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를 코앞에 둔 금요일.. 날씨가 정말 너무 추웠다.

12월 마지막주가 김해바라기의 방학이라는 소리에 엄마는 안동에 내려왔으면 하셨다.

남동생이 살고 있는 포항에도 놀러갈 겸 함께 맛있는 대게를 먹을 가자는 거였다.

할머니께서 돌아가신 이후 많이 적적하셨을 부모님 생각에 선뜻 그러겠다고 했다.

24일.. 늦게 끝나는 김해바라기와 만나 서울 동서울 터미널에서 밤 11시 심야 버스를 타고

새벽 2시에 안동에 도착하니, 동생이 마중을 나왔다.

그 다음날...

아침 한술을 뜨고, 집 근처에 있는 할머니 산소에 동생이랑 김해바라기랑 다녀왔다.

곱게 떼를 입히고 나란히 누워있는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묘를 보니

나도 모르게 콧등이 찡해지면서 할머니의 기억들이 스스슥~ 지나갔다.

아빠가 효자 그런지 정말 좋은 묘자리를 잡은 거 같다.

앞뒤가 탁 트여 있고, 배산임수의 지리적 위치도 갖춰 있으며, 멀리 우리가 살고 있는 집도 보인다.

할머니 혼자가 아닌 할아버지와 함께 누워있으셔서 그나마 마음이 편하다.


오전 11시 안동에서 동생이 살고 있는 포항으로 출발했다.

동생차에 친정 부모님, 나, 김해바라기까지 아주 끼여탔다.

좀 불편하긴 했지만 모처럼만에 떠난 가족여행이라.. 정말 기분이 좋았다.

동생이 포항으로 가는 중에 멋진 해안도로도 보여주였다.

바다~ 정말 얼마만에 본 겨울바다인가..

매섭게 추운 날 본 겨울바다는 유독 더 예쁘게 느껴졌다.


동생집에 짐을 풀어놓고, 가족들은 모두 대게가 유명한 영덕으로 출발출발..

크리스마스날이라서 그런지 영덕으로 들어가는 도로가 정말 복잡했다.

가는 길만해도 꽤 시간이 걸렸고, 점심시간을 훌쩍 넘긴 오후 3시에 부모님 단골 가게에 도착했다.

밑에 보이는 건 정말 생으로, 날로 먹는 대게였다.

보통 대게는 삶아서 먹는데.. 이 대게는 1000마리의 대게 가운데 10마리 정도만 들어 있는 그런 종류란다.

저렇게 날로 간장에다 찍어먹는 그 맛은.. 정말 좋았다.

하나도 비릿하지 않고 오히려 담백했다.

정말 귀한 사람에게만 주는 것이고, 타이밍이 맞지 않으면 먹지 못하는 것이라고 하니..

나는 더 열심을 내서 맛있게 먹었다. 



그리고.. 부모님이 푸짐하게 시켜주신 영덕대게!!!

엄청난 크기와 또한 향긋한 냄새,,, 거기다가 저렇게 김까지 모락모락나는 영덕대게..

작년에 이어 1년 만에 다시 맛을 보는구나..

엄마와 나, 김해바라기가 한테이블을 차지하고 정말 말도 없이 먹기만 먹었다.

대게 좋아하는 거라면 아마 전국에서 절대 뒤쳐지지 않을 우리 엄마와

요즘 대게를 무척 좋아하게 된 쏭이와 김해바라기까지..

우리는 정말 수 많은 게 껍질들을 남겨 놓고서 순식간에 이 많은 게들을 먹어버렸다.

저렇게 수북히 쌓인 껍질들을 보니 너무 행복하고 좋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게딱지에 볶아서 나온 맛있는 밥까지 뚝딱 해 치우니..

세상에 이 보다 더 행복하고 풍성한 만찬은 없는 거 같다.








동생이 자취하고 있는 원룸에 도착하여 늦게나마 아이스크림 케익에 불을 켰다.

평생 크리스마스라고 케이크에 불한번 켜 본적이 없는 부모님도..

쑥스러워하시면서도 내심 좋아하신다.

부모님이 함께 후~~ 하고 촛불을 불고 우리는 함께 맛있게 아이스크림도 먹고

아까 영덕에서 가지고 온 맛있는 회도 먹었다.

사실 비린 걸 잘못 먹는 나도 이 회는 너무 달달하고 맛있었다.

정말 양이 너무 많아 5식구가 저녁으로 충분히 먹고도 남았으니.. 그 인심이 얼마나 후한가 싶다.

그렇게 동생네 집에서의 하루가 끝났다.





이튿날.. 엄마가 끓어준 떡국으로 아침을 먹고..

동생네 집 근처에 가까운 교회에 가서 예배를 드리고 왔다.

포항에는 고등학교 단짝친구였던 현주가 결혼을 하고 살고 있다.

대학교 입학하기 전에 보고 아직까지 보지 못한 친구니.. 10년만에 얼굴을 보는 친구다.

서둘러 만난 현주는 예전 고등학교때 그 모습 그대로였다.

현주도 나를 보더니 고등학교때랑 별 차이가 없다며 우리는 수다 보따리를 풀어놓기 시작했다.

10년만에 만나도 어제 만나고 헤어진 것같은 기분이 들어 더욱 좋았던 현주와의 만남..

현주도 앞으로 북피니언 활동을 하겠다고 했으니.. 우리 여기서 만나자..



우리가 부산으로 내려가기로 되어 있어서 아쉽게도 현주와 헤어지고 기차를 타러 왔다.

포항에서 해운대로 바로가는 기차가 있어 서둘러 예매를 하고 기차를 탔다.

올만에 타본 기차는 여전히 즐겁고 좋았다.

나는 아직 읽다가 만 책 "은교"를 꺼내서 읽었고,  김해바라기는 스마트폰 삼매경이다..

그렇게 기차여행은 끝나고.. 우리는 드디어 26일 저녁 6시 30분에 해운대역에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