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집단주의적이고 남성적이고 유교 문화에 기반했다고 생각하지 않으면 전혀 출처를 알 수 없는 비합리적인 문화에 대한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유교는 공자, 주자 등에 의해 만들어진 일종의 사유일 뿐인데 후대의 학자들이 그것을 국가 통치에 이용하면서 교조화시키면서 융통성도 없고 획일적인 문화를 만들어냈다며 이런 생산성도 없고, 창의성도 말살시키면서 세계화에 부합하지 못하는 유교 문화는 빨리 없애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우리나라의 유교 문화는 국학이라고도 할 수 없다. 유교가 통치이념화 된 것은 고려시대이지만 지금과 같이 생활 속으로 침투(?)하기 시작한 것은 조선시대, 그리고 족보나 가문을 중시하며 극단적으로 교조화되기 시작한 것은 임진왜란 이후의 일이다. 명나라 멸망 이후 오랑캐의 나라인 '청'이 중원을 차지한 이후 한족 문화의 정통성을 이어나가는 조선이 '소중화'라는 사상은 실제로는 청에 대한 증오감과 함께 현실적 열등감의 표출에 다름 아니다. 직접 때릴 힘이 없으니 그래도 우리가 정통이라는 말이다. 주자학 역시 극약의 국방력때문에 요,금에게 당하기만 하던 송나라 시대 정통론을 뒷받침해주던 철학이 아니던가. 왜란과 호란을 거치며 땅에 떨어진 집권층에 대한 신뢰를 외부의 적을 만듦과 동시에 소중화라는 조작된 '자부심'을 통해 극복해야 한다는 집권층의 논리였던 것이다. 조선 후기의 당쟁과 세도정치를 보면 알지 않는가. 현실과는 동떨어진 이상의 가면을 쓴 채 현실의 이익을 갈구하는 세력들이 나라를 이끌어 갔던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유교'로 대변되는 문화는 전통적이지도, 조상들의 지혜가 담겨있지도 않다. 거기엔 오직 가정에서의 아버지를 중심으로 한 가부장제와 효를 국가에 대한 왕(집권층)의 권력에 정당성을 부여하며 그에 대한 충성으로 나아갈 뿐이다. 

그런 점에서 저자의 문제의식에는 충분히 공감이 되지만 현 시점에서는 그닥 새로울 게 없는 문제의식이라는 생각이 든다. 최초 발행연도가 1996년... 
그로부터 10년이상이 지난 시점에서 읽어서였을까.

글 자체가 에세이이기 때문에 쓰고싶은 이야기를 마음대로 썼기 때문일테지만 그의 글에는 진중한 무게감이 없는 듯하다. 단지, 자신이 생각하는 유교문화를 깨기 위한 '첨병' 역할을 하고 있는 듯하다. 게다가 그의 사고는 단지 서구의 '합리성'에 바탕을 두어 유교 뿐만 아니라 '문화' 그 자체를 깨려고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또한 유교 문화에 대한 날선 비판(혹은 비난)과 반대로 근대화에 성공한 일본이나 서구의 문화에는 지나치게 주체적이지 못한 입장이라는 생각도 든다. 한자 사용에는 극단적으로 반대입장을 보이며 조기 영어 교육이 안된다고 하는 것은...

지나친 개인주의와 급격한 공동체의 해체에 대한 대안은 결코 유교가 될 수 없으며 그로 인한 비합리적인 문화적 잔재들에서는 벗어나야 한다. 하지만 날선 비판보다도(물론 그도 중요하지만) 중요한 것은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해주어야 하지 않을까. 대안이 없으면 비판도 하지 말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적어도 자신이 고민했던, 고민하고 있는 앞으로의 나아갈 길에 대한 솔직담백한 언급이 필요하지 않을까. 그런 것이 없다면 그저 푸념을 늘어놓은 '에세이'에 불과할지도 모르겠다.

독일에서 수많은 청년들을 자살로 몰고 갔다는 악명(?) 높은 책..
화가였던 베르테르는 우연한 기회로(파티의 파트너가 동행을 원했던) 로테를 만나게 되고 로테가 알베르토라는 약혼자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에게 한눈에 반해버린다. 책의 내용은 베르테르가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를 통해 자신의 심정을 절절히 표현하는데 시간이 지남에 따라 로테에 대한 사랑과 윤리(!)적 차원에서 그 사랑이 금지되어 있다는 데에 심한 갈등을 겪으며 그것이 베르테르의 마음을 쇠약하게 만든다.
더이상 로테를 향한 사랑과 세상적 윤리 사이에서 균형을 잡고 자신의 마음을 가다듬을 수 없게 된 베르테르가 마지막으로 로테에게 고백을 하게 되지만 거부당하게 되고, 베르테르는 알베르토의 권총을 빌려 자살을 하고 만다.
(로테 역시 베르테르를 사랑했지만 로테의 사랑은 남녀간의 정열적인 에로스라기보다는 마음이 통하는 친구와의 관계같은 스토르게였던 것같다..)
솔직히 다 읽고난 다음의 감상은 베르테르가 ’찌질하다’는 거다..
흔히 실연당한 친구에게 ’세상에 여자가 그 애 밖에 없냐’고 위로하는, 그저 제3자의 ’냉철한’ 눈으로 베르테르를 바라보았기 때문일까. 아니면 베르테르같이 삶을 불태울만한 진정한 사랑을 아직 해보지 못했기 때문일까. 사랑을 ’생각’으로 ’이해’하기엔 삶을 넘어 죽음의 영역으로 날아간 베르테르의 사랑이 너무나도 큰 것인지도 모르겠다.

20세기에 들어서면서 거대담론에 대한 반발로 사회사, 문화사 혹은 미시사라는 분야가 역사에 새로 등장했다. 정치사 위주의 역사서술에서 벗어난 이러한 사조는 당시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느냐는 부분에 집중하여 '왕과 영웅들'의 역사가 아닌 '우리를 존재하게 해 준 조상들'에 대한 이야기로 역사의 초점을 돌렸다.
흔히 카를로 진즈부르크의 '치즈와 구더기', 로버트 단턴의 '고양이대학살'이 널리 알려진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보다 조금 앞선 아일린파워의 "중세의 사람들"역시 그와 같은 범주에 포함시킬 수 있다. 책에는 중세 이전의 사람들, 농부 보토, 마르코폴로, 마담 애글런타인(수녀원장), 가부장의 아내(14세기의 가정주부), 토머스 베터슨(15세기 양모상인), 토머스 페이콕(직물상인) 등의 삶을 통해 당시의 시대상을 드러냄과 동시에 중세 시대를 조망한다.
이 중 마르코폴로를 제외하고는 지금까지 역사책에 언급되었던 '중요 인물'과는 거리가 먼 사람들이지만 오히려 그런 점에서 당시 사람들이 어떻게 살고 있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저자가 서문에서 밝혔듯이 역사에서 중요한 것은 왕이 어쩌구, 영웅이 뭘했고 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우리가 있게된 이유, 그리고 우리보다 앞서 산 사람들의 모습이 더 가치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것을 그 당시를 살았던 민중의 삶을 통해 나타낼 때 역사는 단지 우리와는 상관없는 뜬구름 잡는 이야기나 그저 교양에 불과한 학문이 아니라 지금의 '우리'와 '사람들'에 대한 이해를 넓혀줄 수 있는 학문이 될 수 있을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