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가 된다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혹자는 단지 안정된 직장을 원해, 혹자는 자기가 하고 싶은 학문을 이어가기 위해서 교사를 선택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적어도 교사라면 자신이 만나는 ’아이들’에 대한 사랑이 있어야 한다. 교사란 단순한 직업이 아니라 아이들이 갖고 있는 가능성을 발견하도록 도와주는 조력자이자 상처입은 아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줄 수 있는 의사이자 함께 미래를 꿈꿀 수 있도록 해주는 존재이다.
이 책을 쓴 미즈타니 오사무는 야간고등학교의 교사로서 수업이 끝나는 9시 이후에 그의 일과는 밤거리를 돌아다니며 방황하는 아이들에게 말을 건넨다. 폭주족이든 조직폭력배이든 약물중독자이든, 보통의 사람들이라면 가까이 다가가지도 않을 이들에게 미즈타니 선생은 자연스럽게 다가가 말을 건넨다. 그리고 그가 마주하는 아이들은 겉보기엔 난폭하고 구제불능처럼 보여도 모두 순수한 마음을 가진, 각자가 꽃을 피울 능력을 지닌 씨앗같은 존재들이다. 아니, 그가 마주한 아이들이 모두 순수한 것이 아니라 본래 순수한 아이들의 마음을 미즈타니 선생은 신뢰하며 다가가는 것이다.

그러나 미즈타니 선생은 이들을 사회적 규율이나 도덕으로 그들의 행동을 탓하지 않는다. 물론 이들을 학교로 되돌려 보내고자 노력하지도 않는다. 그는 방황하는 아이들과 마음으로 소통하며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한다. 그는 단지 상처입은 아이들을 감싸주는 것, 치료가 필요한 아이를 치료해주는 것이다. 

물론 그라고 하여 모든 아이들을 다 '구원'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그가 아이들을 '구원'하네 마네 하는 문제가 아니라 그가 모든 아이들을 아무 편견없이 진심으로 관심을 갖고 사랑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마음의 문을 열고 다가가는 미즈타니 선생에게 아이들이 마음의 문을 열고 때로는 먼저 도움을 청하기도 한다. 마음을 연다는 것.. 교육에 있어서 교사에게 있어서 아이들을 대할 때 그것만큼 중요한 일은 없을 것이다.

사람이란 태어나서 자랄때까지 내버려 두면 알아서 성인이 되고 자신의 꿈을 찾아가는 그런 존재가 아니다. 더더군다나 청소년들은 어른들에 의해,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꿈을 짓밟히고 상처입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지금의 학교는, 아니 지금의 우리 사회는 점점 더 한 사람의 꿈을 소중히 생각하기보단 사회 전체의 발전을 위해 아이들에게 '거짓된 꿈'을 키워준다. 그들이 갖고 있는 꿈이 무엇인지 물어보는 것이 아니라 시키는 공부나 잘하고 말 잘듣는 사람이 되는 것이 사회에서 '성공'하는 일이며 아이들 자신을 위한 길이라며 기만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에 의해 꿈을 잃은 아이들을 낙오자로 낙인찍어버리고 있는 것이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학교인지 알 수가 없다.

하지만 그런 세태 속에서도, 그런 환경 속에서도 정말 아이들을 대하는 한 사람의 교사라면 미즈타니 선생처럼 "어제까지의 일은 모두 괜찮아.. 오늘부터 나랑같이 생각해보자" 손을 내밀어 줄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사회의 요구가 아니라 아이들의 꿈을 우선시하는 그런 인간적인 학교가 되는 날을 위해 노력해야겠다.

사람은 누구나 한번은 죽는다. 다만 누구나 호상이라고 하는 것처럼 천수를 누리고 싶지 뜻밖의 사고나 병으로 죽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죽을 병에 걸려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는다면 아마도 당장 절망의 늪으로 빠져들고야 말 것이다. 주변 어르신 중에 암으로 돌아가신 분들을 보며, 각종 매체를 통해 듣고 본 바에 의해 어렸을 때부터 알게 모르게 ’암에 걸리면 죽는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에이즈와 함께 이토록 공포스러운 병명이 또 있을까. 

 ’암환자는 암으로 죽지 않는다’는 제목이 조금은 의아스럽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암 그 자체로 죽는다기보다는 절망으로 인해 제 풀에 무너지고 치료 의욕 상실이나 식욕 부진 등이 결국 암으로 인한 사망을 불러온다는 것이다. 모두들 암에 걸리면 다 죽는다고 알고 있는데 당장 암이라고 판정을 받으면 누군들 절망하지 않으랴.

 하지만 저자는 이처럼 암에 대한 ’과장된 공포’를 깨뜨리려 한다. 물론 말기 암의 경우에는 완치가 어렵고 시한부 인생을 살 수 밖에 도리가 없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제 풀에 꺾여
스스로 무너져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저자는 자신이 28년동안 실무에서 직접 환자들을 치료하며 겪어온 이야기, 자본논리에 의해 움직이는 제약회사와 미디어의 음모(?)로 과장된 암에 대한 공포심을 제거해 주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향후 암 정복을 위한 의학기술과 전망을 제시하면서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희망을 주려하고 있다. 

