뿡이와의 나른한 휴일..
한동안 추위 때문에 외출을 두려워하던 우리였지만,
야구시합을 위해서라면 비까지 맞아가며 뛰쳐나가는 우리 뿡이를 위해
야구를 소재로 한 영화가 개봉했다는 소식에 오랜만에 극장을 찾았다.
영화를 보기 전엔 절대 예고편이나 리뷰를 보지 않는 탓에,
청각장애인들이 야구팀을 만들어 역경을 이겨내고 꿈을 이루어내는 과정일 듯 ㅡ
장애인들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차별, 그로 인한 좌절과 시련을 보여 줄 것이므로
분명히 눈물을 엄청 흘리게 될 것이 분명할 듯 ㅡ
정도로만 예상하고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야구 경기장과 시합을 영화에서까지 볼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미 뿡이는 이 영화에 만족한 듯 보였고,
영화를 보는 내내 야구에 대해 잘 모르는 내가 시합에 대해 질문을 할 때 마다
신이 나서 대답해주는 모습을 보니 귀엽기도 했다.
영화는 3년 연속 MVP에 빛나는 우리 나라 최고의 프로야구 간판스타인 LG 트윈스의 김상남 선수가 폭행 사건에 연류돼 KBO 징계위원회에 회부되고, 이미지 쇄신을 위해 청각장애인들이 재학중인 충주성심학교의 야구부 코치직을 맡게 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후보 선수도 없이 오로지 10명의 선수들로 구성된 데다, 듣지도 못하고 말하지도 못해 실력이 턱없이 부족한 야구부를 보고 김상남은 희망이 없다고 단정짓지만,
고교야구 전국대회 1승이라는 불가능할 것만 같은 목표를 위해 열심히, 그러나 행복하게 연습하는 모습을 보며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게 되면서 기초 체력부터 야구 기술까지 하나둘씩 가르치며 그들과 함께 호흡하고, 함께 느끼고, 같은 꿈을 꾸기 시작한다.
다른 팀과 경기를 하면서 자신들의 실력을 실감하게 되면서 좌절을 하기도 하고,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그들의 땀과 열정까지 무시당하면서 아픔을 겪기도 하지만,
그들은 소리내어 따질 수도, 욕을 할 수도, 그들을 이길 수도 없고, 다만 고개를 숙인 채 소리없는 울음을 우는 수 밖에는 없다.
자기들만의 세상에서 오로지 자기들끼리의 경기를 하며 행복한 꿈을 키워가던 그들에게 다른 팀과의 경기를 통해 실력의 부족함과 동정심까지 느끼도록 해 주는 게 너무 잔인할만큼 갑작스럽고 안타깝기는 했지만, 그 일을 계기로 김상남과 야구부와의 정신적 교감이 시작되고, 실력적으로도 크게 성장하는 것을 지켜보는 것이 즐거웠다.
닫혀진 세상에서 자기 자신만을 믿으며 살아온 야구부원들이라 자기 의견만 주장하다 보니 경기에서도 지고 갈등도 빚게 되지만, 결국에는 함께 소통하고, 서로를 믿고, 하나가 되면서 경기에서도 좋은 실력을 발휘하게 되고, 협동심과 책임감도 배우게 된다.
서로를 너무 믿었기 때문에 결국에는 경기에서 패했지만,
다음을 기약하며 다시 도전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그들은 승리할 자격이 있다.
가슴 속에 남 모를 아픔과 좌절을 가진 채 자신의 모든 것을 포기한 채 살아가지만
누구보다도 뜨거운 열정과 꿈을 가진 김상남 역할은 정재영이란 인물 그 자체라고 느낄
정도로 자연스럽고 멋졌고, 나주원 선생님 역의 유선을 보면서 가끔씩 보여주는 오버스러운 표정이나 외모에 안 어울리는 귀여운 척이 눈에 거슬리긴 했지만, 수화 연습을 얼마나 했을까 라는 생각 뿐 아니라 눈빛, 표정, 수화 모든 것이 정말로 장애우들의 선생님처럼 느껴질 정도로 훌륭했던 것 같다. 교감선생님 역의 강신일이나 교장수녀역의 김미경도 나름 쏠쏠한 재미를 주었지만, 특히 조진웅이 맡았던 매니저 철수(찰스) 역이 의리있고 인간적이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무엇보다도 가장 기억에 남는 건 10명의 야구부원들이다. 눈이 너무 예뻤던 투수를 비롯해, 말을 할 수 없는 청각장애인 역할을 하느라 다소 거부감을 느낄 수도 있는 표정과 말투까지도 잘 해냈던 잘생긴 꽃돌이 총각들을 보는 재미가 굉장히 좋았다. 귀여운 아가야들... 흐흐흐...
장애인, 야구, 꿈, 뭐 이런 주제들로 이야기를 풀어가려다 보니 다소 오버스러운 설정도 있었고, 억지눈물을 자아내려는 장치들도 많았지만, 기분좋은 주말에 가볍게 보기엔 참 좋은 영화였던 것 같다.
누구나 가슴 속에 간절한 꿈을 갖고 있을것이고, 그 꿈을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달리고 노력하고 있겠지.
때론 실패하고 무너질 때도 있을테고, 또 때론 남들에게 인정받지 못하기도 하겠지만,
꿈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나간다면, 결국엔 그 꿈을 이루어내고야 말 것이다.
이기든 지든, 그건 중요한 게 아닌 것 같다 ㅡ.
소리를 귀가 아닌 마음으로 듣는 방법을.. 찾아봐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