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at? 왕독전갈은 왜 숨어서 살까?

 

“WHAT? 파브르 곤충기편” 이전에도 파브르 곤충기에 관한 책은 시중에 많이 출판되어 있다. 그럼 이 책은 다른 파브르 곤충기와 어떤 차이점을 가질까? 기존의 파브르 곤충기는 크게 일반 번역본과 어린이용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어린이 책을 대상으로 하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일반 번역본은 놓아두고 기존의 어린이용 파브르 곤충기와 WHAT? 파브르곤충기편을 비교하여 이야기 하겠다.

첫 번째 표지부터 다르다. 기존의 어린이용은 파브르의 사진이나 그림을 표지로 사용한 책, 파브르가 곤충을 잡는 모습을 나타낸 책, 곤충의 모습을 나타낸 책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파브르의 사진이나 그림을 사용한 책들은 일단 성인인 내가 보아도 흥미나 관심을 일이키기 보다 딱딱한 느낌을 받게 된다. 파브르가 곤충을 잡는 모습은 조잡한 그림도 있고 전체적으로 식상한 표지이다. 곤충을 모습을 표현한 표지들이 가장 나은 것 같다. WHAT? 파브르 곤충기는 곤충의 모습을 특징을 잘 살려 그리면서도 약간 만화 같은 느낌을 주어 아이들의 흥미를 불러 읽으킨다.

두 번째로 그림체가 마음에 든다. 표지에서와 같이 곤충의 모습을 특징을 살려 세밀하게 그리면서도 만화와 같이 귀엽게 그려 아이들에게 재미를 준다. 아이들과 이 그림을 보고 함께 그려 보는 것도 좋은 활동이 될 것 같다.

세 번째로 부담 없는 양이다. 초등학생은 말할 것도 없고 성인들에게도 책의 두께는 책의 선정에 중요한 기준이 된다. 독서력이 약한 사람이나 시간적인 여유가 적은 사람들에게 두꺼운 책은 아무리 좋은 내용을 담고 있다고 하더라도 부담스럽고 피하고 싶은 존재가 된다. 아동용임에도 300~400 페이지에 달하는 책은 아이들에 따라 책 읽는 즐거움보다 무거운 숙제처럼 받아들이게 되는 경우가 많다. WHAT? 파브르 곤충기는 100페이지를 조금 넘는 두께로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독서에 취미를 붙이지 못한 초등학교 고학년까지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문제제기이다. WHAT? 파브르 곤충기의 가장 큰 장점인 것 같다. 성인들도 책 읽기에 숙달되지 않으면 특별한 생각 없이 그냥 책을 읽어가는 것이 성향이 있다. 하지만 책읽기에 익숙한 사람들은 책의 정보를 효과적으로 기억하거나 조직화 하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사용한다. 그 전략 중 하나가 문제제기이다. 책에 내용과 관련된 문제를 가지고 책을 읽어간다면 내용을 효과적으로 기억, 이해할 수 있다. WHAT? 파브르 곤충기는 제목과 책 중간에 나오는 문제제기를 통하여 문제를 가지고 책을 읽을 수 있다.

좋은 책은 다양한 형태로 번역되고 출판되어 나온다. 그래서 이 과정에서 좋은 책이 더 좋아질 수도 있고, 원작은 좋았으나 아이들에게 별로 의미 없는 책이 되거나 오히려 악영향을 끼치는 책이 되기도 한다. 이런 점을 고려하여 학부모나 교사 등 아이들의 주변에 있는 우리들이 이런 책들을 따져보고 우리 아이에게 좋은 책을 선별해 주어야 하겠다.

사족으로 what? 파브르곤충기편 5권 “왕독전갈은 왜 숨어서 살까?”를 보고 제일 먼저 든 생각은 “전갈이 곤충일까?” 하는 궁금증이다. 사전을 찾아보니 전갈은 동물로 표기되어 있다. 그럼 “파브르”가 잘못 알고 연구를 한 것일까? 아니면 “파브르 곤충기”라는 이름이 잘못 된 것일까? 이번에는 곤충을 사전에서 찾아보니 동물 분류상 절지동물 곤충강에 속하는 동물을 총칭하는 말이다. 하지만 이것은 엄밀한 수준의 분류이고 곤충강 뿐만 아니라 인접한 분류의 소동물들을 포함하여 칭하기도 한다. 명확하게 분류되어 있지 않아 아이들에게 이런 내용을 이해시키기 쉽지 않겠지만 그래도 이런 내용을 알고 설명해주는 것과 모르고 설명해주는 것은 큰 차이가 있을 것이다.

7차 교육과정에서는 초등학교 4학년과 5학년 사회과에서 경제에 대해 다루고 있다. 4학년에서는 희소성의 원리와 생산 활동에 대하여, 5학년에서는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과 정보화 시대의 산업에 대하여 공부를 하게 된다. 아이들이 겪고 있는 현재의 삶과 직접적인 연관이 적은 부분도 있고, 각각의 중요한 개념을 중심으로 공부 하다 보니 경제 전반에 대한 통합적인 개념을 잡아 주는 것이 힘들었다. 아이들을 위한 경제교육 관련 도서가 몇 권 있기는 하지만 아이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용어를 남발한다던지, 아니면 표지부터 재미없어 보이는 책이 많아 경제교육에 어려움을 느꼈다.

