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나베세이코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의 작가이다.
장애인의 삶을 아름답게 그렸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나에겐 '현실'적인 '선택'에 대한 사랑이야기를 그렸던 기억에 남는 영화다.

<아주 사적인 시간>에서도 역시 '현실'이라는 코드가 중심에 있다.
'현실'때문에 택한 결혼생활, 하지만 역시 '현실'적으로 헤어지는 별거. 

현실적인 이유로 결혼을 택해도, 사랑을 연극하는 일은 상황이 바뀌고 시간이 지나면 더 이상 하기싫어진다.
사랑하는 척하는 연극과, 사랑하지 않는 척 하는 연극은 둘다 힘들다. 진실은 언젠가 표출되고 만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에서 '해저에서 데굴데굴 구르는 조개'라는 표현으로 나를 감동시킨 다나바세이코. 여기서는 '대충대충'이라는 단어로 나에게 쓴웃음을 짓게 해주었다. 역시 그녀다..

결혼이란 '사적'이지 못한 생활이고, '연극'일 수 있는 생활이다. 그 연극을 택하느냐 택하지 않느냐는 당사자의 몫이다. 서로 너무나 사랑해서 결혼하는 커플도 있지만, 어느 한쪽만의 사랑이라던가 진실한 사랑은 가슴에 묻어둔채 하는 결혼도 너무나 많다.

...

읽는 내내 한줄한줄 공감할 수 밖에 없었다.
나도  '대충대충'살다가 '이발하러 나갔따올께요' 하고 사라져버리고 싶어하는지도 모르겠다. 

아직도 세계적인 수준의 마케터로 일하고 있다.
그녀의 도전적인 삶은 현실에 머무르고 있는 나를 반성하게 한다.

그녀는 언젠가 아주 먼 아득한 어린시절 꾸었던 꿈을 뒤늦게 펼친 케이스이다.
남들 사는대로 흘러가는 대로 결혼하고 아이낳고 살다가 뒤늦게 생각난 그녀의 꿈이었다.

나의 꿈은 무엇이었을까? 나의 꿈은 현실에 맞추어서 계속 변화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처음부터 원하던 것이 아니었다는 것은 명확하다.
이게 내 운명이려니..하는 생각으로 흘러가고 있다.

물론, 이게 내 삶의 길이고 그나마도 오는 기회를 잡은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지금 이 현실을 버리고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되면 어쩌면.. 잡았던 기회를 놓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도 내게.. 마음 한구석에.. 묘하게 남아있는 외국생활의 꿈들..
해외여행으로 외국생활의 꿈을 잠시 접고 살았으나, 또 한번 숨겨둔 날개가 날갯짓을 하고 싶어한다..

훗날 "안석화! 그녀가 내 삶을 바꾸어놓았다!" 라는 자서전을 쓰게 될 날이 오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