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출근한 탓에 하루종일 얼굴도 못보고 연락도 안되던 우리..
평소 일할 땐 연락을 잘 안하던 뿡이에게서 급하게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우리 오늘 조선명탐정 영화보러 가자. 김명민 나오는거니까 꼭 봐야 해.
인터넷 보니 엄청 재밌대. 오늘 꼭 보러가자. 꼭이다, 꼭"
몸도 피곤하고, 저녁에 회식도 잡혀있던 터라 나중으로 미루고 싶었는데..
회식 끝나고 심야영화로라도 꼭 보고 싶다는 뿡이의 간절한 부탁 때문에
밤 10시 5분 영화를 예매해두었다.
메뉴 선택이 최악이었던 회식을 끝내고, (다신 가고 싶지 않은 횟집이었어ㅡ)
영화 시간까지 한 시간 가량 남아 있어 마트 구경을 한 후 극장으로 올라갔다.
CGV VIP 무료 쿠폰으로 기분 좋게 팝콘과 콜라를 사서 상영관으로 들어갔다.
낮에 미리 예매를 해 두었으니 다행히 좋은 자리에서 편하게 볼 수 있었지,
늦은 밤인데도 불구하고 상영관은 이미 만석이었다.
개봉부터 벌써 매진행렬이니.. 대단한 흥행작이 될 것임이 분명해보인다.
영화는 정조 16년, 공납 비리를 숨기려는 관료들의 음모를 짐작한 정조로부터 사건의 배후를 찾으라는 밀명을 받은 조선 제일의 명탐정(김명민)이 수사를 하면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를 담고 있다.
수사 첫 날부터 자객의 습격을 받은 명탐정은 개장수 서필(오달수)의 도움으로 위기를 모면하게 되고, 서필과 함께 사건의 결정적 단서인 각시투구꽃을 찾아 적성으로 향하게 된다.
그 곳에서 그들은 조선의 상단을 주름 잡고 있는 한객주(한지민)를 만나게 되면서 사건의 비밀이 하나 둘씩 풀려간다.
스토리나 내용 전개는 좀 엉성하고 부족해 보이는 게 사실이다.
열녀감찰을 하러 가는 명탐정에게 조카며느리의 명예를 찾아주길 부탁했던 임판서가 사실은 조카며느리를 절벽까지 내몰고가 자살하게 만들었고 공납 비리까지 주도한 인물이었던 것,
조카며느리의 남편이 병으로 죽은 것이 아니라 사실은 누군가에 의해 살해됐다는 것,
그리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던 조카며느리가 사실은 살아있고 더군다나 그 인물이 현재의 한객주라는 것은 너무 쉽게 예상할 수 있는 설정이었다.
물론, 개장수가 사실은 원래의 한객주라는 사실은 좀 놀랄 만한 반전이었지만 말이다.
이 영화의 최고의 볼거리는 명탐정인 김명민과 개장수인 오달수의 코믹연기이다.
김명민은 목소리도 굵고 중후한 편이고, 워낙 진지하고 무거운 역할을 많이 했던 터라 코믹연기가 어울리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했었는데, 좀 어색하긴 했지만 생각보다 잘 어울렸고 충분히 웃겼다.
목소리 때문에 베토벤 바이러스의 강마에가 자꾸 떠올라서 명탐정 역할에 집중이 안될 때도 있었지만 말이다.
김명민도 재밌었지만, 개장수 역할의 오달수가 없었다면 이 영화를 재미있게 봤다고 얘기할 수 없었을 지도 모르겠다.
오히려 오달수가 이 영화의 주인공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언덕에서 떨어지지 않기 위해 명탐정이 개장수를 안은 채 바라보던 장면,
개장수가 등에 화살을 맞고도 모르던 장면이나,
명탐정과 개장수가 목에 밧줄이 묶인 채 한 명씩 숨을 쉬기 위해 오르내리던 장면,
무서운 맹견을 교육시켜 나타났던 장면들에선 극장 안의 모든 사람들이 빵 터졌을만큼 재미있었다.
한지민은... 사실 한지민 때문에 이 영화 보는 것을 망설였을 만큼 평소 비호감인 여배우이기도 하고, 팜므파탈로 변신한 한객주 역할이나, 노비들을 위해 헌신하던 아씨 역할이나, 별로 공감이 가지도 않았고 표정이나 목소리 연기도 어색했던 터라.. 꼭 여배우가 한지민이어야 했을까 하고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_-;;
조선명탐정 : 각시투구꽃의 비밀 ㅡ
공납 비리, 천주교 박해, 신분 차별 등 여러 주제를 담고 있지만,
영화가 재밌었다, 김명민의 변신이 성공적이었다, 오달수는 진짜 대단한 배우다,
라는 정도만 기억해도 충분히 성공적인 것 같다.
요즘은 무겁고 어두운 영화보다는 이렇게 실컷 웃을 수 있는 가벼운 영화가 좋다.
넘 늦은 시간이라 몸도 피곤하고, 사람들이 너무 많아 집중도 잘 되지 않았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즐거웠고, 보고 나서도 기분이 좋았던 고마운 영화다.
엔딩 장면을 보면 속편이 나올 것 같기도 한데.. 기대해도 될 듯 하다.
조선명탐정,
김명민,
오달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