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홀로코스트 관련된 책을 찾다 읽게 되었다. 책의 표지도, 죽음의 수용소에서라는 제목도 딱 보기에 홀로코스트에 관한 책처럼 보인다. 하지만 책을 읽다보면 이 책은 나치수용소에서 죽어간 유대인들의 목소리를 대변한 책이라기보단(그런 점도 있긴 하지만) 언제든지 죽을 수 있다는 현실 속에서 고통과 절망 앞에 선 사람들의 행동을 통해 인간의 심리를 분석하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

 책은 크게 3부로 나뉘어져 있다. 1부는 저자의 자전적 이야기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히틀러 통치 하의 나치 독일에서 아우슈비츠 등 여러 수용소에 수감되면서 겪은 경험담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2부는 로고테라피가 무엇인지에 대해 적고 있으며 3부는 독자에게 해주고 싶은 결언이라고 할 수 있겠다.

 로고테라피. 이 말을 이 책을 통해 처음 들어 보았다. 환자의 미래, 즉 미래에 환자가 이루어야 할 과제가 갖고 있는 의미에 초점을 맞춘다는 뜻으로 환자가 삶의 의미와 직접 대면하게 하고 그것을 향해 나아갈 수 있고 이렇게 환자 스스로 삶의 의미를 깨우치도록 만드는 것이라고 한다. 프로이트 학파가 쾌락의 원칙에, 아드리안 학파가 ’우월하려는 욕구’로 불리는 권력을 추구한다면, 제3정신의학파로 불리는 로고테라피는 ’의미를 찾고자 하는 의지’라고 요약할 수 있겠다. 

 프로이트가 성적 욕구를 기반으로 정신분석을 시도한 것과 마찬가지로 저자는 나치 독일의 야만성을 폭로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기 보다는 죽음과 절망 앞에 선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자신의 ’학설(로고테라피)’를 증명하며 미래에 대한 불안과 삶의 의미를 잃고 방황하는 사람들, 즉 정신적으로 병든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며 그들의 ’병’을 치료해주고자 한다.  

사실 책이 약간 애매모호하긴 하다. 어려운 부분은 없지만 로고테라피라는 것을 짧고 간결하게 설명하려다보니 좀 뭔가가 많이 부족하다. 어찌보면 이도저도 아닌 책이 될 수도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절망과 죽음 앞에서 본연의 임무(?)를 자각한 저자의 노력과 의지를 바탕으로 현실에선 행해질 수 없는 실험을 통해(멀쩡한 사람을 이렇게 통제된 환경 속에 놓고 실험을 할 수는 없으니;;) 로고테라피라는 개념을 강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신분석 혹은 로고테라피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맛보기 정도로라도 한번쯤 읽어볼 만한 책이다. 저자는 니체의 말을 인용했듯이 "왜 살아야 하는지 아는 사람은 어떠한 상황도 견딜 수 있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알려주며 ’의사’로서의 본분을 다하고 있는 듯하다. 

언젠가 정신분석에 대해 좀더 공부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적이 있으나 뒤로 미뤄두고 있었는데 이 기회를 통해서 정신분석에 관해 더 공부해봐야겠다.

'규제의 역설'이라는 책의 제목에서 풍기는 것처럼,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는 한마디로, 규제로 인해 비효율성이 증대되고 오히려 공공선에 위배되는 '역설'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당연히 내용의 대부분은 정부의 규제 실패로 인해 나타나는 부작용을 소개하는 데에 지면을 할애하고 있으며 시장 자율에 따른 '보이지 않는 손'에 맡겨두는 것이 가장 자연스럽고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여기에서 기본적인 전제는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방해하는 비효율은 악이며 자유스러운 시장경제가 곧 선이라는 것이다(삼성경제연구소에서 나온 책 아니랄까봐.. )

