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선생님들의 추천에 오래 전에 사 두었으나

당시 저의 내공으로는 "사티쉬 쿠마르"나 "비노바 바느"의 글을 받아들이기 힘들었기에

오랜 시간에 흐른 이제야 이 책을 다 읽게 되었습니다.

출판사에서 큰틀에서 1부 2부 3부로 나누어 놓았겠지만

제 생각에는 조금 더 우리 정서에 가까운 글들부터 배열 해 놓았다면

책의 내용들을 더 쉽게 받아들일 수 있었을 것인데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이 책을 통해 그 동안은 너무 무감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던

우리 교육의 그리고 저의 문제에 대하여 생각하게 되어

이전과는 다른 시각으로 교육을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내공이 조금 더 쌓인 후 이 책을 본다면 또 다른 생각을 하게 해 줄 것 같네요. 

곁에 두고 오래 보아야 할 책인 것 같습니다.,

제55회 에도가와 란포상 수상작이며 히가시노 게이고, 온다 리쿠 등 기라성 같은 일본 추리소설작가들의 극찬을 받은 작품이라는 타이틀의 유혹은 강렬했다. 거기다 형무소에서 발생한 밀실살인 사건이라는 것도 나의 흥미를 끌었다. 이치하라 형무소의 한 재소자가 얼굴이 녹아버린 채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재소자가 사망한 밀실에는 “이시츠카 죽어 마땅하다.”는 한 장의 쪽지가 남아 있을 뿐 어떠한 단서도 남아 있지 않았다. 사건 당일 사라진 재소자 미야자키를 범인으로 지목하고 경찰은 미야자키를 쫒는다. 하지만 며칠 후 사체의 DNA 감식 결과 죽은 사람은 이시츠카가 아닌 미야자키임이 밝혀지고 하룻밤 사이에 피해자와 용의자가 뒤바뀌게 된다. 거기다 용의자로 알려진 이시츠카의 집을 방문한 경찰은 다시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된다. 이시츠카는 이치하라 형무소에 입소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시츠카가 입소했던 된 3달전에 이미 이시츠카는 사고로 식물인간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미야자키를 죽인 자는 과연 누구란 말인가? 피해자와 용의자가 뒤바뀌고 범인으로 지목 받은 자는 식물인간으로 밝혀지는 등 쉴 새 없이 반전에 반전으로 이어지는 흥미로운 전개로 독자를 사로잡는다. 그리고 무분별한 매스컴의 보도가 얼마나 위험한지에 대해, 그리고 한 사건에 대해 한번 판결이 내려지면 그 판결이 잘못되었다 하더라도 다시 책임을 물을 수 없도록 한 일사부재리의 원칙에 대해 고민하게 만드는 사회성 강한 추리 소설이라는 점도 이 책의 강점이다. 반면 진정한 범인이 특이한 성격을 가진 인물이라 그의 살해 동기에 충분히 공감하기 힘들고 아무리 개방적인 교도소라는 설정이지만 너무 쉽게 교도소를 탈출하는 부분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뭔가 뒷끝이 개운하지 않다고 해야 할까? 범인이 잡히지 않았으니 후속편이 나와서 거기서는 뭔가 부족했던 부분을 채워주었으면 좋겠다. 아쉬움이 남지만 그보다 “엔도 다케후미”라는 신인 작가의 다음 작품에 대한 더 큰 기대를 가지게 하는 작품이다.

성적표 받은 날

 

마술사의 현란한 동작에 넋을 놓고 있다가 눈앞에 있는 동전을 보지 못한 기분이라고 할까, “성적표 받은 날”이라 커다랗고 거기다 빨간색으로 적혀 있는 제목에도 불구하고 저자의 기발한 상상력과 역동적인 그림들에 빠져 책을 읽는 동안 이 사실을 깜빡 잊고 있다가 책의 마지막에 가서 “아하”하는 감탄사와 함께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책의 주인공 플러프 점프는 한 장의 편지를 남기고 집을 나간다. 편지에는 나쁜 친구들을 만나 귀도 뚫고, 염색도 하고, 폭주족이 되어 온갖 나쁜 짓을 하고 다닌다고 쓰여 있다. 플러프의 부모가 아닌 내가 봐도 걱정이 되는데 플러프의 부모님의 마음은 어떨까? 정말 걱정이 태산일 것이다. 하지만 이 글을 보는 아이들은 자신을 대신해 온갖 장난을 벌이는 플러프를 보고 통쾌함을 느낄 것 같다. 이런 대리만족을 통해 자기 마음속에 쌓아 두었던 불만들을 풀어낼 수 있는 것이 바로 문학이 가진 큰 힘이 아닐까? 다행이도 플러프의 편지 내용은 사실이 아니었고, 이렇게 삐뚤어질 수도 있으니 좋지 않은 성적표 정도는 참고 용서해 달라는 것이다.

아이가 처음 태어났을 때는 팔다리가 멀쩡히 붙어 있는 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했었는데 아이가 자라면서 점점 이런저런 부모의 욕심으로 발표도 잘 해야 하고, 수학 점수도 잘 받아야 하고 등등의 여러 가지 기준을 만들어 아이를 작은 틀에 가두어 쪼그라들게 만들어 버리란다. 그래서 좋지 않은 성적표 하나로 자신의 삶에 대한 가치를 평가절하 시켜버리는 아이가 되고 심지어 시험 점수 때문에 자살까지도 생각하게 된다니 안타까운 현실이 아닐 수 없다. 플러프가 우리에게 말하고 있는 것처럼 이 세상에는 더 중요한 일들이 많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 더 큰 시선으로 아이들을 바라보도록 노력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