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집”의 기시 유스케의 데뷔작이다. 그 동안 그의 다른 작품들에 만족 했기에 망설임 없이 선택하였다. 제목에서 들어나는 것처럼 다중인격에 대한 내용과 엠파스, 유체이탈 등 흥미로운 소재들이 등장한다. 1996년작이니 그 당시에는 파격적인 내용이었겠지만 2010년인 지금에 와서는 이런 장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씩 접해본 소재들이라 “검은집”에서 “싸이코패스”를 접했을 때처럼 파격적이지는 않았다. 다만 기시 유스케라면 이 내용들을 어떻게 버무려 낼 것인지 호기심이 생기는 정도였다.

 초기작이라 그런지 도입과 전개 부분이 너무 소프트하고 길게 진행되었다. 정말 절정 부분에서 이소라가 각성해서 공포분위기를 조성하려고 노력했지만 그 때는 분량이 몇 페이지 남지 않아 큰 힘을 쓰지 못했고, 5명이 죽었지만 검은집에서와 같은 섬뜩함은 없었다. 호러물이라기 보다는 추리물에 가까운 책이다. 하지만 인물들이 명확한 캐릭터를 가지고 있었고, 기대했던 섬뜩함은 없었지만 기시 유스케만의 독특한 상상력 덕분에 흥미롭게 이야기를 읽어나갈 수 있었다.

 유체이탈을 통한 빙의(?), 인격침투(?) 부분이 흥미로웠는데 하지만 기존의 육체가 사망하게 되었을 경우 혼은 남아있지만 뇌가 기능을 멈추게 되니 기억이 지워져야 하지 않을까? 기존의 기억을 가지고 계속 인격침투가 가능하다면 정말 신에 가까운 능력을 가지게 될테니까. 또 다중인격이 생성될 때 무작위로 인격이 생성되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심리테스트의 유형처럼 특정 패턴을 가지고 생성된다는 부분도 인상적이었다. 그런 쪽으로는 전혀 생각을 못하고 있었는데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들에 맞추어 인격이 생성되는 것이니 정말 특정한 패턴들이 나타날 것 같다. 또 기존의 다중인격을 다룬 영화나 소설에서는 다중인격간의 관계가 배타적으로 경쟁적인 구도였는데 이 책에서는 상호보완적으로 그려진 부분도 재미있었다. 나에게도 료코와 같이 조력자의 인격은 하나 있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튼 작가의 독특한 상상력 덕분에 재미있는 많은 생각을 해 볼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도자기에 대해 문외한이라 사람들이 아름다운 도자기라고 이야기하는 유명한 도자기를 보더라도 별 감응을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역사나 미술에 대하여 가르치다 보면 도자기에 대한 내용이 꼭 나오기 때문에 조금은 도자기에 대해 알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 때 “도기 자기 우리 도자기”라는 책을 만나게 되었다. 처음에는 이 책에 그렇게 큰 기대는 가지지 않았는데 책을 다 보고 나니 정말 만족스럽고 다른 선생님들에게도 추천하고 싶다.

 초등학교 교과서에는 도자기에 대한 내용이 많이 나오는데 사진도 작고, 그에 대한 내용이 자세하게 나와 있지 않아 그에 대한 내용을 간단히 언급하는 정도로만 이야기하고 넘어갔었다. 특히 6학년 1학기 사회교과서에 나오는 빗살무늬 토기의 경우 신석기 시대를 대표하는 유물이지만 중요하니 별표 하고 꼭 외우라는 정도로 이야기하고 넘어갔었다. 하지만 “도기 자기 우리 도자기”를 통해 신석기 시대에 사람들은 주로 강가나 바닷가의 모래가 많은 곳에서 살았기 때문에 밑이 뾰족한 모양으로 도자기를 만들어 바닥에 꽂아 사용했고, 점과 선으로 이어진 무늬는 우주의 진리를 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이를 통해 빗살무늬 토기 뿐만 아니라 우리 조상들의 삶의 모습을 유기적으로 살펴 볼 수 있었다. 또한 교과서에 제시되는 작은 사진과는 달리 한 페이지 전체를 하나의 도자기 사진으로 제시하여 그 동안 보지 못했던 도자기 속에 숨겨져 있는 조상들의 세밀함과 그 속에 담긴 의미를 깊이 있게 이해하게 되었다. 그로인해 아이들에게 조금은 더 도자기에 대해 자세하게 이야기 해 줄 수 있게 되었고, 아이들도 나와 같이 이 책을 통해 도자기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게 되고 도자기의 아름다움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의 마음에 드는 부분 중 하나는 도자기에 대한 내용을 한편의 시처럼 설명한 점인데, 이를 통해 지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정서적인 부분까지 자극을 주어, 책의 내용을 보다 의미 있게 받아들이게 되고 오래 기억하게 되어 아이들의 학습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도기 자기 우리 도자기”는 정말 장점과 활용 방법이 많은 좋은 책이다. 앞으로도 이런 좋은 책이 많이 출판 되었으면 좋겠다.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란 유행어는 더 이상 어른들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도서관 벌레와 도서관 벌레”에 나오는 동우는 겨우 초등학교 4학년이지만 뼈저리게 이 이야기에 공감할 것이다. “니가 그러니 만날 2등만 하지.”라는 엄마의 말에 하루에도 몇 번씩 상처를 받기 때문이다. 동우를 1등을 만들기 위해 엄마는 산더미 같은 문제집과 하루 종일 학원을 뺑뺑이 돌게 만든다. 심지어 독서골든벨 대회 1등을 위하여 책의 줄거리만 달달 외우게 한다. 이런 동우에게 책은 공부하고 외워야 할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이 책을 읽는 많은 아이들이 동우와 자신을 동일시할 것 같다. 다른 많은 아이들의 삶도 정도의 차이지 동우의 삶과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우가 영수의 1등 비법을 알아내기 위해 따라 간 도서관에서 조금씩 책의 재미에 빠져들게 된다. 독서골든벨을 위해 책의 단편적인 지식만을 외울 때는 깜지를 적어가면서 외워도 그렇게 헛갈리고 기억 되지 않던 내용들이 영수와 함께 킥킥 웃어가며 읽을 때는 쏙쏙 머리에 와 박혔다. 왜 그럴까? 심리학자들은 이런 현상을 ‘정서의존적 학습’이라고 부른다. 어떤 지식을 습득할 때, 지적인 측면과 정서적인 측면이 함께할 때가 지적인 면만 있을 때에 비해 학습도 잘 되고 더 오래 기억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이런 과학적으로 그 효과가 검증된 학습법은 외면 한 채 기존의 비효율적인 학습법을 맹신하여 무조건적인 암기만을 강요하는 학부모들이 더 많은 것이 현실이다. 그런 학부모들로 인해 아이들은 지치고 학습이나 책에 대한 거부반응만을 키우게 된다. 진정한 부모력이란 아이들을 무조건 끌고 가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에게 보다 효과적인 학습 방법을 제시하고 학습에 대한 동기를 지속적으로 유발시키는 것 아닐까?

 부모님들도 아이와 함께 “도서관 벌레와 도서관 벌레”를 읽으며 자신이 아이를 위해 하고 있는 것들이 정말 아이를 위한 행동인지 한번 돌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