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에 근무하면서 아이들의 욕과 매년 전쟁 아닌 전쟁을 하고 있다. "존나", "씨발" 같은 말이 입에 붙어서 시도때도 없이 이런 말을 하는 아이들을 보면 정말 보통 큰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매년 한 차례 욕강의 시간을 가진다. 아이들이 쓰는 욕들이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풀어서 설명해주고 나면 한동안 잠잠하고 스스로 조심하려고 노력하지만 그런 것도 잠시 어느 사이 다시 욕이 불쑥불쑥 나오곤 한다. 이런 끝이 없는 싸움을 하고 있던 중 <욕 전쟁>이라는 책 제목은 나의 관심을 확 사로 잡았다. 욕 없이는 단 하루도 살 수 없는 아이들과 욕을 뿌리 뽑으려는 선생님. 실제 교실에서 일어난 이야기를 바탕으로 것이라는 점에 더 관심이 간다.
김판돌 선생님은 '성난 야수'라는 별명처럼 덩치가 큰 데다 괴짜이다. 외모만큼 성격도 화통하여 일을 추진하면 거침없이 밀어 붙인다. 하지만 그런 중에도 아이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자신의 실수는 깨끗이 인정한다. 선생님은 다른 반과 피구를 하다가 욕으로 인해 싸움이 벌어지는 모습을 보고 욕과의 전쟁을 선포한다. 그리고 욕을 하면 '이마에 욕 붙이기', '자기가 한 욕 100번씩 쓰기' 등을 벌을 내린다. 아이들은 선생님이 정한 벌 때문에 욕을 한 동안 안하지만 그것도 잠시 요리조리 잔머리를 굴려 욕을 한다. 하지만 아이들은 이런저런 일을 겪으면서 스스로 성장하고 그 속에서 욕에 대해 생각이 변화하게 되어 스스로 욕을 하지 않게 된다.
선생님은 벌을 통해서 욕을 막으려고 한다. 콜버그의 도덕성 발달 단계에 따르면 벌을 회피하려는 것은 1단계 수준의 도덕성이다. 초등학교 5학년 아이들에게 1단계의 수준의 지도를 통해 욕을 막으려는 것은 아이들의 발달 단계에 비추어 적절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다지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오히려 아이들의 욕에 대한 욕구만 자극하게 된 것 같다. 조금 더 아이들을 인정하고 보다 높은 도덕성 단계로 아이들이 올라설 수 있도록 하면서 욕에 대한 부분도 함께 지도해 나갔다면 보다 효과적이지 않았을까? 아무튼 이 책의 사례를 통해 반면교사를 얻은 것 같다.
아이들도 이 책을 통해서 욕에 대하여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학급문고에 고이 꽂아두고 아이들이 이 책을 많이 읽을 수 있도록 추천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