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버스. 처음에 제목만 봤을 때는 환경 분야의 책인줄만 알았다. 내용은 주인공 조지가 가족, 동료관계가 틀어지고 직장에서도 가정에서도 위기를 겪게 되던 중 우연히 조이(joy)라는 기사가 운전하는 버스에 타게 되면서 힘을 얻어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게 된다는 이야기다. 

여기에서 행복한 인생을 위한 10가지 룰을 제시하고 있는데 첫번째, 당신의 버스 운전자는 당신 자신이라는 것. 두번째 당신의 버스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끄는 것은 열망과 비전, 그리고 집중이라는 것. 세번째 당신의 버스를 긍정에너지라는 연료로 가득 채우는 것. 네번째 당신의 버스에 사람들을 초대하고 목적지를 향한 비전에 동참시키는 것. 다섯번째 버스에 타지 않은 사람들에게 에너지를 낭비하지 말 것. 여섯번째 당신의 버스에 ’에너지 뱀파이어(부정적인 생각으로 도저히 구제 가능성이 없어보이는 반대자) 탑승금지’ 표지판을 붙여라. 일곱번째 승객들이 당신의 버스에 타고 있는 동안 그들을 매료시킬 열정과 에너지를 뿜어라. 여덟번째 당신의 승객들을 사랑하라. 아홉번째 목표를 갖고 운전하라. 열번째 버스에 타고 있는 동안 즐기라는 것이다. 

이런 종류의 다른 책과 비교하면 소설처럼 쓰여졌다는게 좀 특이했다. 사실 이런 종류의 성공 추구를 위한 길잡이 책은 그다지 많이 읽는 편은 아니다. 보통 하는 이야기가 ’비전을 가져라’, ’긍정적으로 사고하라’, ’절망하지 마라’, ’ 사고방식을 전환해라’, ’열정을 가져라’ 뭐 대충 이런 이야기를 잘 포장해놓은 내용인지라 어느 책을 읽으나 그게 그거인 듯한 느낌을 많이 받는다. 그리고 대부분은 그렇게 열정을 갖고 비전을 갖고 긍정적으로 살면 ’성공’할 수 있다는 거다. 다만 에너지 버스를 읽게 된 것은 꽤 오랫동안 이런 종류의 책을 읽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런 식의 당근으로라도 부정적이고 좌절하고 있는 사람들을 긍정적이고 열정적으로 만드는 것도 좋겠지만..  

열정이 있고 비전이 있는 것은 당연히 좋은 일이다. 성공을 하고 못하고를 떠나 자신의 인생에 대한 비전을 갖고 열정적으로 살면서 행복을 느끼는 것도 중요하다. 다만 이러한 책을 통해 제시해주는 것은 열정적으로 목표를 갖고 열심히 사는 것도 좋은 일이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일해 ’성공’하는 인간상이지 인격도야(딱히 다른 말이 떠오르지 않음;;)에 있어서 근본적인 문제들을 건드려주지는 않는 것 같고 부의 문제를 구조가 아닌 개인에게 집중시키는 듯..

