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有>

 이야기는 서울에 상경한 ’엄마’를 지하철 서울역에서 잠깐 사이 손을 놓쳐 잃어버리면서 시작된다. 가족들은 사방팔방으로 엄마를 찾아다니며 수소만하지만 엄마를 찾기란 쉽지 않다. 가족들은 생각한다. 왜 곁에 있을 때는 엄마가 이토록 소중한 줄 몰랐을까. 
 이 소설은 시점이 여러개로 나누어져 있다. 큰딸, 아버지, 장남, 그리고 ’엄마’. 
 시점은 다르지만 결국 다같은 생각들. 그런 엄마의 존재가 정말 소중하다는 것을 왜 미처 몰랐을까 하는 후회들.. 엄마를 찾기 위해 사방팔방으로 뛰어다니면서 엄마와의 추억들은 더욱 뚜렷해 진다. 글을 읽을 줄 몰라 다른 사람에게 부탁하면서까지 큰 딸의 소설을 꼬박꼬박 읽으셨던 엄마, 장남이 서울에 얻었던 작은 집을 그리도 자랑스럽게 생각했던 엄마, 젊은시절 항상 밖으로만 나다니며 다른 여자들 품속에 있었던 남편을 그래도 다시 받아주었던 엄마, 항상 자신의 몸보다는 가족들을 생각하며 억척같이 살아왔던 엄마..
 엄마는 너무나도 당연하게 가족들을 위해 존재한다고 생각했던 것을 가족들은 되돌아보며 후회한다. 엄마에게도 엄마의 삶이 있었는데, 엄마에게도 엄마의 아픔이 있었고 삶의 애환이 있었을텐데.. 하지만 엄마를 잃어버리기 전에 왜 그 생각을 못했을까.. 왜 엄마에게 괜한 소리를하며 짜증을 내고 내가 힘들때 기대려 하면 언제나 그곳에 엄마가 있었기 때문일까. 
 마지막은 엄마의 시점이다. 자식들을 하나하나 찾아가서 그들을 바라보며 해주고 싶었던 말들을 해나간다. 자식들을 생각하는 엄마의 마음을 가장 잘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그리고 남편이 밖으로만 돌아 힘들었던 시절 자신을 설 수 있게 해주었던 ’그’에 대한 부분.. 자신의 행복보다는 가정과 자식들을 지키기 위해 헌신했고 자식들 앞에서 강한 척하며 가정의 버팀목이었지만 엄마도 아픔을 느끼고 애환을 갖고 있는 ’여자’임을 이 부분에서 느낄 수 있다. 
 ’엄마’라는 말은 참으로 신비로운 말이다. 이처럼 정감있을 수 없고 이렇게 여러가지 생각과 함께 따뜻한 느낌이 드는 말도 없을 것이다. 어려서부터 항상 옆에 있었고 지금도 힘들때 전화하면 항상 받아주고 토닥여주는 그런 사람.. 세상 모두가 돌아서도 끝까지 내 편이라 확신할 수 있는 사람.. 먼 길을 떠났다가 돌아와도 한결같은 모습으로 나를 맞아주는 사람.. 하지만 나는 과연 그런 엄마의 존재를 얼마나 소중하게 생각하며 엄마를 이해하려고 하고 있을까.
 소설의 결론은 결코 해피엔딩이라고만 할 수는 없다. 가족들이 다시 엄마를 찾아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았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작가의 묘사가 직접적이지는 않았지만 결국 엄마는 다시 가족들 품에 돌아오지 못하고 하늘나라로 떠나간다. 그러나 저자는 오히려 진부한 해피엔딩보다도 이러한 결말을 선택함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엄마에게도 엄마가 필요했다’는 것을 인식시켜주려 하는 듯하다. 아직 늦지 않았을 때, 엄마가 떠나가기 전에  그 손을 잡아주고 엄마의 짐을 덜어드리도록..

 아마도 보통은 이 책을 통해 지금 겪고 있는 어려움은 혼자만이 겪었던 것이 아니고 과거의 위대한 인류의 스승들도 겪었던 문제이며 그들이 일생동안 그 문제에 대해 어떻게 대처하고 고민하고 또 나름의 해답을 내놓았는지를 소개하며 위로를 전해주고자 했던 모양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시도는 좋은데 다른 저작들에서 보여준 것만큼의 흥미로운 분석도 드러나지 않고 중간중간 약간은 억지스럽게 연결짓고 있다는 인상도 든다.
 소크라테스는 항상 사람들의 무지를 깨우치고 진리를 찾기 위해 대화에 나섰지만 펠로폰네소스 전쟁의 패배 이후 가라앉은 사회 분위기에 대한 희생양으로 소크라테스는 결국 재판에서 사형을 선고받는다. 대다수 민중의 인식이 결국 소크라테스를 죽음으로 몰고갔으나 소크라테스는 잘못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상기시키며 옳은 사람이 꼭 대중에게 인기를 얻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물론 그에 대한 반대(인기가 없다고 꼭 옳은 사람은 아니다)도 경계하고 있긴 하지만 인기가 없다는 것이 소크라테스의 죽음과 연결지어 위로가 되는지는 잘 모르겠다. 
 좌절한 사람을 위한 세네카의 이야기는 어찌보면 잔인하다고도 생각된다. 주변 사람들 혹은 나 자신에게 당한 재앙에 좌절해 있는 사람에게 그런 재앙은 언제라도 올 수 있는건데 그걸 꼭 자신만 겪는거라며 낙심하는 것이 잘못이라는 세네카의 주장은, 상처입은 사람에게 얼마나 큰 위로가 될지는 모르겠다. 
 상심한 사람들을 위한 쇼펜하우어의 예에서도 염세주의자인 쇼펜하우어의 사상을 소개하며 결국 사랑이란 생각만큼 아름다운게 아니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뭐 실연을 당한 사람에게야 위안이 될만한 말이겠지만 극단적이라 할 수 있는 염세주의자의 생각으로 사랑에 대해 논한다는 것이 어째 좀..
 책의 원래 제목은 "the consolations of philosophy"로 철학의 위안 정도 되겠다. 사실 이 책은 철학사상을 소개하는데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인기없고(소크라테스), 돈없고(에피쿠로스), 좌절하고(세네카), 부적절한 존재(몽테뉴)와 상심한 마음(쇼펜하우어), 곤경에 처한 사람(니체)을 위로하기 위해 철학 대가들의 생각을 인용하고 있다. 
 따라서 철학가에 대한 심도있는 논의나 사상 소개 및 해설에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위에 언급한 각각의 상황에 대해 위로해줄 생각으로 철학가들을 인용하고 있기 때문에 보통이 다루는 철학사상을 기대하고 책을 읽는다면 실망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또 저자가 서술한 문제에 대한 해당사항이 없다면 큰 재미나 공감을 얻긴 어려울 것 같다. 
  개인적으로 기대했던 바와는 내용이 약간 달랐고, 저자가 제시한 이야기에 공감하지 못했다. 하지만 흠잡을만큼 나쁜 책은 아니니 한번쯤 읽어봐도 괜찮을 듯하다.

