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은 해도 후회 안해도 후회’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다.
그중의 절반은 이런 얘기를 했는데 어차피 후회할꺼면 해보고 후회하는것이 낫다는 말이였다.

사랑하는 사람과 일생을 함께하는데 마냥 좋기만 할 것 같은 환상은 그저 정말 
환상일뿐이고 순탄하게 깔린 꽃길이 아니라 인생의 그 길은 때때로 폭풍우를 만나고 
폭설을 만나기도 하며 굽이굽이 흙길이 펼쳐지기도 할 것이다.
그 길을 얼마나 잘 헤쳐나가느냐는 서로에게 주어진 문제이다.
문제의 해답을 찾기 위해선 서로를 끊임없이 연구하고 서로를 존중하며 내가 더 
사랑하는 상대를 사랑하는 일이지만 결혼을 해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는 게 결혼생활이라 하였다.
그도 그럴 것이 몇 십 년을 각자 다른 환경에서 지냈을 테니 어찌 보면 당연한 것 인지도 모르겠다. 

화마와 싸우며 수없이 닥치는 위험 속에서도 타인의 목숨을 지키기 위해 한없이 
희생하고 자신의 임무를 충실히 해내는 소방관 캘럽 홀트.
많은 이들은 캘럽을 영웅시하고 최연소 나이의 한 소대의 대장이 된 그의 능력을 높이 평가한다.
직장에선 한 팀의 리더로서 책임감을 다하고 대원들을 이끌어주는 누가 봐도 멋진 남자이다.
그러나 아내 캐서린과의 부부 생활은 다른 여타의 부부들처럼 문제점이 한 둘이 아니다.
앞서 말했듯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기본적인 문제조차도 지켜내지 못했기 때문일 터다.

 그 둘은 7년의 결혼생활을 함께 하면서 지난 몇 년간 제대로 눈도 마주치지 않고 서로의 생활패턴에 
맞춰 직장을 다니며 식사도 각자 해결하는 그야말로 한 집안에서 각자의 독립적인 생활을 하는 
’부부’라는 이름의 직장동료보다도 못한 사이다.
이혼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택할 수밖에 없었던 캐서린은 이혼 서류를 준비하고 
캘럽 역시 그녀와의 이혼을 벌써부터 마음속으로 준비했고 이젠 모든 것을 체념한듯 보인다.

그런 캘럽을 지켜주고 싶은 캘럽의 아버지는 40일만 이혼을 미루고 40일 후에 
결정을 하라고 한다.
그 40일 동안 캘럽은 아버지에게서 받은 가죽수첩에 적힌 내용대로 매일 매일 따라 해보지만 
쉽사리 캐서린의 마음을 돌릴 수 없었다.
그러나 그 40일 동안 캘럽은 주님의 사랑을 깨우치고 자신보다 
타인을 사랑하는 법, 그리고 진정 사랑하는 사람을 위하는 법을 터득하게 된다.
누가 시켜서도 누가 강요해서도 아니다.

진심이면 언젠가 통한다는 이 말은 내가 한없이 의지하며 좋아하는 말이기도 한데
결국 캘럽의 진심도 캐서린에게 전해져 그 둘은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며
주님의 사랑 하에 부부로서의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그 둘의 뒷이야기는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르지만
부부로서의 새 삶을 시작해도 그들 앞에 펼쳐진 인생의 길은 늘 꽃길만 열렸을 건 아니라는 걸 확신한다.
허나 달라진 게 있다면 각자 그 고비를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함께 해나갈것이라는 점이다.
서로를 신뢰하면서 말이다.

사람들은 사랑에 빠졌다가 다시 사랑에 대해 환멸을 느끼기도 한다.
-p330

그러나 ’사랑’없이 살 수 없는 것 또한 ’사람’이란 것은 영원불멸인 것 같다.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싶다면 내가 먼저 그를 사랑하고 존중해야 한다는
너무도 당연한 이치 역시 이 책을 통해 다시 한 번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무교인 나로서는 기독교적인 이 책이 거부감이 들지 않을까 살며시 걱정했었지만
무조건적인 하느님의 신뢰는 그 어디에도 없고
다만 신앙의 힘을 통해 조금 더 부부사이의 관계가 원만해지고 
타인을 사랑하게 되는 법을 터득했다는 점이
400페이지가 넘는 책을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는 장점이 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