지만 그래서 그게 뭐 어쨋다는 것인데.. 역사를 공부하는 사람들의 고민의 시작은 아마도 여기가 아닐까.
 그런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역사는 과거를 통해 현재를 보고 앞으로의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안목’을 길러줄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역사는 단순 암기가 아닌 살아있고 생동감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역사를 보는 하나의 시각이 있어야 할 것이다. 
 함석헌 선생은 ’뜻으로 본 한국 역사’에서 기독교적 사관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본래 기독교인이었던 자신의 전력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그는 단순히 기독교 사관에 그치지 않는다. 자신이 기독교인이었지만 결국 무교회주의를 주장하였고 타종교에 대한 배타주의를 벗어났기에 그의 생각은 기독교적으로 표현되고 있으나 사실 그 내용에 있어서는 순수한 기독교적이지는 않다. 
 그는 우리 역사가, 아니 세계 모든 국가의 역사는 모두 그 뜻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한국 역사를 고난의 역사로 파악하고 있다. 우리가 고난의 역사를 겪은 것은 원래 우리에게 그 역할이 주어졌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우리의 잘못이기도 하다며 역사를 이끄는 큰 ’뜻’을 인정하면서도 숙명론에 빠지지 않으려 노력한다.(언뜻보면 말장난같기는 하지만 인간의 ’자유의지’정도로 보면 될 듯하다) . 그리고 이제 우리는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기 위해 과거 우리의 역사를 잘못 이끌었던 과오를 통해 앞으로 우리가 담당해야할 역사적 사명을 이야기하고 있다.
 세부적인 역사적 사실에 대한 해석, 역사를 보는 함석헌의 ’눈’에는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역사를 보는 그의 ’방향성’은 확실히 옳다고 본다. 함석헌 선생은 그 자신이 생각했던 '정신'을 올바르게 갖고 생각하는 힘을 기르기 위해 무엇보다도 역사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이 책을 썼을 것이다. 그의 생각처럼, 그리고 그가 대한민국에 '비전'을 보여주고자 했던 것처럼 역사는 과거를 통해 현재를 보고 미래를 내다볼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