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턴트(instant)란 순간, 아주 짧은 동안이란 뜻이다.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사회에서 촉각을 다투며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해 인스턴트 식품이 자리매김하게

되었고 어느 샌가 우리는 콩글리시지만 인스턴트라는 말을 사랑에도 쓰기 시작했다.

인스턴트식 사랑..

즉, 빨리 끝나버리는 연애기간이나 상대를 빠르게 바꿔가며 시작되는 또 다른 사랑을

가리킬 때 이런 말을 쓰곤 한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우리는 한 사람과 오래도록 만나며 사랑하는 것이 마치 대단한 것처럼 여겨지는

조금은 이상해진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그런데 여기 그 인스턴트식 사랑과는 반대되는 두 남자의 지고지순한 사랑이야기가

실로 오랜만에 나를 풍부한 감성의 소녀(?)로 만들어 놓았다.

러브 온 더 로드는 두 남자의 사랑이야기를 담고 있다.

제 1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1914년부터 휴전 상태에 들어간 그 후 1920년까지

고향에 두고 온 사랑하는 여인 롯데를 생각하며 온갖 죽을 고비를 다 넘겼던 모리츠의 이야기가 있고

1992년 사랑하는 엘레나를 교통사고로 떠나보내고 힘들어하는 레오의 이야기가 있다.

에콰도르를 여행하던 레오와 엘레나는 주위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는

그 누가 봐도 사랑하는 연인임을 알 수 있는 세상 가장 달콤한 커플이었다.

버스를 타고 불의의 사고를 당해 연인 엘레나를 떠나보내고 혼자 세상에 남겨진 레오는

미치도록 외롭고 허전한 현실을 벗어나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며 주위 모든 사물에 엘레나의 존재를

부여하며 반쯤은 미쳐간다.

현실에서 새로운 여자를 만나 하룻밤을 즐겨도 언제나 그 후엔 엘레나를 생각하게 되고

몇 개월이 지나도록 그녀를 놓아주지 못해 안타까운 모습을 보인다.

그로 인해 친구들은 하나둘 멀어지게 되고

가족은 그저 귀찮은 존재지만 어느 날 아버지 프랭크에게 놀라운 고백을 들은 이 후 레오는 변화하기

시작한다.

모리츠는 1차 세계대전으로 인해 나라를 위해 죽을 고비를 수없이 넘어가며

싸우지만 결국 러시아군에게 붙들려 포로수용소에 들어가게 된다.

뼛속까지 시리도록 찬바람이 부는 시베리아의 한 수용소로 말이다.

총성이 빗발치는 전쟁터에서도

사람대접도 받지 못하고 먹을 것 하나도 제대로 된 것 없이 목숨을 연명해야하는

포로수용소에서의 처참한 생활속에서도

그를 버티게 한 건 오로지 사랑하는 연인 롯데였다.

전쟁 중에 그녀에게 받은 딱 한통의 편지로 긴 고통의 시간을 버텼고

부칠 수도 없지만 그녀에게 매일 매일 짧게라도 쓴 편지들을 가지고 다니며 그 지독한 고독함을

이겨냈다.

그리고 결국 고향으로 돌아가지만 롯데는 유능한 변호사와 약혼을 한 상태다.

모리츠 그는 그토록 롯데만을 생각하고 그리워하며

긴 긴 시간을 버티고 걸어 고향에 돌아왔건만

롯데는 매정하게도 다른 남자와 약혼해버리다니 이게 무슨 사랑의 비극이란 말이던가.

얼마나 슬픈 일인지 모리츠의 사연은 구구절절 하나도 놓칠 수가 없다

아버지의 고백과

할아버지가 남겨놓은 유산을 보며

레오가 변화하는 모습으로 이야기는 마지막에 다다랐으며

또 다른 주인공 모리츠는 결국 죽음을 맞이하여 이야기가 끝나는것처럼 보이지만

그 죽음이 선사하는 바는 또 다른 시작의 알림임을 책은 암시하고 있다.

두 사랑이야기가 과연 어떻게 시작과 끝이 되는지는 책을 읽어보면 알 수 있다.

두 남자의 지고지순한, 어쩌면 미련해보일정도로 순정적이었던  사랑이야기를 쉽게 잊지 못할것이며

훗날 나 역시 이런 사랑의 추억 하나쯤 갖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는 이야기로

이 책의 서평을 끝낼까 한다.

사랑은 죽음을 정복한다.

<테니슨>

- p3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