그러다 “타일러와 황금열쇠”를 읽게 되었다. 주인공 타일러와 지젤이 배를 타고 여행을 하다가 거대 해파리의 공격을 받아 위험에 빠지기도 하고, 스컹크의 악취 공격을 이겨내는 등의 모험 이야기에 잔뜩 빠져 있는 사이에 나도 모르게 경제에 대한 개념들을 하나하나 알아가게 된다. 다른 책들처럼 막 이야기를 하다가 스토리가 뚝 끊어 놓고 "OO를 배워라"는 식으로 개념을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계란말이 속에 피망을 잘게 썰어놓아 피망을 먹는 줄 모르고 먹게 되는 것처럼, 경제에 대한 개념들을 이야기 속에 어색하지 않게 잘 버무려 놓아 거부감 없이 배우게 된다. 또한 하나의 이야기 속에서 각각의 개념들을 이해하기 때문에 각 개념간의 상관관계와 경제에 대한 통합적인 이해가 가능하게 되어 있다. 책의 끝부분에는 친절하게 수수께끼 도움을 다시 살펴보며 복습까지 시켜준다.

이렇게 재미있게 경제에 대하여 배울 수 있다니 이 책은 권장도서 목록에 꼭 들어가야 할 것 같다. 사피나와 캥거루가 어떤 고약한 음모를 꾸미고 있을 지 다음권이 어서 나왔으면 좋겠다.

 

 

책 선물은 이제 그만!

 

브리지트 스마자 글 / 세르주 블로흐 그림 / 비룡소 출판

 

얼마 전 “우아페”라는 카페에 가입을 했다. “우아페”는 “우리 아이 책카페”의 준말로 회원이 12만명이 넘고 전국단위의 세미나를 개최할 만큼 대단한 카페이다. 가입을 하고 가입글을 남기니 다음날 몇 통의 쪽지가 와 있었다. 쪽지의 내용은 “우아페”와 유사한 형태의 독서지도 관련 카페의 초대글이었다. 몇몇 카페에 가보니 대부분 10만명 정도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는 대단한 카페들이었다. 요즘 우리나라 부모님들의 독서지도에 대한 관심이 얼마나 대단한지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막상 교실에서 만나는 많은 아이들은 “책 선물은 이제 그만!”의 주인공 바질처럼 책에 심한 거부 반응을 가지고 있다. “부모들은 독서지도에 이렇게 열을 올리는데 아이들은 책에 대한 거부반응을 보이는 것일까?”라는 의구심이 들었다. 하지만 바질의 입장이 되어서 “책 선물은 이제 그만!”을 읽다보니 아이들이 책에 대한 거부 반응이 조금은 이해가 되었다.

바질은 책 읽기보다 전기기구를 분해하고 조립하는데 관심이 많은 아이다. 하지만 바질의 엄마는 바질이 무엇을 좋아하는지는 별로 신경을 안 쓰지 않는다. 엄마가 책 읽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바질도 당연히 책 읽는 것을 좋아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에게 바질은 책읽기를 정말 좋아한다고 이야기하고 다닌다. 그 덕분에 바질은 온가족들에게 크리스마스나 생일날 선물로 책 선물을 받는다. 특별한 날이 아닐 때도 책 선물을 받는다. 그래서 바질은 책 선물이 지겹기만 하다. 이런 일은 일상 속에서 너무나 많이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을 어른들은 너무나 쉽게 어른들의 시각으로만 가치 없는 것으로 단정 지어 버린다. 더 나아가 그런 것을 좋아하는 아이 자체의 가치마저 왜곡시켜 평가 절하한다. 그리고 자신들의 가치를 아이들에게 주입시킨다. 물론 어른들이 옳을 경우도 많다. 독서를 권하는 것처럼. 하지만 아무리 어른의 가치가 옳다고 하더라도 말을 물가로 데려갈 수는 있어도 물을 먹일 수는 없듯이 그 전달과정에서 아이의 내적 동기를 유발하지 못한다면 아이를 결코 바꿀 수 없다. 바질의 경우처럼 조금씩 속으로 곪아가다가 결국 폭발하게 되고 어른들도 아이들도 모두 상처받게 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아이들의 독서에 관한 내적 동기를 유발할 수 있을까? 바질이 책을 가지고 자신이 좋아하는 스탠드를 만드는 것처럼 아이들이 좋아하는 활동과 책읽기를 연관 지어 해 보는 방법이다. 또 책 읽는 바질에게 바질의 아버지가 맞장구를 쳐 주며 바질을 격려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 외에도 다른 무수히 많은 방법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이들의 내면은 모두 다르고 그로 인해 내적 동기를 유발하는 방법도 다 다르다. 그렇기에 독서 지도의 방법적 측면이나 좋은 책도 중요하지만 아이에 대한 이해와 관심이야 말로 독서지도의 가장 중요한 요소가 아닐까?

부모와 아이들이 함께 “책 선물은 이제 그만!”을 읽고 책에 대하여 마음을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