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드로 읽는 세계사. 우리에게 익숙한 역사적 사실들을 시대의 흐름에 따라 서술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5가지 코드(욕망, 모더니즘, 제국주의, 몬스터, 종교)를 통해 세계사의 흐름을 꽤뚫어 보는 책이다. 학창시절 암기위주의 역사 교육에 길들여져 역사는 재미없고 딱딱한 것이라는 느낌이 강했는데 하나의 관점을 가지고 보니 "아하"하는 탄성과 함께 전체적인 흐름이 한눈에 잡히고, 역사를 그리고 사회를 보는 눈이 길러지는 것 같다.
 1장 욕망의 세계사에서는 커피와 홍차라는 기호품이 문화적으로 얼마나 큰 영향을 끼쳤는지 이야기한다. 중세는 맥주와 와인 같은 알코올의 시대로 엄청난 알코올 소비로 인해 이성이 흐려지고 욕망이 여가없이 분출되는 시대였다. 하지만 커피가 보급되면서 프로테스탄트를 중심으로 보다 이성적이고 자신을 규제하는 생활이 확산된다. 또한 커피하우스를 통해 의견 교환 정보 교류의 장이 마련되고 이를 통해 새로운 욕구와 힘이 만들어진다. 이러한 요소들은 사회를 근대로 이끄는 큰 힘이 된다.
 브렌드와 도시에 대한 이야기에서는 문화예술과 경제 중심지가 이동하는 과정에서 문화예술의 중심지는 그 중심이 떠나도 그곳에 발자취를 남기지만 경제의 중심이 이동하면 그곳에 남겨진 사람들은 쇠퇴와 몰락으로 인한 상실감만이 남는다는 말한 부분이 인상적이다. 또한 인간의 무리 짓는 본능이 도시화를 부르고 이는 세계사를 움직이는 원동력이 된다는 것 역시 인상적이다.
 2장 모더니즘에서는 시선의 지배, 보는 자와 보여지는 자의 관계에 부분에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의 너무 많은 것이 보여지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게 되고, 개인정보에 대해서 더 생각하게 되었다. 
 신체적인 욕구에 굶주린 현대인 부분에서는 나의 신체적 욕구에 내가 얼마나 충실했는지 돌아보게 되었고 보다 민감하게 반응하고 이를 보다 소중히 여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3장 제국주의에서는 남성의 끝없는 지배욕에 의해 여러 제국의 역사를 보면서 욕망의 독점과 공유에 따른 결과를 돌아보게 되었다. 어디에 가치를 두느냐에 따라 평가가 달라지겠지만 보다 오래도록 지속가능한 가치를 만들 수 있는 욕망의 공유가 보다 의미있게 느껴진다. 그리고 끝없는 욕망의 끝을 위해 세습의 차단은 보다 건강하고 발전적인 사회를 만드는데 꼭 필요한 요소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본주의는 인간의 욕구가 잘 반영된 자생적인 제도이기에 많은 모순을 가지고 있음에도 끈질기게 살아남을 수 있었고, 반면 사회주의는 보다 매력적인 제도이지만 인간의 욕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이상적인 창조물이기에 실패할 수 밖에 없었다는 평가가 인상적이다. 그리고 "더 가진자와 덜 가진자"의 싸움에서 파시즘이 발생하게 되었다고 바라보는 부분도 인상적이다.


 

  
  

 안데르센 아너상 수상작

 차이의 존중과 다양성의 중요함에 대하여 우리는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집단의 무지와 편견이 우리 사회의 잠식하고 역사의 발전을 거꾸로 되돌리려 하고 있다. 
<마녀사냥>은 중세의 마녀사냥이라는 끔찍한 역사의 현장을 통해 우리 속에 있는 이런 추악한 속성을 깨닫고 이를 잠제우고 보다 진실과 진리에 다가서라고 말한다.

-진리를 발견했다고 믿으면서 더 이상 의심하지 않게 될 때 사람은 그 자리에 멈추는 거란다.

-에스벤은 무의식적으로 버드나무의 유연함과 강인함에서 무엇인가를 얻으려 하고 있었다. 바로 우월한 힘에 꺾이지 않고 저항하는 능력이었다. 휘어지되 부러지지는 않는다.

-처음 며칠 동안은 새 통발에 물고기가 들어오지 않아. 물과 거품과 피오르의 냄새가 밴 다음에야 물고기가 헤엄쳐 들어온단다.

-네가 피오르를 존중하는 법을 배우면 프오르도 너를 존중해 줄 거다.

-대중들? 그들은 깊이 생각하지 않는다. 산더미 같은 편견에 얽매여 그것을 참이라고 여기지. 그들은 생각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고, 책임을 자기 안에서 찾는 법도 배우지 못했기 때문에 속죄양을 요구한다.

-만약 네가 선택할 수 있었더라면 말이다. 
너는 어디에 있는 어머니를 보는 것이 나았겠는냐?
다른 사람들에게 에워싸여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 어머니냐,
아니면 그 바깥, 괴롭히는 사람들의 무리 속에 끼어 있는 어머니냐?   

 <검은집>으로 나를 완전히 사로잡은 작가 기시 유스케
우리 나라에 출판된 그의 다른 작품들 <푸른 불꽃> <유리 망치> <13번째 인격> <신세계에서 1,2> 등 대부분의 작품을 찾아 읽었다. (크림슨의 미궁은 아직 못 읽었음) <검은 집>만큼은 아니더라도 하나하나 매력적인 작품들이었다.
 이번 <도깨비불의 집> 역시 기시 유스케의 작품이라는 이유로 망설임 없이 선택하였다. 기존의 작품들과 달리 단편 작품의 모음집이라서 그런지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조금 가볍다고 해야하나? <유리 망치>에 나왔던 변호사 아오토 준코와 에노모토 케이가 다시 나와서 방갑기는 했지만 아무튼 내가 기대하던 것과는 조금 다른 맛이 나는 작품이다. 
 기시 유스케의 다음 작품은 자신의 색깔을 보다 살려 <검은집>처럼 끈적끈적하고 무거운 이야기였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