병에 대한 공포만을 조장하여 환자의 의욕을 꺾고 결국에는 더 큰 수렁으로 빠지게 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인지 저자는 계속해서 희망을 이야기한다. 20년 이상의 오랜 기간동안 겪은 경험담과 의사로서의 전문지식, 의료계에 대한 지식이 더해져 신뢰도 가지만 보다 더 중요한 것은 ’희망’인 듯하다. 의사가 신이 아닌 이상 인간의 생사를 100% 확정지을 수는 없다. 치사율이 99%가 되더라도 100명 중 1명은 산다는 이야기가 아닌가. 또한 우리 주위에서 의사가 포기한 상황에서 기적적으로 병마를 이기고 제2의 인생을 사는 사람들의 사례를 종종 보지 않는가.

얼마 전 30년째 간암투병 중이라는 장애우학교 교장선생님의 라디오 인터뷰를 들은 적이 있었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매우 놀라운 일이었다. 암에 걸리고 30년 동안 투병을 할 수 있을까.. 그러나 암에 대한 부풀려진 잘못된 상식에서 벗어나고 보니 암에 굴복하지 않고 자신의 꿈을 쫓아 30년간 살아오신 그 교장선생님이 새삼 존경스럽다. 환자의 생명을 사랑하는 의사와 죽음의 공포에 절망하지 않고 인간다움을 잃지 않는 환자의 모습이 너무나도 아름답게 느껴진다.

난 클래식을 좋아한다. 하지만 이는 그것이 대단한 무언가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도 아니고 고급스럽기 때문도 아니고 단지 음악을 들으면 사람이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이유가 있기 때문이고 무미건조한 삶에 단비를 뿌리는 듯한 느낌 때문이다. 하루 종일 소음과 공해 속에 살다 집에 들어와서 방 안의 텅 빈 공간을 음악으로 채우고 그 안에 가만히 누워 있을 때의 느낌은 풍진 세상을 등지고 산 속에서 맑은 공기로 숨쉬는 듯한 느낌이랄까. 그렇다고 음악감상이 클래식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클래식 뿐만 아니라 좋은 음악을 들을 때면 같은 느낌이다. 단지 내 취향 자체가 쿵쾅대는 메탈이나 기계음으로 포장된 대중가요나 팝보다는 클래식같은 선율을 가진 음악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거기에는 단순히 내가 좋아한다는 것 이상도 그 이하의 이유도 없다. 

하지만 현실에서의 클래식은 약간은 눈쌀을 찌푸리게 한다. 공연장에는 너도나도 정장을 차려입고 꽉 막힌 공간에서 엄숙한 종교미사를 드리는 듯한 분위기에서 공연이 이루어진다. 그것이 신앙이라면 이해할 수 있는 현상이지만.. 글쎄.. 클래식이 과연 신앙일까? 흔히들 클래식을 인류의 고전이자 위대한 유산으로 생각하며 예찬한다. 하지만 정작 이러한 ’위대한 유산’은 현 시점에서 특수 계층에 의해서만 향유되며 이른바 ’고급 문화’로 변질되기에 이르렀다. 얼마전 베토벤 바이러스에서 김명민이 연기했던 마에스트로 강이 "클래식은 귀족들의 음악이지 평민을 위한 음악이 아니다"라는 말은 아마도 클래식이 놓여있는 위치를 잘 말해주는 것이 아닐까. 왜 클래식은 길거리에서 공연할 수 없을까? 왜 클래식은 박수치며 웃으며 환호하며 들을 수 없는 걸까?

저자는 이러한 현실을 꼬집으며 클래식이라는 ’신앙’의 허구와 위선을 산산히 부수려 하고 있다. 사실 많은 부분에 있어서 저자의 말에 공감한다. 클래식이 인류의 위대한 유산으로 취급되는 바탕에는 서구 우월주의가 들어 있으며 악보의 음표 하나하나의 맞고 틀림에 집착하며 연주자를 죽이는 현실을 꼬집는다. 그 밖에도 ’귀족’이자 ’신앙’으로 존재하는 클래식의 면면을 두드리고 있으며 그 과정을 읽어가는 것이 유쾌하기도 하다.

다만 아쉬운게 있다면 클래식 비판이 도가 지나쳐 이 책을 읽고 있다보면 클래식이 ’쓰레기’가 되어 버리는 듯한 느낌이 든다는 것. 유럽 중심주의도, 귀족적이며 쉬운 접근을 막고 있고 경직된 음악이라는 점 등에 대해 비판하는 것은 좋은데 그래도 클래식이라는 음악을 좋아서 듣는다면 좋지 않은가? 대안으로 제시하는 ’월드 뮤직’(개념 자체가 명확하진 않은데)에 대해서는 엄청난 찬사를 쏟아내면서 클래식에 대해서는 단점만을 지적한다. 클래식이 대중으로부터 분리되고 현재가 아닌 과거에 매여 있는 음악이라고 비판하지만 이는 클래식 자체의 음악적 문제점은 아닐 것이다.  월드뮤직이든, 국악이든, 현대음악이든, 클래식이든 다양한 음악세계의 공존과 그 속에서 우리에게 행복을 선사해줄 수 있는 음악을 즐기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