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노루 가족과 입원 동물들이 함께 살아가는 동물병원의 모습을 보면서
“그 동안 우리가 너무 인간 중심의 관계에 길들여 있었던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애완동물을 악세사리나 다른 도구처럼 다루는 것이 진정한 동물 사랑이라고 할 수 있을까? 진정한 동물 사랑은 소유가 아닌 공존이라는 생각이 든다.
동물들은 자신을 치료한 의사를 적으로 알고 미워하고 복수를 한다. 치료하는 과정에서 여기저기 아픈 곳을 만지고 주사를 놓는 것이 자신을 괴롭히는 행위로 알기 때문이란다. 은혜를 원수로 갚는 동물들에게 정이 떨어질 것도 같다. 하지만 그런 동물들의 마음을 헤아려 이해하는 작가에게서 진정한 대인배의 기운이 느껴진다.
오리가 물에 빠져 죽는다? 상상도 못한 일인데 새로운 사실을 알았다. 오리는 물에 뜨지 않는다. 물에 뜨기 위해서 꽁지 쪽에 있는 기름샘에서 나오는 기름을 온몸에 골고루 발라야 한다. 또 정전기를 일으키기 위해서 서로의 몸을 비벼야 물에 뜨기 쉬워진다고 한다.
입원한 동물 환자들의 식사를 위해 온가족이 수렵과 채집활동을 한다. 벌레를 잡기 위해 곤충망을 들고 온 초원을 누비고, 물고기를 잡기 위해 고무옷을 입고 강과 바다로 나가고, 열매와 각종 씨앗을 모으러 가야 한다니 재미있기도 하고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의 먹을거리를 생산하는 밭에는 이제 벌레가 살 수가 없다고 한다. 농약 때문이다. 거기다 감자의 크기가 너무 크지 않게 고엽제를 사용한다. 사람의 편이를 위한 이런 행동들은 동물들에게는 큰 위협이 된다고 한다. 한쪽에서는 하나의 생명이라도 살리기 위해 발버둥치고 다른 한쪽에서는 조금 더 편하게 위해, 조금 더 돈을 벌기 위해 수많은 생명을 위협하고 있는 구조가 참 안타깝다.
9가지의 소소한 에피소드와 실제 동물병원의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사진들이 색다른 재미와 감동을 주는 좋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