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평등은 어디서 온 것인가? 이를 알기 위해서 루소는 사회화 되기 전의 인간들의 삶을 추론한다. 그의 추론을 지금까지 고고학과 인류학 등을 통해 밝혀진 사실들에 비추어보면 잘못된 사실들도 많지만 1755년 그러니까 다윈의 종의 기원이 발표되지 100여년 전에 이미 진화론적 사고로 인간을 바라보았다는 것이 놀랍다. 또한 사유화에 의한 인간 의식의 변화와 사회 제도의 출현과 변화에 대한 그의 통찰은 정말 대단하다. 아무튼 루소는 이 추론을 통해 사유화와 노동의 변화가 도덕적 불평등을 만들고 이는 사회 제도를 통해 불평등을 고착화 시킨다고 보았다. 그럼으로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불평등은 인간의 본성이나 자연법에 거리가 먼 것이다. 그러니 이 불평등에 대한 문제 의식을 가지고 바라보아야 한다.
 이 책을 읽고 사유에 대하여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내가 무언가를 가지게 되는 것은 곳 그 무엇인가가 나를 속박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타인의 시선, 나 자신 스스로 비교를 통해 나를 찾는 것에 대한 다시금 문제 의식을 가지게 되었다. 소유와 판단의 기준 등에서 내 스스로 내 삶의 주인이 되도록 반성하는 삶을 태도를 가지고 살아가야 하겠다. 
   

 출산은 인생에서 몇번 찾아오지 않는 중요하고 특별한 순간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 의미있게 보내고 싶었다. 하지만 우리 아이가 태어나던 날을 떠올리면 아쉬움이 남는다. 
 그날 오전 산부인과 진료를 받으며 출산예정일이 2주 남았는데 태아가 몸무게가 많이 나가니 2주 동안 관리를 잘 하라는 이야기를 듣고, 아직 많이 남았구나 하는 생각으로 잠이 들었는데 새벽에 갑자기 찾아온 진통으로 급하게 병원으로 갔다. 병원에서는 아내를 출산대기실이라는 곳으로 데리고 갔는데 그 곳에는 출산이 임박한 여자들이 아픈 배를 부여앉고 누워있었다. 끙끙거리고 누워 있으면 간호사가 시간마다 돌며 상태를 확인하고 때가 된 산모를 수술실로 데리고 갔다. 아내는 배가 아픈 것도 고통스러웠지만 신음 소리가 가득한 곳에 혼자 멍하니 누워있는 것이 더 고통스러웠다고 한다. 아내는 아침이 되도록 고통 속에 누워 있었고, 나는 대기시에서 기다렸다. 몇번이나 의사와 간호사가 와서 제왕절개를 권했다. 자연분만을 원했지만 계속 되는 권유와 고통스러워하는 아내의 의사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수술을 선택했다. 한참의 수술후에 피투성이가 된 아내가 들어왔다. 이런 건 정말 내가 꿈꾸던 출산이 아니었다.
 "놀라운 아기 탄생의 순간"을 보면서 정말 이런 것이 내가 바라는 출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규모 시설에서 기계적인 의료 행위로 아이를 낳는 것이 아니라, 인간적인 관계맺음 속에서 출산에 대해 충분히 준비하고 출산을 생활이자 문화로 받아들이는 곳. 다음에 아이를 낳게 된다면 이런 곳에서 아이를 낳을 수 있을까? 내가 사는 지역에도 이런 시설이 있었으면 조금 더 경비가 든다고 하더라도 반드시 이런 곳을 선택할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런 시설에 대한 이야기 조차 들어본 적이 없다. 이 책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출산에 대한 다른 생각을 가지고 이런 시설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한다면 머지않아 이런 곳이 우리나라 우리동내에도 생기지 않을까?     

 역사 디딤돌에서 출판한 <한글 대왕 세종> 편을 읽었다. 이 책은 역사를 바꾼 인물, 역사가 키운 인물 시리즈 중 한권인데 시리즈 이름이 참 인상적이다. 덕분에 위인과 시대와의 상호작용에 대하여 생각하며 책을 읽게 되었다.
 책의 초반부에는 세종대왕에 대신 태종이 주인공처럼 나온다. 이방원은 두 차례 왕자의 난을 거쳐서 결국 왕위에 올른다. 권국초기 미약한 왕권을 강화하기 위하여 친족, 개국공신들, 그리고 외척 세력까지 숙청을 한다. 이후 양녕과 충녕 두 아들 사이에서 갈등하다 결국 충녕을 다음 왕으로 만든다. 이 과정에서 그의 행동들의 옳고 그름에 대하여 생각하게 된다. 나라를 위한 일이었다고는 하지만 많은 무고한 사람의 생명을 빼앗은 것은 지금의 시각으로 보면 결코 옳다고 할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태종이 그와 같은 악역을 맡지 않았다면 세종 시절의 부국강병과 문화적 성취는 결코 없었을 것이다. 내가 이런 역사적 사실을 알고서 태종의 역할을 맞는다면 나는 과연 조선을 위한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이념에 갇혀서 판단을 내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후반부에는 본격적으로 세종의 이야기가 나온다. 솔직히 너무 대단한 인물이라 감히 따라갈 수 없는 존재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특별한 존재가 우리 역사에 존재했다는 것이 큰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것으로 한글 창제의 대부분의 일이 세종 개인이 이루어낸 일이라는 것이다. 그 동안은 설마 세종대왕 혼자서 다 만들었겠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한글 창제라는 일이 기존의 기득권 세력들에게는 엄청난 위협이 되는 일이라 비밀리에 행해졌고, 이를 대부분 세종대왕이 맡아서 했다는 것이다. 정말 대단한 인물이다. 
 위인전이란 조금 식상하고 딱딱한 이야기이기 쉬운데 이 책은 손에 잡으면 놓을 수 없을 정도로 재미있고, 새로운 사실들을 알게 하고, 작가의 의도적인 개입을 통해 다양한 시각을 통해 사건과 인물을 바라볼 수 있어서 참 좋았다. 이 시리즈의 다른 책들도 꼭 찾아서 읽어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