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린재도 방귀를 뀌어요?

 

“노린재도 방귀를 뀌어요?”는 세 편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어요.

첫 이야기 “노린재도 방귀를 뀌어요?”에서는 곤충들의 무기(?) 자랑 대회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다양한 곤충들의 특징들에 대해 알게 되고 왜 이런 특징들을 가지게 되었는지 생각하게 합니다.

두 번째 이야기 “아낌없이 주는 진짜나무 참나무”에서는 한편의 시와 같이 운율을 살려 여러 나무들의 쓰임과 특징들을 이야기 합니다. 아이와 옆에 식물도감을 놓고 살펴보며 이야기를 읽어주고 집주변에 있는 나무들을 직접 찾아보았습니다. 그 동안은 무심히 지나쳐 버린 나무들이었지만 이제는 의미 있게 보이겠지요.

세 번째 이야기 “두더지는 왜 땅속에서 살까?”는 두더지와 들쥐의 이야기를 통해 두더지가 왜 땅속에서 살게 되었는지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이야기를 해 줍니다. 책을 다 읽고 아이와 두더지가 땅 밖에서 살 때와 땅 속에서 살 때를 비교하는 활동을 해 보았습니다. 책 속에 나온 이야기뿐만 아니라 자신의 다양한 생각을 나름의 이유를 들어가며 이야기 하는 아이의 모습을 보니 대견하기도 하고 정말 책읽기의 힘이라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아이와 책을 읽으면서 의도적으로 교육적인 관점에서 접근을 할 때면 아이가 왠지 싫은 기색을 보입니다. 하지만 “노린재도 방귀를 뀌어요.”는 책 속에 아이 스스로 생각할거리가 책 곳곳에 스며들어 있어 특별히 의도하지 않고도 자연스럽게 이야기 할 수 있어서 참 좋습니다. 

시대가 변함에 따라 과거의 남성성이나 여성성에서 벗어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맞벌이로 인한 육아의 문제에 있어서도 “엄마가 아이를 키워야해”라는 고정 관념에서 벗어나 다양한 양육형태가 생겨났다. 나도 얼마 전까지 아내 대신 육아육직을 쓰고 아이를 돌보는 문제를 고심했었다. 이런 고민을 이야기하면 “남자가 무슨 생각 없는 소리냐. 승진할 생각이나 해라”는 야유부터 “아빠가 아이를 돌보기는 힘들 것 같지만 너라면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격려까지 다양한 반응이 나왔다. 주변 사람들이 어떤 반응을 보이나 살펴보는 것도 흥미로웠지만 사람들의 사고의 체계를 어느 정도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기존의 문화에 길들여져 육아는 엄마의 몫이라고 단정 지어버리는 사람도 있고 약간은 페미니스트의 시각으로 남성의 육아에 대한 책임에 대하여 열변을 토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리고 생각을 열어두고 다양한 관점으로 함께 고민하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앞에 이야기 한 두 부류의 사람들보다 문제에 대한 대화의 폭과 깊이가 있고 나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다.

우리 아이들도 이런 열린 사고를 가진 성인으로 키우고 싶다. 이를 위해 조금은 기존 문화와는 다른 관점을 제공해 주는 이야기들이 도움이 될 것 같다. 그런 부분에서 “목도리들꿩은 엄마만 새끼를 키워요?”는 추천할 만한 책이다. 목도리들꿩은 암컷들이 새끼를 키우지만 레드러프는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며 육아에 대한 아빠의 책임에 대해 고민한다. 그리고 자신은 자식들을 돌보는 멋진 아빠가 될 것이라고 다짐한다. 자식들을 돌보는 것에는 많은 시련이 있었다. 가족을 잃는 슬픔을 여러 번 겪고 결국 자신도 사냥꾼의 덫에 걸려 쓸쓸한 최후를 맞는다. 하지만 그가 보여 준 부성에는 깊은 감동을 준다. 육아에 대한 문제를 외에도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기존의 문화에 대해 “왜?”라는 물음을 던지게 한다는 부분이 참 마음에 든다. 내용적인 측면 외에도 아기자기한 책의 구성과 동물에 대한 사실적인 묘사 등은 책의 가치를 더욱 높인다.

정말 "WHAT?"이라는 타이틀에 걸맞은 좋은 작품인 것 같다. 입학 전 아동부터 초등학교 고학년까지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누어 볼 수 있는 권장해야 할 책이다.

생소한 단어들이 끝도 없이 나오고, 왠지 현미경 속에서나 일어나는 일들 같아 화학은 쉽게 다가서기 어려운 과목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학창 시절에 화학 성적이 별로 좋지 않았다. 하지만 아이들에게는 화학이 어려운 과목이 아니라 재미있고 신비로운 매력적인 과목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해 주고 싶어 “스스로 해보는 부엌 화학 활동”을 선택했다.

재미있고 아기자기한 느낌을 주는 그림과 함께 쉽고 편안한 문체를 사용하여 이야기를 풀어나가 기존의 딱딱하기만 하던 화학책들과는 달리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생활 속에서 쉽게 해 볼 수 있는 실험들과 “유리는 진짜 고체일까?”, “더운 물이 더 빨리 얼음이 된다고?” 등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문제제기, 화학의 특성 상 어쩔 수 없이 등장하는 어려운 낱말들은 그 페이지 안에서 알 수 있도록 친절하게 “낱말콕콕”이라는 코너를 통해서 알려주는 등 아이들이 보다 쉽고 재미있게 화학에 다가설 수 있도록 많은 배려를 한 책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다만 화학의 어려운 내용을 쉽게 풀어 설명하고는 있지만 우리나라 초등학교 과학과 교육과정을 벗어난 내용 구성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일부 초등학교 교육과정과 중복되는 부분이 있지만 그 대부분이 심화 수준에 해당되는 내용이라 과학에 관심이 많은 아이들이나 이 책을 함께 읽으며 실험을 도와줄 부모님이 계신 아이들에게는 매우 유용한 책이 되겠지만 그렇지 못한 아이들에게는 어려울 수 있겠다. 책이라는 것은 대상 독자가 다 다른 법이니 어쩔 수 없겠지. 

학교에서 과학 실험이란 과학실이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40분이라는 제한된 시간에 40명에 가까운 아이들과 함께 예정된 결과를 도출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아이들을 만족시키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이러한 제약들에서 벗어나 생활 속에서 쉽게 만날 수 있고 도전할 수 있는 과학의 장을 열어주는 “스스로 해보는 부엌 화학 활동”을 미래의 과학자인 아이들에게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