 여러명의 집필자가 참가해서인지 논지의 강도는 장마다 조금씩 다르다. 앞부분을 읽어보면 논리도 약할 뿐더러 마치 종교서적을 읽고 있는 듯한 환상에 빠져든다. 규제는 곧 악이라는 것을 줄기차게 이야기하고 있다. 특히 최저임금제도의 모순을 지적한 곳에서는 실소를 금할 수 없다. 최저임금제도를 정해놓고 규제하기 때문에 실업률이 올라간다며 규제 실패를 강력히 언급하고 있다. 그러나 상식적으로 생각해 봤을 때 사람대접도 못받으며 혹사당해가면서도 기본적인 문화생활 향유도 못할 정도의 월급을 받고 너도나도 일자리 찾아 들어가는게 그렇게도 좋은 방향인가? 기업에서는 좋겠지.. 한사람 쓸 돈으로 두 사람 쓰면서 조직확장 및 생산성 증대를 꾀할 수 있으니까. 그러니 최저임금제 때문에 실업률이 증가하고 없애면 실업률이 떨어질거라는 생각은 지극히 자본가 입장에서의 편협한 이기주의에 불과하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자. 생산성을 높여 물건을 만든다면 그 물건을 살 사람의 구매력이 뒷받침되어야 하는데 의식주 해결하기도 바쁜데 언제 그런 구매력이 형성될 것인가. 소비자는 하늘에서 떨어지는 돈으로 상품을 구매하나. 또 통신요금에 대해서도 통신료 부담이 월 평균 소비지출의 6.5%를 차지할 정도로 커졌다고 하는데 이 또한 인과관계 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은 것이다. 이는 과거에 비해 기본 통화료가 월등하게 올라갔기 때문이 아니라 각종 부가서비스 및 데이터 통신량 증가와 휴대폰 보급률 증가로 인한 사용량 증가가 원인이다. 이런 것을 고려하지 않고 단지 규제생기니까 부담 증가했다는 식의 비판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한 것인지.. 
 도서정가제, 셔틀버스 규제 등도 마찬가지다. 규제 때문에 비효율이 증가했다고 하는데 비효율은 증가했을지도 모른다. 가장 최저 수준의 가격으로 서비스를 누릴 기회가 사라졌으니까. 
그러나 비효율때문에 공공선을 무시할 것인가. 

 이들이 말하는대로 '보이지 않는 손'에 맡겨두면 모든 것이 다 잘 굴러간다고 한다면 경찰은 왜 필요하고 군대는 왜 필요로 하는가. 결국 기업의 입장에서, 자본이 곧 권력이 되는 사회에서 돈을 가진 자들이 자신들의 입장을 강화하기 위함이 아닌가.  사람들이 이기적이지만 각자의 이익을 좇아 행동할 때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공공선이 유지된다며 그토록 찬양하면서 경찰이니 군대니 하는 국가권력의 개입을 주장하는 것은 아이러니이지 않나. 

 책의 후반부에서는 전반부보다는 약간 중간적 입장에서 규제의 철폐가 아닌 규제의 개선을 이야기한다. 확실히 정부의 규제가 지나치게 커지고 행정권력이 비대화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 또 하나의 거대 권력의 탄생은 결국 무질서에 비해 하등 나을 것이 없다. 규제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고 믿으며 모든 일에 규제를 강화해 나간다면 결국 개인의 일상까지 통제하는 거대한 행정권력과 지하의 마피아 조직이 난무하는 디스토피아를 만들어낼 것이다. 그러나 비효율적이라 하여 규제를 철폐할 수는 없다. 원하는 결과를 100% 얻지 못했다 하더라도 그 규제로 인해 약자가 보호되었고 사회 공공선이 유지될 수 있다면 규제는 유효한 것이다. 잘못된 행동의 반대는 행동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올바르게 행동하는 것이다. 모두 함께 사는 방향으로 나아가야지 윤리적 가치로 들이댈 수 없는 시장논리를 들이대는 것은 힘가진 자의 오만과 독선이자 또 하나의 이데올로기에 불과하다.
 

