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영화에 한창 푹 빠져있던 4년전에 히로스에 로쿄가 출연한 연애사진을 보게 되었다.
특이한 소재,발상의 전환이 돋보이는 일본 문화를 반갑게 받아들이고 있던
내게 싱거운 남녀의 사랑이야기조차도 신선했던 영화로 기억한다.
그 후 정확히 2년 후 가을에 '다만, 널 사랑하고 있어'라는 영화를 다시 접했다.
그때 같은 이름의 주인공들 같은 소재때문에 각색한 영화라는것을 단번에
알았지만 그 좋았던 기억이 되살아나 끝까지 보게 되었다.
다만 같은 영화를 두편이나 접하고나서 다른점이 있었다면
다만,널 사랑하고 있어는 마지막엔
나도 모르게 영화에 몰입되어 눈물을 흘렸다는것이다.
결론적으로 시즈루의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해낸건 히로스에 로쿄가
아니라 미야자키 아오이였다는것을
나 말고도 많은 사람들이 함께 느꼈던 부분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리고 다시 2년후 다만,널 사랑하고의 있어 원작인
이치카와 다쿠지의 연애사진을 읽게 되었다.
이미 영화를 두편이나 봤기 때문에 새로운것을 갈망하는 내겐
그다지 신선함은 없었지만 영화에서 다 표현되지 않았던 미세한 감정 표현이나
사랑을 하고 있는 여자와 남자의 절제된 심리묘사, 아니 사랑에 서투른
남자의 심리를 너무나도 섬세하게 표현한 작가의 배려때문에
글로 만나니 영화로 볼때보다 더 좋은 느낌이었다.
좋아하는 사람이 좋아하는 사람을 좋아하고 싶었다-
그것은 기쁨이 아니라 슬픔을 뜻하는 말이었다. (p-95)
시즈루는 어딘가 남과 달리 특이하고 특별한 사람이었다고만 생각했던 내게
이 글귀의 슬픔이었다는 그 말은 잔잔하던 내 마음을 일렁이게 했다.
좋아하는 사람이 좋아하는 다른 여자를 향한 시즈루의 몸부림이, 그 아픔이
마음으로 전해져서였기 때문이다.
사랑을 하고 성장을 하게 되면 죽게 되는 희귀병을 알고 있으면서도
마코토를 향한 사랑을 멈출수 없었던 시즈루.
남들보다 조금 느리게 성장하고 남들보다 빠르게 죽음에 다가간 시즈루와
남들보다 조금 느리게 사랑을 깨우친 마코토의 사랑은 결코
무미건조하고 싱거운 사랑이 아니였음을 책을 통해 영화에선 느낄수 없었던것을
확실히 깨닫게 되는 수확을 얻을수 있었다.
사랑하면 닮는다는 말처럼 마코토를 따라 사진을 좋아하게 되었던 시즈루가 남긴
많은 사진들 속에서 그들의 연애사진은 그 어떤 사진보다 빛나고 있었음을 기억한다.
비가 내리는 천국에서 우리는 세계 최고의 멋진 키스를 나누고 있었다.
사진 아래에 제목이 적혀 있었다.
<It was the only kiss, the love I have ever known......>
- 평생 단 한번의 키스, 단 한 번의 사랑......
(p-281)
영화속에서 보았던 찬란하고 아름답던 수많은 키스신중에서
가장 짜릿하고 숭고했던 그들의 단 한 번의 키스는 오랫동안 잊지 못할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