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규원 옮김 청어람미디어 출판

 

미야베 미유키의 작품이고 나오키 상 수상작이라는 두 가지 타이틀은 선택에 망설임이 아닌 확신을 주었다. 처음 접하는 무인칭 화자의 이야기 전개에 적응이 되지 않았지만 곧 빠져 들었다.

“아라카와 일가족 4인 살인사건”이라는 주이야기에 엮인 여러 가지 수수께끼 같은 이야기들을 풀어가는 구조이다. 추리소설(?)임에도 사건보다는 인물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점이 인상적이다. 30여명이나 되는 인물들이 하나하나 자신의 삶과 그 인과관계를 풀어가면서 그냥 사람이 아닌 하나의 이름이 된다. 나의 삶에 있어서도 사건이나 그 외 다른 여러 가지 것들보다 먼저 사람을 보아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던 것 같다. 사람을 우선 생각하는 태도를 기르도록 노력해야겠다.

미야베는 “이유”를 통해서 “가족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이 책에는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나온다. 시한폭탄을 안고 있거나, 겉으로 들어나지 않지만 서서히 곪아가고 가족, 피 한 방울 썩여있지 않지만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가족 등 다양한 가족의 형태와 그 속에서 일어나는 갈등과 삶을 통해 우리 시대의 가족이란 무엇인지에 대하여 생각하게 한다.

 

태진아 팬클럽 회장님

 

이용포 글 / 한지선 그림 / 푸른책들 출판

 

여자아이들이 빨간 풍선을 들고 앉아서 못마땅한 표정으로 뒤를 흘겨보고 있다. 뒤에는 태진아 팬클럽 할머니들이 행복한 표정으로 플랜카드를 들고 앉아 있다. 그리고 한 아이만이 당황스런 표정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다. 어떤 이야기일까? 표지부터 호기심을 유발한다.

“태진아 팬클럽 회장님”은 “버럭 할배 입 속엔 악어가 산다”, “태진아 팬클럽 회장님”, “우리 할머니 시집간대요”, “개구리 이마에도 뿔이 날까?” “수제비”의 5가지가 이야기를 모은 동화집이다. 이 이야기들은 우리 주변의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삶과 그들의 고민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함께 노인문제에 대하여 생각하게 한다.

5가지 이야기 모두 감동적이지만 “수제비”는 특히 가슴을 아리게 한다. 혼자 사시는 할머니는 누군가 들어오는 소리를 듣고 대문 쪽을 내다본다. 하지만 아무도 없다. 혹시 몰라 더 기다려 보지만 헛수고다. 행여나 자식들 여섯 중에 하나라도 찾아오지 않았을까 싶어 기대를 했는데 잘못 들었나 보다. 할머니는 요즘 자꾸 헛것이 들린다. 전화벨이 울리는 것 같아 몇 번씩이나 달려가지만 전화는 오지 않는다. 인기척이 들려 몇 번이나 밖을 쳐다보지만 아무도 없다. 할머니는 하염없이 내리는 비만 쳐다본다. 그 때

“엄마! 부침개 부쳐 줘!”

중학생 둘째 딸의 목소리가 들린다. 여기저기서 부침개 붙여 달라는 소리에 못 이긴 척 부침개를 붙이러 들어간다. 한참 반죽을 하는데 또 전화소리가 들린다. 혹시나 전화가 끊어질까 부리나케 달려가지만 전화는 시치미를 뚝 떼고 앉아 있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휑한 방을 쳐다본다. 그 때

“어여, 밥 줘!”

남편이 들어서자마자 밥 타령을 한다. 할머니는 얼굴에 생기가 돌려 부엌으로 달려가 수제비를 끓인다. 식구도 많고, 먹성들도 좋아 많이 끓인다고 끓이는데도 모자라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정성껏 끓인 수제비를 한상 들고 문지방을 넘어 마루에 올라서다 할머니는 제정신으로 돌아온다. 멍한 시선으로 망연히 서 있다. 이 많은 수제비를 어떻게 할까?

웃기도 하고 마음이 먹먹해지기도 하며 이야기를 읽다보면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마음과 그들의 삶에 대하여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혼자 계신 어머니를 생각하고 조금 더 신경을 써야겠다는 마음이 든다. 평균 수명의 증가로 노인계층이 증가하고 있다. 젊은 세대와는 달리 노후계획 하나 없이 자식 뒷바라지만 하면서 살아오신 분들이라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다. 그들에 대해서 아이들과 함께 생각하게 하는 좋은 책이다.

 

단 한 사람의 힘(1%의 가능성을 100%의 성공으로 바꾼 29인의 놀라운 이야기)

 

하스미 타로 지음 / 살림friends 출판

 

TV에서는 연일 사건사고에 대한 뉴스가 나온다. 교통사고로 몇 명이 죽었다는 이야기를 들어도 죽은 사람에 대한 안타까움 보다는 그런가 보다 하는 덤덤한 생각이 든다. 사회의 거대화로 인하여 한 사람의 가치란 아주 작고 보잘 것 없는 것이 되어버린 것 같다. 이런 생각에 들여져 한 사람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 우리는 바로 보지 못하고 있다.

“단 한사람의 힘”을 읽고 한 사람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이 책에는 세상을 놀라게 한 29명의 이야기가 들어 있다. 3000명의 고아를 키워 낸 프로레슬러 신부님, 숲을 지키기 위해 2년간 나무 위에서 시위를 하여 1만 2000제곱미터에 이르는 땅을 자연보호구역으로 만들어낸 환경운동가, 죽어가는 갯벌에서 쓰레기와 함께 사람들의 마음을 주워 이 갯벌을 국제적으로 중요한 물새 서식지로 만든 신문 배달원 등 우리와 별 다를 것 없는 평범한 사람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이야기. 나도 다를 것 없는 평벙한 사람들이 세상을 바꾸어 놓은 이야기에 나는 가슴이 뛰었다.

특히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의사 잭 프레거의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잭 프레거는 영국에서 태어나 농장을 운영하는 사람이다. 어느 날 가족들과 모로코로 여행을 갔다가 가난한 사람들의 삶을 보고 “내가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무엇일까?”하고 진지하게 고민하게 된다. 그리고 긴 고민 끝에 의사가 되기로 결정한다. 이 때 그의 나이는 34살이었다. 열심히 공부해 의사가 된 그는 방글라데시와 인도 등에서 “거리의 의사”로 사람들을 돕는다. 많은 시련이 있었지만 그의 열정에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늘어나 현재 12개국의 지원 단체를 가진 커다란 콜카타 구호단체를 설립하게 된다. 30년 이상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고생하며 봉사활동을 계속한 프레거는 노벨평화상 후보에 오르고 대영제국의 훈장을 받기도 한다. 그러나 그는 지금도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진료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34살의 많은 나이에 뜻을 세우고 도전하여 세상을 바꾼 프레거는 나에게도 꿈을 꾸게 한다. 우리 아이들도 이 책을 읽고 단 한사람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 그리고 자기 속에 숨겨져 있는 엄청난 힘을 느끼고 그 힘을 사회 속에서 실현시켜 나아갔으면 좋겠다.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좋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