 아웃사이더 컴플렉스.. 저자 강준만은 노무현 정권 탄생이전에 노무현에 대한 열렬한 지지를 표방했었다. 그런 저자가 아웃사이더 컴플레스라는 조금은 도발적인 제목의 책을 통하여 노무현 정권과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흔히 알고 있기로 노무현 전 대통령은 인권변호사로 항상 소외된 자의 편이었고 평범하고 수수하면서도 탈권위적인 대통령으로 기억된다. 그리고 보수 언론들의 몰매를 맞아가면서 언론플레이에 많이 당하기도 했고, 수구꼴통들이 장악하고 있던 대한민국에 김대중 정권과 함께 진보정권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실상 그럴까? 그는 정말 '진보'라고 할 수 있을까? 노무현 정권에 대한 평가를 내려보자면 가장 적절한 비유 중 하나는 '좌회전 깜빡이켜고 우회전 했다'는 표현을 들 수 있을 것이다. 그가 '진보'를 표방했지만 결과적으로 그는 진정한 '진보 정권' 성립에는 오히려 역효과를 냈던 것이다. 그리고 강준만은 그 점을 집중적으로 파헤치고 있다.
 2003년 대선 당시 열풍을 일으켰던 정치문화가 있다. 바로 인터넷을 매개로 하여 결집한 '노사모' 열풍이다. 낮은 바닥에서부터 시작하여 '코리안 드림'을 일궈냈고 권위보단 탈권위를 표방했고 서민적인 그였기에 네티즌은 그에 열광했고 '노사모'가 탄생했던 것이다.
 그러나 정치적 지지를 위한 '사모' 열풍은 나름의 센세이션을 일으키긴 했지만 그 영향이 결코 바람직하지는 않다. 왜냐하면 이런 식의 맹목적인 '사모'는 이성보단 감성에 더 많은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치는 감성보단 이성의 영역이다. 
 강준만은 '사모'로 대표되는 노무현 정권의 가장 큰 실책을 내부비판의 실종에서 찾는다. 총선 공약을 뒤집어가며 부동산 원가 공개를 반대했을 때 김근태를 대표로하여 내부적으로 일어났던 내부비판에 대해 소위 말하던 '진보'세력 및 노무현 지지자들은 김근태에게 비난을 퍼부었다. 유시민은 항상 노무현 대통령의 충실한 신복으로서 내부 비판자들에 대한 '탄압'을 감행했으며 네티즌들 역시 결코 고운 시선을 보내진 않았다. 오히려 조중동에 대해, 한나라당에 대해 강렬한 비난을 퍼부은 정치인들이 환호를 받았던 것이다.
 그러나 내부비판의 실종은 결국 상대방에 대한 '네거티브 정치'로 전락할 수 밖에 없다. 내가 뭘 잘못했는지를 성찰할 수 없기에 항상 잘못은 상대방에게 있다. 그리고 상대방을 깎아내리고 자기가 상대적 우월을 점하게 되는 것이다. 강준만은 이에 대해 '포지티브' 정치를 표방한다. 즉, 상대방에 대한 비판을 삼가하고 내부성찰을 바탕으로 하여 누가누가 잘하나 하는 정치를 원하는 것이다. 
 강준만의 글은 참으로 쉽게 읽힌다. 어려운 수사도 없고, 복잡한 이론도 없다. 하지만 그의 글에는 항상 무언가 생각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있다. 본인이 학문하는 것을 이렇게 쉽게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부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그의 글에 큰 감동을 받는 것은 그가 이 글을 정말 '낮은 자세'로 집필했다는 것이다. 
 보수라고 항상 잘못하는 것은 아니고 진보라고 항상 잘하는 것은 아니다. 상대를 죽이고 올라서려 하고, 내부비판을 적을 이롭게하는 일이라 압살하지 말고, 공동체를 생각하는 마음에서, 낮은 자세로 상대와의 소통을 중요시하는 '포지티브'정치를 펼치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나아가야할 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