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예... 아주 기본적인 인간으로서의 권리도 박탈 당하고 무조건 주인의 명령만으로 인생을 살아가야 하는 한없이 안쓰러운 사람이다. 만약, 하루라도 누군가의 노예가 되어 살아야 한다면 어떨까? 자유를 누리며 살아가던 이가 하루아침에 끝없는 굴욕감과 모멸감에 빠져야 하고 온갖 수모에 시달려야 하는 노예 신세로 전락해 버린다. 

인간은 영원히 살아갈 수는 없지만, 단 한번도 부모님의 죽음을  생각해본 일이 없다. 그런만큼 아마 나 역시 받아들이기 힘들터이고 그에따른 상실감도 무척 클것이다. 늘상 내 옆에 계시리라 믿었던 사랑하는 부모님과의 이별은 그 어떤 아픔보다 견디기 어려운 고통과 시련이 뒤따른다는 건 겪어보지 않아도 누구나 짐작할 수 있지 않을까?

 

행복한 가정의 외동딸 사춘기 소녀의 엄마, 아빠의 갑작스런 암선고와 점점 기우는 가세로 방황하게 된다. 누구보다 예뻤던 엄마인데... 암선고를 받고 병상에 누워있던 엄마를 부정했던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며 아파하고 힘들어한다. 받아들이기 힘든 엄마의 죽음은  끝없는 슬픔과 그리움으로 남는다. 텅빈 외로움을 무엇으로 어떻게 채울수 있을까?

 

그 나이에 받아들이기 힘든 실연이자 무엇보다 큰 상실이였을 것이다. 아빠마저 암으로 돌아가시고 철저히 혼자 남겨지게 된다. 기나긴 터널 같은 어둠속에서 상처입고 헤매이며 조금씩 조금씩 성숙해져 가는 모습으로 거듭난다.

 

어떤 이유에서든 누구나 언젠가는 사랑하는 사람들과 이별을 해야한다. 생각하기도 싫지만, 그렇다고 거부할 수도 없는 것이다. 아직은 겪어보지 못했지만, 나 또한 피해갈 수 없는 큰 과제일 것이다. 섬세하고 세심한 저자의 감정에 크게 공감하며 내 사랑하는 이들을 다시한번 떠올려보게 된다. 현재 호스피스센터에서 사별 전문 상담가로 일하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집필하며 다시한번 기억을 떠올렸을 저자의 심정을 어땠을까? 저자의 아픔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