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함께 책을 읽으며, 그림책 작가 중 좋아하는 작가가 바로 앤서니 브라운이다.
그가 그린 그림책의 그림들은 그림책을 유심히 살펴보게 한다.
숨은 그림 찾듯 꼼꼼히 그림을 살피지 않으면 작가가 숨겨놓은 숨은 그림들을 놓치기 일쑤다.
이런 작가의 배려로 그림을 보는 훈련을 단단히 받았다.
그래서인지 아이가 그림을 살피는 모습을 보면, 참 꼼꼼히 살펴본다.
오죽하면 얼마전에 아이는 이런 말을 했다.

"엄마, 그림책 중에 90%는 그림에 실수가 있는 것 같아요.  앞장에는 분홍 색 긴팔의 옷을 입고 있는데, 같은 날임에도 불구하고 뒷장에 반팔이 되어 있거나. 옷 소매의 색깔이 다르거나 그래요.  왜 이런 그림들이 많은지 참 아쉬워요.  그래서 제 생각에 그림에 실수가 없는 그림책은 10%정도인 것 같아요."

"아, 그리고 엄마 제 생각에는 전집에서 더 많이 이런 실수를 볼 수 있어요.  단행본은 그에 비하면 아주 조금이고요."

아이가 이야기하는 숫자는 그저 숫자에 불과하다.
요즘 아이는 몇 %를 써가며 이야기 하기를 좋아하기에 그저 숫자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아이의 의견이 전부 틀린 말은 아니다.
그림책이라는 범주에 속하는 책 중에는 이런 경우가 사실 많이 발견된다.
아이가 뒷에 말한 것처럼 이런 실수(?)는 전집물에서 아주 흔히 발견된다.
아이는 그것을 이야기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 숫자가 완전히 틀린 것 만도 아니라 할 수 있다.
실제로 전집물에서는 이런 실수가 많이 보인다.
반면 한 권 한 권을 신경써서 만드는 단행본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작가가 의도적으로 그렇게 그림을 그려넣기 전에는 말이다.

아이가 이런 생각까지 할 만큼 컸다는 사실에 다시 한 번 놀랐다.

자, 이 책과 연관이 적은 그림 이야기를 한 이유는 앤서니 브라운의 그림을 이야기하기 위해서였다.
앤서니 브라운의 작품 속에는 언제나 고릴라와 바나나가 이곳 저곳에 숨어있다.
그 왜에도 아주 재치 넘치는 숨은 그림이 많다.
이런 작가임을 알기에 아이는 앤서니 브라운의 그림이 잘못되었다는 지적은 하지 않는다.

’특별한 손님’ 속에도 숨은 그림은 있다.
작가의 다른 작품에 비해 적지만 말이다.

그런데, 이렇게 그림에만 집중하다보면 자칫 이야기를 놓칠 수도 있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아이와 나는 처음 읽을 때는 이야기에 집중하며 그림을 살핀다.
이야기의 흐름에 방해되지 않는 선에서.
어는 순간부터 아이와 나에게 앤서니 그라운의 그림책을 볼 때의 암묵적 약속이 되어 버린 것이다.
이 후에는 그림 중심으로 살핀다.
열심히 숨은 그림이 없나 아주 자세히 찾는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이야기와 그림을 본다.

자, 그럼 ’특별한 손님’을 살펴보자.
이 작품은 앤서니 브라운이 그림을 그렸다.
글은 안나레나맥아피가  썼다.
그래서 기존의 앤서니 브라운의 작품과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또한 내용을 살펴보면 더 놀랍다.
바로 이혼 가정과 한부모가정, 그리고 새혼가정을 담백하게 아이들의 심리에 맞춰 그려냈기 때문이다.
상당히 무겁고 어두운 주제, 그래서 그림톤이 전체적으로 어둡고 무겁다.
부모님의 이혼, 한부모와 살아가는 아이의 심리를 앤서니 브라운의 그림속에 아주 실감나게 표현되어 있다.

제목은 새어머니가 될지도 모르는 아빠의 여자친구와 그녀의 아들을 ’특별한 손님’이라 알려주고 있다.
이 ’특별한 손님’이란 제목은 아주 깜짝 놀랄만큼의 기쁨의 환성이 절로 나오는 따뜻한 의미의 특별한 손님이 아닌 거부감을 가득 담은 주인공 케이티의 심리가 대변된 말이기도 하다.

이혼 후 아빠와 단 둘의 삶을 살아가던 생활에 갑자기 찾아온 손님.
모든 것이 엉망진창이 되고 만다.

서로가 서로를 알아가고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이 아주 솔직하게 담겨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따뜻함으로 감싸안으며 새혼가정에 대한 편견을 사르르 녹여버린다.

이젠, 외국의 흔한 일이 아닌 우리 주위에서 흔히 접하게 되는 상황이라 생각한다.
계모에 대한 편견을 심어준다고 하여 신데렐라와 콩쥐팥쥐를 평가절하하는 분위기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가정을 이루는 방법도 다양해졌기에 이 모든 것에 대해 열린 가슴으로 받아들이는 기본 자세는 되어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분위기를 잘 이해하지 못할 것 같은 아이들에게 이런 그림책이 있어 긍정적 사고를 하게 해 준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특별한 손님’은 참으로 특별한 책이었다.