예전에 TV책을 말하다에서 들은 말인데 이런 책은 "나에게 만원을 주면 어떻게 성공하는지 알려주겠다"며 말한 뒤 돈을 받고 "나처럼 하면 된다"는 쪽지를 건네준다는 것. 그렇게 해서 가장 성공하는 사람은 누구일까? 돈도 없고, 권력도 없는데 성공은 하고 싶은 사람들은 이렇게라도 열정과 비전이 있으면 성공할 수 있다는 말에 열광하고 싶은지도 모르겠다.. 내가 너무 삐딱하게 보는건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책은 작가의 독특한 상상력이 가장 큰 특징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는 그 점이 꽤 잘 먹히고 있는 것 같다. 파피용을 읽기 전에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책 중 <나무>와 <뇌>를 먼저 읽었었다. 하지만 그때의 느낌은.. 솔직히 말해 이게 왜 이렇게 사람들이 주목하는 베스트셀러인지에 대해 의문이 들었다. 단편으로만 이루어진 <나무>는 독특한 상상력이 재미있긴 했지만 너무 짧은 스토리에서 느끼는 것은 '이런 생각을 할 수도 있구나'하는 정도의 참신함 정도였다. 뭐 그 참신함이 대단한 거라면 대단한거지만.. 그러나 <뇌>의 경우에는.. 글쎄.. 수수께끼를 풀어가는 탐정 소설 같은 류의 이야기인데 솔직히 말해 플롯도 약하고, 이미 중반부터 다른 활자체를 사용하는 바람에 범인이 누구고, 지금 말하는게 누구인지가 확연히 드러나 긴장감없이 진행되어 높은 점수를 주긴 어려울 것 같다. 그래서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을 굳이 찾아 읽진 않았는데.. 그러던 중에 우연히 파피용을 보게 되었다. 
느낌은 한마디로 굿! 인류의 미래가, 역사가, 권력, 애증 등 사람의 삶이 담겨져 있는 소설이다. 소설은 크게 3부분으로 나뉘어진다. 지구를 떠나기 전에 우주로의 탈출을 준비하는 과정, 우주로 출발해서 이상적 공동체를 꾸려나가려 하지만 좌절을 맛보며 하나씩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1세대, 그리고 마지막으로 우주세대들의 1200여 년의 역사와 결말.
 첫번째 부분에서는 몽상가(?), 사고로 하반신 마비를 당한 잘나가던 윈드서핑 선수, 넘치는 돈을 주체할 수 없는 부자 등의 사람을 중심으로 썩어가는 지구보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지구에서 탈출하여 모든 생존환경을 갖춰놓은 '파피용'이라는 우주비행선에 14만 4천명을 태우고 우주로 떠나게 된다. 이들의 계산에 의하면 1천년 후에는 정말 사람이 살기좋은 환경을 갖춘 행성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이고 파피용은 그때까지 이들의 삶의 터전이 된다(우주선이 좀 말이 안되지만 소설이니 그려리니 하자)
정부의 방해와 좌절로 인한 내분 등 우여곡절 끝에 우주로의 탈출에 성공한 파피용에서는 평화공동체를 꿈꾸며 권력도 압제도 없이 지내지만, 완벽한 이상향을 꿈꾸며 선발된 14만 4천명 가운데에서도 애정 문제로 인한 살인이 발생하고 분쟁이 나타난다. 결국 범죄를 막기 위한 강제력이 생겨나고 행정을 위해 시장이 선출된다. 처음에는 상징에 불과했지만 시장이란 지위는 점차 권력화되어간다. 결국 우주로 출발한 1세대가 죽은 뒤 사람들 사이에는 점차 전쟁과 분쟁, 살인, 권력 등이 발생하고 급기야는 왕정까지 등장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지나친 투쟁으로 자신들의 삶의 터전인 파피용의 생존장치마처 파괴해버리면서 자멸하고 14만 4천이라는 숫자는 결국 6명으로 줄어들고 목적지인 행성에 도착하여서는 남자 1명과 여자 1명만이 최후의 탈출을 하게 된다. 
하지만 남자와 여자는 사소한 다툼 끝에 헤어지고 임신한 여자는 뱀에 물려 죽게 된다. 이에 남자는 파피용에서 가져온 과학기술을 이용하여 자신의 갈비뼈에서 세포를 채취하여 여자를 만들고 새로운 시작을 하게 된다. 이 귀가 어두운(?) 여자가 자신을 만든 남자 이름을 아담으로, 처음 파피용을 계획했던 사람을 야훼로, 중간에 파피용에서 내부 분란을 일으킨 여자를 사탄으로 부르면서 성경의 창세기적 모티브를 따 온 것이 발칙하기도 하지만 나름 유쾌하기도 했다. 
1200년이라는 시간, 이상향을 찾아가지만 결국 자신들이 버린 지구인의 모습과 같이 변해가는 점 등에서 이 책은 더 나은 미래를 찾아 떠나는 이들의 역사와 결국에는 버릴 수 없는 인간의 한계 등의 의미있는 테마를 즐겁고 유쾌한 상상으로 포장하는데 성공했다.

