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디센트>라는 책을 알게되고 "책의 내용이 선과 악에 대한 것을 다루고 있다." 라는 정보만 가지고 있었을 그 때 책을 받아드는 순간 드는 생각은 이걸 언제 다 읽지? 라는 생각이었다.

책을 받을 때에 <구해줘>라는 책을 읽고 있었는데 <구해줘>도 총446페이지로 만만치 않았지만 <디센트>는 469페이지 임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두께를 선보이고 있었다.

더군다나 읽는 내내 전문적인 내용이 많이 나오는 터라 아는 지식이 풍부하지 않던 나는 복잡하고 어려운 내용이 책에 빠져들지 못하게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하기 충분했다.  또 처음에는 한단락 한단락이 모두 다른사람의 이야기로 내용에 흐름이 끊기기도 하고 '이 사람들이 무슨연관이 있을까?'라는 궁금증에도 빠지게 만드는 이중적인 성격을 띄지만 책의 중반까지 채 가기도 전에 책에서 손을 떼지 못하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모험, 액션, 지리학적, 역사, 종교 등 많은 내용이 들어가 있지만 그 것들이 서로 따로놀면서 생각을 분산시키는 것이 아니라 <디센트>안에 자연스럽게 녹아있다. 그러면서도 긴장과 스릴감도 더해 1,2권 총 900 페이지 정도 되는 분량을 한순간에 읽어버리게 하는 매력을 지니고 있다.

또 픽션임을 알면서 보는 독자임에도 사실로 느끼게끔 만들어 독자로 하여금 의구심을 불러 일으키는 소설이다.

작가의 직업이 산악인임에도 불구하고 정확하고 세밀한 묘사 기법은 사실같은 느낌이 들도록 하는 요소를 한층 더 해주고 있고 읽는 내내 자신의 눈 앞에 소설 속 장면들이 펼쳐져서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작가는 소설속에서 지하세계를 '악의세계' 로 표현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살고 있는 지상의 세계는 '선의세계'가 되어야 맞는 말인데 작가의 생각과는 달리 우리가 살고있는 지상의 세계도 '선의세계'는 아니다.

오히려 소설 속 지하세계가 살아남기 위한 서바이벌 전쟁을 하고 있다면 현실속 지상세계에서는 자신들의 이익을 위한 학살과전쟁을 끊임 없이 하고 있다. 결국 내가 생각하기에는 지상의 세계가 곧 '악의세계'가 되는 것이다.

미스테리 소설에서 저런 뜬금없는 지극히 철학적인 요소를 찾아내는 것이 웃기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이 책을 읽어 본 독자라면 충분히 생각할 수 있는 문제이다. 그럴 정도로 <디센트>는 방대한 분량의 내용을 담고있다.

1권에서의 뚝뚝 끊기는 흐름에 소설에 탄력을 받지 못한 독자가 있다면 1권에서 나오는 주인공들의 이름을 기억하면서 그들이 겪게 될 일에 궁금증을 가지면서 다시한번 책을 펼쳐보기 바란다.

밤에 읽게 된다면 오싹함과 서스펜스를 함께 느끼며 밤새도록 책을 읽게 만드는 마력을 가진 <디센트>

이 책이 영화로 나오게 된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는 반가움에 얼굴에 미소가 지어졌지만 그도 잠시 길어야 3시간 정도 되는 영화에 이 책의 긴장감과 본질적인 내용을들 훼손하지 않고 잘 담아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먼저 앞섰다.

물론 영국에서 <디센트>라는 영화가 나오긴 했지만 서로 동굴탐험이라는 소재가 같을 뿐 내용에서도 전달하고자 하는 목적도 판이하게 다르다. 이 책을 원작으로 한 영화는 제작중에 있다.

내가 지금 가지고 있는 상상력과 비슷할 정도로 영화를 만든다면 아마 3시간으론 턱도 없이 부족하겠지만 짧은 시간에서도 책에서 느낀 그 느낌을 최대한 살려 볼 수 있도록 잘 나왔으면 좋겠다.

덧붙여 책보단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도 책을 한번 읽어보라 권하고 싶다.

아마 어디서도 느낄 수 없는 짜릿함에  금방 매료되어 헤어나오지 못하는 롤러코스터를 탄 느낌을 받을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