 

  이 책을 쓰신 분은 박완서 선생님으로, 딱딱한 겉표지 안쪽에 박완서 선생님의 친필이 무척 인상적이다. ’착하고 씩씩하고 잘 놀고, 상상력이 풍부한 어린이가 되길 바라며 박완서 할머니가’라고 쓰여 있는 것이다. 예쁘지도, 단정하지도 않은 글씨체가, 정말로 할머니가 쓴 듯한 인상을 주어 친근감을 준다.

  책의 제목과 표지 그림의 내용이 딱 어울린다. 사내아이가 들고 있는 둥그런 물체의 정체를 알아맞추라는 것이리라. 초1인 둘째 아이에게 저 둥그런 것이 무엇인 것 같냐고 물어보았다. 어른인 내 눈에는 당연히 개떡으로 보였지만 아들의 대답은 ’냄비뚜껑’이었다. 그래, 그러고보니 손잡이 떨어진, 낡고 찌그러진 냄비뚜껑 같기도 하다고 맞장구를 쳐주고선 책을 읽었다.

  둥치네 할머니에게서 개떡을 받아든 한광이는 그것이 뭔지 몰라 친구 슬기에게 물어본다. 슬기는 찰흙이라며 반을 뚝 떼어다가 무언가를 만들려고 하다가 잘 되지 않자 버리고 가 버린다. 시내는 그것이 ’똥’이라며 한광이를 놀리고 간다. 산책하던 할아버지가 ’개떡’이라고 알려주는데,  한광이는 ’개 먹이’로 이해했다. 그런데 할아버지가 개떡을 입에 넣고 행복한 얼굴이 되어 버리자 갑자기 손끝에서 나는 고소한 냄새와 함께 ’그 맛있는 것’이 먹고 싶어, 얼른 둥치네로 달려간다.

  아이들 눈에 보인 개떡은 찰흙같기도 했고, 심지어는 더러운 똥 같아 보이기도 했다. 모양없이 아무렇게나 빚어 ’개떡’이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지만 개떡은 추억의 맛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맛있는 떡이다. 요즘 어린이들은 예쁜 모양에, 달콤한 과자를 좋아하지만 이런 책을 통해 소박한 우리의 음식에 관심을 가지게 될 것이다.

  이 책에 나오는 둥치 할머니는 한광이의 눈에 마귀할머니와 같은 모습으로 비쳐지는데, 개떡으로 인해 할머니 세대를 친근하게 느끼게 되는 계기도 될 것이다. 한광이는 개떡이 개먹이인 줄 알고 자기가 둥치네 개 똘똘이의 먹이를 꿍쳐가듯, 할머니도 똘똘이의 먹이를 ’꿍쳐’ 온 것이라고 생각하자, 마녀같았던 할머니가 갑자기 인자하게 보인다고 했다. 책의 그림도 글맛과 아주 잘 맞아떨어진다. 한광이가 할머니를 ’인자’하게 느낀 그 장면, 둥치의 할머니는 날개달린 천사가 되어 똘똘이에게 개떡을 주고 있고 그 주변에 날개 달린 개떡을 그려넣어 익살스러움을 더했다. 할머니에 대한 느낌이 확 달라진 것이다. 

  책의 뒤편 ’글쓴이 소개’에서 선생님은 이 글을 쓰시면서, 할머니 할아버지가 별난 사람들이 아니라 우리 어린이들과 같이 어울려 사는 한 가족이라는 것을 전하고 싶으셨다고 했다. 그러나 책의 제목과, 개떡이 무엇인지 상상해내는 어린이들을 보면, 할머니보다는 ’개떡’에 초점이 맞춰지기도 한다.  할아버지가 개떡을 입에 물고 행복해하는 모습도 일품이다. 모든 여백이 할아버지 얼굴로 꽉 들어차면서, 해바라기씨같은 침을 흘리며 꿈꾸듯이 행복한 할아버지의 모습이 잘 표현되었기 때문이다. 

  아파트와 주택단지가 섞여 있는 한광이네 마을을 그림으로 둘러보는 재미와 함께 구수한 개떡 냄새가 솔솔 풍겨나오는, 그래서 얼른 둥치네 집으로 달려가 ’할머니 개떡 주세요!’라고 말하고 싶게 만드는 책이다. 마침 쑥이 쑥쑥 올라오는 향긋한 봄이니 이 참에 아들 손 잡고 쑥 뜯으러 갈까나. 한 번도 만들어본 적 없는 개떡을, 이 봄에 한 번 만들어 볼까나. 개떡 생각에 군침이 꿀꺽.

* 요즘 떡집에서 파는 개떡은 단맛이 강해 개떡 특유의 맛이 나질 않는다. 한마디로 맛이 없다. 개떡은 달지 않아야 맛있는데. 요즘은 옛맛을 ’사먹기’가 쉽지 않다.