우리시대의 이념갈등과 뿌리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우리 사회의 좌우대립갈등에 대해 다루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갈등의 대립의 원인을 구체적으로 밝히고 앞으로의 방향에 대한 부분이 약하고 작가가 이야기하는 이념갈등의 극복이란 것은 결국 좌우 모두의 이야기의 일면을 바라보는 '중립'적 위치를 보이고 있다.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정권 등은 최근 역사교과서 논쟁에서도 많이 다뤄지고 있는 부분이다. 사실 보수진영에서 이러한 정권을 지나치게 비판적으로 서술하고 상대적으로 북한에 대해서는 별다른 평가없이 서술하여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고 오히려 친북적인 성향의 서술로 국가관과 안보관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그러면서 요구하는 것이 대한민국의 자주성과 정통성을 확보할 수 있는 그런 서술이다. 
이 책에서는 그런 부류의 서술이 옳다고 드러내고 이야기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 책에서의 '중립'은 잘못도 했지만 긍정적인 면도 있다고 하면서 약간은 물타기식 중립을 표방한다. 이승만이 독재자이고 잘못도 했지만 국민교육을 보급시키고 문자 보급을  확대하여 민주주의 건설에 기여했던 것이 이승만이라는 것이다. 박정희 정권이 지나친 탄압을 하긴 했지만 유신체제에 대해서 국민 대다수가 동의했으며 대한민국의 반공주의에 대해서도 외부의 침략에 대항하기 위한 필수불가결의 요소였다고 말하고 있다. 
그런 측면은 분명 무시해서는 안되는 부분이다. 그러나 여기서 무시해서는 안된다는 것은 그러한 성과를 의도적으로 무시하고 덮으려는 것이 잘못되었다는 것이지 그런 사실들로 인해 역사적 평가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옳고 그름의 관점에서 판단하고 무엇이 옳고 그른가를 판단해야지 당시 상황에선 어쩔 수 없었다, 국민이 동의했으니 어쩔 수 없는거다 이런 식으로 이야기하고 경제발전을 위해, 외부 적의 침략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니 의의를 갖는다고 하면 이는 시시비비를 가리기보단 긍정적 인 부분이 있었다는 점을 부각시키는 것이 아닐까?
국민이 동의했다면 옳은 것인가? 히틀러도 정권을 장악하는데 있어서 그리고 장악한 이후에도 90% 이상의 국민적 지지를 받았다. 그렇다면 히틀러도 옳다고 할 수 있는가? 이승만 정권 시대에 공교육 기반 마련과 문자 보급이 되었다고 하지만 이승만이 민주주의 발전을 위한 국민적 역량 강화를 위해 그리한 것이 아니라 산업사회에서 일할 수 있는 노동자를 양성하기 위한 최소한의 교육을 실시하고자 했을 뿐이다. 설사 표면적으로 민주시민 양성을 목적으로 했다 하더라도 그의 집권 과정에서 보여준 반민주적인 정치행각을 보면 그가 정말 민주주의에 대한 신념이 있는지 의구심을 갖게 된다.
이러한 역사적 사실들에 대해서는 옳고 그름의 판단이 있어야하고 그러한 판단을 놓고 논쟁이이 벌어지는 것이 차라리 바람직하지 않을까? 물론 지금의 현실은 명분이 실리에 이용당하고(역사적으로 안 그런적이 얼마나 될까..) 논쟁 자체가 시끄럽고 싸우는 모습이 꼴보기 싫어 논쟁을 피하고 둘다 맞다고 하는게 당장은 편할지도 모르겠다. 과실이 치적을 덮을 수는 없는 것이지만 과실만 본다고 하여 치적을 들고나와 물타기를 하는 것은.. 글쎄.. 그런 역사는 과연 우리의 미래에 어떤 비전을 보여줄 수 있을까?
지은이의 역사관, 인식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그래도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보고 인식의 폭을 넓혀나가는데 도움이 되는 책이라고나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