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이라는 장소만 나올뿐, 그닥 뉴욕에 관한 이야기가 아닌 것 같은 책.
하지만 뉴욕사람들이기에 하는 행동들이라는 관점에서보면 재미있는 일종의 심리학실험같은 책.

폴 오스터와 소피 칼의 희한한 조합으로 탄생한 책.
소피 칼의 엉뚱함은 정말 상상이상이다.

남녀는 왜 헤어지는 것일까?

원하는 걸 표현하는 방식이 근본적으로 너무 다르다.

그리고 남녀를 떠나 인간은 다소 이기적인 면이 존재하기에 한발짝 물러섬이 없는 관계에선 끝이란 올수밖에 없나보다.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은 남녀가 다르고, 같은 성별 속에서도 또 사람마다 다 다르다.
우리가 과연 같은 언어를 쓰는 것이 맞을까? 하는 의문이 들게 하는 순간들이 많다.
요즘은 일하면서도 느낀다.

서로의 생각을 전달하고 전달받는다는것. 그리고 조금씩은 양보한다는 것이 왜 그렇게 어려운 것일까?
Break up. 이별.

이별 후에는 후회하지만, 그렇다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서 달라진 내가 되기란 쉽지 않다.
그동안의 내가 되어온 나의 방식이 있기에..

헤어진 후에 달라지기도 힘들지만,
달라졌다 하더라도 헤어진 사람과 다시 결합하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아니 요즘은 시도도 하지 않는 게 대부분이다. 

영화속의 두 주인공은,
헤어진 후 몇개월 뒤에 거리에서 우연히 마주친다.
정말 환하게 웃으며 서로의 안부를 묻는 그들..

둘은 다시 사귀지 않을 것이다. Never.. 더더군다나 미국인들이니 더더욱 Never...
좋은 기억으로, 좋은 사람으로 남기는 것이
서로에게 더 좋은 것이라는 걸 알기에..

그리고 각자 살을 빼고, 헤어스타일을 바꾸고, 직업을 바꾸며 새로운 생활 속에 자신을 변화시켜나간다.
그 새로운 생활은 자신이, 혹은 상대가.. 그 누군가가 원하던 것은 분명 아니다.
그냥 새롭게 시작하고 싶기에 새로운 환경들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것이.. 이별이 가져다주는 일인 것 같다. Break up ..
 

 밀양 Review

  
 
전도연의 칸영화제 여우주연상 수상으로 관심을 갖게 된 영화.

무교주의자인 내게는 그녀의 수상이 아니었으면 보지 못했을 지도 모르는 좋은 작품이다.

남편을 잃고 밀양에 온 그녀. 있어보이는 척 땅을 알아보러다니다가 아들을 납치당하게 되고 아들의 죽음을 맞이한다. 남편을 잃은 것도 모자라 유일하게 기대고 있는 하나밖에 없는 아들의 죽음. 그녀에겐 크나큰 고통이었으리라.

사망신고를 하고 가슴이 죄어오는 그녀에게 다가온 ’상처받은 영혼을 위한 기도회’

종교에 관심없던 그녀.. 햇빛에도 하나님의 사랑이 있다는 말에 ’햇빛은 그냥 햇빛이에요. 전 보이는 것도 다 안믿어요. 안보이는 것을 어떻게 믿어요?’ 라고 말하던 그녀를 예배당으로 이끈다. 억울함을 모두 토해내듯 울음을 터트린다. 운다는 것보단 울음을 토한다는 표현밖엔 다른 마땅한 표현이 없다. 숨통을 조여오는 서러움.

그녀는 마치 상처를 전부 치유받은양 태연한척 웃으며 사람들과의 기도모임에 참석한다. 하지만 집으로 돌아와 혼자가 되면 눈물을 머금고 집안의 기척임에 아들이 돌아왔나달려가본다. 그리고는 살인자의 딸이 친구들에게 구타당하고 있는 것을 목격하고 모르는 척 지나치다 우연히 교통사고가 일어날뻔한다. 사고날뻔한 사람의 ’사람 죽여놓고도 미안하다고 할거에요?’ 라는 말에 덜컥 아들을 죽인 살인자를 면회가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그녀는 또 다른 시련을 맞이한다. 죄를 뉘우치며 고통스러워해야할 살인자는 하나님의구원을 받고 용서를 받았다며 너무나 평화로운 얼굴로 그녀앞에 나타난다. 그녀는 이제 막 용서해주려고, 용서가 안되어도 그래도 용서해주려고 굳은 결심을 하고 왔는데 하나님이 벌써 용서해주었다니.. 왜 자신보다 먼저 하나님이 그 살인자를 용서했는지를 이해하지 못한다.

그리고 돌아와서는 기도회에 거짓말이라며 행패를 부리고 돌을 던지고, 하나님에게 일부러 보란듯이 사람들을 꼬이고 만행을 일으킨다. 그러다가 ’보이나요? 보이세요?’라고 하나님께 억울함을 토로하며 손목을 긋는다. 정신적 충격이 너무나 커서 사람들에게 분풀이를 하고도 억울함을 다 토해내지 못하여 스스로에게까지 엄청난 행동을 하게 된다.

정신병원에 입원된 그녀. 몸과 마음을 추스리고 살아가려하지만, 지저분해진 머리를 다듬으러 간 미용실에서 살인자의 딸이 자신의 머리를 자르게 된 것에 기가막혀하며 머리를 자르다말고 밖으로 뛰쳐나온다. 그리고는 집에서 혼자 머리를 자른다.

밀양에 처음 발을 들이고, 힘들어하는 과정.. 기도를 다니며 마음을 추스리던 때, 그리고 정신병원에 입원하고 퇴원하기까지.. 그녀옆에는 늘 김사장이 있다. 김사장은 다른 어떤 걸 바라지 않고 그저 그녀를 위해서 뭐든 해주고 싶어한다. 그저 다 포용하고 이해하는 무조건적인 사랑. 여기서 김사장, 송강호의 역할은 하나님을 닮았다. 하지만 그녀는 끝끝내 하나님도, 김사장도 받아들이기 힘들어한다. 바라지 않고 주는 사랑에 대해 그녀는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나는 종교를 믿지 않는다. 하지만, 사람을 사랑한다라는 것에는 종교와 관계없이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의 영화이다. 내가 바라는 것 없이 상대에게 뭐든지 해주고 싶다는 것은 인간의 가장 이상적인 감정이 아닐까? 천주교, 기독교, 불교, 그 어떤 종교일지라도 관계없다. 그리고 굳이 종교가 아니어도 상관없다. 누군가 힘들 때 기댈 수 있는 든든한 존재, 내게 사랑을 주고 내가 마음껏 마음을 열고 사랑할 수 있는 존재가 있다면 세상을 좀 더 넓고 깊게 바라봐줄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