일전에 인터넷을 통해 조윤범의 파워클래식이라는 같은 이름의 강의를 들은 적이 있었다.(현재 예당아트TV에서 다시 볼 수 있다). 왠지 락커를 연상시키는 복장의 조윤범이 콰르텟엑스라는, 역시 메탈그룹같은 현악사중주단을 통해 작곡가들에 대한 소개, 재미있는 에피소드, 작품 소개를 하는 강의였는데 클래식 강의도 이렇게 쉽고 재미있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더군다나 콰르텟엑스가 자신들의 느낌에 따라 친근하게 붙인 작품명은 단순히 opus 몇번이니 하는 숫자놀음에서 벗어나 그 음악을 더욱 친근하게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되고 했다. 그리고 그런 강의가 책으로 나왔다 하여 구입해 보았다. 

 책의 내용 중 강의를 통해 소개되었던 작곡가들의 경우에는 내용이 거의 비슷하다. 다른 클래식 입문서와 좀 다른 점이라고 한다면 중고등학교 음악시간에 많이 보았던 교향곡, 소나타, 협주곡 등등 음악형식에 관한 분류, 악기소개같은 교과서적 내용들은 삭제했다는 것이다. 뭐 이런걸 기대했던 사람들에겐 아쉽기도 하겠지만 그런 책들은 이미 시중에 널려 있으니 굳이 파워클래식에서까지 그런 것을 기대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또한가지는 ’명반’에 대한 소개가 없다는 것. 어찌보면 조심스러운 부분일수도 있으려니와 사람의 취향이란 가지가지이므로 꼭 명반으로 소개해도 모든 사람에게 좋다고 볼 순 없으니 명반에 대한 이야기가 없더라도 큰 상관은 없을 것이다. 

이 책의 장점이라고 한다면 일단 재미있다는 거다. 책에서도 강의 때와 마찬가지로 작곡가 소개, 에피소드 및 다양한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문체도 강연하는 듯이 서술하여 책을 보고 있자면 실제로 강연을 듣는것과 같은 느낌을 받는다. 교과서적 지식을 다 빼놓고 음악가 이야기부터 옛날이야기 들려주듯하며 작품의 느낌과 포인트를 소개해주니 음악을 모르는 사람이라도 충분히 쫓아가며 읽을 수 있다. 

다만 아쉬운 점이 좀 보이는데 첫번째로, 음악CD가 없다면 좀 답답할 것이다. 부록CD 하나 없기에(사실 소개한 작품들을 한 악장씩만 따와서 소개를 한다해도 CD수십장은 기본일듯;;) 해당 작곡가의 음반이 없다면 도대체 무슨 음악이길래 이런 식의 느낌을 받았는지 좀 답답함을 느낀다(인터넷 강의에서는 직접 음악을 들려주며 설명해주니 이런 답답함은 없다). 두번째는 고전주의/낭만주의/근대음악/현대음악으로 나누었는데 저자의 전공이 전공이다 보니 훌륭한 현악사중주를 남긴 작곡가 위주로 소개가 되어 있다. 덕분에 쇼팽, 바그너, 브루크너, 말러 같은 이들은 제외되어 있고 다른 음악가들을 소개할 때 간간히 등장하는 정도이다. 그러니 이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좀 실망할 듯하다(본인은 쇼팽과 말러가 빠진 것이 무척이나 아쉬웠다). 특히 현대음악 쪽에서는 대신 야나체크, 쇤베르크, 윤이상 등 그다지 대중적이지 않은 작곡가 소개에 많은 부분을 할당하는데 좋아하는 작곡가 소개를 원했던 사람들에게는 좀 실망스럽겠지만 그래도 음악에 대한 스팩트럼을 넓히는 데에는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전체적으로 볼 때 책으로만 음악을 접한다는 답답함과 작곡가 소개가 일부 편중되어 있다는 점이 아쉽기는 하지만 그래도 클래식을 이렇게 재미있게 접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